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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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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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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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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2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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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가짜 전쟁 1

DUMMY

“시키는 대로?”

“어렵지 않아. 일단 넌 당분간 여기 있어야 돼.”

“왜죠? 지금 한시가 바쁜데···.”

“프리암 백작이 핵심 주동자지만 그 외에도 누가 있는지 더 알아야 하니까."

물론 모르는건 아니다. 굵직한 귀족들. 대표적으로 프리암 올펜 백작을 포함해서 핵심 인사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죄를 지었다고 고발할 수 없다.

누구에게 말하겠는가. 왕? 레볼턴 후작? 아니면 왕당파 귀족들?

발렌할의 망나니가 말하면 퍽이나 들어줄 리가.

게다가 앞으로 이어갈 것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해야 한다.

“당분간 여기 있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널 탈출 시킬 거야.”

“탈출?”

“옛 발론 왕국의 땅. 지금은 리텐 왕국의 땅이지만. 거기에 조사한다고 제국의 기사들이 몰려올 테니 거기까지 널 탈출시키면 돼.”

“그렇군요. 숨어있는 쥐새끼들을 잡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단, 하나만 약속해주면 돼. 탈출한 이후 제국의 군대를 몰고 리텐 왕국의 국경선에 머물 것. 리텐 왕국의 땅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오지 말 것.”

“그렇게 하면 리텐 왕국 내의 배신자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이거로군요.”

“그래."

“어려운 일이군요.”

“하지만 할수 있을걸? 황제는 네 말 한마디면 죄다 들어줄 테니.”

이 말에 일리안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보였다.

“나는 널 구해줬고 제국 기사들에게 안전하게 탈출시켜 줄거야. 그 대가로 너는 제국의 군대를 일으키고 리텐의 국경 근처에서 농성하면 돼. 리텐의 땅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오지 말고 다른 나라들의 사신들도 받아주지 말고. 마치 전쟁이 터질 것처럼만 하라고. 이해했지?"

“그러죠.”

“좋아. 만약 이걸 약속대로 안 지키면 그때 벌어지는 일은 나도 감당이 안 돼.”

그때, 프리암 백작을 배웅하고 네인이 돌아왔다.

“네인.”

“예.”

“공주는 당분간 여기서 지낼 거야. 옷하고 먹을거리들. 마른 건초들을 좀 준비해. 그리고 좀 씻겨주고.”

“예.”

“다 끝내고 나면 날 찾아오고.”

“예.”

네인은 완전히 고분고분하게 변해 있었다. 지시를 내린 뒤에는 그 길로 돌아섰고 네인은 허름한 옷을 입은 일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옷이나 음식은 없지만, 그래도 쓸만한 옷과 먹을 만한 음식은 있습니다.”

일리안 역시 어린애마냥 불평하지 않았다.

“다행이군요.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일단 샤워를 최대한 빨리하고 싶은데요.”

그리고 네인이 말했다.

“여기 샤워 시설은 없고 뜨거운 물도 없으니, 일단 차가운 물에 수건을 좀 가져다 드리죠.”

“친절하시군요. 헌데 한가지 궁금한 점이.”

“아뇨. 대답 안할 겁니다.”

네인은 선을 그었다. 얼결에 여기까지 휩쓸렸다. 마치 파도 위의 조그만 조각배가 하염없이 밀리듯.

적어도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을 정리하고, 또 그 남자를 만나봐야만 했다.

네인의 말에 일리안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네인은 자기 할 일만 척척 한 뒤에, 곧바로 집무실로 향했다.



***



집무실에 돌아온 나는 후,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부터 속여야 한다. 어렵다고 생각은 안 했지만 그렇다고 막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때, 네인이 집무실에 찾아왔다.

그리고는 가면을 벗어 버리며 말했다.

“대체 이게 다 무슨 일···.”

그러나 나는 덤덤했다.

“본 그대로야.”

그러자 네인은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건. 이 일은···.”

붙잡혀온 죄수는 무려 제국의 공주다.

그리고 프리암 백작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일리안이나 네인에게는 북쪽에 관한 것. 마왕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전부 빼고 말했다. 그저 프리암 백작이 반역을 일으키려는 것처럼.

하지만 이걸 빼놓고 말하더라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

“네가 신경 써야 할 건 그런게 아니야. 정 무서우면 도망치면 돼. 널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어디 조용한 곳으로 도망치면 되겠지.”

“···.”

“하지만 잘 생각하는 게 좋아. 너는 보면 안 될걸 많이 봤거든.”

명백한 협박. 그 말에 네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사람의 피부와 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포를 뜨는 그녀지만 이번 일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를 보며 다시 회유를 시작했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어. 너는 그냥 공주를 잘 돌보기만 하면 돼. 다른 간수들이 찝쩍거리는 걸 막으라고."

“···하지만.”

"때때로는 고문하는 척도 하면서. 잘 모르겠으면 물어봐. 이상한 거 하지 말고. 알아듣겠나?”

“···예.”

“오늘은 이만 들어가. 늦었으니 쉴 수 있도록.”

