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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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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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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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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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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7

DUMMY

훈련은 꽤 본격적이었다.

그럴싸하게 만들어진 훈련장은 전쟁터와 아주 비슷해서 부서진 마차와 말 모형들이 널려있고 여기저기 파여져 나간 구덩이에 참호까지 만들어져 있었다.

그 앞에 견습 기사들이 모였고 거기서 기사들은 한 인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오덴 하디어모울?”

그러자 데일리가 말했다.

“4서클 마법사가 여긴 웬일이지?”

베오덴의 모습은 견습 기사들에게 호기심과 동시에 불안감을 주기 충분했다.

이것은 교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훈련은 처음 해보는군.”

“그래도 필요한 훈련 아닌가.”

“위험하지 않을까?”

이제 와서 못한다고 할 수도 없고 심지어 베오덴은 가능하다고 했으니 어떻게 말려볼 수도 없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나와 훈련 개요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전장에서 마법사에 대한 공격 대비 모의 훈련을 시작한다. 세 명씩 짝지어 교관 한 명과 훈련장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사실 설명이라고는 해도 뭐 할게 없다. 지금부터 마법으로 너희를 공격할 것이다, 라고 말하기도 좀 이상하지 않은가.

상명하복의 군대 체계는 사람의 머리를 굳게 만든다. 그게 이제 막 배우는 견습이라면 더더욱.

베오덴은 견습 기사들의 반대편. 모의 전쟁터의 끝으로 가서 섰다.

여기서 마법사를 데려다 놓고 무슨 훈련을 할 건지 감도 안 잡힌다.

그런 견습 기사들에게 훈련에 대해 아주 친절히, 직접 설명해주었다.

“지금부터 3명씩 한 조로 저기 끝에 있는 마법사를 공격한다.”

이게 뭔소린가 싶은 견습 기사들에게 아예 대놓고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다시 말한다.

“여기서 할 훈련은 간단하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저기 있는 마법사를 공격해라. 단, 한번이라도 유효한 공격이 나오거나 마법사의 뒤로 넘어갈 수 있다면 합격이다. 실패하면 성공할 때까지 한다.”

그 다음부터는 교관들에게 맡겼다. 콜슨을 위시한 교관들이 부연 설명을 추가로 했고 견습 기사들을 3명씩 짝지어 조를 이루게 했다.

그리고 훈련 시작.

3명의 견습 기사가 출발선에 선다.

그녀들은 비장한 얼굴로 목검에 방패에 창까지 들고 출발선에 섰고 교관 중 하나가 붉은 기를 들었다.

그 붉은 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대망의 화생방 훈련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달려나가는 3명의 견습 기사.

그러나 달려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단 땅이 거칠다. 기본적으로 베오덴의 위치는 아주 경사지지는 않았지만, 고지대였고 견습 기사들의 위치는 저지대.

거기에 땅은 마치 애벌레 기어가듯 위아래로 울퉁불퉁하다.

그뿐인가.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들도 많다.

마차에 말 모형들. 폐기 처분하기 직전인 갑옷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그걸 겨우겨우 헤집고 밟아가며 앞으로 달린다.

바로 그때. 이 훈련의 진가가 나타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헉?”

별안간 훈련장 바닥에서 화염이 터져 나온다. 그 무시무시한 위세에 미리 알고 있던 교관마저 헛바람을 집어삼킬 정도였다.

마법사의 공격. 베오덴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무서운 위력이었다. 베오덴은 4서클의 마법사였고 화염 마법으로는 이미 대성을 한 유명한 마법사였다.

그런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이니 위력은 지금 눈으로 보는 그대로였다.

불기둥에 달려오던 견습 기사들의 움직임이 딱 멈추었다. 그럴 수밖에. 눈앞에서 무시무시한 불기둥이 치솟았는데 어떻게 앞으로 간단 말인가.

게다가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불기둥이 다시 한 번 터졌고 열기가 불어닥친다.

저걸 맞았다간 그냥 곱게는 죽지 못한다.

시체도 안 남을 것이다. 아마 재가 되어 흩날릴 테니까.

“미, 미쳤, 미쳤어?”

“주, 죽어. 죽는?”

“부, 불이?”

동요하는 견습 기사들. 그러나 나는 덤덤하게 결과를 말할 뿐이다.

“탈락!”

그러자 교관들이 달려나가 멈춰 선 견습 기사들을 데리고 훈련장을 이탈했다.

