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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 님의 서재입니다.

악역 레벨 9999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크랭크
작품등록일 :
2020.07.01 16:04
최근연재일 :
2020.11.27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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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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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발렌할의 망나니 2

DUMMY

눈앞에 나타나는 설명.

“···???”

뭘 잘못 봤지 싶었다.

아니, 아니다. 침착하자.

침착하자!

순간 뇌가 파워 터진 컴퓨터 마냥 암전을 일으킬 뻔 했지만 괜찮다.

손끝이 가늘게 떨리지만 침착해야 한다.

상태창을 확인한다. 일단 이게 급선무다.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알아야 한다.

조금 떨리는 손끝을 움직여 눈앞의 화면을 조작해 상태창을 확인해본다.


[갑질하는 재벌 2세]

-면접관 : 대상의 이력을 확인합니다.

-채용 : 이력을 확인한 대상을 채용합니다.

-갑질 : 부하 직원에게 갑질을 시전합니다.

-해고 : 부하 직원을 해고합니다.

-아픈 척 : 위기 상황을 아픈척으로 모면할 수 있습니다.


침착하자!

“아니, 안 괜찮아.”

그리고 나는 실수를 인정함과 동시에,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몸을 느꼈다.

지금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란 말인가.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접니다.”

고개를 돌린다. 똑, 똑, 하고 노크 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다시 들어오겠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목소리가 누구인지 안다. 여긴 귀족 집안이니 당연히 하녀들이 있고 지금의 목소리는 그 하녀들의 총괄하는 장. 하녀장이다.

당장 서서 몸을 비추는 거울을 봐도 그렇다. 잡티 하나 없이 반질하게 닦인 거울은 파리도 미끄러질 정도로 닦여 있었고 주변에는 치밀하게 장식된 나무와 보석이 반짝거린다.

아까 일어났던 침대는 3명은 거뜬히 누울 수 있을 정도로 넓었고 구비된 탁자와 책장. 장식용 검과 갑옷들. 뭐 어느 하나 고급품이 아닌게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리텐 왕국의 검술 명가. 발렌할 후작가의 저택이기 때문에.

이런 명문가에서 태어났음에도 호부견자를 넘어서 그 아래의 무언가인 주인공의 이름은 ‘레이튼 발렌할’.

소설 속 주인공이 환생한 바로 그 몸.

그리고 지금은 내 몸.

참으로 볼품없는 몸이다. 이런 몸이 운동하고 살 뺐다고 그렇게 잘생긴 남자가 되는 것도 결국 소설이기에 가능하지 현실 같았으면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원장에게 현금 5만원권을 다발로 바리바리 싸들고 가도 고개 흔들 그런 몸이다.

레이튼이라는 놈은 성격도 개차반이라 이 저택의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 딱 자기가 가진 몸처럼 너덜거리는 인성의 소유자.

그렇기에 하녀들도 레이튼를 깔본다. 물론 뒤에서.

젊은 하녀들은 레이튼을 싫어하고 레이튼은 그 하녀들에게 손을 댄다.

그러니 개차반 같은 레이튼을 일반 하녀도 아닌 하녀장이 직접 맡아 돌보고 있고 레이튼은 하녀장을 무서워한다는 그런 내용.

그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들어가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하녀장, 다리아가 들어온다.

나이는 40대지만 잘 관리하면 30대 초로 보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인물.

조용태는 재빨리 거울 옆의 가운을 걸쳤고 동시에 들어선 다리아가 안경을 추켜세우며 말했다.

“오늘은 옷을 입고 계시는군요. 잘하셨습니다.”

‘이런 미친.’

다시 한 번 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리고 다리아는 흐트러진 침대를 정리하고 주변의 어지러진 것들도 지극히 사무적인 자세로 정리했다.

그리고 그녀가 뒤돌아섰을 때, 조용태는 이미 옷을 다 입은 뒤였다.

“음.”

옷을 입었는데 다리아의 눈에 놀랐다는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그걸 알 수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상대의 기분을 알 수 있는 게 바로 배우다. 감정 연기로만 수십년을 살았으니 모를 수가 없다.

저건 놀라움이다. 그것도 아주 솔직한. 뭐에 대한 놀라움이냐면 옷을 입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오늘의 일정에 관한 것.

“식사는 늘 하시던 대로 갖다 드리겠습니다.”

레이튼은 방에서 밥을 먹는다. 널찍한 저택에 널찍한 식당이 있음에도.

