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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천국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을 씹어먹는 특전사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전쟁·밀리터리

나의천국
작품등록일 :
2023.12.11 05:56
최근연재일 :
2024.01.02 11:25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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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1
추천수 :
225
글자수 :
128,657

작성
23.12.22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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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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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

DUMMY

운기조식을 마친 재양은 그럭저럭 몸을 운신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하지만 무혼은, 겨우 자신의 몸을 일으켜 추스릴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두 사람에게 바깥의 사정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무혼은, 단번에 상황을 파악해버렸다.


그는 씨익-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질극을 벌일 심산인거군.”

“...그런 것 같아.”

“20살도 안된 처녀를 인질로 삼아, 옥 밖에서 기다리고 있단 말이지? ···그거, 참으로 정파 세가의 도련님 답군.”


마지막 말은 재양을 겨냥한 듯 했다.

이에 재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믿을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

“결국 둘째 형님이, 여종의 목숨을 인질로, 너를 노린단 말 아니더냐? ...잘못 듣거나 한 거 아냐?”

“잘못 들을 거리가 아니었어.”


불신 가득한 재양의 표정을 본 나는, 작게 한숨을 쉰 다음 말을 이었다.


“믿지 못하겠다면 내 말을 모두 가정으로 받아들여.”

“...”

“조견이 선아를 인질로 삼고 있다는 가정하에, 우선은 나가서 대화를 해볼 거야···”


이에 무혼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가만보면 네놈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군.”

“착각이라니?”

“이 세상의 모든 일을, 대화로 풀어낼 수 있다는 착각.”


나는 쓰게 웃었다.


“...그렇다기보단, 무력을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할 뿐이다.”

“그래서, 정작 무력을 쓰지 않아도 되었던 적이 있었나?”

“...”


내가 말이 없자, 무혼은 말을 이었다.


“강공자··· 대립이 이미 일어난 이상, 싸울 때는 싸워야한다···”

“...뭔 말이 하고싶은거냐?”

“이곳을 나서자마자, 조견을 공격해야한다... 이미 그에게 잡혀있는 계집은 포기해.”


무혼의 말을 잠시 생각해본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차피 상대는, 조견 한 명이다.”


실제로 밖에서 들려왔던 목소리는 조견과 선아의 것 뿐이었다.

아마도 조견으로써는, 정파 가문의 도련님으로써 ‘인질극을 벌였다’는 사실을 퍼뜨릴 수 없는 것이리라.


무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강공자··· 네겐 조견이 만만해 보이는 것이냐?”


그럴리가.

나는 이미 그와 대련을 했던 적이 있다.

다름아닌, 이곳의 무투회장에서.


그리고 만약.

‘장외패’라는 룰이 없었다면 나는 무척이나 고전해야했으리라.


무혼이 덧붙였다.


“어쨌거나 조견도, 이 혁련 세가의 둘째이다··· 그 역시 혁련의 무학을 혹독하게 익힌 자... 방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내게는 무혼이 하지 않은 말까지도 들리는 것 같았다.

자기 자신은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재양은 부상을 입었다는.

그래서 숫적인 우위는 생각할 수 없다는.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다음 앞장섰다.

출구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며, 나는 한번 더 당부했다.


“조금만 참고··· 상처입은 티는 내지 않도록.”

“알고있다.”


서로를 잘 모르는 상황에선 허세 도한 무기일 수 있다. 상처를 감출 수만 있다면, 조견 역시 우리에게 쉽게 덤비지 못하리라.


나는 입구문에 손을 올린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다.”

“...열어.”


나는 문을 열었다.

있는 힘껏.


강하게 밀려난 문은 ‘쾅-!’하는 소리를 내며 오른쪽의 벽에 부딪쳤다.

이어서 나는, 왼편에서 드러난 조견을 향해 돌려차기를 날렸다.


선아의 모습에, 한방은 날려줘야 직성이 풀릴것 같아서.


파박-!


나의 회심의 돌려차기는 조견의 양팔에 가로막혔다. 내 발차기에 실린 힘의 방향을 흐트러뜨리는, 정교한 방어법이었다. 이어 조견과 나는 빠르게 물러났고, 형제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혀···형님···”

“...”


