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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국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씹어먹는 특전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나의천국
작품등록일 :
2023.12.11 05:56
최근연재일 :
2024.01.02 11:2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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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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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8,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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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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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

DUMMY

풍압 받으며, 내 입에선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으이이이익?!!!”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죽어서 이곳으로 오게된 사인(死因)이 낙상사였으니까.


나는 지금, 그 높이가 무색할 정도의-

저 아드막한 아래로 추락하고 있는 거였다.


...


아니! 씨발!

농담이지, 이거?


나는 아찔한 기분 속에서 다급하게 외쳤다.


“야야! 야야야! 이거 떨어져?! 뭐 잘못됐어! 어???”


팔을 휘저어보지만 잡히는게 없었다.

무혼을 바라보자 그 역시 낙하하는 것은 마찬가지.


다만 차이가 있다면 그 표정과 그 자세다.

그는 서있던 자세 그대로,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낙하하고 있었다.


난 이 실감나는 낙하를 느끼며 말했다.


“이, 이거, 떨어진다고 죽고 그러는 건 아닌거지?”

“무슨 헛소리냐··· 마음이 죽으면 몸도 죽는 것.”

"뭐... 뭐 인마?"

"당연한 거 아닌가."


와.

표정 하나 안바꾸며 저런 개소리를?


나한테는 분명, 심법인가 뭔가를 가르쳐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다짜고짜 이런 추락이라니.

이게 무슨, 담력 테스트 같은 건가?


무혼은 미친듯이 나부끼는 머리카락 속에서 다시 물어왔다.


“그런데, 강공자.”

“...어?”

“너는 지금, 왜 떨어지고 있는 것이냐?”

“뭐엇?”


그 순간, 뒤통수에 무언가가 닿았다.


퍼어어어억-!!!!!!!!


그 장대한 소리와 충격에 머리통이 터져버린 줄 알았다.

내 목은 수수깡처럼 꺽여버렸다.


처퍼어어어어어어엉-!!!!!


물소리였다.


눈 앞으로는, 거대한 물보라가 솟구쳐 올랐고, 차가운 물이 옷속으로 파고들었다.

아마도 바다 위로 낙하해버린 듯 했다.


까마득한 높이까지 솟구친 물보라.

그것은 다시 거대한 물알갱이가 되어 나를 강타했다.


“커허어어억-!”


복부를 강타한 물의 압력에, 입 밖으로 피가 튀었다. 벌어진 입으로는 다시 짠 바닷물이 덮쳐들었다.


격렬한 기침이 새어나놨다.


“컬록- 콜록-!”


피가 섞인 기침이었다.

그리고 그 기침소리는 수면 아래로 잠겨들었다. 입에선 기침소리 대신 무수한 물거품이 튀어나갔다.


그 새하얀 물거품 너머에서, 여전히 곧게 서있는 무혼이 말했다.


“너는 지금, 왜 바다에 빠진 것이냐?”


야이, 씨발!

니가 빠뜨렸잖아!


“고로, 고로! 고로 고로로로로!”


입을 뻐끔거려보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짠 바닷물이 들어올 뿐.


“골록- 골록!!!”


숨이 막힌다.

짠물을 들이마신 폐가, 미친듯이 산소를 요구한다.


그리고 무혼은, 그런 나를 빤히 들여다보며 말했다.


“마음을 곧게하고 오감 이전의 것을 들여다봐라.”

“골로록! 고고고고고로로로록!!!”

“집중해라! 주변이 아니라, 내가 아니라, 너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다.”


하다못해, 군인에게 훈련을 시킬때도, 예고라는 걸 한다.

그런데 이 미친 자식은 내게 이런 짓을 하면서도 그 어떤 경고도 해주지 않았다.


나는 쌍욕을 내뱉었다.


“고로로로로록!!! 고고로로로로록!!!”

“침착하고, 너를 떠올리는 거다!”

“고로록!!! 고고로록!!!”

“강공자, 넌 어디에 있었나? 주변은 어떠했나? 누구랑 뭘 하고 있었나?”


씨발. 나는 지금 죽을 것 같은데.

저렇게 뻔뻔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는 녀석을 견디기 힘들다.


“야이, 개새끼야! 네가 심법인지 뭔지 가르쳐 준댔잖아!”


다음 순간, 나는 안매가 낀 산마루에 있었다.

나는 우선 미친듯이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허억-!”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목이 막히는 이물감에 작게 기침을 했더니, 입에선 피가 튀어나왔다.


