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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국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씹어먹는 특전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나의천국
작품등록일 :
2023.12.11 05:56
최근연재일 :
2024.01.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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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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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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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8,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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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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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DUMMY

재양은 잠시 나와 시선을 교환하다 물러났다.

어쨌거나 도전자가 세가의 사람들과 대련하는 것은 3승을 채우고 나서의 일.

눈앞의 이 진모장이라는 자는, 나까지 이겨야 3승이 된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나는 발끝을 팔자(八)로 모은 다음 무릎을 살짝 굽혔다.

그리곤 두 주먹을 눈 앞까지 들어올렸다.


흔히 말하는 권투의 자세였다.

이에 상대도 나와 같은 자세를 취했다.


우리 둘이 서로를 노려보는 가운데, 객석으로부터는 웅성거림이 흘러나왔다.


“이건··· 둘 다 외공수련자다!”

“외공 대 외공이야!”

“체격도 비슷비슷해!”

“잠깐··· 아까 저 사람 나올때, 강철호라고 하지 않았어?”

“어···? 그, 무혼을 잡았다는 사람 이름도 ‘강’으로 시작했는데?”

“그 강씨도, 여기 객이랬어!”


웅성거리는 소리가 짙어지자 상대는 ‘허!’ 하는 소리와 함께 말했다.


“뭐야, 짧은 머리··· 그쪽도 나만큼이나 유명한 모양인데?”

“뭐, 어쩌다 보니.”


남들이 나를 뭐라 부르건 상관없다.

외공수련자라 부르건 강씨라고 짧은 머리라 부르건, 웰컴.


‘나는 나다.’

그리고 무술은 나를 밀어붙이는 기술이다.


잠깐의 대치후, 진모장은 앞쪽으로 내밀어진 손을 까딱였다.


“들어와!”

“오케이.”

“...뭔 케이?”


달려든다.

길게 발을 뻗으며 스탭인.


순간 상대의 발이 움찔 하였으나, 나는 그 페인트에 속지 않았다.

이미 킥의 거리 안으로 들어선 것이다.


“흡!”


짧은 기합과 함께, 왼손과 오른손을 차례로 내질렀다.

흔히 말하는 원투 스트레이트.

왼주먹이 이마를 스치긴 했지만, 유효타라고 하긴 힘들었다.


빠르게 오고가는 눈빛.

나는 이 첫 공격을 시작으로 오로지 강공으로만 이어나갔다.


스트레이트에서 이어지는 스핀 엘보우.

턱을 노린 어퍼컷.

21세기의 공식경기에서는 절대로 불허할 낭심차기.


급소를 까일뻔한 진모장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이 자식이!!!”


상대의 동작이 슬슬 커지기 시작했다.

겁먹을 건 없었다.

나 역시 그에 맞춰 자세와 템포를 조절할 뿐.


상대의 수면차기를 뛰어넘은 다음, 그 정수리에 내려차기를 시도했다.

가볍게 질러온 상대의 주먹을 피하며, 당수로 녀석의 목을 노렸다.


내 주장은 단순했다.

‘탐색전은 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지켜본 것이다.

앞서의 두 경기를 통해.

상대의 동작을.


그리고.

이 세계 사람들이 구사하는 무술의 경향까지도.


이에 나는, 단 하나의 기술을 끈질기게 노리고 있었다.


방어에 치중된 상대를 향해, 나는 도발을 감행했다.


“살인광이라더니, 고작 이게 다인가?”

“이 자식이?!”


그래, 이걸 기다렸다.

상대가 돌진해오는 순간을.


그의 왼발이 앞으로 나오는 순간, 나는 그대로 허리를 틀었다.


이어지는 ‘타악-!’ 하는 타격음.

상대의 측방 인대에, 나의 킥이 꽂힌 것이다.


“윽-!”


일명 로우킥.

더 정확히는 ‘카프킥’이라고 불리는 낮은 로우킥이다.


체중이 옮겨지는 순간에 걷어찼기에, 상대의 전진은 무마되었다. 나는 발을 찬 방향으로 돌아들어갔고, 상대는 그런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다시 전진해왔다.


그리고-


타악-!


나의 로우킥이 다시 작렬했다.

튀어나온 상대 발의 비골(髀骨)에.


이 수수해 보이는 발차기의 효율에 대해선, 21세기의 이종격투기가 증명한 바 있다.

이 로우킥은, 그 무서움을 모르는 이들을 절름발이로 만들어버린다.


로우킥을 찬 내가 또다시 측면으로 돌아가자, 그는 공격을 연계하지 못했다. 사각에 해당하는 위치인 것이다.


진모장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그의 얼굴이 구겨졌지만, 대련은 얼굴로 하는게 아니다. 나는 타격공방을 이어가다가 상대가 접근을 할 것 같으면 여지없이 로우킥을 날렸다.