이유인 즉, 아버지인 레볼턴 후작을 무서워 하는 데다가 형제자매들과도 만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질문에 답해주기 전의 짧은 시간 동안 어떻게든 머리를 돌렸다.

‘소설 속에서는 여기서 밖으로 나간다.’

이 시점에서 레이튼 발렌할은 다른 사람이다. 열심히 살려는 주인공이다.

첫 결심은 운동해 살을 빼는 것. 그리고 직업은 검사로 선택했기에 그 무거운 몸으로도 검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기염을 토한다.

이제 현실을 보자.

‘살은 빼야 한다. 이러다가는 고혈압에 협심증으로 내가 먼저 죽을 테니.’

살은 빼야 한다.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직업.


[갑질하는 재벌 2세]


이미 선택했다. 뒤로 무를수는 없다. 그러니 일단 이걸로 어떻게든 스토리를 진행 시켜야 한다.

후작가에서의 이야기를 끝내고 다음 스토리로 넘어가면 그때 원래 선택해야 했던 마공을 익힌 사악한 무림인을 선택해야 한다.

‘아직 소설 초반부다. 스토리를 어느 정도는 진행시켜야 한다.’

죽기 싫으면 여기서 한량, 백수, 망나니 마냥 이러고 있을 수 없다.

일단 지금 당장의 방향은 정해졌다. 살을 빼야 한다.

그러니 레이튼 발렌할로써 다리아에게 말했다.

“아니, 나가서 먹지.”

“그럼 갖다 드릴··· 예?”

“나가서 먹지.”

“나가··· 신다구요?”

저놈의 표정. 되도 않는 일에 놀라는 저 표정.

갑자기 기분이 확 나빠졌다.

이건 다리아의 잘못이 아니다. 애초에 상황 자체가 비상식적이니까.

게다가 소설속에서 주인공은 나가서 먹지, 라고 명령조로 짧게 말하지 않는다.

“이제 나가서 먹겠습니다.” 라고 제대로 정중하게 말한다. 예의 바른 주인공이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몸이야 어리지만 정신은 아니다. 어른이다. 성공한 사회의 엘리트다.

하녀장이라도 어쨌든 아랫사람.

여긴 계급 사회다. 귀족이 있고 시민이 있고 천민이 있고 노예가 있다.

이게 당연한 거다. 당연히 반말이다.

“나가서 먹는다고.”

통보하듯 짜증을 조금 섞어 다시 한 번 말한다.

그리고 나. 이제는 조용태보다 레이튼이라는 이름을 써야 하는 나는 더 내밀 것도 없는 배를 앞으로 쑥 내밀고, 뒷짐을 지고는 팔자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



사람마다 하는 일이 다르고 일정도 다르지만 후작가의 아침, 이 순간만큼은 같은 일정이 시작된다.

식사시간. 길다란 식탁 위에 음식들이 놓여져 있고 상석에 레볼턴 발렌할 후작이. 맞은편에 마리나 발렌할 후작 부인이 자리 잡는다.

양 사이드로 장남 레컨 발렌할. 차녀 벨 발렌할. 3남 리번 발렌할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조용태. 아니, 이제는 바뀌어 버린 자신의 이름에 익숙해져야 하는 나 역시 앉아 있었다.

리텐 왕국 검술 명가, 발렌할 후작가.

오직 검 하나로만 일으킨 가문. 레볼턴 후작은 대륙에 겨우 5명뿐인 소드 마스터이며 그의 아버지도 소드마스터였다.

무려 한 가문이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2대에 걸쳐 소드마스터를 배출한 걸출할 집안. 게다가 그 자식들도 전부 출중한 검술 실력을 가졌으니 그야말로 왕국의 자랑이요 상징이었다.

나 빼고.

식사는 조용히 시작된다. 그 누구도 정말 오랜만에 식탁에 앉은 막내에게 뭔가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시선은 오가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차녀인 벨과 3남인 리번. 둘의 눈이 번쩍였다.

나 역시 날 향하는 시선을 알고 있었다.

‘감히 너 따위 놈이 어디 건방지게 합석을 하느냐’

‘흥, 뚱뚱한게 성질도 더럽다지. 하녀들도 널 보면 구토를 하는 건 알아?’

실제 소설에 나온 대사들이다.

일단은 아버지라고 있는 레볼턴 발렌할 후작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무뚝뚝한 자다.

목석을 깎아 만들어도 저것보다는 표정이 다양할게 분명한 레볼턴 후작과 끼리끼리 만난다고 마찬가지로 조용한 마리나 후작 부인 역시 나와 뭔가 크게 마찰이 있는 건 아니다.