그리고 다음 견습 기사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베오덴은 화염 마법을 퍼부었고 견습 기사들은 무시무시한 위력에 멈춰버리거나 바닥에 파여진 참호 속으로 들어갔다.

탈락. 탈락. 또 탈락.

쉬운 훈련이 아니다. 교관들도 합격자가 그리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사실 이걸 합격하라고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당연하다. 일부로 합격 못하게 했으니까.

막말로 좆뺑이 치게 한 거니까.

경험이 없다. 불이라고 겪어본 것은 촛불 빼고는 없을텐데 저런 불기둥을 보고도 앞으로 달려나간다?

어디 가보라지.

그저 겁을 먹고 비명이나 질러주면 된다. 그게 저것들이 할 일이다.

그리고 또 다음 차례. 하지만 이번은 조금 다르다.

니아 벨린. 데일리 바노스. 요나 체베른.

이 셋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교관들도 기대가 컸다. 명문가는 왜 명문인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예시다.

붉은 기가 내려간다. 동시에 검은 연기가 나는 훈련장으로 뛰어간다.

그리고 여지없이 불기둥이 치솟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 결과가 나타났다.

니아 벨린은 몸을 움찔하고 잠깐 떨기는 했어도 다시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

다시 치솟는 불기둥. 이번에는 지근거리다. 그러나 니아는 달렸고 그 모습에 데일리나 요나 역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형태의 마법이 날아왔다.

저 멀리, 고지대에서 시뻘건 불꽃 세개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게 보였다.

마치 밤하늘의 혜성처럼 멋진 광경이기는 했지만, 그게 바닥에 떨어지자 멋진 것과는 상관없는 광경이 나타났다.

‘콰아앙!’

‘퍼어엉!’

바닥에 맞부딪쳐 터져 나가는 불꽃. 불기둥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라 바닥에 남아 벌건 불꽃을 혀처럼 날름거리며 타오른다.

그냥 앞으로 가는 것도 힘든데 앞이 막히니 돌아가야 한다.

이미 온몸이 땀이다. 땀으로 범벅을 한 몸이었고 마법으로 인한 화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그래도 가야 한다. 계속 움직였고 니아는 벌써 빙 돌아 그래도 고지대라 할만한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허리를 숙이고 달려가다 말고 몸을 일으킨 니아는 창을 꺼내 들더니 몸을 크게 뒤로 젖혔다가 활시위가 튕기듯 앞으로 잡아끌며 그 힘을 이용해 창을 내던졌다.

날아가는 창.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건지 창은 베오덴이 있는곳 까지 닿지 못했다.

하지만 아주 얼토당토 없는 공격은 아니었다. 적어도 베오덴의 근처에 떨어졌으니.

“칫.”

스스로에게 화가 난 니아는 다시 다리를 움직였다. 바닥에는 반쯤 부러진 나무로 만든 창들도 있으니 다시 그걸 주워든다.

그리고 그걸 던지려는 순간.

“왁!”

“꺄아아악!”

땅에서 갑자기 사람 하나가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그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날벼락에 니아는 비명과 함께 옆으로 빠졌다가 발을 헛디뎌 바닥을 굴렀다.

병사였다. 베오덴의 근처에는 온몸을 풀로 위장한 병사들이 숨어 있던 것이다.

그리고는 달려오는 데일리와 요나의 앞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물론 격렬하게 막는 건 아니다. 거슬릴 정도로 앞을 막고는 슬금슬금 따라오는 게 전부.

그러나 이미 지친 상태에서는 그런 것도 엄청난 방해 요소였다.

그때, 나자빠졌던 니아는 벌떡 일어서더니 또 대단한 움직임을 보였다.

앞을 막아선 병사에게 달려들더니 순식간에 제압한 것이다.

물론 병사가 그리 저항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그래도 대단한 실력에 대단한 판단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그 병사를 일으키더니 방패로 썼다. 그리고는 그대로 앞세워 끌고 가며 베오덴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베오덴은 그 모습을 보고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병사를 방패로 끌고 오니 뭘 어떻게 견제를 한단 말인가.

다른 병사들도 있지만 애초에 그 병사들은 적극적으로 막지 말고 적당히 방어만 하라는 지시가 있었으니 잡힌 병사를 풀어 주려는 시도도 그리 하지 않았다.

그렇게 니아는 베오덴의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아까 주운 부러진 창을 냅다 집어 던졌다.

‘푹.’

땅에 박힌 창. 정확하게 베오덴에게 날아갔으나 뭐에 막힌 것처럼 튕겨 나가 땅에 박힌다. 그와 동시에 콜슨이 소리쳤다.

