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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꿈
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최근연재일 :
2017.07.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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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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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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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계수의 통로.1

DUMMY

"와, 저길 망설임 없이 들어가네?"

"자신이 있다는 것이겠지."


'균열' 속으로 이안이 가장 먼저 들어가자 유저들이 술렁거렸다. 균열의 난이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을 뿐더러 파티나 길드원도 없이 홀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재밌겠군. 나도 들어가지."

"선생님! 저희와 같이···!"


같이 온 일행이 있는데도 제멋대로 균열로 들어간 유저가 있는가 하면 망설이거나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는 유저들도 있었고 균열에 대해 분석을 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다비앙과 레이첼은 분석을 하는 부류였다.


"일단 균열은 인스턴스 던전일 가능성이 가장 높아. 사망했다는 정찰병 NPC들이 그 증거야."


다비앙은 세 명의 정찰병이 사망해서 돌아왔다는 성주의 말에 주목하고 있었다. 단순히 관련 스토리를 언급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균열에 대한 힌트였다.


"인스턴스 던전이 아닌 일반적인 던전이라면 시체가 균열 밖으로 나오지 않았겠지. 지금까지의 리얼리티를 생각하면 평범한 인스턴스 던전은 아닐 거야."

"평범하지 않으면?"

"글쎄, 그건 들어가봐야 알겠지? 우리 전문은 PVE가 아니잖아. PVE는 같은 유저가 아니라 개발자들과 싸우는 거라고 볼 수 있으니까."

"······."


한심하다는 듯이 다비앙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레이첼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은 그냥 균열로 들어가 보자는 이야기잖아."

"아니, 꼭 들어가야 돼. 내 생각에는 스타팅 포인트를 생성하기 위한 인던 같거든."

"스타팅 포인트?"


확실히 지금까지 리얼리티의 스타팅 포인트는 숲의 중심지 밖에 없었다. 거기에 새로운 스타팅 포인트는 유저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캐릭터 생성 때 언급된 바가 있었다.


"무려 스타팅 포인트 개방이야. 이 정도면 메인스토리의 한 축이겠지. 그런 던전의 보상을 놓칠 수야 있겠어?"

"내 생각에는 그냥 NPC들에게 이것저것 배우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지금은 던전 공략 보단 스펙을 올리는데 집중해야지."


레이첼은 다비앙의 의견에 부정적이었다. 아직은 아직은 게임 초기이다. 던전의 보상이 그렇게 뛰어나다고 확정할 수 없는 것이다. 설령 보상이 뛰어나다고 해도 경쟁자들이 너무 많았다.


"로열도 있고 팬텀나이츠도 있어. 반면에 우리는 둘 뿐이고 녀석들과 상성도 좋지 않아."


일반 유저들은 적수로 생각하지 않는 그녀였다. 충분히 거만하다고 볼 수 있었지만 다비앙도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 많은 유저들이 철옹성 오르칸으로 왔지만 그중에서 컨트롤 유저는 소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번에 싸워 보는 게 좋지 않을까? 녀석들이 리얼리티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확인도 해보고 겸사겸사 던전도 클리어하면 더 좋고. 어차피 인던이라 길어도 이삼일이야. 그리고···."


다비앙과 레이첼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열 살 남짓해 보이는 어린아이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도와주세요!"


순진무구한 남자아이의 부탁은 충분히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RPG 세계에 닳고 닳은 그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귀찮은 꼬마에게 걸린 것 같은데?"


레이첼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속삭였다. 리얼리티의 퀘스트 시스템은 모호하고 알림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매우 크다. 눈 앞에 보이는 꼬마NPC의 부탁으로 연계 퀘스트가 진행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상이 부실한 단발성 퀘스트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절하기도 애매한 것이 매몰차게 거절하다가 NPC들 사이에서 평판이 나쁘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여러모로 손해였다.


"걱정마. 나한테 좋은 방법이 있어."


