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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꿈
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최근연재일 :
2017.07.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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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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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무의식의 세계.3

DUMMY

스물세 번의 시도 끝에 첫번째 죽음을 극복한 이안은 지금 두번째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네 번째 시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의 '본능'과 목적이 일치합니다.]

[특성-전투 감각이 발동합니다.]


전투 감각이란 특성은 생존 본능과 다르게 상대방의 급소를 포착하는 특성이었다. 패널티는 이번에도 있었다.


"야! 급소가 아니잖아!"


두번째 죽음의 원인은 컬러플 노즈, 그것도 준 보스 몬스터로 취급되고 있는 퍼플 노즈였다.

퍼플 노즈의 등에 올라탄 이안은 '분신'이 시키는 대로 뒷목에 있는 십자 흉터를 공격했지만 작은 상처도 나지 않았다. 결국 퍼플 노즈가 두 발로 일어나서 발광을 했고 이안은 또 죽을 수 밖에 없었다.


-말했잖아. 난 본능이기 때문에 주관적이고 정확한 근거 따윈 없다고. 그런데 여긴 진짜야! 내 '감'이 말하고 있어!


퍼플 노즈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퍼플 노즈를 사냥해라, 그것이 '분신'이 말한 두번재 죽음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급소가 있다는 건 분명한데.'


가상의 퍼플 노즈 때문인지 한방에 죽일 수 있는 급소가 존재했다. 딱 한 번 급소를 찔러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급소를 정확하게 찌르지 않으면 미쳐서 날뛰는 퍼플 노즈의 공격에 이안이 먼저 죽는다는 점이었다. 스치면 사망, 그것이 퍼플 노즈와 이안의 수준 차이였다.


'단순한 '감'에 의존하는 건 절대 아니야.'


생존 본능처럼 다른 무언가가 핵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이럴 때마다 이안은 스킬의 부재가 아쉬웠다. 스킬만 있었으면 벌써 두번째 죽음을 극복했을 것이 분명했다.


'기운을 보면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거 같은데.'


'분신'이 시키는 대로 하면 문제가 있다. 이안은 가만히 다가오는 퍼플 노즈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공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제대로 된 급소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엔 돌진이군.'


나무를 박살내며 등장한 퍼플 노즈가 거대한 몸으로 돌진해왔다. 옐로우 노즈처럼 코를 빛내면서 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두 눈동자까지 보라색으로 빛낸다는 것이었다.


'이번 급소는 머리···.'


이안은 돌진을 피하면서 끝까지 퍼플 노즈의 머리에 집중했다. 강렬한 기운을 보면 급소는 절대 아니었다. 거목을 박살낸 퍼플 노즈가 포효하며 두 발로 일어섰다. 그때였다.


'머리에 있던 기운이 다른 곳으로 간다?'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놈은 자신의 기운을 컨트롤 하고 있었다.


'설마 기운이 약해질 때만 급소를 공략할 수 있다고?'


공략법을 알아냈지만 과연 공략할 수 있을 지 의심이 되었다.


*


같은 시각, 국제적인 게임 채널인 WGC에서 '이지스의 모험'이라는 게임 프로가 방송되고 있었다.


"나처럼 되고 싶다고? 그렇다면 지금 당장 길을 떠나시게 여행자여. 길을 떠나 깨지지 않는 돌을 찾게 된다면 나처럼 될 수 있다네."


영상은 늙은 고승을 연상케 하는 순례자 탄의 말로 시작되었다.


현재 마나, 마법, 이능으로 구분되는 리얼리티의 능력에서 순례자 탄의 능력은 신비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의 능력이 바로 상처를 치료하는 치유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제 4의 능력.

리얼리티 시간으로 보름이 지난 지금도 컨트롤 유저들 중에서 치료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순례자 탄의 능력은 제 4의 능력으로 추측되고 있었다.

때문에 수 많은 유저들이 순례자 탄에게 치유의 능력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한결같이 똑같았다.


-지금 당장 길을 떠나 깨지지 않는 돌을 찾아라.


알 수 없는 뜬구름 같은 소리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을 따라 길을 떠나 숲을 벗어난 유저는 지금까지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어디로 떠나야 합니까?"


바로 오픈 초기에 순례자 탄과 처음 만나 이집트 유저 이지스였다.


"깨지지 않는 돌을 찾기 위한 여정은 멀고도 험난하다네. 처음 길을 떠날 땐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방향 조차 짐작하기 힘들지. 어쩌면 포기하는 것이 쉬울 꺼야. 하지만···"


순례자 탄이 자신이 믿는 종교의 성호를 그리며 말했다.


"자신이 떠날 길의 목적지는 오직 자기 자신만이 이미 알고 있다네. 기나긴 여정 끝에 있는 것도 오직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지. 자넨 이미 알고 있어, 아직 깨닫지 못 했을 뿐이지."


뜬구름 같은 소리에 이지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길을 떠날 순간이네, 여행자여. 자신의 길을 깨달아 깨지지 않은 돌을 찾기를···."


순레자 탄과 똑같이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한 이지스는 탄의 말처럼 길을 떠났다. 길을 떠난 이지스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바로 마법사 NPC 타니스의 집이었다.


"이제 깨지지 않는 돌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려 합니다. 부족한 저에게 당신의 지혜를 빌려 주면 언젠가 당신의 지혜를 빌린 대가를 치르겠습니다."