계단을 올라온 재양이 놀란 얼굴을 하고있었다.


그럴 수 밖에.

조견의 손에는, 쇠사슬이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선아의 목과 손과 발목으로 이어지는.


이를 본 재양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되는···”


현실부정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눈에 보이는 상황은, 내가 했던 말과 부합하고 있었으니까.


조견은, 선아를 인질로 삼으려들었던 것이다.


"후... 살것 같은 기분이군."


무혼의 말이었다.

그의 심정이 이해는 갔다.

좁고 어두운 지하에 있다가, 탁트인 세가의 정원으로 나온 셈이니까.


"..."

"..."

"..."


우리와 조견 사이에는 쉽사리 대화가 시작되지 않았다.


‘찌르르르르-’ 하는-

풀벌래 소리가 한차례 지나갔을 뿐.


그 잠깐의 대치 후-

나는 우선, 선아를 향해 말했다.


“다친 곳은 없느냐.”

“그렇습니다.”

“...왜 그런 행색으로 있는 것이냐.”

“둘째 도련님의 뜻이었습니다.


그녀의 말대로, 몸을 상하게 한 일은 없는 듯했다.

조견은 재양에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


“강공자··· 난 당신같은 인간을 알아.”

“내가 어떤 인간인데?”

“그대는··· 한 번 결정한 싸움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이다.”

“...”

“그리고 그 싸움에, 타인이 휘말리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지.”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얼마 전, 그와 무투회 중에 했던 말이 떠올라서.


-그대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군.

-나처럼 알기 쉬운 자도 드물겁니다만.


오래 전도 아닌-

당장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 잠깐 사이에-

조견이 나에 대한 이해력을 증진시켰다고 믿을 바보가 아니다.


“말이 쉽게 오락가락하는 사람들이 있소.”

“그런데?”

“그만큼 말을 가볍게 휘두르는 사람이라는 반증이지.”

“...갑자기 그런 말은 왜 하는 게냐?”

“...못느끼면 됐소.”

“흐음··· 그럼 내 용건을 말하겠다.”


조견은 손에든 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작은 선아의 몸은 조견에게까지 끌려갔다.


“오늘 저녁에, 암영문의 문주에게서 재미있는 제안을 받았다.”

“어떤 제안이오?”

“우리 세가에서 일하는 여종 하나를 데려갈 수 있냐는 거였지.”


지금 눈 앞에도 그런 이가 하나 있었다.


“...선아 말이오?”

“그래.”


휘이이이이이-


밤바람이 한차례 불어와 선아의 치맛자락을 나부끼게 했다. 재양도 무혼도 가만히 조견을 노려보는 가운데, 그의 말이 이어졌다.


“처음에 난 그것이, 그 늙은 노인의 기괴한 성벽(性癖) 쯤 되나 싶었다···”

“...”

“헌데 그 계집에게 신기(神氣)가 있다는 사실과··· 무혼이 입옥한 이례, 원래 옥을 돌보던 계집의 일을 대신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재미난 추측이 가능하더군.”


선아의 얼굴에서는 여전히 표정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조견이 언급한 ‘계집’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듯이.


아니.

이 세상사의 모든 흐름에 대해-

자신은 관조할 뿐이라는 듯이.


조견은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뻗어, 그 턱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묘족.”

“...”

“이 년은, 사라졌다고만 전해졌던, 그 부족의 후예인 것이다··· 틀린가?”


이어서, 탁한 쇠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재양이었다.

오랜 침묵을 깨고서, 할말은 해야겠다는 표정의.


조견이 그런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 재양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형님은 어쩌실 생각인거요?”

“어쩌다니? 여차하면 당연히 내어줘야지.”

“...”

“나는 이를 통해, 암영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것이다. 이를 고작 점괘나 치는 여종 하나로 이룰 수 있다면 남는 장사지.”

“...그렇군.”


나는 재양의 긍정에 담긴, 그 처연한 감정에 조금 놀랐다.

이어서 재양은 주먹을 꽉쥐며 말했다.


“먼저··· 강공자에게 사과부터 해야겠군.”

“...사과?”

“나는 나의 사형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네가, 무례하다고 생각했었다···”

“...”