“예.”

네인은 얌전히 답하고 돌아갔다.

네인은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프리암 백작에게 충성하지도 않으니까.

설령 배신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이미 그녀에게는 갑질로 인해 여기 지하 감옥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모든 간수에게 명령했다.

그다음 갇혀있는 공주. 일리안에 관한걸 떠올렸다.

“내일부터 바빠지겠군.”

단순히 데리고 있다가 얌전히 탈출시켜줄 생각은 없었다.

다음 스토리. 그리고 악명 레벨을 지금껏 못 올린 걸 상환해 받아 내려면 일리안이 가진 것들이 필요했다.

권력. 재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크게 놀 무대가 필요했던 것이다.

발렌할 가문. 리텐 왕국.

여기는 너무 작다. 여기서 할수 있는건 거의 없다.

여주인공들은 배제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쓸수 있는 것은 써야 했다.

믿었던 마공을 익힌 사악한 무림인. 백랑기의 능력이 기대했던게 아니었던 만큼.

앞으로 얻을 직업들도 어딘가 나사가 빠졌을 경우를 대비해서.



***



일리안 라인하텐 아델리안.

제국의 공주가 사라진지 열흘. 라인하텐 제국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찾아라! 찾아! 찾아내!”

늘 위엄 넘치고 근엄한 모습을 보이고 모든 제국 신민들에게 위대한 지도자인 황제 알레한 라인하텐 아델리안은 거의 눈이 뒤집어지다시피 했다.

그의 핏줄이었고 혈육이었다. 황후가 일찍 죽었음에도 다시 새로운 황후를 받아 들이지 않은 그는 장성한 딸인 일리안과 아직 어린 아들인 일렌을 하나 두었고 특이하게도 아들보다 딸을 더 애지중지 하는, 그야말로 팔불출의 표본같은 그런 자였다.

물론 자기 딸이 사라지면 어느 아빠가 눈이 안 뒤집어 지겠냐만은 알레한 황제는 유독 심했다.

전쟁은 이제 싫다며 평화롭게 일을 처리하자고 말하던 그가 오죽하면 말타고 달려가 단칼에 적국 기사의 목을 베어 넘기던 20년 전 그때의 흉신악살 같은 모습이 다시 튀어나오겠는가.

“리텐 왕국? 이 망할 것들을 아주 싸그리 밀어버리겠다!”

리텐으로 가던 공주가 사라졌으니 그 화살이 모조리 리텐으로 향한다. 그러니 귀족들을 모아둔 자리에서 이런 정신나간 발언이 나온다. 분노에 몸을 맡겨 하는 말이니 진짜 전쟁인가? 하고 무서워할 필요는 없지만, 손에 검을 쥔 자가 화를 내면 그게 휘둘러지지 않음을 알아도 무서운 법이라 귀족들은 그저 몸을 사려야만 했다.

하지만 마냥 사리고만 있지는 않았다. 적어도 여기, 황궁에서 황제를 보필하는 귀족들은 소위 말하자면 능력있는 공신이라는 사람들이라, 황제의 눈치를 보는 것과는 별개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길길이 날뛰는 황제를 놔두고 귀족들간의 긴급 회의가 진행되었다. 그야말로 제국을 이끄는 실세중의 실세이자 지난 전쟁에서 황제를 도와 제국을 일구어낸 공신이자 위대한 전쟁영웅이기도 한 자들.

그 면면을 살펴보면 대륙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사람들.

지난 전쟁에서 상대로부터 허탈감을 들게 할 정도로 기가막힌 기마 전술을 사용한 다프 타크란 공작.

피 한방울 없이 오직 농성과 협박. 회유 만으로 적 수도의 성문을 열게 한 클라우드 펜드벨 공작.

휘하의 기사 20명을 데리고 적진을 파고들어 적장의 목을 가지고 돌아온 베디어 카모르 후작 등.

그 뒤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들이 앉아 있다.

회의를 주체하는 것은 다프 타크란 공작과 클라우드 공작 두사람이다. 오늘의 이 긴급 회의도 두사람이 연 것이었다.

그야말로 제국의 쌍두 마차.

그리고 가장 먼저 클라우드 펜드벨 공작이 입을 열었다.

“일이 일이니 만큼 격식 높은 인사는 연회에서나 하기로 하고, 일단 내 의견부터 말하겠네.”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클라우드 공작은 아직 귀족들이 자리에 채 앉지 않았음에도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이 일이 리텐 왕국과 관련있을거라 생각하는데, 자네들의 생각은?”

이, 일이 뭔지 모르는 바보는 없다. 그리고 받아치듯 다프 공작이 말했다.

“리텐 왕국의 소행으로 보기는 어렵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수 없으니까.”

그러자 클라우드 공작이 그걸 또 받아치듯 말했다.

“이건 미친놈들의 소행이라 봐도 좋을걸세. 혹은 지독한 바보들이거나. 그리고 나는 그 미친놈들이 리텐에 있을 것 같은데.”