“합격!”

첫 합격. 그러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었다.

“다음 안으로.”

재차 이어지는 훈련. 그리고 나는 온몸을 땀과 먼지로 범벅을 한 니아 벨린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다르긴 해.’

괜히 여주인공이 아니다.

저기 어딘가 있을 레나는 강하다.

마찬가지로 니아 벨린과 데일리 바노스 역시 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서 칭찬해주거나 할 생각은 없다.

더 중요한 건 지금 차오르고 있는 악명 경험치와 레벨이다.

정신 나간 훈련. 교관들도 이거 좀 심한게 아니냐고 말한 정도의 훈련.

그러니 악명이 오른다. 오를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 악명 레벨이 정확하게 100을 찍었다.

동시에 능력이 하나 개방되었다.


[악명LV 100]

근력 강화.


기념비적인 첫 능력의 개방은 근력 강화였다.

그와 동시에, 나는 손에 쥔 돌덩어리를 맨손으로 으깨 부숴버렸다.



***



훈련이 끝난 건 해가 져 석양일 질 무렵이었다.

베오덴은 자신의 이름과 명성 값을 톡톡히 해냈다.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확실히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이런 것도 경험이다. 화공을 겪어본 것과 겪어보지 못한 것은 큰 차이가 나니까.

건습 기사들은 문자 그래도 샤워 후에 밥을 먹고 전부 퍼질러져 있었다. 그만큼 고되고 힘든 훈련이었다.

그 시각 나는 교관들과 함께 베오덴을 접대해주고 있었다.

오늘의 일을 아주 대단한 훈련이었노라고 자화자찬하며.

베오덴 역시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베오덴은 좋을 수밖에 없다. 어른을 접대하는 게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고 있었으니 그저 좋다.

술이 따라지고 음식이 차려지고 어른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로 아이고 베오덴님 말이 맞습니다 몇 번이면 그저 좋을 수밖에.

베오덴 역시 들리던 소문과 레이튼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소문 따위는 믿을게 못 된다며 그저 웃고 마시고 먹기 바쁘다.

심지어는 자기 애제자를 한번 만나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물론 나는 거절했다. 베오덴이 말한 그 제자 역시 여주인공 중 하나임을 알기에 겸손하게 거절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단한 훈련은 병사들과 교관들의 입을 통해 소문처럼 퍼져 나갔고 잠시 후에는 하녀들이 이 일에 대해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후작의 귀에 이 말이 들어가는 것도 당연했다. 소문이 돌기 이전에 콜슨으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다음날에는 베오덴 역시 마탑으로 떠나기 전에 후작을 만나 레이튼에 대해 칭찬했다. 소문은 다 틀린거라며 어째서 그런 소문이 돈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벨과 리번의 귀에도 들어갔다.

리번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거나 철이 든 게 아니라 최근에 후작에게 새로 검술을 배우며 그냥 지쳐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벨은 아니었다.

벨은 레이튼이 앉은 그 자리가 자신의 자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새로 온 견습 기사들도 여성이니 자기가 더 어울리다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견습 기사 훈련소의 3주차가 막 시작된 그 날 아침 일찍.

벨이 훈련소를 찾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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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악당의 방식 5 +10 20.07.21 20,508 513 15쪽
19 악당의 방식 4 +11 20.07.21 20,655 510 14쪽
18 악당의 방식 3 +12 20.07.20 21,439 548 12쪽
17 악당의 방식 2 +19 20.07.18 21,837 576 18쪽
16 악당의 방식 1 +29 20.07.17 22,227 579 16쪽
15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8 +40 20.07.15 21,622 615 17쪽
»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7 +14 20.07.14 21,380 519 11쪽
13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6 +12 20.07.13 21,591 565 15쪽
12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5 +18 20.07.12 21,871 556 17쪽
11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4 +31 20.07.11 22,032 579 15쪽
10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3 +62 20.07.10 22,664 630 17쪽
9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2 +24 20.07.09 23,965 586 13쪽
8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1 +14 20.07.08 24,480 542 12쪽
7 대리 결투 2 +9 20.07.07 25,379 530 13쪽
6 대리 결투 1 +29 20.07.06 25,960 541 13쪽
5 발렌할의 망나니 4 +36 20.07.05 26,899 631 13쪽
4 발렌할의 망나니 3 +22 20.07.04 29,510 580 16쪽
3 발렌할의 망나니 2 +22 20.07.03 38,265 67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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