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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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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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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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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발렌할의 망나니 3

DUMMY

방으로 돌아온 뒤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염병할 뭔 짓거리인지 모르겠군.”

일단 욕부터 내뱉었다. 그리고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아픈 척 이라.’

벨과 리번 앞에서 한건 바로 능력이다.

능력이 발동하자 리번이 툭 친 부위가 부어올랐었다.

그러나 고통은 없다.

상처 부위를 만들 수 있으니 그야말로 리얼한 연기가 가능했다. 시뻘건 얼굴과 눈물. 과장된 몸짓은 연기였던 것이다.

즉, 가짜 상처. 가짜 부상을 만드는 것이다.

아픈 척 스킬. 바로 이런 거였다.

“아프신게 아니신 겁니까?”

다리아의 질문에 다리를 꼬고 자세를 바꿔 앉으려다 잘 안 꼬아지는 다리를 슬쩍 바라보고는 쯧, 하고 혀를 찼다.

그 다음에야 질문에 답해주었다.

“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물론 다리아가 물은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지만.

“도와줄 사람이시라면···.”

“지금부터 운동을 좀 해야겠는데 혼자 막 할 순 없으니까.”

“운동? 운동을 하신다고요?”

“쓸데없는 거에 놀라지 말고. 아무튼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하녀. 두명 정도만 붙여 줘.”

인상을 팍 쓰며 말하자 다리아가 다시 표정을 다잡았다. 그리고 잠깐 고민 후에 말했다.

“죄송하지만 하녀를 붙일 수 없습니다.”

“왜.”

“이런 말씀드리기 외람되지만, 스스로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아, 이런 젠장.”

떠올려보니 그렇다. 하녀를 한두 명 건드렸어야지. 이미 나한테는 후작 부인의 명령으로 하녀를 붙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면접관.

채용.

갑질.

해고.

이것들을 실험해 보려면 신입 하녀. 명백히 아랫 사람. 조금 잘못돼도 넘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스킬들을 한번 써 보며 제대로 알아보는데 좀 차질이 생긴다.

‘그러면 그냥 하녀들에게 조용히 실험해볼 수밖에 없나. 세상 개 같구먼.’

입맛을 다신다. 그리고 나는 미간을 꾹, 하고 눌렀다.

그때, 다리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지. 쟤도 하녀잖아?’

하녀. 아랫 사람. 레이튼으로 몸이 바뀐 영향인지 무의식중에 다리아에게는 윗사람으로써 이런 저런 지시를 못 내린다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전혀 아닌데.

물론 조금 잘못돼도 그냥 넘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설마 큰일이나 나겠는가 싶었다.

‘그럼 일단 면접관부터.’

스킬을 사용한다.


-면접관 : 대상의 이력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아주 친절하고 직관적이었다.


[다리아]

인간. 여. 42세.

발렌할 후작가 하녀.

현 발렌할 후작가 하녀장.

*채용할 수 없습니다.


이름. 성별. 나이.

그리고 경력.

눈 앞에 이력서 같은게 나타난 것이다.

여기도 학교는 있지만 초, 중, 고등학교 같은 개념은 아니다. 학교는 오직 귀족을 위한 장소이며 가르치는 것도 국영수 따위가 아니다.

그러니 경력 사항에 적힐만한 건 어느 학교를 나와 토익 점수가 몇점에 무슨 자격증을 가졌다 따위는 없다.

‘이런거로군.’

하지만 아래쪽에 채용할 수 없다는 글이 나타나 있다.

왜?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평범하게 생각해보면 이게 맞다.

‘뭣도 없는 레이튼보다야 하녀장이 더 위다 그건가?`

레이튼이 이 집에서 가지는 위치가 드러났다.

면접관 스킬로 경력 사항이야 볼 수 있지만, 진짜 채용하고 갑질하는 건 또 별개의 문제. 채용 자체가 아랫사람이라는 뜻인데 다리아가 나보다 위라면 당연히 채용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다리아에게 갑질이나 해고 같은 스킬은 써볼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지.’

기본적으로 채용한 부하 직원에게만 유효한 직업.

하는 수 없다. 나는 쓰게 웃으며 다리아에게 이만 나가라는 듯 손짓했다.



***



다리아를 돌려보낸 뒤,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하지 말란다고 얌전히 있을 나이는 지났다. 몸은 어려졌지만 머리는 전혀 아니다.

애초에 누구 말을 듣고 얌전히 있을 성격도 아니었다.

밖으로 나온다. 저택은 넓고 그만큼 하녀도 많으니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문을 닦는 하녀 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 그리고 너.”

내 지목에 하녀들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기는 하지만 몸은 경직되어 있다.