“그리하여 그것이 우리 세가에 대한 모욕이며, 확실치도 않은 근거를 내세워 나의 사형을 폄하한 모함이라고 생각했었다...”


피식- 하고.

가소롭다는듯한 조견의 웃음소리가 밤바람에 섞여들었다.


그리고 재양은, 더이상 호형(呼兄)을 이어가지 않았다.


“조견.”

“...뭐?”

“너는 도대체, 언제부터 그리 망가져버린 것이냐.”


재양의 시선이, 마치 뱀의 이빨처럼 조견을 향해 쏘아져갔다.


“...하! 재양이 네놈이, 드디어 실성했느냐? 감이 네가 이 사형에게-”


재양은 조견의 말을 끊어버렸다.


“강공자. 네게 했던 마지막 말은 지키겠다.”

“무슨 말?”

“여기서부터는 세가의 후계자와 관련된 일··· 너는 여기서 빠져라.”

“...괜찮겠어?”

“괜찮든 안괜찮든,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그래.

집안문제다, 이거지?


저렇게까지 말하면야 빠져줄 수 밖에.

재양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조견의 정체는 드러났으니, 그의 말대로 내가 빠져주는게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겐, 여전히 해소해야할 의문이 있었다.

나는 재양을 노려보고있는 조견에게 말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선아를 데려온 이유가 무엇인가?”

“...저 멍청한 놈 때문에 설명 순서가 꼬였군.”


이윽고 재양에게서 고개를 돌린 조견이 말했다.


“나는 네놈이 굳이 이 년을 데리고서 세가를 빠져나갔던 이유를 모른다.”

“...”

“허나, 이 년이 네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거라면, 암영문의 늙은이 대신 네게 넘기는 것 또한 고려해줄 수 있다.”

“...대가가 뭔데?”

“충성하라. 내게.”


웃기지도 않은 말이었지만, 나는 잠자코 들어주었다.


“여기서야 혁련세가고 암영문이지, 중원으로 나가면 우리로썬 상대할 수 없는 절세의 고수들이 즐비하다.”

“...”

“이에 나는 우선, 우리 혁련 세가를 섬서지방 최고의 세가로 이끌고자 한다···”


···하품이 나올것 같다.

생각해보면 오늘, 무투회로 시작해서 암영문의 문주를 만나고, 다시 이곳 옥에서 무혼과 싸웠던 것 까지. 피곤할 만도 하다.


“그리고 혁련의 이름을,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두려운 이름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하여-”


이 자식은, 누가 자길 무시한다는 피해의식이라도 있나.

나는 거창한 척 읊어대는 조견의 일장연설을 뒤로, 잠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언제나처럼 별들이 총총히 떠오른 밤하늘이었다.

선아는 저런 별들을 보며 예지를 한단 말이지···


반쯤 차오른 달이 얕게 깔린 구름 아래로 서서히 기어들어가고 있었고, 마침 별똥별 하나가 쓰윽 붓질처럼 하늘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그 하늘의 광경이,

이곳의 호수에도 담겨있음을 깨닳았을 때-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었다.

왜 내가, 재양과 조견 사이의 문제에 이토록 과하게 관여했는지.


“-에 이르는 것이지··· 어떠냐? 그리고 그때까지, 너는 이 혁련의 2인자로써의 영화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바로 저런 자에게, 이 아름다운 곳이 넘어가는 꼴을 보기 싫었던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이야기는 다 끝났소?”

“...그래.”

“그렇군··· 아무튼 나는 선아에게 할말이 있소.”

“...?????”


조견 뿐만이 아니다.

선아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선아야. 너는 이곳으로 올때-”

“잠깐. 그대는 아직 나의 제안에 대해 답을 하지 않았다.”

“...엥?”

“아니··· 제안을 했으니, 그 답을 해야할 것 아니냐?”


우습다.

얌전히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줬더니, 그에게는 희망같은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거, 다 개소리 아니었소?”

“...뭐?”


풉- 하고 재양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를 지나치게 악물고 있는 걸로 봐서는, 무혼 또한 웃음을 꾹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난 똑부러지게 말해주었다.


“내가 그 멍청한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 생각한 거요?”


조견의 입이 쩍 벌어졌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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