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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국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씹어먹는 특전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나의천국
작품등록일 :
2023.12.11 05:56
최근연재일 :
2024.01.02 11:2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1,548
추천수 :
225
글자수 :
128,657

작성
23.12.20 11:15
조회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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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3쪽

15

DUMMY

출구로부터 불어온 바람에, 돌계단이 아른거렸다.

재양과 나란히 돌계단을 내려가며, 나는 선아의 조언을 떠올렸다.


-아무리 강공자님이더라도, 제가 한 방법으로 암영귀혼진을 파훼하실 순 없을 것입니다.

-음. 그러면?

-공자님만의 방법을 구축하셔야합니다··· 조작된 것, 실제와 다른 것, 겉보기에 불과한 것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이에 나는 내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

나는 허리에 묶어둔 것을 바닥에 풀어놓으며 말했다.


“재양, 잠깐만 있어봐.”

“...응?”


밧줄이었다.


연이어 반대쪽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망치와 못.

나는 옥의 계단 끝에 웅크려 앉은 다음, 밧줄 끝을 올려두었다.


그리곤 못을 대고서 망치질을 시작했다.


깡-

깡-

깡-


석질이 제법 단단하여 꽤 여러번 망치를 휘둘러야했다. 어쨌거나 못을 박을 순 있었고, 밧줄은 단단히 고정되었다. 내가 허리를 펴자 재양이 말했다.


“뭐한 거냐?”

“음··· 미로가 구성되어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길을 잃게될 경우엔 이걸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내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의 상상력과 최선의 방책이었다.

재양은 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이럴거면 그냥, 선아를 데리고 오지 그랬어.”

“싫어, 그런 건.”

“...싫다니?”

“싸움터에 여자를 데려오는 거, 별로야.”


재양은 ‘오, 과연.’ 하고 피식 웃었지만, 나는 별다른 말을 첨언하지 않았다.

복도 앞쪽 방향으론, 간간히 꽂혀있는 횃불들이 하늘거리고 있었다.


재양과 단 둘이 온 이유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선아가 해준 다른 조언 때문이다.


-무작정 많은 인원을 대동해 가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지?

-상대의 술수에 의해 아군끼리 싸우게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그러면 오히려 함께간 이가 적이 되게 되는 셈입니다.

-...

-그러니, 공자님이 믿을 수 있는 이만 대동하소서.


그리하여 재양과 단 둘이 오기로 결정한 거였다.

재양은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말했다.


“투기(鬪氣)가 서려있는 것 같은데··· 너는 무혼과 싸울 의도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맞아... 하지만 만약의 일이란 건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가자.”


나는 밧줄을 어깨로 옮겨감은 다음, 재양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복도를 따라 양쪽으로, 감방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각 감방은 1평이 채 안돼보이는 공간이었다.

각 방에 주어진 거라곤 이불로 쓰기도 애매해보이는 거적때기 하나.


나는 좌우의 감방을 계속해서 살피며 걸어갔다.

계속해서 빈방이었다.


현재, 세가의 옥에 갇혀있는 자는 무혼 뿐.

따라서 누군가 나타난다고 하면, 그 자가 필시 무혼이다.


내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빈방을 보는데, 재양이 말했다.


“...솔직히 실감이 안나.”

“뭐가?”

“여기가 암영귀혼진이라는 거··· 평소의 옥 같아.”


그 순간.

찌직- 하는 소리가 나는 바람에 재양과 나는 황급히 뒤돌아보았다.

쥐였다.

한쪽 감방에서 맞은편 감방으로 달려가는.


나는 ‘휴-’하고 짧게 숨을 내쉰 다음 말했다.


“그 귀혼진인지 뭔지가 맞을거야.”

“뭘 봐서?”

“선아의 말로 추측하건데... 이곳을 돌보던 시종이 한동안 못왔을 거 아냐?”

“...음. 그런데?”


나는 벽에 걸린 홰를 가리키며 말했다.


“횃불. 여전히 켜져 있잖아.”

“아아.”


재양과 나는 계속 걸어갔다.

대화가 없는 이상, 이어지는 것은 녀석과 나의 발소리 뿐.


나로서는 처음 와보는 곳이라, 이곳의 어떤 부분이 변해있는지 알아챌 수 없었다. 다만 느껴지는 게 있다면 통로가 꽤 길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하라 그런 지 숨쉬고 말할 때마다 코와 입속으로 들어오는 먼지가 상당했다.


지하라 공기가 잘 안통해서 그런지, 약간 어지러운 느낌도 없지 않았다.

나는 마스크를 챙겨오지 않았음을 조금 아쉬워하며 걸음을 놀려나갔다.


걷는다.

걷는다.

걷는다.


그렇게 대략 5분쯤 걸어들어갔을 때-

재양이 먼저 ‘음음.’하고 한차례 목을 가다듬고서 말했다.


“강공자가 전에, 무혼을 쓰러뜨렸을 때 말야.”

“응.”