타악-!

타악-!

타악-!


연발된 카프킥에, 상대의 스탭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면서도 악착같이 따라붙으려드는 그 정신력은 높게 사지만, 로우킥의 방어를 모르는 거라면 이는 멍청한 짓이다.


객석에선 소란이 일어났다.


“...뭐야, 진모장이 지는 거야?”

“딱히 맞은 것도 없는데 왜 쩔뚝여?”


안맞아봤으니 저런 소리가 나오는 거다.

어지간한 강골이 아니면, 이런 발차기를 견뎌내는 것도 힘드리라.


탁악-! 탁악-! 탁악-! 탁악-!


걷어찰 때마다, ‘와아!’ 하는 소리가 객석에서 울러퍼진다.

그의 장단지 아래가, 눈에 뛰게 부어올랐다.


“어흐흐흑!”


표정만 봐도 알 것 같다.

도저히 다리에 힘을 넣을 수 없는 거겠지.


이제는 그가 다가오지 않아도 내가 먼저 다가가 그의 복숭아뼈 근처를 걷어찼다.

진모장의 자세는, 이미 눈에 띄게 무너져 있었다.


처음으로 뒷걸음질 치는 그를 보며, 객석의 누군가가 벌떡 일어섰다.

이어서 그 관중은 큰 소리로 외쳤다.


“알겠다! ···저 자식, 저기가 약점이었어!”


피식, 하고 웃고말았다.

그의 추리는 반만 맞았다.


여기는 인류의 약점이다.


진모장을 조금씩 구석으로 몰아나가자, 나보다 객석에서 더욱 기세가 올랐다.


“강공자! 헤치워버리시오!”

“저 개같은 새끼! 죽여버려!”


분명, 이 눈앞의 진모장이라는 자 또한 무수한 단련을 거친 사람이리라. 한 때, 재양이 나에대해 말했던 것처럼, 그의 몸 곳곳에 자리한 근육들이 이를 증거한다.


하지만 이 많은 목소리들 중, 그를 응원하는 목소리는 하나도 없다.

인과응보라는 거겠지.


“크으으윽-.”

“...”


주먹을 쥔 채로, 어정쩡하게 서있는 그를 바라본다.

권투의 링에 비유하자면, 코너에 몰려있는 셈.


차이가 있다면.

이곳 연무장에는 로프가 없다.

저기서 더 물러나게 된다면, 그의 장외패로 실격이다.


숨을 들이킨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진모장!”

“...”

“큰소리 탕탕 치더니, 고작 실격패할 생각인가!”


녀석의 핏발선 눈이, 나를 향한다.

나는 그런 그를 마주보며 조용히 걸어들어갔다.


발차기의 간격이었다.

그동안 이 녀석이, 번번히 디딤발을 밟으려다 실패한.


부르르 떨리고 있는 그의 주먹에서, 그 갈등이 느껴진다.

시도한다고 하면 이 진모장이란 자의 마지막 공격이 되리라.


근육은 상대가 행해온 훈련을 짐작하게하는 척도이다.

권투선수가 쓰는 근육이 다르고, 무예타이 선수가 쓰는 근육이 다르듯, 각 무술마다 그 단련되는 부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남자의 몸의 밸런스를 보고서 확신하고 있었다.

비록, 나의 로우킥에 망가지긴 했지만, 그의 주무기는 분명 발차기란 걸.


비록 내색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상대가 워낙 강골인 탓에 내 정강이 쪽도 데미지가 있었다. 이대로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지만, 길게 그는 건 체력 낭비다.


나는 조견이 했던 제안을 잊지 않고 있었다.

내게는 다음 판이 있다.


마치 내 의도를 간파하기라도 한듯, 진모장은 발차기의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태권도로 치면, 주춤서기 자세.


“이름이 뭐였지?”

“강철호.”

“강철호···”


이어 그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가 외쳤다.


“강철호 네놈이! 나의 맹호각(猛虎脚)을 이겨낼 수 있겠느냐?!”


마치, 도발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난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놈에게는 이제 다른 수가 없다.

이대로 갔다간, 내게 정강이를 얻어맞다가 그대로 무너지는 수순 뿐.


“겁난다면 물러가도 좋다!”


가소로운 도발이었지만, 난 그 도발에 응했다.

나 역시,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으니까.


달려들었다.

그의 품속으로.


그러자 예상대로 녀석의 몸이 크게 돌았다.


부웅-

아찔한 바람소리와 함께 내 머리털이 솟구쳤고-


나는 그 커다란 돌려차기 아래로 파고들었다.


“이잇...!”


크게 헛찬 상대의 몸은 속절없이 돌아갔고, 난 내뻗은 손으로 상대의 복숭아 뼈를 낚아챘다.


