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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국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씹어먹는 특전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나의천국
작품등록일 :
2023.12.11 05:56
최근연재일 :
2024.01.02 11:2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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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16
추천수 :
225
글자수 :
128,657

작성
23.12.18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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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2쪽

13

DUMMY

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공자님. 저는 세가의 여종입니다.”


나는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내 질문은 재양과 조견중 누가 더 좋냐는 거였다.


“그건 대답이 아닌데.”

“세가의 도련님을 대상으로, 오호의 감정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나는 세가의 두 도련님을 굳이 물에 빠뜨려보진 않았다.


“꼭 좋고 싫고는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잖아. 뭐 남자로써든, 주인으로써든 뭐든.”

“그 역시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음··· 정말 그럴까.


이곳, 섬서 지방에 거지들이 유독 없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바로 혁련세가가, 오갈 곳 없는 처지의 사람들을 시종으로 거둬드리곤 하기 때문.

그리고 선아 역시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더욱이 선아는 여자.


어느날 세가의 도련님 눈에 들어 출세를 하는-

나름 이 세계 버전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한번쯤은 상상 해봄직 한데 말이다.


내가 선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데, 또다른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


“포부가 없는 아가씨네. 나라면 둘 다 낚아챌 텐데 말이지.”


윙크와 함께 다가온 여주인의 말이었다.

그녀는 토마토와 매실이 담긴 접시를 탁자 위에 내려놓더니, 다리를 꼬고 앉았다. 나는 이 갑작스러운 난입에 어떻게 반응해야할까 고민하다가, 가벼운 농담을 선택했다.


“그것도 선택은 아니군요.”

“아뇨? 그리하여 날 두고 두 사람이 싸우게 만든 다음, 이긴 쪽을 선택할 건데요?”

“...”


이곳의 여주인인 매월은 썰린 과일조각 위에 젓가락을 꽂더니 나와 선아에게 하나씩 건넸다. 그리곤 내 앞에 술잔을 내려놓은 뒤, 거기에 곡주를 채우며 말했다.


“요즘, 재양 도련님과 조견 도련님 사이가 부쩍 안좋은 모양이죠? 그런 말씀을 하는 걸 보면.”


나는 방어적으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재양이 말해줬던게 전부였다.


-거기 주점 주인, 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야··· 게다가 주변 소식에 빠삭해서, 친해두면 여러모로 좋은 사람이지.


모든 장점에는 양면이 있다는 걸 안다.

남에게 정보를 잘 전달해주는 사람은, 내가 흘린 정보를 쉽게 퍼트릴 사람이기도 하다.


이에 나는, 조견과 나 사이의 일이 퍼지게 하고싶지 않았다.

선아나 재양에게 말고는.


선아에게 말하기로 마음먹은 것조차, 혹여 잘못되면 그녀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조견의 성격으론 충분히 가능하리라.

실제로 그녀는 내 결정에 관여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저 나를 모시고 있었다는 이유로 해하는 것이.


따라서 만약-

그녀가 위험을 피하고자 한다면, 그녀를 나와 떨어뜨려놓을 생각이었다.


그런 상황 일진데-

선아가 뜻밖의 말을 해버렸다.


“저는 강공자님이 선택하는 쪽을 따를 것입니다.”


···에???


그 갑작스러운 말에, 옆에 앉은 매월조차 조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 술잔을 들었다.


그 곡주를 들이킨 다음에도, 내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은 한마디 뿐이었다.


“...왜지?”


내 목소리에서, 그녀도 깨닳았으리라.

자신이 조금 갑작스런 말을 했음을.


하지만 그녀는 전혀 당황한 기색없이, 천장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재양 도련님이 강공자님을 뫼시라고 한날, 저는 당산나무 앞에서 별을 보았었습니다···”


기억한다.

그 날은, 나와 재양이 정자에서 술을 나눴던 날이었다.

선아는 이어 말했다.


“그 때, 저는 자미두수(紫微斗數)를 읽고 싶었든요.”


이 세계의 말에 충분히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종종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 나는 머리를 살짝 긁으며 물었다.


“...그게 뭔데?”

“흔히들, 별점이라 부르는 것이옵니다··· 그리고 거기서 심상치않은 괘(卦)를 읽었지요.”


음···

별점이라.

내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별안간 매월이 손벽을 치며 말했다.


“어머, 어머, 어머?! 너가 둘째 도련님이 말한 그 선아구나! 맞지?!”

