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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국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씹어먹는 특전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나의천국
작품등록일 :
2023.12.11 05:56
최근연재일 :
2024.01.02 11:2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1,892
추천수 :
227
글자수 :
128,657

작성
23.12.11 10:05
조회
1,055
추천
16
글자
7쪽

1

DUMMY

#1


나는 안 이럴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닥치니 이렇게 되는군.


몸을 던진 나는, 소리를 질렀다.


“다들 피해!”

“대, 대장님-!”


밀폐된 공간에 수류탄이 굴러들어온 것이다.


철퍽.

투신한 내 몸이 수류탄을 덮었다.

나는 재빨리 몸을 웅크리며 이 다음을 생각했다.


“강대장님!”

“물러서!!! 시간없다!”


젠장.

눈앞의 바닥 타일을 보며 머릿속이 하얘진다.

내게, 이 다음이랄께 있긴 있나.


대장으로써, 굴러들어온 수류탄위로 몸을 던진거다.

그리고 난, 이 행동을 도덕이라던가 희생같은 말로 미화할 생각이 없다.


이 방으로 투입된 대원들은 총 다섯.

그 모두가 죽는 것 보단, 나 한명이 죽는게 더낫다.


이것은 합리다.


내 배 아래 깔려있는 것은 M67 세열수류탄.

그 뇌관이 폭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5초다.

세상에 유언을 남길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인 것.


나는 속사포처럼 말했다.


“담주 미팅엔 나 대신 김중사 넣어. 임하사 관물대에서 라면 훔쳐먹은건 나였다. 박중사, 여동생 소개시켜주겠다는거 뻥이었다. 나 여동생 없다. 미안하-”


빠아아아아아-앙!

수류탄이 폭발했다.


“커으헉-!”


배가 터질 듯한 아픔과 함께, 내 몸이 부웅 떠올랐다.


“대장님!!!”

“강대장니이이-임!”


날 부르는 소리를 뒤로, 내 몸은 튕겨나갔다.

폭발의 압력 때문이다.

방탄복 덕에 배가 꿰뚫리진 않았지만, 그 압력만으로도 내 내장은 박살이 났으리라.


“쿨럭-!”


피를 내뿜으며 이어지는 비행.


와자자차창-

창문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이 건물 밖으로 튕겨나갔다.


내 곁에는, 나란히 비산하는 유리조각들 뿐.

멀어저 가는 대원들을 보며, 이 죽음을 납득하기로 한다.


이걸로 됐다고.

살아남은 대원들은, 이제 저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할 거라고.


중력은 사정없이 나를 끌어 당겼다.


피쉬이이이이익-!

공기에 몸이 마찰되는 소리가 살벌했다.


끝인 것이다.

40년이 채 되지 않는, 인간 강철호의 삶은.


저 멀리의 콘크리트 바닥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것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내 시야는 암전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난걸까.

눈앞은 여전히 깜깜했다.


깨어난 것은 청각부터.

똑- 똑- 똑- 하고.

어디선가 잠그다 만 수돗물 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천국은 아니겠군.’

하고 자조하는데, 머리 근처에서 축축한 촉감이 느껴졌다.

조금 진득거리는 액체였다.


피는 아닌 것 같은데.


그 액체를 손으로 만지작 거리다, 조금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랬다.

나는 죽었다.


돌이켜보면, 시시했던 삶이었다.


고아원에서 자랐고, 군대에 말뚝을 박았다.

기왕에 말뚝을 박는 거, 멋있다는 이유로 특전사에 지원.

그렇게 군인 신분으로 12년을 지냈다.


누군가와 뜨거운 사랑을 해본 적도 없고, 제대로 가정을 꾸려보지도 못했다.


인간관계라곤 같은 부대원들이 전부.

휴가나 외박을 나가도 딱히 만날 사람도 없고,

반대로 면회오는 이도 하나 없는.


세상에 없었어도 별 티가 나지 않았을, 그런 삶.


“후-”


자조적인 심정으로 한숨을 내쉬는데, 시야가 서서히 돌아왔다.

처음으로 목격하는 사후세계였다.


내 손에서 만져지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진흙이었다.