한동안 침묵하던 타니스가 갑자기 호탕하게 웃었다.


"드디어 예언의 시작이 다가왔군. 이계인이여, 나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것들을 가지고 숲의 지배자를 찾아가 자네의 가능성을 증명하게나."


이지스에게 마법의 검과 수정구슬을 건넨 타니스가 말했다.


"증명할 수 있다면, 내 기꺼이 도와주지. 하지만 과연 자네가 숲의 지배자들 앞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을까?"


마법의 검과 수정구슬을 받은 이지스가 웃었다.


"해 보면 알 수 있겠죠."


'숲의 지배자'를 만난 최초의 유저는, 리얼리티의 메인 스토리를 진행한 최초의 유저는 유명 길드나 랭커도 아니고 튜토리얼 클리어 유저들도 아니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한 초보 유저, 이지스였다.


*


퍼플 노즈가 거대한 두 앞발을 들어올려 그대로 땅을 내려쳤다.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땅이 흔들렸다. 엄청난 위력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한 이안이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 잡으며 그대로 퍼플 노즈를 향해 달려들었다.

맹수 특유의 전투력은 여기서도 발휘되었다. 두 앞발이 땅에 박힌 퍼플 노즈가 그대로 머리를 내밀었다. 날카로운 이빨이 이안의 사지를 물기 위해 쇄도한다.


'벌써 열 번이다, 곰탱아!'


똑같은 패턴에 사망한 것만 벌써 열 번이었다. 이번에는 당하지 않는다.

지금 상황은 오히려 이안에게 가장 최상의 패턴이었다. 두 앞발에 집중된 퍼플 노즈의 기운이 아직 머리로 집중되기 전이었다.

그런데도 놈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자신의 급소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것을 이안은 알고 있었다. 달려가던 그가 쇄도하는 이빨을 보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아슬하게 공격을 피한 자리 위로 퍼플 노즈의 머리가 땅에 박혀들어갔다. 두 앞발이 땅에 박힌 상태라서 힘이 충분히 들어가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퍼플 노즈였다.


'지금!'


놈이 땅에서 머리를 빼낼 때가 기회였다. 이안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간을 향해 단검을 찔러넣었다. 나무토막을 찌르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퍼플 노즈의 괴성이 들려왔다.

진짜는 지금부터였다. 이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질주로 도망쳤다. 급소를 찔린 퍼플 노즈가 미쳐서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본능'과 목적이 일치합니다.]

[특성-생존 본능이 발동됩니다.]


생존 본능이 발동하자 감각이 확장되면서 자신과 주변의 상황이 삼인칭 시점처럼 이안의 머리 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땅위로 거대한 나무와 돌덩이가 마구잡이로 날아다니고 있었고 그 뒤로 퍼플 노즈가 육중한 덩치와 다르게 괴성을 지르며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대륙 최고의 사냥꾼이란 말이 허언은 아니었어.'


한이 일격에 죽인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상황이었다. 이안은 생존 본능의 행동 보정과 감각 보정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도망쳤지만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었다. 퍼플 노즈의 야성이 폭발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숲이라는 지형 자체가 이안에게는 커다란 장애물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패턴만 넘기면 돼!'


폭주 패턴에 연이은 발악 패턴만 넘기면 끝이다. 전력질주로 도망치는 탓에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감각의 집중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공략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거의 다 왔다!


주마등처럼 빠르게 눈앞을 스쳐 가는 나무들 사이로 거대한 나무가 보이기 시작했다. 특이하게도 뿌리의 반 이샹이 땅위로 삐져나온 나무였고 이안이 지나갈 만한 좁은 틈이 있었다.

이제는 삼인칭 시점 같은 감각도 없었다. 오로지 살고 싶다는 '본능'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본능'에 의지하면 죽을 확률이 더 높았다.


'어이없이 죽는 건 한번이면 충분해.'


이안은 자신이 지나갈 만한 좁은 틈에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면 죽는다. 좁은 틈에 끼여서 퍼플 노즈에게 죽는 것이 아니라 파리지옥처럼 나무의 뿌리가 이안을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자, 와라."


뿌리 근처까지 도달한 이안이 옆으로 몸을 날렸다. 뒤이어 그는 거대한 기운이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곧이어 퍼플 노즈의 돌진에 의해 나무의 뿌리가 박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성공이다.'


드디어 마흔 네번째 시도 끝에 드디어 두번째 죽음을 극복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안의 머리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런 씨···.'


뿌리가 전부 박살 난 나무가 쓰러지고 있었다. 그것도 이안의 머리 위로 말이다.

죽었다고 느끼지도 못한 채 세상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다시 세상이 밝아졌다.


"어떤가?"


떠오르는 태양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이안은 반가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본능과 만난 기분은?"


한의 질문에 그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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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던전 키퍼.2 +6 17.04.05 596 2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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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세계수의 통로.2 +4 17.03.27 695 41 17쪽
17 세계수의 통로.1 +6 17.03.27 741 3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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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용사들. +4 17.03.22 786 42 18쪽
14 미로. +2 17.03.21 810 38 19쪽
13 고블린.2 +3 17.03.21 846 38 16쪽
12 고블린.1 +1 17.03.21 891 39 10쪽
11 마나. +3 17.03.21 924 4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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