“...그러하옵니다.”

“이야··· 정말 잘 왔다, 얘! 시간되면 꼭 한번 만나보고싶었는데···”

“...어인 일로 그러시온지?”

“나 말야. 연애운 좀 봐줘··· 내가 이 날 이 때까지, 이 미모에, 낭군님 한번 못만나보고 살줄 알았겠니?”


···뭐지?

이 여자가 대화의 흐름을 끊네?


나는 좀 어이없다는 눈으로 매월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내게 또 한번 윙크를 하더니 비녀 하나를 뽑아 들며 말했다.


“관상으로 봐줄 거야, 아님 손금으로?”


매월은 그렇게 말하는 동시에, 뽑아든 비녀를 펜처럼 잡았다. 그리곤 탁자 위에 무언갈 끄적였다.

놀랍게도 그것은 글자였다.


‘엿듣는 사람이 있소. 중한 말이라면 금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와 선아가 순간적으로 입을 꽉 다물자, 그녀는 더 호들갑스럽게 말했다.


“내가 복채는 두둑히 내줄께··· 이렇게 만난 김에 좀 봐주라. 응? 응?”

“...그럼 관상을 잠시 살피겠습니다.”


선아는 매월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매월은 생글생글 웃으며 다시 비녀를 끄적였다.


‘공자와 척진 이들이 있소? 살기(殺氣)가 섞여있소.’


몸이 굳었다.

생각해뒀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무혼을 잡아 세가의 옥에 들어가게 했고, 조견과 대립각을 세웠으며, 맹호곡의 진모장이란 자를 팔병신으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이 매월관으로 오는 동안, 미행이 붙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안일했다.'

내가 몸이 굳은 채로 청각에 집중하는 동안, 선아는 조용조용 말했다.


“여소협께서는 앞으로 3명의 귀인을 만나실 겁니다. 그리고 그 귀인 중 한 명은, 여소협과 해로동혈(偕老同穴)할 연을 이어가게 될 것이옵니다.”

“에게게··· 고작 한 명? ···그럼 고를 수가 없잖아··· 적어도 4명은 되어야 선택지가 생길 텐데.”


갑작스런 숫자에 직감적으로 느꼈다.

‘메시지다.’


지금, 숨어서 엿듣고 있는 자가 네 명.

이어서 글자를 끄적이던 그녀의 비녀가 탁자위에 놓였다.

그 끝이 내 등 뒤를 가리킨 채였다.


“...”


천천히 탁자 아래로 손을 내렸다.

허벅지에 채워진 홀스터에서 권총을 풀고, 조용히 무릎 위로 가져온다.


매월은 탄식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래도, 고백은 남자가 먼저 해오는 거겠지? 응?”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격은 내가 먼저.


나는 잽싸게 의자 옆으로 굴러나오며 내 등 뒤의 벽을 향해 총을 쐈다.


빠앙-!

글록-17이 이곳의 나무 벽 하나 관통못할 리는 없었다.


“커-헉!”


총을 쏜 방향에서 비명이 터져나왔고-


“난입하라!”


-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꽈직-!

창문을 박살내며 세 인영이 튀어나왔다.


곡도를 든 사내 하나와, 창을 든 사내 둘.

그 중 창을 든 사내는, 무언가를 품에서 꺼내 내던져왔다.


‘암기!’


나는 잽싸게 뒤로 굴렀다.

‘빠- 박-’ 하고 내가 있던 자리엔 표창이 내리꽂혔다.


선아가 있는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그녀의 손목을 당겼다. 그녀를 내 등 뒤로 돌려세우는 동안 매월은 탁자 위의 비녀를 빠르게 던졌다.


‘샤악-’하는 소리를 내며, 다트처럼 날아간 비녀.

그리고 이는 상대가 뽑아든 곡도(曲刀)에 튕겨나갔다.


차앙-!


튕겨난 비녀는 빙글빙글 돌며 바닥에 떨어졌다.

난입한 세 사람은 각자의 무기를 든 채로 자세를 잡았다.


셋 모두 복면을 쓴 자였다.

이어 그 중,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매월은 물러나라. 용무는 거기 사내에게 있다.”


그는 매월을 아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듣게된 매월 또한, 상대를 짐작한 것 같았다.


“...암영문주님?”

“난장을 피우러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 너는 물러나.”


···암영문주라고?


