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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국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씹어먹는 특전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나의천국
작품등록일 :
2023.12.11 05:56
최근연재일 :
2024.01.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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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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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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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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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

DUMMY

조웅전에서 나오자 재양과 지율비, 그리고 세가의 의료진이라고 할수 있는 약선 할아버지가 나와있었다. 그리고 그 조금 뒤엔, 나를 기다린 듯한 선아가.


조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다리게 했군... 가자.”

“네.”


네 사람이 걸어가고 나자, 나와 선아만이 남았다.

선아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공자님. 어찌, 수심이 더 깊어지신 것 같습니다.”

“그리 보이냐···”


어쩌면 이것은 관상을 살피는 사람의 눈썰미 인지도 모른다. 나는 멀어저가는 조견을 바라보다 말했다.


“선아야. 네게 하나 물어볼게 있다.”

“하문하소서.”

“이곳 장문인이, 소림사로 떠났던 때가 언제냐?”


그녀는 잠시 날짜를 어림하다 답했다.


“내일로 보름에 접어듭니다··· 원래 스무날을 예상하고 떠나셨지요.”


20일이라.

그렇다면 약 5일 쯤 뒤가, 원래 그가 돌아기로 예상했던 날이다.

그에게 특별히 변고가 없었다면 말이다.


설령 그에게 변고가 생겼다 하더라도 그것은 앞으로 5일이 지나기 전까진 증명할 수 없는 일. 나는 우선 지금 해야할 일에 대해서만 생각해보았다.


“다들 식사를 마쳤나 봅니다.”

“그러네.”


연무장에는 꽤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인원수만 따지면 원래의 인원보다 더 불어난 느낌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하나 둘 세가로 모여드는 이가 늘어난 모양이었다.


“좀 앞쪽으로 앉을까?”

“알겠습니다.”


선아와 나는 앞쪽의 구석으로 자리를 잡았다.

무투회는 바로 시작되지 않았다.


오래지 않아, 연무장의 반대편에서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오늘, 기다리다가 날 새겠군.”


이어 그 목소리의 주인은 아무런 허락같은 것도 없이, 성큼성큼 비무대 위로 올라왔다. 이에 진행을 돕던 여자아이 하나가 그 사내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 허락없이 이렇게 올라오시면-”

“귀찮다!”


퍼억-


아마 객석에 있던 모두가 놀랐을 것이다.

사내는 날파리라도 쫒듯이, 그 여자아이를 후려쳐버린 것이다.


비명도 없었다.

그 여자아이는 이빨을 내뿜은 채, 비무대 위를 나뒹굴었다.

객석에서 비명이 터져나오자, 그 상대는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맹호곡에서 온 진모장이라고 한다!”


덩치가 큰 사내였다.

몸엔 호피 가죽같은 걸 두르고 있었는데, 딱히 무장은 따로 없는 자였다.


그리고 사내가 쾅- 소리가 나도록 발을 구르자, 객석에선 소란이 일었다.


“지··· 진모장?! 그 진모장 말인가?”

“아니 뭐하러 그런자가 이곳까지 와서 진상을 피우는거지?”


이에 진모장이란 사내는 사람들의 수근거림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 다시 소리를 질렀다.


“결국 다들 싸우러 온거 아니냐! 아무나 올라와라. 나 진모장이 상대해 줄테니!”


그 쩌렁쩌렁한 소리에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잦아들었다.

몇몇은 귀를 막았고, 아이를 대동해 온 자들은 반사적으로 아이를 감쌌다.

나는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 보다, 옆에 앉아있던 선아에게 물었다.


“저자가 유명한 자인가?”

“변방에 이름이 알려진 살인광입니다.”

“...살인광? ···살인광이라는 놈이 저렇게 당당히 자기소개를 해?”

“그 배후에 맹호곡이 있으니까요.”


맹호곡?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다.

잠시후, 비무대 위로 또다른 이가 올라왔다.


“잠시만! 잠시만 기다리시오!”


약선 할아버지였다.

그는 쓰러져있는 여자아이에게 급하게 달려가더니, 맥을 짚어보았다.

그런 그에게, 진모장이라는 자는 버럭 화를 냈다.


“그냥 치워! 여기서 치료할 생각이야?”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내가 치워줘?”


그는 그 소녀와 할아버지가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걷어찰듯한 모션을 취했다. 그리고 그때, 아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멈추시오!”


버럭 화를 내며 연무장 위로 올라온 것은 재양.

우선 그 살인광이라는 사내와의 대조적인 체구가 한눈에 드러났다.


살인광이라는 자는 혀로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오호. 난 특별대우냐?”

“무슨 헛소리요?”

“혁련의 공자께서, 바로 대련을 받아주는거냔 말이지.”


