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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국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씹어먹는 특전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나의천국
작품등록일 :
2023.12.11 05:56
최근연재일 :
2024.01.02 11:2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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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47
추천수 :
225
글자수 :
128,657

작성
23.12.21 18:15
조회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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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17

DUMMY

무혼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조준도 필요없는 거리였다.


거기다 이 모든 것은 무혼이 ‘만들어낸’ 것.

주저할 필요도 없었다.


찌르기 위해 당겨진 무혼의 칼.

그것이 내뻗어지기 전에,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횡으로 휘둘러진 무혼의 칼.

이를 허리를 굽혀 이를 피해낸 다음, 그 목에 군용 나이프를 밀어넣는다.

푸-욱-.


비명도 없었다.


덤벼들었던 두 무혼은, 그대로 죽은 쥐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대로 한쪽 무릎을 굽히며 바닥에 앉은 다음, 총구를 들어올렸다.


상대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조차 없다.

이 세계가 무의 세계건 말건, 나는 무사가 아니라 전사다.


나는 강함을 겨루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해 싸운다.


탕-! 탕-! 탕-! 탕-! 탕-! 탕-!


발포를 할 때마다, 달려들어오던 무혼이 하나씩 쓰러져나갔다.

당연한 흐름이다.

등장 시기만으로 따져본다면, 나의 무기와 이 세계의 무기 사이에는 천년이 넘는 격차가 있다.


“나는 너를 죽이고 싶지 않다, 무혼!”

“...네놈은 그렇게 또 나를 모욕하는가!”


이 자식은 전에도 그러더니, 왜 별거 아닌 말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가.


경고를 했음에도 다가온다면 나도 어쩔 수 없다.

글록 17의 장탄수는 총 17발.

방아쇠를 당겨가면서도 침착하게 그 잔여탄환을 카운트한다.


탕- 탕- 탕- 탕-


“8··· 7··· 6··· 5···”


발포마다 무혼의 모습은 사라져갔다.

늘어나는 것은 쥐의 시체들 뿐.

그리고 나는 탄연 너머의 적을 노려볼 뿐이다.


탕- 탕- 탕- 탕- 탕-


“4··· 3··· 2··· 1··· 0.”


장전된 탄환을 모두 손 나는, 총구를 내린 채 빠르게 탄창을 걷어냈다. 이렇게 총을 쏘아댔음에도 여전히 달려들고있는 무혼들의 모습에 머리털이 쭈삣섰다.


걔 중 하나가, 급격히 대쉬해왔다.


두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검의 간격이었고, 나로선 도저히 탄창을 갈아끼울 여유가 나오지 않았다.


“제기랄!”


다급한 상황 속에서, 한가지 짐작을 해본다.

이 무혼의 분신들이 '언제' 사라지는 것인가에 대해.


탄약이 이미 소모된 총을 들어올린다.

이어 이를 총을 쏘는 척 하며, 왼손에 들려있던 나이프를 집어던졌다.


휘릭-

반바퀴의 회전을 타며 날아간 나이프.

이는 칼을 당기며 다가오던 무혼의 배에 꽂혔다.


푹!

여전히 비명은 없었다.

그는 배를 감싸며 쓰러졌다.


짐작이 들어맞았다.

‘죽인 것’이 아닌 이상,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덕분에 뒤따라오던 무혼들은 곧바로 내게 다가오지 못했다. 배에 칼을 맞고 쓰러진 무혼 때문이다. 그들은 갑자기 쓰러진 무혼 때문에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그리고 이는 미봉책일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론 끝이 없다.’


멀리, 재양의 상황을 살펴본다.

녀석 또한 차례로 달려오는 무혼을 쓰러뜨리곤 있었지만, 내겐 그것이 외줄타기 공방으로 보였다. 칼과 맨손의 대결인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무혼의 칼에 죽는다.’

나는 결정을 내려야했다.


나는 전투복 안 쪽으로 손을 넣으며 외쳤다.


“재양! 물러나!”

“뭣?!”


수류탄을 꺼내며 그 핀을 뽑는다.

던질 위치는 재양과 나의 중간쯤 위치.


핀을 뽑은 상태로 2초 정도는 수류탄을 쥐고 있었다.

이어서 넘어졌던 무혼들이 다시 몸을 일으켰을 때, 나는 그들 사이로 수류탄을 던졌다. 그들에겐 짱돌 비슷한 걸로 보인 건지, 슬쩍 몸을 피하기만 했다.


딱- 때구르르르-.


원하는 위치로 수류탄이 날아간 것을 확인한 나는, 나는 철장이 열려있는 감방으로 몸을 던졌다.