세가에 옥에 갇혀 있는 무혼의 소속이 바로 암영문이었다.

그럼 저자가 지금, 그 암영문의 수장이란 말인가?


새로운 비녀를 뽑아든 매월은 새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난장을 피우고 계신데요? 손님의 말을 엿듣다가 매월관의 창문을 부수고 들어오신 것으로.”


이에 복면 쓴 노인은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너와 연이 있는 남자더냐?”

“완전히 없지는 않지요. 저희 매월관을 찾아주신 손님이니. 그리고 저희 매월관의 주대에는, 손님의 즐거움과 더불어 그 안전을 보장해드리는 비용까지 포함되어있습니다.”


···서비스 좋은데?

일찍이 재양이 날 이곳에 데려오려한 이유 중 하나 쯤은 알 것 같다.


매월의 말을 들은 노인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그럼 가서 내 술상도 내어오너라. 그러면 나도 손님이 될테니.”

“저런··· 우리 암영문주님, 모르셨구나?”

“...뭘?”

“저희 매월관은, 정문으로 들어오셔야만 손님입니다.”


이 매월이란 여자, 담이 쎈 여자였군.

암영문주는 나와 매월을 번갈아보다 말했다.


“비녀와 그··· 요상한 물건을 내려놓아라. 그러면 우리도 칼을 넣겠다.”

“칼부터 넣으시면 생각해 보지요.”


상대가 말한 ‘요상한 물건’이란 내 권총을 가리킨 말인것 같다.

노인이 그와 함께 온 이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그들은 꺼냈던 무기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본 나도, 천천히 권총을 내린 뒤 옷 허리띠에 꽂았다.

어딘지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세 사람이었는데, 곧장 그 분위기의 출처를 알게 되었다.


실제로 기괴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한 사람은 팔이 조금 길었고, 다른 한 사람은 다리가 삐딱했다. 그리고 노인은 허리가 조금 이상한 각도로 휘어져 있었다.


“네놈이 내 아들놈을 잡았다던, 그 강철호렸다.”


···무혼이 아들이었나.

나는 순순히 답해주었다.


“그렇소.”

“어디서 굴러먹다 튀어나온 놈이냐.”

“도깨비 나라.”


이 상황에 ‘풋’하고 웃어보인 선아가 의외다.

나는 전의(戰意)를 유지하기 위해 험악하게 말했다.


“그러는 그 쪽네들은 어디서 굴러먹다 왔길래 하나같이 병신들이요?”

"뭐야?!"


노인 옆의 사내가 앞으로 나오려는데, 노인이 팔을 뻗어 저지했다.

이어 노인은 으르릉거리듯이 말했다.


“조견의 말이 사실이었군.”

“...그가 뭐라고 했길래?”

“이 쪽 사정에 대해, 아는 게 전무하다고.”


그동안 나름 이곳의 정세에 대해 이것저것 읽고 듣긴 했지만, 일주일 남짓한 시간 안에 모든 것을 파악하기란 무리였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저 암영문이란 단체와 조견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 아직 확신할 수는 없지만, 세가의 문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야합같은 게 있었지 싶다.


노인은 여전히 복면을 쓴 채로 말했다.


“우리 암영문의 무학엔 그 깊이만큼의 독기(毒氣)가 묻어있다. 따라서 이 몸은 그 깊이의 증거이기도 하지.”


순간 복면 아래에 있던 무혼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복면을 쓴 건 좋은 선택이요. 보나마나 미남자들일 것 같군.”

“...그렇게 계속 개짖는 소리만 할테냐?”


어딘지 건설적인 대화를 유도하는 말투였다.

나는 빠르게 사과했다.


“그래, 실례했소··· 허나 난, 당신들이 날 미행해온 이유를 아직 모르오.”

“네놈을 죽이기 위해 그런 건 아니다.”

“미행을 한 건 인정하는 군.”


그를 믿고싶어도, 그들에게 들려있는 무기가 그 믿음을 방해했다. 나는 언제든 다시 권총을 빼들 준비를 한 채 말했다.


“날 죽이려 한게 아니면, 뭐하러?”

“어쩜 우리는 같은 목표를 가질 수도 있을 듯 하여.”


같은 목표?

내가 눈썹을 찡그리자, 암영문주는 싸늘하게 말했다.


“우리는 무혼을 죽이고자 한다.”


의외의 말이었지만, 한 가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저 집안.

콩가루 집안이었구만.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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