재양은 연단에 서있는 조견 쪽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그리곤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혁련의 무투회에, 이런 무도한 자의 난입을 허하면 안됩니다!”

“...”

“이 자는 방금, 대회 운영을 돕는 세가의 여종에게 폭력을 구사했습니다. 충분히 실격처리하고 남을 사항입니다. 이런 자의 참여까지 허하실 겁니까?”


잠시 침묵이 있었다.

살인광이라는 녀석 또한 팔짱을 낀 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자는 심산 같았다.


잠시 후, 조견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별 무도한 자를 다 보겠군.”


순간 재양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조견이 말한 ‘무도한 자’는 그 살인광을 가리킨 말이 아니었다.


“재양.”

“네.”

“그럼 앞으로도 이 무투회를 진행함에 있어, 누구의 도전을 받고 또 누구의 도전을 받지 않을지를, 일일이 네 허락을 받아야 한단 말이냐?!”


재양은 순간 몸이 굳은 듯했다.

이윽고 문맥을 이해한 재양의 표정이 한순간에 시뻘게졌다.


“...아니, 형님?! 제 말은 그게 아니잖습니까!”

“아니, 넌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쓰읍- 하고 조견이 숨을 들이켰다.

이어 그의 사자후가 터져나왔다.


“누가 너로 하여금! 이 많은 손님들이 보는 가운데 대회 진행을 좌지우지할 권한을 주었느냐!”

“...혀, 형님!”

“혁련 세가의 무투회 규정에, 도전자의 자격을 정하는 사항은 없다!”


조견은 마치 화난 듯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엔 그것이 정치적인 쇼같은 것으로 보였다.


그는 지금,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는 것이다.

누가 이 혁련세가의 실권자인지를.


조견은 이어말했다.


“맹호곡, 진모장의 도전으로 오후의 무투회를 시작하겠소. 이에 대적할 자는 누구든 비무대 위로 올라오시오.”


그의 말을 끝으로, ‘궁-’ 하고 비무대의 징이 울렸다.

오후의 비무대가 시작된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아무도 올라오는 이가 없었다.


비무대 위에서, 홀로 사람들의 시선을 받던 진모장은 다시 고함을 질렀다.


“뭐냐! 혁련 세가로 찾아온 놈들은 죄다 겁쟁이뿐인가?!”

“...”

“내 소원을 미리 말해주지! 내가 이기게되면, 이곳의 여종들을 모조리 내 첩으로 삼아 떠나겠다!”

“...”

“모름지기 정파라는 놈들이 이런 도발을 참고 넘긴단 말이냐!”


순간, 객석에 있던 한 사내가 갑자기 튀어나갔다.


“장하산의 부용! 네 방자한 혀부터 잘라주마!”

“어디, 와봐라!”


부용이라고 자신을 밝힌 자는, 등 뒤에 대도(大刀)를 매고 있던 자였다. 나는 저렇게 무거워보이는 큰 칼을 찬 이가, 허공으로 솟아오르는 것에 놀라는데-


이에 진모장이 선보인 기술은 나도 아는 것이었다.


“...뒤돌려차기?”


그랬다.

그는 떨어지는 대도로부터 머리를 멀리 둔 채, 자신의 오른발을 낙하지점으로 뻗은 거였다.


정확한 겨냥이었다.

퍼억-!


복부를 가격당한 대도의 사내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발차기 자체도 있지만, 자신이 달려들었던 속도까지도 고스란히 충격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진모장은 호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한명이구나!”


이어 느긋하게 뻗었던 발을 접는 그를 향해 사람들의 탄식이 이어졌다.


“외··· 외공이다···”

“발차기 한방에···”


···엥?


사람들의 놀라는 포인트가 좀 의아했다.

저렇게 걷어차이면 누구나 한방에 쓰러지게 되어있다.


그런데-

난 무거운 쇳덩어리를 들고서 가볍게 날아든 남자에게 놀랐건만, 이들은 저 맹호곡의 진모장이란 자에게 놀란다고?


순간.

나는 저 맹호곡이란 말을 어디서 들었는지가 떠올랐다.

이곳에 온 첫날, 수련동굴을 내려오며 무혼에게서 들었던 말이었다.


-강공자. 그대는 혹시, 맹호곡 출신이요?

-외공의 깊이가 있는 듯하여 짐작해보았소.


외공.

그리고 재양도 나를 가리켜 ‘외공수련자’라고 불렀었다.

묘한 확신이 든 나는, 선아에게 물었다.


“선아.”

“네, 공자님.”

“몰라서 그러는데, 왜 사람들이 갑자기 쫄아있는거지? 그 맹호곡이라는 뒷배 때문에?”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 맹호곡 사람들이 구사하는 특이한 무공 때문입니다.”