무혼은 여전히 그런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암영문 무학은 섭심술··· 즉 상대의 마음속에 파고드는 것을 바탕으로한다. 따라서 이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어법은, 심법을 통해 그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지.”


입안이 비릿하여 만져보는데, 손에는 피가 묻어났다.

바다는 없는데, 입에서 나오는 붉은 피는 실제한다.


나는 방금 무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 이거, 떨어진다고 죽고 그러는 건 아닌거지?

-무슨 헛소리냐··· 마음이 죽으면 몸도 죽는 것.


결국, 이 암영문의 무학은 그 마음을 죽이는 무학인 것.

이에 무혼은 내게 경고를 하고있는 것이다.


암영문주가 펼칠 암영귀혼진의 무서움에 대해.


“후우···”


긴 심호흡과 함께, 호흡을 가다듬는다.

아직 무혼이 말한 ‘심법’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진 모른다.


다만 난 내 몸속 어딘가가 달라져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방금전에 느낀 충격이나 호흡곤란 때문이 아닌, 어떤 지점이.


그리고.

그 지점이 어딘지 찾아내는데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혼··· 내 배 쪽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용변은 가급적 멀리서 보도록.”

“...그 쪽 배는 아니고.”

“그럼?”

“여기.”


무혼은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곤 고개를 갸웃했다.


“단전 쪽?”


녀석은 몸을 굽혀 내 배쪽에 손을 잠시 대어보았다.

저렇게 만져보면 아는 걸까?


잠시 후, 무혼의 눈매가 찌뿌려졌다.


“뭐야, 이거.”

“...왜?”

“이거··· 단전이, 왜 이래?”


내 단전이 왜?


무혼은 마치 보면 안될 거라도 본 표정이었다.

난 주저하다 되물었다.


“내 단전이 어떻는데?”

“어떻기는··· 내공이 지난 흔적이, 전혀 없지 않은가.”

“그게 없으면 큰일나나?”

“뭐?”

“사실··· 난 내공인가 하는 걸 쓴 적이 없거든.”


무혼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재미없다.”

“...진짜야.”

“연기만 못하는게 아니라 기억력도 나쁜 모양이군. 내게, 탄지공과 호신강기를 보여줘놓고도 그런 소리를 하나···”


한숨부터 나왔다.


“그게··· 그렇지 않아.”

“아무리 외공 위주의 무예를 닦는다고 하더라도, 내공의 수련이 전혀없었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말이 돼."

"...?"


어차피 녀석과 나는, 암영문주라는 같은 적을 앞둔 상태.

나는 재양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무혼에게도 들려주었다.


***


어쨌거나 무혼은, 내가 자신을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을 확실히했다.

한참동안의 수련 후, 하늘을 올려다보던 무혼이 말했다.


“이제 제법 해가 올랐군··· 이제 슬슬 내려가보겠나?”

“어? 벌써 그렇게 됐나?”


시간 가는줄도 몰랐다.

무혼 말한 대로, 해는 이미 중천에 떠있었다.


그 사이.

나는 무혼이 말하는 ‘심법단련’을 계속했다.

덕분에 생전 경험할 일이 없는 경험을 많이도 했다.


지진과 함께 튀어나온 용암에 온 몸이 튀겨질 뻔 한다거나, 눈이 덮힌 설산 위를 미끄러지다 다리가 부러질뻔 한다는 식의.


무혼이 몇번이고 강조했다.

‘눈 앞에 무엇이 나타나건, 중요한건 그 마음이 부러지 않는거다.’라고.

그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진 모르겠다. 다만 이제는, 눈 앞에 집채만한 호랑이새끼가 떡하니 나타나도 당황하지 않게되긴 했다.


"고생했으니, 쉬고 있어라."


먹을 것도 무혼이 직접 구해왔다.

잠시 사라졌던 녀석은 어디서 잡아왔는지 모를 토끼를 내어놓더니, 능숙하게 그 털을 벗기고 장작을 피웠다.


내공으로 장작을 피우는 과정이 신기했다.

그리고 솔직히, 토끼를 먹어보는 건 처음이었다.


살코기가 많지는 않았지만, 끼니를 거르고 먹어서인지 맛은 있었다.

요기를 하며, 무혼과 나는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중, 인상적인 것도 있었다.

내가 이계에서 왔음을 밝혔을 때, 무혼의 반응이었다.


“음··· 그랬군.”

“...뭐야. 생각보다는 안놀래네?”

“무엇에 말인가? 이곳과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에 말인가?”

“...그것도 그렇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무혼은 피식 웃으며 말했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그래··· 이 세계와 분리된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건, 암영귀혼진의 전제이기도 하니까.”

