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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국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씹어먹는 특전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나의천국
작품등록일 :
2023.12.1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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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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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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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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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

DUMMY

무혼의 입장에선, 그 앞뒤로 나와 재양이 서있는 셈이다.


이에 무혼은 절반의 자신을 뒤로 돌려세웠다.

나와 재양을 반씩 대치하겠금.


재양은 그 모습에 콧웃음을 치며 말했다.


“기껏 펼쳐낸 암영귀혼진에 고작 머릿수만 늘여놓았다니.”

“고작?”


무혼 역시 콧웃음을 치며 재양의 말을 받았다.


“이 머릿수의 절반만 있어도 충분할 것 같은데? 덜떨이진 세가의 막내 도련님을 작살내는 것 쯤은.”

“해보시지?”

“그럴까?”


자세를 잡는 무혼을 보며 난 다급하게 외쳤다.


“두 사람! 일단 대화부터!”

“...”

“재양! 너도 투기를 가라앉혀라. 우선은 대화를 먼저 해보기로, 나랑 약속했었잖나.”

“할꺼야 대화··· 일단 저 놈을 좀 조져놓고 나서.”


재양의 말에, 수많은 무혼이 피식거렸다.


“어쩌지? 그때 쯤이면 네놈의 목은 바닥에 뒹굴고 있을텐데.”

“무혼도, 우선은 도발을 멈춰.”


다행스러운 것은, 두 사람 모두 내겐 악감정이 없다는 것이다.

수련동굴에서 만났을 때부터 나와 척질 사연은 전혀 없는 이들이었다.


“...강공자. 무슨 말을 하고픈 거냐.”

“할 말있으면 빨리해.”


내게 오는 말에 만큼은, 두 사람 다 가시가 박혀있지 않았다.

세상을 둥글게 살아야하는 이유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아까전의 말로 돌아가서. 그 산석경이 남긴 마지막 무공구결이라는게 어떤 거길래?”


혁련세가와 관련된 일이기에, 재양이 바로 답해왔다.


“산석파호공(山石破虎攻)이라는 무공이다."

"...어떤 무공인데?"

"바위를 부수고 산을 무너뜨린다는 무공인데, 오래전에 실전(失傳)되었다고 알려진 무공이지.”


이에 가만히 듣고만있던 무혼이 고개를 저었다.


“실전되지 않았다, 재양.”

“...뭘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 거냐.”

“내 눈으로 직접 그것을 봤으니까.”


재양은 조금 당황하다 인상을 쓰며 말했다.


“...헛소리! 몇백년 전에 이미 사라진 무공을, 네놈이 어찌 목격했단 말이냐!”


무혼은 바닥에 침을 ‘퉤-’하고 뱉더니, 싸늘하게 말했다.”


“너희 장문인이 쓰더군··· 우리 영감과의 싸움에서.”

“...뭐?”


‘우리 영감’이라는 말은, 암영문주를 가리킨 말 같았다.

재양은 당황하여 말했다.


“혁련 문주님께선··· 지금 소림사의 무림맹 회의에-”

“가지 못했다.”

“...어째서?!”

“우리 영감이 그를 기습했으니까.”


말문이 막힌 재양에게로, 무혼은 째진 미소와 함께 말했다.


“그래··· 네 아비는, 우리 아비에게 사로잡혀있는 상태다.”

“거, 거짓말 마라!”

“믿지 않는 것은 네 자유지만 사실이다.”

“네 말인 즉, 우리 장문인께서, 암영문주에게 패하셨다는 말이더냐!”

“그래.”


무혼은 자신의 품 속에서 조그만 막대기같은 것을 꺼냈다. 그리곤 그것을 재양이 서있는 쪽으로 던졌다. 바닥에 던져진 그 물건에선 ‘따앙-’ 하는 맑은 돌소리가 울려났다. 색깔로서 봐선 옥으로 된 막대 같았다.


“혁련의 문주는 뻔한 함정에 당했다... 멍청하게도 그는, 내 아비의 암영귀혼진에 기어들어갔었지.”


재양은 떨리는 손으로 무혼이 내던졌던 막대를 집어들었다.

이윽고 재양의 눈이 커졌다.


“이것은··· 무림···맹패?”

“그래. 그 멍청한 문주가 가지고 있던거다.”


재양의 얼굴에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어 나는 빠르게 말해야했다.


“진정해라, 재양.”

“...넌 빠져!”

“진정해!!! ···무혼은 지금, 네 아버지가 잡혀있다고 말하고 있다.”


뻗어나가려 했던 재양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녀석은 입술을 짓씹으며 말했다.


“어디냐?!”

“어디긴. 여기는 너네 세가의 옥이지.”