다비앙이 도움을 바라는 꼬마NPC와 눈높이를 맞춰 주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이 있어서 도와주기 힘들 것 같아."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에 불과했다. 아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울상이 되자 다비앙이 재빨리 본론을 꺼냈다.


"그러니까 우리가 다른 방법으로 도와줄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네가 어떻게 하냐야."


*


"제발 도와주세요!!"

"아니, 우리는 바빠서 도와줄 수 없다니까?!!"

"제발 부탁드려요! 저희 아버지가 아프세요!"


아이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도와 달라 외치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유저로 보이는 금발사내는 아이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했다.

그러자 상황을 지켜보던 같은 유저들 몇몇이 달려와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달래고 아이를 울린 사내를 욕했다.

그리고 아이를 도와준다면서 아이와 함께 갔다. 멀어져 가는 아이와 금발사내는 짧게 눈빛을 교환했다. 아이는 고맙다는 눈빛이었고 사내는 잘했다는 눈빛이었다.


그 모든 것을 멀리서 지켜본 갈색머리의 여인이 혀를 차며 금발사내에게 다가왔다.


"이젠 NPC에게 연기까지 시키네?"


레이첼은 신선하다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NPC들에게 퀘스트를 받으려고 연기를 하는 유저들은 봤어도 유저들에게 퀘스트를 주기 위해 연기를 하는 NPC는 난생 처음 봤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녀에게 이런 발상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녀의 감탄에 다비앙이 씩 웃었다.


"신선하지? 나도 이 수법을 처음 봤을 땐 충격적이었다니까."

"이런 수법을 만든 정신나간 놈이 누구인데?"

"튜토리얼 클리어 유저."

"뭐?"

"이안에 대해 알아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수법이야. 이것도 아주 오래전에 써먹은 수법이라고 하더라고."


정상이 아닌 듯하면서 나름 실용적인 수법들, 그것이 다비앙이 던전에 들어가자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린 이안의 수법들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그리고 그거 알아? 라스트 월드에서 우리들을 엿 먹인 던전 키퍼들의 원조."

"설마···."


던전 키퍼는 템 스틸러, 트랩 플래너와 함께 현 가상현실RPG의 삼대악으로 불리고 있었다. 특히 던전 키퍼는 수 많은 길드에서도 보고 배울 정도로 혁신적인 개념이었다.


"맞아. 이안이야."


*


[인스턴스 던전 - '세계수의 통로'로 입장합니다.]


기묘한 공간이동의 감각이었다. '균열'은 유저들이 생각했던 대로 포탈이었다. 그것도 인스턴스 던전으로 입장하는 던전 포탈 말이다.


'유저의 의사 따윈 묻지 않는다라···.'


보통 인스턴스 던전에 입장하면 경고에 가까운 알림창이 나타나면서 정말로 입장하고 싶은지 유저의 의사를 다시 확인하거나 일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 하면 입장 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리얼리티는 간단한 소개와 입장한다는 알림음이 전부였다.


'유저의 행동을 의사로 판단하는 것일 수도 있겠어. 아니면 입장 제한 같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던전에 알림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야.'


AI 인터페이스의 알림음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이안은 기꺼운 마음으로 던전의 내부를 보았다.


"세계수의 통로. 그리고 나무 안이라."


세계수의 통로는 나무로 이루어진 거대한 동굴을 연상케 했다. 은은한 연두색 빛을 뿜어내는 식물들이 곳곳에 있었고 어디선가 환한 빛발이 새어 흐르고 있었다.


'몬스터는 곤충형, 짐승형이 가장 가능성이 높고···. 식물형은 가능성이 낮아.'


던전의 내부를 대충 둘러본 이안이 앞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몬스터나 함정, 퍼즐 따위를 예상하며 안전 지대를 밖으로 나가려고 할 무렵이었다.


[유저의 스테이터스를 측정합니다.]

[조건을 만족하지 못 하셨습니다.]

[파티 시스템이 도입됩니다. 대상을 검색합니다.]