귀족들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어느 정신나간 놈이 제국 기사들이 호위하고 황실 깃발을 내건 행렬을 공격한단 말인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아주 미친놈들의 소행이다.

물론 그 미친놈들이 리텐 왕국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그러자 귀족중 하나가 클라우드 공작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리텐 왕국에게 물어야 하지 않습니까? 제국 영내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리텐의 땅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국경에서 군사적 문제를 들먹여 원래 호위였던 기사 오백을 고작 백으로 줄이라 한 것도 그들의 요구 아니었습니까.”

무려 제국의 황족. 황제의 총애를 받는 공주의 행렬이다. 당연히 기사들의 호위를 받는데 군사적 이유로 리텐 왕국은 그 호위의 수를 줄일것을 말했다.

보통은 거부하고 돌아오게 마련이다. 아무리 좋은 시절이라 하더라도 엄연히 다른 나라니까.

하지만 그러지 않은 것은 호위의 주체인 공주가 리텐의 요구를 들어준 까닭이다.

좋게 보자면 서로간의 믿음이지만, 일이 틀어진 지금에 와서는 개수작으로 변해버린 일이다.

여기서 베디어 후작이 한마디 했다.

“리텐 왕국 역시 이 일을 조사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지난 전쟁때 망한 발론 왕국의 흔적을 발견했다 알려오더군. 지금 상황만 놓고 보자면 망국의 유령같은 놈들이 벌인 소행이지.”

시간이 지났어도 전쟁의 상처는 많이 남아있다. 실제로 제국과 리텐 왕국의 사이의 땅은 원래 발론 왕국의 땅.

이미 20년 전에 망해 대부분의 땅이 리텐의 영토가 되었고 그중 투항한 도시 일부는 제국의 땅이 되었다.

거기에 아직도 잔당들이 숨어 활동하고 있으니 리텐 왕국의 주장도 아주 일리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치들의 말이 사실이라 해도 결국 책임은 리텐이 져야 하지. 그렇지 않나?”

이어진 베디어 후작의 말에 모든 귀족들이 동의했다.

이게 누구의 책임인가.

이 멍청한 질문은 대답할 가치도 없지만 굳이 답해주자면 단 하나. 리텐 왕국 뿐인 것이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옛 발론 왕국의 땅이지만, 과거에 누구네 땅이었냐와 상관 없이 지금이 중요하다.

그곳은 현재 리텐의 땅이다.

그러니 일의 책임 역시 리텐 왕국이 져야 한다.

그리고 클라우드 공작이 꽤 냉정한 말을 꺼냈다.

“공주님께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일은 군사적, 외교적으로 우리가 우위에 설수 있는 사건이야. 지금이야 폐하의 눈이 뒤집혔다지만 화가 난다고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으실테고 결국 우리는 리텐과 동맹을 맺게 되겠지. 그렇다면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는 우위를 점할것일세. 공주님이 무사히 돌아오시든, 혹은 그렇지 않든 상관 없이.”

이 말에 대부분의 귀족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라를 굴리는 자들이다. 아무리 위대하고 고귀한 혈통인 공주라 해도 결국 사람 하나. 목숨 하나.

시간은 흐를테고 제국은 멈추지 않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사람 하나 때문에 국정이 마비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측 조사단도 출발 했으니 곧 보고가 올테지. 그때까지는 좀더 기다려 봐야겠군. 혹시 아나? 어쩌면 이종놈들의 흔적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니.”

다프 공작이 말을 덧붙혔다.

이종. 엘프를 비롯한 수인들. 오크들. 만약 이 일에 그런 이종의 흔적이 나온다면 이것은 제국이 현재 말하고 있는 이종족 정벌에 더 힘이 실리기도 한다는 뜻.

그 뒤로도 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회의의 주 내용은 공주를 어떻게 찾아 구조할 것이냐 보다는,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굴릴 것이냐였음은 말할것도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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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악당의 방식 2 +19 20.07.18 21,831 576 18쪽
16 악당의 방식 1 +29 20.07.17 22,218 579 16쪽
15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8 +40 20.07.15 21,614 615 17쪽
14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7 +14 20.07.14 21,371 519 11쪽
13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6 +12 20.07.13 21,584 565 15쪽
12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5 +18 20.07.12 21,863 556 17쪽
11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4 +31 20.07.11 22,023 579 15쪽
10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3 +62 20.07.10 22,656 630 17쪽
9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2 +24 20.07.09 23,955 586 13쪽
8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1 +14 20.07.08 24,473 542 12쪽
7 대리 결투 2 +9 20.07.07 25,370 530 13쪽
6 대리 결투 1 +29 20.07.06 25,952 541 13쪽
5 발렌할의 망나니 4 +36 20.07.05 26,891 631 13쪽
4 발렌할의 망나니 3 +22 20.07.04 29,497 580 16쪽
3 발렌할의 망나니 2 +22 20.07.03 38,253 671 18쪽
2 발렌할의 망나니 1 +61 20.07.02 47,270 763 13쪽
1 프롤로그 +75 20.07.01 69,203 76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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