“장난칠 기분이 아니다, 무혼! 혁련의 문주님이 잡혀 있는 곳이 어디냔 말이다!”


무혼은 우위를 점한 이의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보였다.


“흥··· 혁련의 도련님답게 명령에 익숙한 모양이군··· 어쩌지? 난 묻는다고 답해줘야할 의무는 없는데?”

“무혼, 네 이놈!!!”

“소리지르지 마라, 재양. 아픈 건 네놈의 목일 테니까.”

“이···기기긱···”

“내가 답하길 바란다면, 너도 응당 같은 무게의 정보를 내놔라.”


···그렇군.

무혼 역시 정보에 목마른 것은 마찬가지.


암영문의 비술이라는 이 방어진을 통해, 이곳에 대한 방비를 제 아무리 구축해놓았다 하더라도, 무혼으로썬 외부의 소식을 들을 수가 없는 것이다.


‘기브 엔 테이크를 원한단 말이지?’

나는 흥분한 재양을 대신해 말했다.


“너의 아버지가, 너를 죽이러 온다, 무혼.”

“...”


무혼으로써도 이 수많은 자기자신의 표정관리까지 하는 건 무리인 모양이었다.

몇몇 무혼이 눈썹을 찡그리는 것이 보였다.


“...언제?”

“내게 함께 하자고 제시한 것은 내일 밤이었다. 나는 이를 보류하고 오늘 왔지.”


사실대로 한 말이다.

하지만 무혼의 고개는 기울여졌다.


“...안 믿기는데? ···그럼 너는 그 영감의 제안을 무시한 채 이곳으로 왔다는 말이냐?”

“맞아··· 그게 왜 안믿기지?”

“그 영감은 분명 큰 보상을 약속했을 테니까.”

“글쎄... 내가 제시한 보상은 거절당했다.”

“뭘 제시했길래?”

“세가의 차기 장문인으로, 재양을 지지하는 것.”


그런데 놀랍게도 이 말에 대한 반감은, 재양에게서 튀어나왔다.


“아까도 말했지만, 세가의 계승 문제에서는 손을 때라, 강공자.”


바로 이 지점이, 저 재양 녀석과 나 사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지점이었다. 재양은, 조견에 대해 아예 대응하지 않으려는 작정이었다. 아직 그로부터, 자신에 대한 실질적인 시해 의도가 포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해 의도가 포착된 뒤라면 늦을 텐데.’


나는 조견 같은 인물에 대해 안다.

야욕에 가득차 있으며, 그 야욕을 동력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

정치적 사고에 능하며, 사람을 이용할 줄 아는 인물.


그리고 그런 인간군상들이 가지고 있는 쓸데없는 미덕 하나는, 그 준비가 치밀하다는 것이다. 내 짐작이 맞다면, 조견은 세가의 곳곳에서 여러 인물들을 포섭하며, 각 기구를 장악해두었을 것이다.


매월관에서, 재양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재양··· 네 말은 지금, 이미 유리하지도 않은 싸움인데도, 너는 싸울 생각조차 하지 않겠다는 말이야,

-아니 글쎄··· 너, 우리 둘째 형을 너무 나쁘게만 보고있다고.


매월관에서 이야기하는 내내 끈질기게 설득해보았지만 무리였다. 끝내 재양은, ‘아무리 둘째 형이지만 그렇게까지 할리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너무 낙관적이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저 장문인의 납치조차 조견의 의도로 보이는데.


재양은 무혼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 장문인은 어디에 계시냐?”

“흐음···”


무혼은 내가 말해준 정보의 중요도를 잠시 어림해보는 듯 했다.

이어서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그 병신은 지금 암영문의 만근철(萬斤鐵)에 묶여있다.”

“...만근철?!”

“원래는 암영문에서 죄인이나 임무에 실패한 자를 묶어두는 사슬이다··· 우리 암영문에서는 죄인에 대해, 이런 복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무혼이 말하는 ‘이런 복지’는 이곳 세가의 옥을 가리킨 것이었다. 재양은 무혼이 세가의 문주를 가리켜 ‘병신’이라고 일컬은 것에대해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강공자···”

“응···”

“다른 선택지는 없어··· 저 놈을 잡아 족치고 여기를 나가자.”


확신한다.

재양은 절대로 정치나 외교에 능할 인물이 아니리라.


본디 협상에 있어서의 선택지란, 이미 있는 것 중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다. 없던 것을 찾아내고 만들어 나가는 것이지.


“있어봐, 재양.”


나는 여전히, 이 무혼이라는 자의 목적에 주안점을 둔 채 생각하고 있었다.


“아까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너는 왜 그, 산석경의 무공을 익히려고 드는 거지?”

“...”


무혼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이에 이번에는 재양이 비꼬듯 말했다.