보는 순간 안다.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도 알고 있다.

‘시발.’

막말로 뭐 같은 상황이다. 나에게도. 하녀들에게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운동해야 되니까 준비해서 내 방으로 와.”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뭐?”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해두는데, 다리아한테 가서 이러니저러니 말하면 좋은 꼴 못 볼 줄 알아. 알겠어?”

“···예.”

뒷골목 양아치 같은 유치한 협박도 한번 해준다. 그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있자니 하녀 둘은 물수건과 옷 등을 준비해서 왔다.

그 둘을 끌고 운동을 하러 나갔다.

저택은 넓다. 넓은 집에 정원만 덜렁 있는게 아니라 건물 자체가 여러 개다.

정확하게는 성이 있고 그 주변으로 저택을 포함해 여러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당연히 그 건물들 중에는 운동. 체력단련을 할 수 있는 헬스장도 마련되어 있다.

물론 아무도 헬스장이라고 부르지는 않으며 당연히 귀한 귀족들이 여기서 운동하지도 않는다.

후작의 가족들은 따로 운동하는 곳이 있다. 연무장이라 부르며 이곳에서는 후작 포함 그 아들딸들. 그리고 기사들이 몸을 단련한다.

그러나 내가 향한 곳은 연무장이 아니라 저택을 지키는 병사들과 그 병사들이 머무는 숙소.

그 한쪽에 만들어진 운동장이었다.

이미 비번인 병사들이 몸을 단련하고 있다. 아무리 고증 내다버린 판타지라지만 TV 같은 편리한 물건이 있는 세계는 아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병사들이 쉬면서 하는 거라곤 운동. 그리고 허락받고 외출을 나가 술을 마시고 싸구려 여자를 안는 것 정도다.

좋은 시설 놔두고 여기로 온 이유는 세 개정도가 있다.

일단 첫 번째로 지금 저택의 연무장으로 가면 또 그 년놈들. 벨과 리번을 마주칠게 뻔하니까.

두 번째로는 꼴보기 싫은 몸 때문.

살찐 몸이 죽어도 싫었다. 카리스마 있는 악역을 연기했고 슬림하면서도 풍채 좋은 몸을 가졌었다.

살찐 몸은 정말 싫었다. 그러니 운동을 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바로 갑질하는 기업 회장의 스킬들을 확인하고 악명 레벨도 올릴 생각에서였다.

운동하는 병사들의 시선을 받으며 일단 하녀 둘과 함께 기구 근처에 자리 잡았다.

소설의 주인공 역시 첫 운동의 시작은 여기였다. 그리고 이곳의 병사들과 친하게 지냈다.

이 레이튼이라는 놈은 성격이 꼬아져 있으니 병사들도 처음에는 경계하지만 주인공이 몸에 들어와 성격이 바뀌고 병사들을 챙겨주니 다들 좋아라하는 것이다.

아무리 서자라도 후작가다. 명문이다. 나라의 왕도 레볼턴 발렌할 후작 앞에서는 존칭을 쓴다. 대단한 가문인 것이다.

그러니 레이튼이 꼬박꼬박 받는 용돈은 어마어마하다. 그걸 밖에 나가 술과 여자. 도박에다 써버려서 문제지만 이제 알맹이가 바뀌었으니 그 돈을 병사들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머니가 아픈 병사에게 바리바리 돈을 챙겨준다거나.

그리고 또 하나. 여기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이 있는데 바로 여주인공이다.

병사들에게 잘해주고 병사들이 주인공을 잘 따르니 병사들 숙소에서 일하는 하녀중 한명이 주인공에게 관심을 가지는데 이게 바로 첫 번째 여주인공이다.

살뜰하고, 이쁘고, 잘 챙겨주고, 심지어 귀족가도 아니고 그저 평민 집안의 평범한 하녀였지만 알고 보니 검에 소질이 있는 그 첫 번째 여주인공.

이름은 분명, 레나였나 그런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건 소설속 주인공 이야기. 과거를 뉘우치고 선행을 베풀러 온게 아니다. 그럴 생각이 없었다.

레나 뭐시긴가 하는 년과 잘 지내고픈 마음이 없다. 때려 죽여도 없다.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안된다.

여주인공? 미친 소리.

그 여주인공 지키려다 내가 죽는다. 여주인공이 아니라 목 조르는 마녀다.

소설의 마지막에 주인공이 그 많은 여주인공들을 지키려다 20대의 나이로 죽지 않던가.

‘어림도 없지. 암.’