“재양! 피하라고! 폭발한다!”

“뭐? 폭발? ···그게 무슨-”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온 복도가 진동했다.


후두두두두둑-

감옥의 천장에서는 흙먼지가 흘러내렸고-


재양과 무혼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콜록-! 콜록-! 커헉-!”

“쿨럭···! 크윽··· 이, 무슨···?!”

“두 사람, 괜찮아?!”


나는 대충 입을 막으며 감방 밖으로 빠져나왔다.

수류탄이 던져졌던 곳의 복도 바닥은 푹 꺼져있었고, 복도의 한쪽은 벽은 무너져있었다.


수류탄 한방에 엉망이 되어있는 복도,

이어 재양과 무혼을 보게된 나는 묘한 느낌을 받고 말았다.


음··· 이거···

어딘지 기시감이 드는데.

이들을 처음 만난 수련동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 같아서.


무혼은 피투성이가 된 채, 쥐의 시체 속에 엎드려있었다. 기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죽진 않은 모양이었다.


재양의 사정은 한결 나았다.

그는 피어오른 먼지 속에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공자···”

“재양, 괜찮냐고.”


녀석은 또한 부상을 입은 몸으로, 복도의 벽에 기대앉아 있었다. 선형으로 이루어진 부상의 형태로 보건데, 폭발로 인한 상처는 아니었다. 녀석은 애초에 무혼과 싸우며, 무수한 검상을 입은 상태였던 모양이었다.


재양은 수류탄에 의해 무너진 복도의 한쪽 벽을 보며 말했다.


“이··· 이런 무공은··· 들어본 적도 없네···”

“...”


이어 재양은 비틀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핏발선 눈으로 무혼을 바라보았다.

무혼은 재양을 바라보고 있지도 않았다.


“크···크쿡-”


무혼의 꽉 다물린 입에서는 각혈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벽을 짚고 서서 ‘후-’하고 한숨을 내쉰 재양은, 천천히 그쪽으로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꼴좋다, 무혼.”

“...”

“너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이지.”


무혼은 애초에 몸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조차 아니었다.

나는 재양과 무혼 사이를 막아서며 말했다.


“진정해라, 재양.”

“너는 내 심정을 이해 못할 거다.”


심정이라···


10명 이상의 조직을 통솔해보면 이해하게 된다.

타인의 감정을 하나하나를 이해하려하는 것이 사치임을.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감정을 이해하기 이전에 그 상황을 이해하려 애쓴다.

그리고 지금은, 재양이 참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우선 지혈부터 해라··· 너도 상처가 깊다.”

“지혈은 나중해 해도 돼.”

“...어쩔려고?”


핏발선 그 눈이, 이번엔 나를 향했다. 아직 가라앉은 흙먼지들 때문에 눈이 매웠지만, 눈을 비빌 여유가 없었다. 재양의 기세는 그만큼이나 흉흉했던 것이다.


“비켜, 강공자.”

“무혼을 죽일 생각이냐?”

“그래··· 지금 저놈을 죽여놓지 않으면, 난 평생을 후회할 걸세.”


울컥- 하고 밀려들어오는 감정이 있었다.


그것은 짜증이었다.

이 새끼는 왜 계속, 살인에 환장한 개새끼처럼 깽깽거리는가.


“후우···”


심호흡을 해보았다.

하지만, 한번 올라온 짜증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 망할 녀석은, 내가 자기를 위해서 어떤 리스크를 떠안은 건지를 알까?


이 세계에 온 뒤로-

이 녀석에게 진심 어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그 모든 호의를 뛰어넘는 보답을 하고 있다.


녀석의 발걸음이 이어졌을 때, 나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나를 지나쳐가려는 재양의 멱살을 움켜지며 말했다.


“정신차려, 재양!”

“...뭐? ···너, 지금, 이 멱살-”

“네 아버지가 잡혀있다는 말, 못들었냐!”


마주 멱살을 쥔 재양이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내 입에선 부하 대원들을 꾸짖던 습관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특수부대의 작전 교본을 읊어버린 것이다.


“침투 임무에 있어, 내부의 협조자를 구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그 임무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사항이다.”

“...”

“특히 그 침투가, 잠입의 성격을 띄어야할 때는 더더욱··· 무혼의 말대로 네 부친이 잡혀 있는 거라면, 여차하면 네 부친이 인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일 테니까!”


젠장. 말하면서 더 빡치네.

심지어 내 부모도 아니고 지 부모다.