장남인 레컨 발렌할의 경우도 지 아비를 똑 닮아 무뚝뚝하기가 말할 데가 없다.

문제는 지금도 바쁘게 서로 눈빛을 교환하는 저 두 년놈들.

벨 발렌할과 리번 발렌할이다.

분명 저것들은 식사 후에 시비를 걸어올 것이다. 그게 스토리니까. 거기서 주인공은 그냥 참아내고 인내한다. 얼굴에 침을 맞으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어째서 이따위 일이 일어나는가.

말하자면 이 레이튼이라는 놈은 서자다. 레볼턴 후작이 20년 전의 전쟁에서 리텐 왕국의 적국인 발론 왕국의 여기사 하나를 포로로 잡았다. 거기서 드라마틱한 하룻밤으로 얻은 아이가 바로 레이튼이다.

하지만 서로 나라도 다르며 심지어 전쟁 중. 결국 발론 왕국은 멸망.

게다가 후작은 이미 결혼한 상태였고 본국에 자식도 있는 상황.

그 후에 포로 수용소에서 그 여기사를 다시 만났고 다 죽어가던 여기사가 겨우 지켜낸 아이를 후작에게 맡긴다.

이게 레이튼의 과거사다. 소설에서 짤막하게 다룬다.

아침 막장 드라마 같은 설정. 이런 출신 배경 때문에 주인공은 얼굴에 침을 맞으면서도 이 모든걸 감내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 불쾌할 뿐이었다. 소설속의 주인공처럼 감내하고 인내할 자신이 없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도 불쾌했다.

곧 얼굴에 침 맞게 생겼는데 안 불쾌할 리가 없지 않은가.

‘원래는 검 실력으로 찍어 눌렀지.’

주인공은 첫 직업으로 검사를 선택한다.

그러나 직업 선택 사항에 검사란 직업은 없다.

주인공이 첫 에피소드에서 원래 선택했을 검사는 없는 상황.

‘즉, 눈 앞의 저 두 년놈의 코를 검 같은 거로 짓눌러줄 수단 따위는 없다, 이건가? 그냥 얼굴에 침 맞고 두들겨 맞은 뒤에 어쩔 수 없지, 라며 방으로 돌아가 받아들이고 분을 삭히라고?’

앞으로 벌어질 일이다.

‘내가? 저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한테?’

아니, 그럴 순 없다. 저 한참이나 어린 것들이 그따위 개짓을 하게 놔둘 순 없다.

신이 준 능력은 인생이다. 긴 인생동안 맡았던 배역들이며 그들의 능력이다.

그 능력을 직업과 스킬로써 만들어주었다.

여기까지는 이해하고 있었다.

눈앞에 나타난 게임 화면 같은 것들이 자신에게만 보이며, 이걸 게임처럼 선택하고 사용할 수 있다.

무력으로 안 되면 윗사람의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 권력자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세상을 편하게 사는 방법중 하나는 권력자와의 타협이다. 힘 있는 자의 그늘 아래처럼 아늑한 곳은 없다.

저 멀리, 아들딸들에게 시선 한번 안 주고 조용히 고기를 써는 후작을 바라보았다.

일단, 이 몸뚱아리의 아버지지만 아버지라는 생각은 전혀 안든다. 동년배면 모를까.

‘어쩔 수 없다.’

검사라는 직업을 선택 못 했으니 어쩌겠는가.

이 저택에서 후작의 말은 절대적이다. 무뚝뚝하고 자기 외에 관심 없는, 그야말로 앞만 보고 가는 인물.

보수적인 수준이 아니라 무식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직선 일로. 마누라도 딱, 지한테 어울리는 바위 같은 여자로 얻었다.

저 둘은 침대에서도 차렷, 열중 쉬어 자세로 누워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 애를 가진게 용할 정도로.

어쨌든 이용해야 한다. 당분간은 후작의 권력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신이 준 능력이란 꽤나 편리해서 습득과 동시에 어떤 것들인지 알 수 있었다.

면접관.

이건 대상을 지정하고 사용할시 그 사람의 이력서가 나타난다. 이름. 나이. 직업. 그리고 경력.

채용.

면접관으로 확인한 대상을 채용한다. 월급은 안 줘도 된다. 단, 나보다 높은 계급. 그리고 어딘가 소속된 사람은 채용할 수 없다.

갑질.