“그 때 그 탄지공은 어떻게 쓴 거야?”

“...갑자기?”

“말해줘봐. 혹시나 모르잖아··· 혹시라도 이 무혼 녀석과 싸우게 되면, 도움이 될지도.”

“그··· 어?”


나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10미터 정도 앞.

막다른 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저기가 끝인가본데.”

“그러네···”


벽을 앞두고서, 아직 보지 못한 방은 양쪽으로 3개씩.

총 6개.


왼쪽 3개의 방 중 하나는 철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오른쪽 세개의 방 앞에 있어야할 횃불은 모두 꺼져 있었다.


재양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남은 방 중에, 무혼이 있단 말이지?"


그리고 그 순간, 머릿 속을 스쳐가는 게 있었다.


“잠깐.”

“...왜?”


꿀꺽-

침을 삼키고 만다.


나는 입술을 한차례 침으로 적신 후 말했다.


“무혼이··· 어디에 있는 지 알 것 같아서.”

“...어디에 있는데?”


나를 바라보는 재양의 눈빛을 보며, 나는 몸으로 알려주었다.

정확히는 뒤돌려차기로.


“-으읏?!”


퍽하고-

힘차게 내지른 뒤돌려차기.


최대한 초동을 감춘 것임에도, 상대는 이를 주먹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무게실린 내 발차기의 그 압력까지 죽여내진 못했다.


상대는 거의 2미터나 밀려나야했다.


“이익···”

“...”


재양의 모습을 한 것이,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야, 너-? ···갑자기 왜 나를 차?”

“누구냐, 너.”

“누구긴··· 재양이지···”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리 없었다.


“시침 떼지마라.”

“...뭐?”

“나는 탄지공으로 무혼을 쓰러뜨렸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것은 무혼이 했던 말이지.”


재양의 모습을 한 것이, 그 표정을 굳혔다.


“...”


돌아오는 대꾸도 없었다.


뭣보다 나는-

재양에게 총이라는 무기에 대해 말해줬었다.


그 총으로 무혼을 쓰러뜨렸음도.


멍하게 나를 바라보던 재양의 형상이, 조금씩 웃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하.”

“...”

“하하하하하.”

“...”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재양의 형상을 한 것의 입이, 점점 더 옆으로 벌어져갔다.


웃음소리에 맞춰 점점 더 크게 벌어지던 그 입이-

이제는 비정상적이라고 느껴질 때쯤-


재양의 형상은 수백개의 조각으로 분리되어버렸다.

더 정확히는, 수백마리의 쥐로.


“이, 이런-?!”

“찌지지지지직-!”

“찌직-!”

“찌지직!”


나는 반사적으로 그 쥐떼들을 걷어찼다.

그러자 그 수많은 쥐들은 몇 무리로 갈라지더니, 이미 지나쳐온 감방속으로 쪼르륵 달려가 버렸다.


본능이 내게 경고했다.

위험하다고.

나의 사고가, 상황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움직여 준것은-

특수부대의 오랜 임무를 통해 배여있는 동작들.


나는 쥐들이 사라진 방향과는 반대로, 막다른 벽쪽으로 물러나 등을 기댔다.

그리곤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들었다.


쥐들이 사라진 복도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나는 조용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는 기분으로 외쳤다.


“재양은 어떻게 한 것이냐!”

“봤잖아? 쥐가 되어버린거.”


무혼의 키득거리는 목소리가, 어느 감방에서 나오고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입술을 짓씹다가 말했다.


“...모습을 드러내라, 무혼!”


그러자 ‘삐꺼억-’하는 소리와 함께-

복도를 따라 이어진 양쪽 감방의 철창문이 동시에 열렸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이곳의 각 감방에서 걸어나온 감방숫자 만큼의 무혼이었다.


사고를 유연하게 가져보려 애썼음에도, 전혀 예상 못한 광경이었다.

나는 양손으로 총의 손잡이를 꽉 쥔 채로, 말했다.


“나는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다. 무혼.”

“그 이야기는 들었다.”


감방 숫자만큼의 무혼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마치, 거울로 반사되고 있는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들었다니?”

“이곳의 복도가, 벽이, 횃불이, 천장이, 나의 눈이고 귀다.”


아아-.

나와 재양이 이곳에 들어오며, 복도에서 나누었던 말을 들었다는 소리 같다.


나는 부디 재양이 무사히 있길 바라며 할말을 생각하는데, 복도로 걸어온 무수한 무혼들이 똑같은 행동을 했다.


내가 늘어뜨리면서 온, 밧줄을 주워든 것이다.


“나름 머리를 썼군, 강공자.”

“...머리?”

“어쩐지. 이곳이 미로라는 암시(暗示)가 잘 안걸리더라고.”


이어서 그 무수한 무혼들은 동시에 칼을 휘둘렀다.

나를 향한 공격은 아니었다.


자신들이 집어든, 밧줄을 잘라버린 거였다.


