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3 화 천방지축 헤스: 공터의 괴식물
모렐박사의 기상 천외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머프 식민지 땅 서쪽에는 사람들에게 잊혀진 땅이 있었다. 그 땅의 이름은 고대의 말로 엘로드라 불렸는데 학자들의 의하면 그 의미가 전능자의 영역이라고 한다. 한때 엘로드에는 어셔라는 백작이 큰 성을 짖고 살았는데, 그만 신의 노여움을 사서 어느 날 그의 가족과 성 전체가 땅속으로 가라 않았다고 한다. 몇백 년이 지난 후 그 땅은 머프식민지의 소속이 되었지만 어떠한 집정관도 감히 그 땅을 이용해 건물이나 시설을 지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 공터는 잊혀지고 결국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황폐한 땅이 되었다. 그리고 수천 년이 흘러 짐의 가족은 그 근처로 이사 오게 되는데…….』
1. 공터의 괴식물
내 이름은 짐. 우리 집은 어느 작은 마을에 위치한 평범한 주택이었다. 집 뒤에는 커다란 공터가 있었는데 왠지 괴상하고 오싹한 장소였다. 비라도 오는 날이면 그 공터에서 알 수 없는 망령들의 소리가 났다. 성실하고 우직하셨던 아버지는 그 공터에다가 여러 가지 작물을 심었는데 이상하게도 전혀 알 수 없는 괴상한 식물들이 열렸다. 그 모습은 꼭 심해바다 속에 사는 괴생명체를 연상시킬 만큼 끔찍한 모습이었다.
“아빠, 저 식물들 이름이 뭐에요? 꼭 에어리언처럼 생겼어요!”
“글쎄다, 내 평생 이렇게 징그럽게 생긴 식물들은 처음 본다! 짐, 창고에 가서 기름통을 좀 가지고 오너라.”
“기름통은 갑자기 왜요?”
“아무래도 저 공터의 작물들을 다 태워 버려야겠어! 공터를 공짜로 준다길래 이 집을 사게 되었는데 이렇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터일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로 이 집을 안 샀을 텐데.”
아버지는 불길해 보이는 식물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셨다.
“여기 있어요.”
잠시 후 아버지는 그 식물에 기름을 뿌렸다.
‘시이익!’
갑자기 괴상한 소리가 났는데 그 소리는 마치 금속 같은 게 녹아드는 소리 같기도 하였고, 뱀의 혓바닥소리 같기도 하였다.
“짐, 저리 가 있어!”
아버지는 내게 명령하였지만, 나는 호기심에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식물들이 불타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잠시 후 아버지가 식물들에 불을 붙이자, 갑자기 거대한 불꽃이 일어나더니 식물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터지기 시작하였다.
‘퍼버벅! 퍼벅!’
그 식물 중 마치 주둥이처럼 생긴 식물이 독침과도 비슷한 것을 뿌려 되었는데 불행히도 그것은 내 이마에 날아와 찰싹 붙었다.
“아!”
나는 이마가 타들어 가는 심한 고통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시고 재빨리 양동이에 담긴 물을 내게 뿌렸다.
“괜찮니? 짐.”
“조금 욱신거리긴 하지만 괜찮아요.”
“분명 아빠가 저 멀리 가 있으라고 했지?”
“죄송해요.”
나는 고개를 푹 숙이며 힘없이 말했다.
“어쨌든 큰 상처는 아닌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인 줄 알아라. 집에 가서 엄마에게 얼음찜질해달라고 해라.”
집에 가니 엄마가 내 이마의 상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게 웬일이니? 아프지는 않아?”
“집 뒤 공터에서 다쳤어요. 아빠가 큰 상처는 아니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무식한 양반! 뭐가 큰 상처가 아니긴 아니야? 이마가 퉁퉁 부었는데!”
어머니는 급히 얼음주머니를 준비하셔서 이마에 찜질해 주셨다. 한 30분 정도 찜질하니까 부기가 가라앉고 고통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좀 괜찮니? 얼음 좀 더 갖다 줄까?”
“아니에요! 이제 거의 가라앉은 것 같아요.”