채용된 사람에게 갑질할 수 있다. 혀로 발을 핥으라 하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단, 행동을 강제할 경우 그 대상은 자신의 행동이 합리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즉, 행동을 강제할수 있지만 기분이나 마음. 생각 같은건 강제할수 없다는 뜻.

해고.

간단하다. 선출한 부하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다.

아픈 척.

가짜 상처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재벌들이 뭔 일만 터지면 휠체어에 쳐 앉고 없던 지병이 도져서 병원에 틀어 박히는 바로 그거다.

능력들은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레볼턴 후작과 그 주변을 살펴보며, 이제 이것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



여러 의미로 숨 막히는 식사가 끝나고 다시 각자의 일을 하러 돌아간다.

후작은 업무를 보러 간다.

장남은 후작을 따라간다.

후작 부인은 하녀들과 함께 돌아간다.

남은 하녀들은 식기를 치운다.

그리고 차녀. 벨 발렌할. 3남 리번 발렌할은 눈엣가시같은, 역겹고 쓰레기같은, 쳐다보기도 짜증나는 서자.

레이튼 발렌할을 괴롭히러 갔다.

아니, 벌써 괴롭히고 있었다.

“감히 너 따위 놈이 어디 건방지게 합석을 하느냐.”

“흥, 뚱뚱한게 성질도 더럽다지. 하녀들도 널 보면 구토를 하는 건 알아?”

‘시발.’

고양이 앞의 쥐도 아니고 거의 벌레같은 처참한 기분.

“식사하는 내내 중얼거리지를 않나. 게다가 그 이상한 손동작 하며. 반은 역겨운 노예의 피라도 반은 아닐 텐데. 아니, 깨끗한 물도 흙탕물에 들어가면 더러워지게 마련이니, 딱 그런건가?”

벨의 말이다. 저게 과연 20살 여성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싶다.

싸가지 없는 년! 게다가 그 옆의 리번 발렌할. 저 시발놈은 벌써 침을 모으고 있었다.

‘요즘 애들이 더 무섭다더니. 여기는 소년법도 없나?’

성인 남성도 교복입은 것들은 안 건드린다고 한다. 교복만 입으면 눈에 뵈는 게 없어서.

“벙어리인가? 뭐라도 말이라도 해라, 응?”

입에 슬슬 침을 모으며 리번이 내 정강이를 찼다.

쪼인트를 깐 거지만 그리 힘이 실려있지는 않았다. 건드리기도 싫다는 듯, 겉에 입은 옷자락만 툭, 건드렸다.

애초에 쪼인트라고 부르기도 뭣하다.

‘빠악!’

그와 동시에 리번의 머리가 뒤로 휙, 젖혀졌다.

갈겼다.

안면을 쳤다. 주먹으로 정확하게.

살이 출렁거리는 몸이지만 중량은 있기에 꽤 제대로 맞은건지 리번의 코에서 피가 주륵, 흘렀다.

침묵이 이어진다. 리번은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벨 역시 어떻게 뭘 하지 못했다.

주먹을 맞았다는 상황 자체를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나는 오른손목을 한번 털어준 뒤.

“으아아아아! 아이고!”

비명과 함께 엎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

이제야 반응하는 벨. 그리고 코피를 닦으며 뒤로 한걸음 물러선 리번.

그리고 복도에 울리는 고통에 찬 신음소리.

“끄흐으으으으으!”

몸을 가늘게 떨자 붙어 있는 살들이 출렁인다. 얼굴은 활화산처럼 시뻘게졌고 두 손으로 정강이를 붙잡고 뒹군다.

“아흐으으으! 끄으윽!”

심상치 않은 신음에 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는 이 사태를 만든 동생. 리번을 책망하기 시작했다

“야, 어떻게 된거야?”

“어? 아니?”

“뭘 어떻게 친 거야? 저거 왜 저러냐구?”

한 대 맞고 코피를 흘리고 있지만 분노할 시간도 없이, 리번은 벨의 질문에 답했다.

“아, 아니. 아니야. 안 쳤어! 저놈이 날 쳤다고!”

“안쳤다고?”

“저거! 저거 아픈 척 하는거야!”

“아픈 척이라고?”

벨과 리번의 눈이 바닥에서 나부끼는 레이튼에게 향했다.

그러나 아픈척이 아닌 것 같다.

저 얼굴. 앙다문 입에서 침이 흐르고 시뻘개져서는 몸을 달달 떠는데 도저히 아픈 척이라고 보이지 않았다.

벨의 얼굴이 더더욱 하얗게 떴다.