“어떤 점에서 특이한데?”

“저들의 무공은, 일반적인 내공 수련이 아닌 외공 수련에 치우쳐있습니다. 그래서 외공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상대하기가 무척 껄끄럽다 들었습니다.”


헐···

설마 설마 했지만, 이건 정말 의외다.

오히려 내게는 익숙한 저 ‘외공’이, 이들에게는 오히려 특이한 무술처럼 여겨진다는 말 아닌가.


이어 또다른 도전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각고개의 월향!“


이번엔 여자의 목소리였다.


연무대 위로 달려든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채찍을 사려놓은 채였다. 진모장은 붉은 치파오를 입은 그녀를 보며 혀를 기분나쁘게 내밀었다.


그리곤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이런, 이런... 내가 미인계에 약하단 건 어떻게 알았지?”

“유언이 길다!”


그녀는 사려놓았던 채찍을 풀어내며 바닥을 ‘촥!’ 소리나게 후려쳤다.

이에 진모장이 선보인 자세 또한, 내게는 익숙한 거였다.


그 자세는.

무예타이의 자세와 유사했다.


이어 서로간의 공방이 시작되었다.


파바바바밧-!


여자의 채찍이 사납게 휘둘러지는 가운데, 진모장은 그녀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채찍이 닿을듯 말듯한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그 틈을 살피며.


파삭! 팟!


날아든 채찍이 그의 어깨를 할퀴고 지나갔으나, 진모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박해보였던 이전 행동과는 달리, 그는 철벽같은 인내심으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의 동작에는, 권투에서 자주 쓰는 방어동작도 섞여있었다.


가드.

사이드 스탭.

위빙.


이어 그의 눈썹주위로 빨간 자상이 생겨났을 때-

그는 앞쪽으로 달려나갔다.


몇대 맞을 것을 각오한 돌진이었다.


“이-잇!”


채찍이 후려친 등짝에서 살점이 튀어올랐다.

채찍이 감아버린 손목이 남자의 주먹을 봉쇄시켰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남자의 돌진을 막아낼 순 없었다.


그리고 여자는, 악수를 범해버렸다.


“저리갓!!!”


뒤로 물러나버린 것이다.

하필이면 돌진해오는 적을 상대로.


“돌아 들어갔어야 한다.”


내 중얼거림이, 여자에게 들렸을 리는 없다.

진모장은 여자를 세걸음만에 따라잡았고, 이어서 내가 예상했던 공격이 펼쳐졌다.


빠각-


여자의 안면에 정통으로 니킥이 들어간 것이다.


진모장은 뒤로 넘어가버린 여자를 보며 탄식했다.


“아이고 실수··· 예쁜 얼굴을 부셔버렸네···”


그의 말대로 였다.

여자의 안면은 뭉개져 버렸다.

비틀려버린 그 코뼈로는, 한동안 미모를 자랑하기 힘드리라.


“...”

“...”


이윽고 그녀를 내려다본 진모장은, 입맛을 다지며 말했다.


“뭐 어쨌든, 이걸로 둘··· 앞으로 한놈 남았군.”

“네놈! 굳이 그렇게 험한 수를 쓰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


재양이었다.

녀석의 말에, 진모장은 혀를 차며 말했다.


“병신아. 내 등짝 찢어진게 안보이느냐?”

“그렇다고 애꿎은 처녀의 얼굴을 저렇게 만들어놔?”


재앙이 녀석.

이럴 때는 또 피가 뜨겁군.


녀석은 다시금 연무대 위로 올라서며 말했다.


“금수같은 놈··· 너는 곧바로 내가 상대해 주겠다.”

“그럴거 없어.”


선아의 고개가 획 돌았다.

마지막은 말은 내가 한 말이었으니까.


나는 주변의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가볍게 몸을 비틀어보았다.


우두둑- 우두둑-

뼛소리가 기분좋았다.


“다녀올께.”

“...네?”


나는 경공같은 건 모르는 관계로, 연무장까지 뚜벅뚜벅 걸어올라갔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바람에 좀 떨리긴 했지만, 그건 싸울 상대로부터 받는 공포와는 달랐다.


음, 일단.

연무대에 오를땐 자기 이름부터 말하는 거였지?


“혁련세가의 객, 강철호입니다!”


이에 나를 바라본 진모장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오호? ···제법 몸은 잡혀있는 놈이군.”


나는 고개를 돌려 바로 연단 위의 한 사람과 시선을 맞추었다.

바로 조견의 시선이었다.

내게 2인자의 자리를 제시했던가.


나의 대전상대로부터 우두둑 소리가 들려왔다.


"네놈만 제끼면 3승 다채우는거군."


우뚝선 진모장의 덩치는 나와도 비슷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100번이면 99번.

내가 이긴다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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