“잠깐, 그 이마에 난 건 무엇이니?”
어머니는 내 이마를 유심히 살펴보며 말했다.
“이마에 희미하게 U자가 있잖아!”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거울을 보니, 정말 이마에 U자처럼 생긴 이상한 글자가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지금 병원에 갔다 오자.”
“알았어요! 하지만 저 혼자 갔다 올게요. 로저네 병원에 가면 되니까요.”
“아, 맞다! 네 친구 로저의 아빠가 피부과 의사라 했지? 그러면 어서 갔다 오렴. 자, 여기 엄마 신용카드다! 잊어 먹지 않게 조심하여라!”
“네!”
잠시 후 병원에서 로저의 아버지를 보았다.
“안녕하셔요! 아저씨.”
“오, 짐이구나. 어서 오너라!”
로저의 아버지는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런데 요즘은 왜 우리 집에 놀러 오지 않니?”
“그냥 밖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어서요.”
“그래도 한번 주말에 놀러 와라. 로저가 하루종일 심심해서 죽으려고 하니까.”
“알겠어요.” (사실 로저는 학교에서 좋아하는 메리에게 어설프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굉장한 망신을 당한 후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메리를 죽여 버리겠다고도 하였지만, 오히려 메리의 팬클럽원인 빅보 패거리(빅보와 그의 졸개들)에게 죽도록 맞아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져 있었다. 나는 사실 로저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로저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빅보 패거리에게 함께 얻어맞았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태권도 학원에 다니게 되었고, 그 때문에 로저와 아주 조금 친하게 되었는데 로저의 아빠는 내가 로저와 엄청나게 친한 줄 알고 있는 것이다.)
“어디 보자! 이마가 좀 부은 것 같구나.”
로저의 아버지는 내 이마를 신기한 듯 한참을 보더니, 톡톡 치기도 하고, 또 청진기를 이마에 갖다 대 보기도 하셨다.
“이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무슨 일 있었던 거니?”
“별일은 없었어요. 그냥 마을 뒤 공터에서 아버지와 함께 식물들을 불태우다가 뭔가에 쏘였을 뿐이에요.”
“이상하네! 그렇다면, 일단 엑스레이를 한 번 찍어보자.”
잠시 후 엑스레이 결과가 나왔다.
“이마 속에 U자 모양의 이상한 물체가 들어 있는 것 같구나. 아무래도 피부를 약간 절개 한 후 저것을 빼내야겠어.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안 아프게 빼줄 테니까.”
나는 생각지도 않게 간이 수술대에 누워 마취를 당해야 했다. 잠시 후 로저의 아버지는 낑낑대며 이마 속의 물체를 빼려고 했다.
“짐, 아무래도 이마 속에 꽤 못된 놈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해도 안 빠지는구나. 인두로 약간 지져야 할 것 같은데 절대 움직이면 안 된다. 다칠 수도 있으니까. 자, 간다잉!”
‘지지지 지직!’
인두로 지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며 역한 냄새가 났다.
‘쉬이이익!’
갑자기 이마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더니 ‘퍽’하고 뭔가가 터졌다.
“다 됐어! 하나도 안 아프지? 아저씨가 연고 좀 처방해 줄 테니까, 그거 하루에 세 번씩 발라라! 그리고 물 묻히지 말고.”
나는 이마 속에 든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고 싶었지만, 왠지 아저씨도 그 정체를 잘 모를 것 같아서 묻지 않았다.
“아 참, 짐! 요즘 로저가 메리일로 몹시 속상해 하고 있다. 너가 좀 로저와 친구를 해 주렴! 그리고 얼마전에는 얼굴이 망신창이가 되어서 왔는데, 아마도 빅보에게 얻어 맞은 것 같은데 도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안 하는 구나. 어쨌든 너가 로저를 좀 잘 챙겨 주렴! 그리고 무슨 일 있으면 반드시 아저씨에게 말하고!”
“네, 알겠어요!”
나는 빅보에게 함께 얻어맞은 수치스러운 기억이 떠올라 부끄러운 마음에 빨리 그 자리를 뜨고 말았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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