“...”

“다만, 강공자가 그 세계에서 이리로 넘어왔다는건··· 어느 심심했던 천인이, 장난이라도 친 모양이군.”


흠···.

재양도 그렇더니, 쉽게들 납득해버리네.


“뭐, 암튼··· 소화도 다 된 것 같으니 내려가볼까.”


요기를 마친 나는 몸을 일으켰다. 무혼은 가슴팍에서 금편 3개를 꺼내 던져보였고, 난 이를 척 받아들었다.


무혼이 말했다.


“그거면 칼 한자루 사고도 넉넉하게 남을 거다. 남는 돈으론 네게 필요한 거나 식료품을 사와도 좋아.”

“음.”

“다만 꼭··· 반드시 ‘장려’라는 검장(劍匠)을 찾아가라.”

“장려?”

“그래··· 세가를 기준으로, 시장의 반대편 입구쪽에 그의 대장간이 있다. 찾기 어렵진 않을 거야... 그에게 가서 무혼의 소개로 왔다고 하면 필시 잘해줄 거다.”


결국 이건 무기값이라는 뜻 이겠지.


무혼에게 받아든 금편을 가슴 안주머니에 넣고서, 내려가는 길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단전 쪽이 따끔거렸다. 내가 그곳을 만져보자니, 그런 나를 본 무혼이 말했다.


“기뻐해도 좋아.”

“뭘?”

“강공자의 단전이 자극에 예민하다는 의미니까.”


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무혼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무혼이 덧붙였다.


“쉽게 말해서, 공자의 단전이 열리고 있는 거야.”

“...갑자기 그게 왜 열리는데?”

“강공자는 단전으로 이어져야할 기혈들이 막혀있던 상태였지.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공을 써본적이 없어서···. 그런데 그것들이, 말한대로 자극을 받은 거야. 최근에 겪은 암영귀혼진과 방금 전의 체험을 통해.”


이어 무혼은, 마을로 이어지는 내리막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가지, 또 좋은 소식 알려줘봐?”

“뭔데?”


이에 무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 내려갈 적에 단전에 힘을 줘보며 내려가보도록.”

“왜?”

“해보면 안다.”


어딘지 미심쩍은 반응이었지만 난 시킨대로 해보았다.

이윽고 나는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 들었다.


‘뭐, 뭐야 이건?!’


산을 내려가는 속도가 무지하게 빨랐던 것이다.

100미터 위에서, 무혼의 말이 들려왔다.


“강공자! 너무 기분내진 말도록··· 아직 익숙해지기 전까진-”

“아앗?!”


무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무뿌리에 걸려 한차례 넘어졌다.

내 속도에 내가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무혼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거기에 보폭을 밟는 형(形)을 부여하면 그게 바로 경공이야. 실제로 뛰어보면, 뛰어오르는 높이부터가 달라져있을-”

“우와아앗-!”


농담이 아니다.

거의 1미터는 뛰어오른 것 같다.


이 정도면, 덩크도 그냥 꽂겠는데???


나는 그대로 산을 타며 내려갔다.

그 스피드에 가슴이 뻥뚤리는 기분이었다.


산을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20분.

내가 원래 있던 높이를 생각하면, 거의 한달음에 내려온 셈이다.


마을의 거리는, 선아와 함께 세가를 나섰을 때보단 활기찼다.


산을 내려올 때부터 일부러 세가에서 먼 방향으로 내려온 나는, 옷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그리곤 지나가는 행인을 잡아 물었다.


“이 근처에, 장려라는 대장장이가 있습니까?”

“장려···? 음··· 그 이름은 모르겠고, 대장간은 여기 시장골목, 저쪽 끝에 있소.”

“음. 고맙소.”


나는 행인이 가리켜준 방향으로 걸어갔다.

시장에서는 불에 익혀진 군것질 거리의 냄새가 은은히 피어오르고 있었고, 그 속에서 활기찬 사람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떡 사시오. 동편 하나에 온가족이 하나씩 먹을 수 있는 떡이오.”

“씨발. 이번에는 꼭 딴다··· 난 오른쪽에 은편 3개!”

“아니 왜 이 짧은 비단 한장에 은편 다섯이오? 멀리서 왔는데, 좀 깎아주시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그 말소리들을 뒤덮는 소리가 나타났다.


깡- 깡- 깡- 깡-

둔기가 쇠를 두드리는 소리였다.


나는 소리가 나오는 그 대장간 앞에서서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엔 ‘장려강검’이라는 휘갈겨쓴 필체가 적혀있었다.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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