‘진흙이라고?’


크게 숨을 들여마셔보았다.

공기가 무척 습했다.


이상한 기분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웠지만, 어렴풋이 형체는 알아볼 수 있었다.

곳곳에선 석순이 올라와 있었고, 멀리서는 흐릿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동굴같았다.


‘이제 누군가 명계 같은 곳으로 안내해주는 건가.’하는 시답잖은 생각이 드는데, 실제로 누군가가 나타나고 있었다.


사박- 사박- 사박-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 쪽에서.


나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의외로 몸은 개운했다.


재미있는게 있다면, 내 복장상태.

나는 마지막으로 출동했던 복장 그대로였다.


특수부대용 전투복에 목에 채워진 쌍안경.

최신형 방탄조끼에 전투화.

안주머니쪽에 채워진 두 개의 수류탄과 허리띠 양쪽에 꽂혀있는 군용나이프.


심지어 내 왼쪽 허벅지의 홀스터에는, 보란듯이 권총까지 채워진 상태인 것이다.


사박- 사박- 사박-


커져오던 발자국 소리는 어느덧 지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상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거기··· 누구냐?!”


조금 당황하고 말았다.

상대가 사용한 언어때문에.


상대의 말에는 성조라고 불리는, 말의 높낮이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저게 어느나라 말인지 안다.


‘중국어라고?’


나는 잠시 후에야 상황을 납득할 수 있었다.

나도 죽어서 이곳에 온 셈이니까.


만약 이곳이 망자들이 지나게되는 중계점 같은 곳이라면, 14억이 넘는다는 중국인 중 한명이 이곳에 있다해도 이상할 게 없다.


내가 멍하니 있자, 상대는 더 크게 말했다.


“누구냐고 물었다!”


화난 듯한 목소리였다.

솔직히 겁나지는 않았지만.


눈이 슬슬 어둠에 적응되며, 보다 많은 것들이 보여지고 있었다.


상대는 160 중반 정도 되는 작은 키의 남자.

말라보이는 인상이었고, 나이는 대략 20대 언저리.


조금 특이한 게 있다면, 그 헤어스타일과 복장이다.

그는 제사때나 입을 법한 옷을 입은 채, 그 기다란 머리카락을 정수리에서 한번 묶은 다음 허리 뒤로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시선을 끄는 것도 있었다.

그의 배쪽에는 급하게 감아둔 듯한 붕대가 있었던 것이다.

빨갛게 피가 배여있는 걸로 보아, 최근에 입은 상처인듯 했다.


···상처라니.


나는 슬쩍 내 배쪽을 만저보았다.

수류탄을 온몸으로 덮었던 나지만, 내 배는 멀쩡했다.


그 단신의 사내는 자신의 상처를 잠시 끌어안으며 말했다.


“빌어먹을··· 어떻게 이곳까지··· 너도 암영문의 무혼이 보낸 놈이냐?”


‘암영문’이 뭔지도 잘 모르는데.

음.

뭐라고 해줘야하나.


중국어는, 1년정도 공부했던 게 전부.

그것도 군대에서 강제로 시켰던 중국어 회화였다.

북한을 상대로, 중국 쪽 첩보원들과 합작 임무가 있던 시기였었다.


결과적으론, 크게 쓸일도 없었지, 아마.


특히 나는 읽기나 듣기는 그럭저럭 했으나, 말하는 것이 좀 힘들었다.

나는 그 시절, 중국어 교육관님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외국어를 배울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감입니다.’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큰 목소리로!’

‘그리고 자신이 아는 단어와 문장 내에서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나는 우선 음음하고 목을 한차례 풀었다.

그리곤 교육관님의 가르침을 따랐다.


“저는! 한국인입니다!”

“...?”


상대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꿋꿋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소개와 질문을 이어갔다.


“제 이름은, 강철호 입니다!”

“...”

“당신은, 중국인입니까?!”


그야말로 박력넘치는 자기소개였다.

그리고 나의 박력이 상대로 하여금 무언가 진한 감명을 준 것이 분명하다.


상대는 인상을 찌뿌리며 내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마치 동네 바보라도 바라보듯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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