후두두두두둑-

무혼의 숫자만큼 토막난 밧줄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난 이를 무혼식의 ‘협박’으로 받아들인 후, 이어질 그의 말을 기다렸다.


무혼은, 한참이나 날 바라본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왜 왔냐?”

“너와 대화를 하러... 재양은 어떻게 된건가?”


실로 긴장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나랑 무슨 대화를 하려고? 옥 바닥이 취향에 맞는지 물어보려 했느냐?”

“...내 질문에 먼저 답해라. 재앙은 어떻게 되었나?”

“하! 상황파악이 안되나보군, 강공자!”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로 앞에 있던 두 명의 무혼이 내게로 덤벼들었다.

양쪽에서, 거의 동시에 행해진 공격이었다.


벽을 등지고 있었기에 회피할 공간은 빠듯했다.

나는 빠르게 결정해야했고, 그것은 방어나 회피에 관한게 아니었다.


나는 달려든 두 무혼의 사이로 파고들며-

양팔을 각각 따로 움직였다.


양손에 들려있는 것은, 권총과 군용나이프였다.


타앙-!

복도에 울려퍼진 총성.


오른손이 글록-17로, 무혼의 머리통에 구멍을 뚫어버릴 동안-

왼손은 군용나이프로 또다른 무혼의 목젖을 찔러버렸다.


“...”

“...”



그리고 두 무혼에게선 비명이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그 형상이 지워지며-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그 자리에 떨어졌다.


어이가 없었다.

그것은 조그마한 쥐의 시체였다.


심리적으로 더 몰릴 순 없었던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무혼! 밝혔듯이, 난 대화를 하러 왔다!”

“...”

“하지만, 네 놈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라면-”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토해내며 말했다.


“-네 모두가 덤벼야할 것이다, 무혼!!!”


잠시 후, ‘휴우-’ 하고 한숨을 쉰 무혼들이 말했다.


“재양은 너보다 더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그 싸움을 멈추게 해라.”

“싫은데? 싸움을 계속 걸어오는 건 그 쪽이라.”


제길.

이렇게 되면 재양의 무술실력을 믿어볼 수 밖에 없다.

무혼의 말이 이어졌다.


“어쨌든 나는 답했다. 이제 내 차례지... 너는 무슨 이야기를 하러 이곳에 왔는가.”

“여러가지. 먼저 네 입장에 대해 확인하고 싶다.”

“무엇 때문에?”

“접점이 생긴다면, 협력할 수 있을테니까.”


무혼은 엄지로 자신의 입술 끝을 긁적였다.

협력 이라는 말에서 미미한 흥미를 느낀 것 같았다.


나는 말을 이었다.


“먼저, 너는 수련동굴을 내려올 때에 내게 제안했었다. 재양의 신병을 암영문의 문주에게 넘겨달라고.”

“...그런데?”

“그런데 암영문의 문주와 너는 이미 대적하고 있는 관계 같더군.”

“...”

“관계가 변한 것이냐, 아니면 처음부터 틀어져 있던 것이냐.”


무혼은 쓰게 웃으며 답했다.


“...그 노친내를 이미 만났나보군.”

“그렇다... 그래서 대답은?”

“...후자이다.”


처음부터 틀어져 있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때-

재양의 신변을 암영문에 넘기라고 한 것은, 또다른 상황을 만들기위한 무혼의 술수였던 모양이다. 나는 빠르게 납득한 다음 말을 이었다.


“둘째. 나는 수련 동굴에서 네가 재양에게 처음 했던 말을 기억한다.”

“...내가 뭐랬더라?”

“넌 그때 재양에게, 혁련 권각법의 마지막 구결을 내놓으라고 했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무혼.

잠시 후 그는, 무겁게 입을 땠다.


“그래서?”

“그건 대체 무엇이냐?”


어쩌면 세가와 무혼의 모든 대립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 것.

따라서 내 질문은, 무혼이 싸우는 목적을 묻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무혼은 싸늘하게 말했다.


“답하지 않겠다.”


이에 내가 속으로 욕설을 내뱉는데,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산석경이 남겼다고 전해지는 무공구결을 말한 거야.”


이어서 횃불을 든 사람의 인영이, 내가 서있는 곳 반대편에서 나타났다.

나는 저 모습과 목소리를 안다.


“재양! 무사했군.”

“강공자도.”


나는 반가워하다말고 흠짓하고 말았다.

이것이 무혼의 또다른 술수일지도 모르기에.


나는 빠르게 물었다.


“재양. 우리가 최근에 들렸던 객잔의 이름이 뭐지?”

“그 주인과 같은 이름을 쓰는 곳이지. 오늘 나와 다녀왔잖나.”


확인 끝.

저것은 재양이 맞다.


그렇다면-

이 좁은 복도에서, 무혼을 사이에두고 재양과 내가 마주보며 서있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


우리 둘은, 저 수많은 무혼을 포위하고 있는 셈이다.

복도 양쪽 끝에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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