“어어어엇?!”


콰당-


상대의 육중한 몸이 무너졌다.

태클이 통한 것이다.


‘됐어!’


내 오랜 관찰의 결과물이었다.

이들의 무술이, 입식(立式)타격으로 국한된다는.


태클.

낮은자세로 미끄러지듯 다가가 상대를 무너뜨리는 이 레슬링 기술은, 발차기를 주로 사용하는 이에겐 악몽같은 기술이다.


그리고 이 기술에는, 그 다음이 있다.


나는 넘어진 녀석의 팔꿈치를 끌어안고선, 가랑이 사이로 끼웠다. 상대는 이 서브미션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했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이어진 건 '파각-' 하는 불편한 뼛소리.


그의 팔을 꺾어버린 것이다.

이어서 무지막지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진모장의 입이 찢어질듯이 벌어졌다.

아직 멀었다.


아예 시작을 안했으면 모를까.

연무대 위에 오른 이상, 나는 세가에서 제공한다는 ‘소원수리’까지 받아낼 생각이었다.


“내 팔- 내 파아아아알-!”


나는 암바를 멈추지 않았다.

진모장이 질러대고 있는 이 비명은, 그 공포감을 다음 도전자에게까지 전달시키리라.


“하, 항복-! 항복!!!!!!!!!”


기다렸던 소리였다.

빠직-!


나는 녀석이 항복을 선언하는 타이밍에 맞춰, 그 팔 뼈를 뽑아버렸다.

진모장은 자신의 팔을 부여잡은 채 때굴때굴 구르다 연장 아래로 떨어졌다. 뼈가 빠지자, 어깨에서 늘어난 듯한 그의 팔은, 그를 마치 기형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이어서 내가 몸을 일으켰을때, 객석에서는 함성을 터뜨렸다.


“와아아아아! 진모장이 졌다!”

“방금 그거 흡기공 아냐?! 상대방 내공을 말려버리는거!”

“저게 바로 외공수련자지! 수수하지만, 확실하게 상대를 박살내버리는거!”


나는 함성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약선 할아버지는 이번에도 쓰러진 진모장에게 다가간 후, 그를 진찰했다.


이때 모두를 향해 입을 뗀 것은, 조견이었다.


“강공자! 멋진 한판이었소.”


뭔가 작의적인 말투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몸이 객석을 향하면서 말이 이어졌다.


“참고로 저기 계신 강공자는 나의 하나뿐인 맹우로써-”


···뭐시기?


“-얼마전 재양을 죽이려 들었던 무혼을 쓰러뜨린 공자이기도 하오!”


참 용하기도 하다.

나를, 자신의 후광으로 활용해버리는 조견의 처세가.


“보시다시피 그는 불의 앞에 두려워하지 않고, 불의한 자를 용서치 않는 정파의 화신같은 존재요. 나는 내 하나뿐인 맹우가 자랑스럽소!”


조견의 말이 끝나자 누군가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박수소리는 파도가 되었다. 한참 후, 그 박수소리가 끊겼을 때, 묘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기다려도.

다음 도전자가 나타지 않은 것이다.


‘음. 공포가 너무 과했나.’


오전에는 이런 경우가 없었다.

나는 영문을 모른 채로 조견과 재양이 있는 방향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후, 조견이 다시 말했다.


“도전자가 더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번 무투회는 저기 계신 강공자의 도전자 판막음으로 인정하겠소.”


여전히 도전자는 나오지 않았다.

잠시후, 조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번 초계회는, 저기 계신 강공자가 판막음을 하였소!”

“우와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이 이어지는 중에, 조견은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지는 도전자가 없으므로, 강공자 승수는 채워진 것으로 인정하겠소! 강공자는 도전할 상대를 지목해주시오!”


나는 그렇게 했다.

이어 조견은 내 손가락의 방향을 어림해보다가 말했다.


“역시! 강공자는 우리 세가의 막내, 재양을 지목하였-”

“틀렸소.”


나는 고개를 빳빳이 든 채로 말했다.

이간질의 대가를 치뤄야할 때였다.


“나는, 혁련세가의 둘째 도련님께 대무를 청하겠소.”


순간 조견의 표정이 굳었다.

아마 그 머릿속서에는 나와 조웅전에서 나눴던 대화들을 복기하고 있을테지.


···뭐.

알바냐.


나는 이어 말했다.


“그리고, 이겼을 시의 내 소원에 대해서도 미리 말하겠소."

"...해보시오."

"만약, 내가 이긴다면-


이제 이것으로.

조견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리라.


"-무혼과의 면회를 허락해주시오.”


난 내 말의 무게를 안다.

조견의 바로 옆에 서있던 재양의 입도 쩍 벌어졌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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