[현재 파티원 1/?.]


"이건 또 뭐야?"


투명한 무언가에 막힌 이안은 또 다시 알림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처음 보는 개념의 파티 시스템에 주목했다.


'수준 미달이면 파티나 하라는 뜻인데···.'


이번에도 유저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제멋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눈 앞에 반투명하게 보이는 '현재 파티원 1/?'란 알림창이 몹시 신경 쓰였다.


'설마 일정 레벨의 전투력이 입장 조건일 때, 그 조건이 만족될 때까지 파티원을 계속 받는다는 건가?'


문득 정답에 가까운 가설을 세운 이안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친! 자체 난이도 조절이라고?! 아냐, 그럴리가 없어. 이 게임이 이렇게까지 미쳤을리가···."


어설픈 저레벨의 파티 보다 고레벨의 유저 한 명이 강한 것이 바로 RPG이고 그건 가상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현실에 가까운 게임이라고 해도 게임은 결국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더군다나 이런 식으로 갑자기 짜여진 파티는 불협화음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머리 속이 복잡해진 이안에게 알림음이 들린 것은 그때였다.


[대상을 찾았습니다. 유저가 입장합니다.]

[파티원 2/2.]

[안전지대가 해제 됩니다.]


마침내 이안의 가설을 증명해 줄 유저가 푸른 빛기둥과 나타났다.


"하하, 이런 걸 보면 확실히 게임이긴 게임이야. 아, 나와 파티가 된 유저가 그쪽인가? 만나서 반갑군."

"아, 예. 저도 반갑습니다."

"······."

"······."


이안과 파티가 된 유저는 새하얀 수염과 백발을 자랑하는 노인이었다.


"일단 그··· 몬스터란 것부터 찾아보는 게 좋겠어."

"예, 그게 좋을 거 같네요."

"······."

"······."


세대의 차이 보다 긴 세월의 흐름이 그 둘의 사이를 가로막은 탓인지 던전 안으로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일요일날 올리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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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세계수의 씨앗.6 +9 17.04.23 657 23 14쪽
31 세계수의 씨앗.5 +5 17.04.17 628 29 16쪽
30 세계수의 씨앗.4 +5 17.04.13 594 30 7쪽
29 세계수의 씨앗.3 +4 17.04.12 546 28 13쪽
28 세계수의 씨앗.2 +2 17.04.09 588 30 14쪽
27 세계수의 씨앗.1 +2 17.04.08 596 34 16쪽
26 던전 키퍼.3 +4 17.04.06 594 34 12쪽
25 던전 키퍼.2 +6 17.04.05 599 28 16쪽
24 던전 키퍼.1 +6 17.04.04 620 30 19쪽
23 공략의 실마리.3 +5 17.04.03 639 32 14쪽
22 공략의 실마리.2 +4 17.04.02 672 36 18쪽
21 공략의 실마리.1 +2 17.03.30 711 41 19쪽
20 세계수의 통로.4 +3 17.03.29 667 38 16쪽
19 세계수의 통로.3 +5 17.03.28 664 40 15쪽
18 세계수의 통로.2 +4 17.03.27 698 41 17쪽
» 세계수의 통로.1 +6 17.03.27 744 34 10쪽
16 균열. +4 17.03.23 809 32 13쪽
15 용사들. +4 17.03.22 786 42 18쪽
14 미로. +2 17.03.21 813 38 19쪽
13 고블린.2 +3 17.03.21 846 38 16쪽
12 고블린.1 +1 17.03.21 892 39 10쪽
11 마나. +3 17.03.21 926 43 13쪽
10 무의식의 세계.3 +4 17.03.20 949 38 10쪽
9 무의식의 세계.2 +5 17.03.20 978 42 11쪽
8 무의식의 세계.1 +3 17.03.20 1,038 40 15쪽
7 사냥꾼.3 +3 17.03.20 1,027 45 12쪽
6 사냥꾼.2 +5 17.03.20 1,078 4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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