비록 고아인 나는 부모와 지내는 생활에 대해 직접 체험해 본 적이 없지만, 한솥밥을 먹으며 살아온 부자간의 유대에 대해선 어렴풋이 짐작하는 바다.


나는 말을 이었다.


“저기 있는 무혼을 죽인다면··· 재양이 네가 당장, 그런 협조자를 구할 수 있는가!”

“...”

“특히나 여기 있는 무혼은, 암영문 내부의 사정이나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인물이지... 그런 인물을, 고작 네 놈의 묵은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죽이겠다는 말이냐?!”


나는 속으로 각오했다.

이것은 마지노 선이라고.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뜻을 꺾지 않는다면 나도 다 때려치기로.


“대답해, 새꺄!”


녀석이 믿든 말든, 나 역시도 목숨을 걸고 녀석을 돕고 있다.

이에 녀석이 내게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면, 나와의 연은 여기까지인 것이다.



“...”


내 멱살을 쥔 손이 부르르 떨리더니, 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것을 내 말에 대한 납득으로 받아들인 나는, 재양을 조심히 바닥에 앉혔다. 그리곤 무혼에게로 다가갔다.


다행히도.

그의 심장이나 목 주변에 수류탄의 파편이 스치거나 하진 않았다.


나는 그의 뺨을 툭툭 치며 말했다.


“무혼.”

“...”

“눈 떠봐.”


무혼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나와 재양이 나눈 대화를 들었다, 못들었다?”

“...들었다.”

“협력을 하겠다, 안하겠다?”

“...크쿡-!”


무혼은 기침과 함께 입속의 피를 뱉어내며 말했다.


“그 협력의 대가로, 내가 얻는 것은 뭐지?”


나는 통상 ‘살려는 드릴께.’ 같은 유치한 수는 쓰지 않는다.

그런 식의 협박은 상대로 하여금 동기부여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 우리에겐, 좋은 접점이 있었다.

이 녀석은, 재양과는 그 부자관(?)이 다르다.


“암영문주.”

“...”

“네놈의 경쟁자이지 않은가··· 그··· 암영문 돌바닥 아래에 있다는 영약을 노리는.”

“...협공을 하자는 말이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혁련세가의 문주를 구하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하는 관문이었다.


한차례, 옅은 신음을 내던 무혼은 상처에 묻어난 자신의 피를 보며 말했다.


“암영문 내에, 그 노친네보다 나를 더 따르는 이들이 있긴 하다.”

“좋군··· 몸은 움직일 수 있는 상태냐?”

“...1시진 쯤은 걸릴 것 같군.”


나는 재양이 있는 쪽을 흘긋 바라본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겨우 몸을 가눈 무혼은 가부좌를 틀며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흐음···”


나란히 운기조식을 시작한 재양과 무혼을 바라보다, 밖으로 이어진 출구 쪽을 바라보았다. 중간에 다소 흐트러져 있긴 했지만, 내가 늘였뜨렸던 밧줄들이 토막난 채 이어져 있었다.


다만 한가지, 이상한 느낌이 든다.


뚜벅- 뚜벅- 뚜벅-

점선처럼 이어진 그 밧줄 토막을 따라 걸어나가 본다.


오래지 않아 못질을 해두었던 계단이 나타났고, 나는 그 계단 위로 올라갔다. 옥의 문은 닫혀있었다. 다행히 문의 한쪽 틈은 헐거워보였고, 나는 그 쪽에 눈을 바짝 붙여보았다.


의아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이 정도의 소란히 일어났는데, 옥지기가 문도 한번 안열어본다고?’


그리고 나의 의심은 불길하게도 맞아떨어졌다.

옥의 입구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


어떤 상황인 거지?

더 많은 걸 확인하고 싶은데, 문틈으로 볼 수 있는 바깥은 시야가 제한적이었다. 내가 가만히 그 시야 사이로 보이는 것들을 관찰해보는데,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지척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허튼생각 하지마라.”


조견의 목소리였다.

다분히 협박조가 묻어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상, 입구문 바로 옆에 있는 듯했다.

물론 당연하게도, 나에게 한말은 아니었다.


조견의 말이 이어졌다.


“잠자코 있지 않으면, 곧바로 네년의 목을 비틀어버리겠다.”


···년?


그리고 이에 대답하는 목소리 또한 내가 아는 목소리였다.


“그리 하소서.”


순간,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선아의 목소리였다.




행복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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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72 kk*****
    작성일
    24.01.28 21:42
    No. 1

    총알하고 수류탄이 남아도나보네요 목숨구해주고 밥 얻어묵었다고 총알펑펑 써대네 멀 위해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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