“그건 나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저 놈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이유지.”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되는데?”

“암영문의 무학은, 강호의 그 어떤 무공들과도 그 근본을 달리한다··· 얼마나 그 궤가 다른가 하면, 한쪽 무학을 익히고 나면 다른 쪽 무학은 쓸 수 없을 정도지.”

“...그래?”


무혼의 표정엔 여전히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따라서··· 그때 저 자식이 떠들어댄 말은, 자신이 익히지도 못할 무공 구결을 내놓으라고 소리친 것과 진배 없어.”

“...재양의 말이 맞나, 무혼?”

“...”


무혼은 또 한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


“놈의 말은 반만 맞았다.”

“어떤 반이 맞고, 어떤 반이 틀렸나.”


이어서 재양과 나는 동시에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무혼의 등 뒤에서, 또다른 무혼이 옆으로 걸어나나온 것이다.


“...”

“...”


무혼의 숫자가, 순식간에 두 배로 늘어나버린 셈.

그들은 똑같은 입모양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놈의 말대로··· 암영문의 무학에 발을 담근 상태에서 다른 무공을 쓰는 것은 자살행위다··· 다르게 자리한 기혈이 뒤틀려, 종국에는 내공을 다룰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릴 테니까.”


나는 무혼이 했던 말을 곰곰히 생각해보다 말했다.


“그럼 틀린 반은 뭐지?”

“나는··· 그 무공을 반복해서 쓸 생각이 없다···. 딱 한번만 사용할 수 있으면 돼.”

“...무슨 용도로?”

“암영문의 돌바닥을 깨뜨릴 용도로.”


돌바닥?

돌바닥을 깨뜨린다?


···그 아래에 뭐가 있단 말인가?”


이어서 무혼은-

대답 대신, 자신의 윗옷 단추를 풀어 헤쳐보였다.


“...!”


달리 표현할 수 없었다.

흉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몸이었다.


그의 얼굴에 썩은 곰팡이처럼 잔뜩 나있는 사마귀들은, 그 어깨를 타고 심장까지 이어져있었다. 그리고 이에 관해선 암영문주에게 들었던 바가 있다.


-우리 암영문의 무학엔 그 깊이만큼의 독기(毒氣)가 묻어있다. 따라서 이 몸은 그 깊이의 증거이기도 하지.


그리고 과연, 들었던 대로의 말이 무혼에게서 흘러나왔다.


“나나 영감은··· 더 익혔다간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암영문의 무학에 닿아있다.”

“...그런데?”

“영감이나 내게 산석파호공이 필요한 이유지... 암영문의 돌바닥 아래에는, 바로 이 휴유증을 잠재울 수 있는 영약, 암혼극생환(暗魂極生丸)이 숨겨져있다.”


...그랬나.


암혼극생환이란 것은 처음 듣지만, 무혼의 말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단번에 설명해주고 있었다.


암영문의 문주는, 소림사로 향하던 혁련세가의 문주를 잡아들였다.

왜?

혁련의 산석파호공을 통해, 암영문의 돌바닥을 깨뜨리기 위해.


무혼은, 혁련세가의 동굴에서 산석파호공의 단초를 찾아내려 했었다.

왜?

암영문의 문주보다 먼저, 그 암혼극생환을 얻기 위해.


이에 나는 조견이 암영문주에 대해 취한 거래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혁련 장문인의 행적을 넘겨, 암영문주로 하여금 암혼극생환을 얻는것을 돕고-

암영문주가 혁련 장문인을 잡아둔 동안, 자신은 세가의 장문인의 자리를 굳혀버린다.


그야 말로 상호간에 이득인 거래인 것이다.


"음..."


재양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저 녀석이 이 중 어디까지 생각했는지는 알수 없지만-

적어도.

암영문주가 그 돌바닥을 깨기 위해 혁련의 문주를 데려간것 까진 이해했으리라.


재양은, 잠시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야 했어.”

“...?”

“...워버렸어야 했어.”


터덕- 터덕-

그의 걸음이 무혼을 향했다.


“어이, 정지.”


재양과 가까이있던 무혼이 가만히 칼을 뻗었다.

재양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재양은 자신을 향해 내밀어진 칼끝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리곤 그 무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암영문의 쓰레기들··· 일찍이 치워버렸어야 했어!!!”


재양의 몸이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녀석을 바라보고 있던 무수한 무혼이 그에게 덤벼들었다.


이윽고 나를 바라보고 있던 무혼들이 내게 말했다.


“저봐··· 저럴 줄 알았어.”

“...뭐?”

“대화로, 문제가 해결된 적이 없다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나를 향해 칼을 빼어든 무혼들이, 내게로 달려들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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