운동 기구 앞에 자리잡으며 계획을 세운다. 당장은 운동이지만 엘린인가 하는 신이 짜 놓은 것처럼 흘러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가볍게 몸을 풀어준다. 몸이야 형편없지만 자기가 맡은 배역에 따라 몸을 바꾸는 것도 배우의 소양중 하나다.

이따위 몸은 치욕이었다. 이따위 몸은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후우.”

운동을 시작한다. 첫 시작은 당연히 유산소 운동. 즉, 달리기였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무거운 몸은 비명을 질러댔다.

“후욱! 훅!”

헉, 헉, 도 아니고 후욱! 하고 더운 숨이 목을 타고 혀 끝에서 맴돌다 벌어진 입으로 튀어나온다.

어찌나 몸이 무거운지 얼마 안 뛰었는데 온몸에 땀이 줄줄 흘렀다.

그러나 뛴다. 뛰고 또 뛴다.

한바퀴 돌고 나면 대기하던 하녀들에게 물을 받아 마시고 또 뛴다.

그렇게 운동장을 돌자 머리 역시 팽, 도는 것 같아 준비된 의자에 앉아 쉬었다.

“씨익! 씨익!”

화가 난게 아니라 숨소리다.

그렇게 앉아 숨이 좀 진정되고 나자 몸을 한번 더 풀어주고 곧바로 근력 운동을 시작한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무거운 몸을 지탱하기 위해 지방 안쪽에는 근육이 그래도 발달되어 있었다.

어쩌면 주인공 보정일수도 있고 썩어도 준치라고 소드 마스터인 후작의 영향일지도 모른다.

별의별 기구가 다 있다. 현대의 헬스장처럼 만듦새가 좋은건 아니지만 벤치 프레스부터 종류별 아령에 턱걸이 봉에 웬만큼 있을건 다 있었다.

심지어 나무와 쇠로 엮어 만든 스미스 머신까지.

‘그래, 이런 세계관이었지.’

중세를 기반으로 했지만 판타지다.

중세 판타지 정도가 아니라 완전 판타지.

고증 같은걸 굳이 생각하지 않고 만든 세계관.

애들 보는 소설 수준. 그 수준에 맞게 이게 여기 왜 있음? 고증 안지킴? 이라고 말하는게 바보인 세계.

중세시대에 헬스 머신이 어디 있겠냐고 들먹거려본들, 여기 눈 앞에 기름 먹이고 겉을 칠하고 마감한 나무와 통짜 쇠로 헬스 기구가 만들어져 있는데 누구에게 고증을 따질 것인가.

이 소설을 현실로 만들어 놓은 저 하늘 위에 있는 신?

어쨌든 운동을 시작한다. 트레이너에게 PT는 질리게 받아봤고 효과적인 운동이 뭔지도 알고 있다.

기구는 많으니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문제는 몸과 체력 뿐이다.

“후욱! 후웃! 훕!”

항문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고 코어에 힘을 주며 맨몸 운동을 시작. 숨 쉬는 것에 주의하며 다치지 않게. 동작 하나도 제대로.

아까 뛰면서 그렇게 땀을 쏟았는데 또 그만큼의 땀이 줄줄 흐른다.

그리고 이 진귀한 광경.

살 덩어리에 망나니에 성격 파탄자인 서자의 운동.

그것도 한번도 보지 못한 특이한 운동법에 병사들이 하던 것을 멈추고 슬금슬금 구경하기 시작했다.

“지금, 운동하는 거야?”

“발렌할의 망나니가?”

“10분 하고 내 뛸 줄 알았는데.”

“저게 무슨 운동이지?”

운동하는 표정은 꽤나 진지했다. 후욱, 후욱! 하고 정자세를 유지하며 운동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 충분했다.

흔들리는 살만 없으면.

그래도 운동을 하는게 기특한 일이다. 병사들 사이에서는 벌써 이런말이 나오고 있었다.

“역시 발렌할의 피가 다른데 갈 리가 없지.”

“너 신참이지? 그런소리 하는거 보니 신참이네. 아니면 귀가 먹었거나.”

“저거 오늘 하고 안할거 같은데.”

“글쎄. 표정은 전혀 아닌데?”

“내기할래? 나는 오늘 끝난다에 건다.”

“아니, 내일도 나올거야. 내가 알지.”

“웃기시네. 내일도 나오긴 개뿔이.”

“나는 삼일안에 끝난다고 보는데.”

“쉬어가는 여행자들에서 거하게 쏘기 어때?”

“좋지.”

“크크, 좋다. 지금 건다 기다려라.”

쉬어가는 여행자들. 병사들의 영원한 친구인 시내의 술집이었다.

병사들이 소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나는 스쿼트 자세를 풀며 병사들에게 말했다.

“마. 거기 조용히 해.”