“야, 이거··· 부러진 거 아냐?”

“그, 그럴 리가?”

“후, 후작님 말씀 못 들었어? 마나를 익힌자가, 그렇지 않은 자를 공격하고 부상입히면. 그것도 적도 아니고···.”

벨의 말에 리번의 얼굴 역시 허옇게 질리기 시작한다.

레이튼이 아픈건 상관 없다.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마나를 익힌자가 그렇지 않은자를 공격해 부상 입혔다.

아무리 싫어도 적이 아니고, 정식 대련도 아니며, 어쨌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다.

뭐가 됐든 동생인 것이다.

기사의 길을 걷는자가 그것도 마나를 익히지 않은 동생을. 연무장도 아닌 저택 복도에서 뼈를 부러뜨렸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후작이라 존칭할 정도로 엄격한 집안인데?

“아, 아니야. 난 안 건드렸어!”

“그럼 저건 뭔데!”

“저, 저놈이? 야! 너 안 아프잖아!”

다급해진 리번이 손을 뻗어 레이튼의 멱살을 쥐고 잡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끌어 올려진 나는 냅다 비명을 질렀다.

“끄흐으악!”

“어허어억?”

단두대 앞의 사형수도 안지를 비명에 리번의 손이 풀리며 나는 다시 바닥에 엎어졌다.

그때, 저기서 소란을 듣고 하녀들이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하녀장 다리아와 그녀가 대동한 하녀 둘.

다리아의 눈에 비친 광경.

바닥에 나뒹구는 레이튼. 그 앞에 엉거주춤 서 있는 벨과 코피를 흘리고 있는 리번.

상황은 명백하다. 그리고 벨과 리번 역시 아무리 계급차가 있어도 하녀장인 다리아에게 함부로 할수 없었다.

하녀장 다리아는 어머니이자 후작 부인인 마리나의 직속이었으며, 아주 어릴때부터 후작을 모셔온 사람이었기에 후작 역시 하녀장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이건···.”

“그러니까···.”

그리고 다리아는 속으로만 작게 한숨을 쉬고 빠르게 상황을 수습했다.

“벨과 리번 도련님을 모셔라.”

대동한 하녀에게 지시한다.

“···.”

더 할말 없다. 벨과 리번은 곧 떨어질 후작의 불호령을 떠올리며 하녀들과 마른침을 삼키며 돌아갔고 다리아는 바닥에 누워 뒹구는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실눈으로 저 멀리,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 버린 벨과 리번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벌떡. 아니 벌떡 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일어섰다.

마치 언제 아팠냐는 듯이.

“엇?”

다리아가 깜짝 놀랐다.

“도련님?”

그리고 나는 혼신의 눈물 연기로 인해 흘러내린 눈물과 땀을 대충 닦아내며 말했다.

“잠깐 나 좀 보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2

  • 작성자
    Lv.30 [탈퇴계정]
    작성일
    20.08.12 19:12
    No. 1

    재벌 2세는 버프력 좋음. 혼자 다 굴리고 ㅋㅋ

    찬성: 6 | 반대: 1

  • 작성자
    Lv.88 k5263
    작성일
    20.09.06 11:09
    No. 2

    나가서 먹지 라고 하지않고 예의바르게 말한다는건 다리아가 놀란거랑 아무 상관없지 않나. 원래 망나니캐릭터였고 이제 막 빙의했으면 망나니처럼 대답하는건 당연한것일텐데. 게다가 부터 문장을 좀 들어내야하지 않을까요?

    찬성: 3 | 반대: 23

  • 작성자
    Lv.32 풀두루미
    작성일
    20.09.06 12:11
    No. 3

    어떻게든 활용하네ㅋㅋㅋㅋ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29 Karlifar
    작성일
    20.09.06 16:30
    No. 4

    와 존나 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2

  • 작성자
    Lv.13 K194728
    작성일
    20.09.06 20:25
    No. 5

    진짜 너무 재밌습니다

    찬성: 1 | 반대: 2

  • 작성자
    Lv.13 K194728
    작성일
    20.09.06 20:26
    No. 6

    와 추천글 보고왔는데 이런소설 첨인데 진짜 미칠거같네요 재밌어서

    찬성: 3 | 반대: 5

  • 작성자
    Lv.33 서문택
    작성일
    20.09.07 14:26
    No. 7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09.07 22:45
    No. 8
  • 작성자
    Personacon 양마루
    작성일
    20.09.08 14:38
    No. 9
  • 작성자
    Lv.58 ThinkTan..
    작성일
    20.09.08 17:06
    No. 10

    아픈척 ㅋㅋㅋ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2 에카젠
    작성일
    20.09.08 21:40
    No. 11

    ㅋㄲㅋㅋ 아픈척하는게 더 추한거 같은데?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8 혜음
    작성일
    20.09.09 10:56
    No. 12

    두번째 댓글분은 글을 제대로 안읽은거같은데.