낮지만 힘있는 목소리. 그러자 병사들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그때, 저 멀리서 다리아가 다가오는게 보였다.

그녀가 여기에 오는 이유는 하나다. 내가 무단으로 하녀 둘을 데리고 갔기 때문이다.

“여기 계셨군요.”

다리아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내는 하녀 둘. 그리고 나는 운동을 멈추고 상황을 정리했다.

“하녀들한테 아무런 짓도 안했어. 앞으로 뭔가 하지도 않을거고.”

“하지만.”

“만약 내가 오늘 저 하녀들을 건드리면 성을 간다.”

“성을 가신다니요?”

“발렌할이라는 이름 내 버리겠다고.”

이 말에 다리아는 뭔가 고뇌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막나가도 발렌할이라는 성을 버리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간의 행적을 보면 미심쩍은 정도가 아니라 당장 하녀들 데리고 돌아가야 하겠지만 이번에는 뭔가, 좀 다른게 느껴졌다.

“정말이십니까?”

다리아의 말에 얼굴에 짙은 음영이 지기 시작하는 하녀들. 그중 한명은 작게 도리질까지 쳤다.

그러나 나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안 건드려. 욕도 안해. 아무 짓 안하니까 그냥 두고 가.”

제발 날 좀 믿어 달라는 것처럼,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간곡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냥 당연히 그렇게 할 것처럼 말하고 나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리아는 하녀들을 잠깐 바라본 뒤 말했다.

“그럼, 알겠습니다.”

하녀들의 표정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러나 다리아 역시 바쁜 사람이라 그 말만 남기고는 돌아가 버렸고 나 역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후우.”

한세트를 끝낸다.

“타월.”

커다란 타월이 조심스레 건네진다. 그걸로 땀을 닦은 뒤, 툭 던지듯 넘겨주고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그렇게 무려 3시간. 몸이 무거우니 종종 쉬는 시간을 가져가며 운동한지 무려 3시간이 지났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이제 방에 돌아가 그냥 쉴 생각이었다.

물론 생각 없이 쉴 게 아니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소설의 내용을 떠올려 보며 생각나는 대로 한번 계획을 잡아볼 생각이었다.

여기는 평화로운 세계가 아니다. 인간이 차지한 땅은 극히 일부. 그리고 온 사방에 도사린 위협을 제거하는 것은 주인공의 몫.

게다가 주어진 직업들이 개떡 같으니 철저한 계획이 필요했다.

“수고들 했어.”

땀으로 샤워를 한 얼굴로 하녀들에게 말했다.

그리고는 바닥에 놔두었던 가죽 주머니에서 금화를 하나씩 꺼내 튕겨 주었다.

‘팅~’

청명한 소리를 내며 날아든 금화를 하녀들이 두 손으로 겨우 받았다. 그리고는 놀란 얼굴로 바라본다.

“이제 가 봐.”

하녀들에게 뭔가 추가로 더 요구하지 않았다.

금화는 큰 돈이다. 무려 두달을 모아야 한다. 후작가는 하녀들에 대한 대우가 꽤 좋아서 월급을 짭짤하게 주는데도 두달을 모아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오늘 하루, 두달치 월급을 받았다.

그것도 3시간 서 있다가 타월 주고 물 주고 했다는 것으로.

“뭘 서 있어. 빨리 가.”

혹여 또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게 아닌가 싶어 서 있는 하녀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냥 먼저 가버렸다.

안 건드린다. 하녀들을 건드려서 뭐하겠는가.

물론 악명 레벨을 올린다는 개념으로 보면 하녀들을 잡아가 그냥 막 갖다 쓰고 옷도 벗겨 보겠다만 그건 오히려 내 운신을 방해하는 행위일 뿐이다.

일단 오늘은 이걸로 끝이다. 그냥 돌아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복도를 스쳐 지나가던 레볼턴 후작이 창문으로 슬쩍 바라보았으나 1초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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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악당의 방식 2 +19 20.07.18 21,831 576 18쪽
16 악당의 방식 1 +29 20.07.17 22,218 579 16쪽
15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8 +40 20.07.15 21,614 615 17쪽
14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7 +14 20.07.14 21,371 519 11쪽
13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6 +12 20.07.13 21,583 565 15쪽
12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5 +18 20.07.12 21,863 55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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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3 +62 20.07.10 22,656 63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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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1 +14 20.07.08 24,473 5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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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발렌할의 망나니 4 +36 20.07.05 26,891 631 13쪽
» 발렌할의 망나니 3 +22 20.07.04 29,497 580 16쪽
3 발렌할의 망나니 2 +22 20.07.03 38,253 67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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