    소설속 주인공은 예의바르게 말했지만 자긴 그냥 반말했다는거잖아요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45 (무기명)
    작성일
    20.09.10 14:44
    No. 13

    하녀장 역겹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백수귀리죽
    작성일
    20.09.11 14:38
    No. 14

    독자가 뭔 왕이라도 되는줄아나 문장을 들어내라 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인문학과 지도교수세요? 진짜 역겹네

    찬성: 13 | 반대: 6

  • 작성자
    Lv.88 k5263
    작성일
    20.09.16 13:36
    No. 15

    이와별//내가 강하게 주장한것도 아니고 이렇지 않을까요? 이렇게 이야기했고. 욕 한것도 아니고;; 의견 내는것도 못하나ㅋㅋ 내가 무슨 왕, 교수 이런 말 들을 정도로 심한 말 했나 당황스럽네. 작가님은 공개적으로 자기의 생각이 담긴 글을 썼고. 나는 나름의 생각을 댓글로 썼지만. 내가 실수한거고. 이게 다인데 무슨... 별 이상한 놈을 다보겠네

    찬성: 2 | 반대: 6

  • 작성자
    Lv.99 도수부
    작성일
    20.09.19 17:59
    No. 16

    건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相信我
    작성일
    20.09.22 10:17
    No. 17

    장남 차녀 삼남..? 주인공이 넷째구요? 단어를 잘못 쓰시는거 같습니다. 남매가 서열을 같이 먹지 않습니다. 이 경우 장남 장녀 차남이 맞습니다.
    '장남' 의 뜻 자체가 둘 이상의 "아들들" 중 첫째 아들이란 뜻이고, '장녀'는 둘 이상의"'딸들" 중에 첫째딸이란 뜻입니다. 국립국어원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벌꿀돼지
    작성일
    20.09.30 19:35
    No. 18

    침대 위에서 차렷 열중쉬엇 뻘하게 웃기네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5 내눈에티끌
    작성일
    20.10.03 15:59
    No. 19

    "벨과 리번 도련님을 모셔라." 라는 대사는 이상하지 않나요? 벨은 여자로 알고 있는데 도련님으로 뭉뚱그리는 것도 이상하고, 하녀장이 모시는 아가씨와 도련님을 호칭하는데 뭉뚱그려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호칭을 각각 붙여야하지 않나요?

    찬성: 1 | 반대: 6

  • 작성자
    Lv.77 매력학과
    작성일
    20.10.12 03:49
    No. 20
  • 작성자
    Lv.45 고양이와
    작성일
    20.10.14 13:56
    No. 21

    느낌 좋은데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jm******
    작성일
    21.09.12 17:47
    No. 22

    맞음 근데 왜 싫어요가 많은지.. 국어 다 안배웠나 자기 국어실력이 드러날까봐 싫튀한거임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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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악당의 방식 2 +19 20.07.18 21,837 576 18쪽
16 악당의 방식 1 +29 20.07.17 22,227 579 16쪽
15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8 +40 20.07.15 21,622 615 17쪽
14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7 +14 20.07.14 21,380 519 11쪽
13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6 +12 20.07.13 21,591 565 15쪽
12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5 +18 20.07.12 21,871 556 17쪽
11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4 +31 20.07.11 22,032 579 15쪽
10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3 +62 20.07.10 22,664 630 17쪽
9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2 +24 20.07.09 23,965 586 13쪽
8 저기서 짬 냄새가 난다 1 +14 20.07.08 24,480 542 12쪽
7 대리 결투 2 +9 20.07.07 25,380 530 13쪽
6 대리 결투 1 +29 20.07.06 25,960 541 13쪽
5 발렌할의 망나니 4 +36 20.07.05 26,899 631 13쪽
4 발렌할의 망나니 3 +22 20.07.04 29,510 580 16쪽
» 발렌할의 망나니 2 +22 20.07.03 38,266 671 18쪽
2 발렌할의 망나니 1 +61 20.07.02 47,288 763 13쪽
1 프롤로그 +75 20.07.01 69,228 76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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