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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풍선부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3.02 15:47
최근연재일 :
2017.04.26 13:3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109
추천수 :
72
글자수 :
136,228

작성
17.04.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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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5)

DUMMY

“민아 양.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졸린 눈을 부비며 식당 안으로 들어 선 건 토너먼트의 최고 연장자인 효빈이었다.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서 식당으로 내려 왔는데...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네요...”


발걸음을 옮겨 식당 대형 스크린 쪽으로 다가온 그가 화면 안을 유심히 살펴본다. 다리가 부러져 환자실에 누워 있는 경택과 상어에게 목숨을 잃은 승완.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일원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그 광경은 효빈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설마...이 시간에 미션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니지?”


그도 그럴 법한 게 벽에 걸려 있는 시계는 정확히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션인지 아닌지...채팅창 상황만 봐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어요. 배심원들이 단 한 마디도 안하고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미심쩍은 부분이긴 하구요.일단은 지켜 보는 것 외에는 딱히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네요. 손목에 찬 시계도 아무 반응도 없고...”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이내 스크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입을 굳게 닫은 채 두 눈을 응시했다.



“크으윽...”


또 다시 몽둥이를 휘두르며 공격해 오는 정기의 공격을 맨 손으로 받아 낸 은종. 그의 미간은 찌그러지며 깊은 주름을 형성했다.


“캬! 진짜 세상 열나게 좁다. 그치? 중딩 동창을 이런 곳에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네.”


정기는 은종과 몽둥이를 두고 격렬한 힘 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의 힘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채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며 두 사람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시키고 있다.


“그건 그렇고...너 진짜 많이 변했다. 개 뚱땡이 오 덕후였던 모습이 어떻게 이렇게 변한 거여? 다이어트가 최고의 성형이라고 하더니이게 말이나 돼? 크으으 히힛.”


정기가 위치상으로 좀 더 유리한 포지션을 점하고자 상대를 누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 팔에 힘 줄이 잔뜩 부풀어 오른 은종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그 역시 팔에 더욱 강한 힘을 불어 넣으며 정기의 공격에 알차게 대응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정기가 변칙공격을 시도했다. 무방비 상태인 은종의 복부를 향해 무릎을 날린 것. 하지만 은종은 이번에도 동물적인 반사신경을 발휘하며 그의 공격을 차단했다.


“와!! 우리 뚱 은종. 진짜 일취월장 했네? 얼굴도 개 잘생겨지고...몸 놀림도 날쌔지고!!! 도대체 그 날 이 후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하지만 은종은 정기의 어떠한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그의 정신은 오로지 현재의 상황에 초 집중되어 있었다. 지난 날 자신을 지옥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던 장본인과 몇 년 만에 제외...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그 다시 만난 원수는 또 다시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며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한다. 과거 그리고 현재의 상황. 은종의 마음 속 외침은 세월이 지났어도 변한 것이 없다.


‘벗어나야 한다. 벗어나야 한다.’


정기로 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것. 그 것이 은종으로써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 때 정기가 몽둥이 하나를 두고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 은종의 얼굴을 향해 자신의 이마를 밀어 넣으며 간격을 좁혀 왔다. 당황한 은종이 살짝 뒤로 물러 나며 또 다시 간격을 벌린다.


“오...코 좀 보소! 가까이서 보니 완전 피노키오가 따로 없는데? 너 옛날엔 분명 이런 콧 날이 아니었는데? 들창코 돼지 였잖아? 그래서 내가 맨 날 너 코 끝 세워 준다고 손가락으로 튕겨 댔는데..."


은종의 얼굴을 가까이서 유심히 바라보며 의아해하던 그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 아!!! 그러고 보니 그 아재가 완전 돌팔이는 아니었나 보네. 그 때 네 면상 보면서 코 성형 어쩌고저쩌고 했잖아...그치? 너 성형 한 거 맞지? 이 야 우리나라 의학의 힘 정말 무섭다 무서워."


점점 목소리가 커져가면서 자신감도 덩달아 상승 중인 남자. 정기는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상대가 과거 자신의 장난감이었다는 사실에 더더욱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 모양이다. 물론 시간이 흘렀고 현재의 은종이 지난 날 찌질하기 그지없었던 뚱보는 아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에 키도 예전에 비해 훌쩍 자라 눈 높이도 자신과 비슷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현재의 모습에 전혀 경계심이 일어나지 않는다.


“한 번 돼지는 영원한 돼지.”


한 번 꼬봉은 영원한 꼬봉이다. 그 것이 현재의 상황에서 정기가 자신감을 얻는 이유.


그 때였다. 또 다시 변칙 공격을 시도해 오는 정기. 상체에 온 정신이 팔려 있는 은종의 빈틈. 하체 부위를 노린 것이다. 자신의 오른 다리를 은종의 사타구니 사이로 집어 넣고 그대로 안다리 후리기 유도 기술을 시도한다.


“호박에 줄 긁는다고 수박 되는 거 아닌 거 알지? 너도 마찬 가지야. 코를 세우든 살을 뺏든 넌 그냥 나에게 꼬봉 돼지 일 뿐.”


정기의 허세는 단순한 말씨름은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가 은종의 다리를 향해 걸어 온 기술은 깔끔했다. 조금 전까지 팽팽했던 두 사람의 전투가 순식 간에 한 쪽으로 기울어 진데는 분명히 정기가 가지고 있는 싸움 기술이 한 몫 했다. 은종이 단순히 힘만을 이용해 정기에게 대항하고 있다면 정기는 머리와 스피드.그리고 싸움 경험 까지 갖춘 상태라고나 할까?


“크으윽...”


은종이 괴로워하며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이미 정기의 몸이 은종의 상체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였다.


“완벽한 마운트 포지션!!! 아 진정기 선수 승부를 결정지을 완벽한 포지션을 선점 합니다.”


은종은 정기의 밑에 깔려 자신의 몸을 빼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지만 정기의 하체 힘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그대로 허벅지에 힘을 줘 은종의 상체를 꽉 부여잡고는 은종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리 꽂는 그.


“얼음 파운딩 맛 좀 봐라. 맞는 순간 얼굴이 얼얼해질거야. 우하하.”


“크윽...”


격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상대에게 마운트 포지션을 내 준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한 마디로 소매치기 범에게 자신의 지갑이 그대로 노출 된 상태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두 손은 아직까지 포박 당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 은종은 자신의 안면을 향해 날아오는 정기의 주먹을 자신의 두 팔로 있는 힘껏 막았다.


“어쭈? 이 놈 보소! 와 우리 은종이 못 본 사이에 진짜 겁나 많이 컸네. 그런데 은종아. 건강해 진 건 좋은 데 건방져 진 건 미스다...날 더욱 빡치게 할 뿐 이니까.”


정기는 은종의 위에 올라탄 채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고 중학교 시절 은종을 괴롭히던 짓궂은 사내아이의 모습으로 회귀한 그는 중학 재학 당시 그 싸움짱의 면모를 완전히 재현 했다.


“우리 돼지 은종이가 이렇게 멋있어 질거 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야? 이런 걸 요즘 말로 긁지 않는 복권이라고 하는 건가? 누가 알았겠냐? 요즘 가장 잘 나가는 VJ가 내 꼬봉 돼지 였다는 걸. 프하하.”


정기는 지금 상황에 완전히 몰입 되었다. 입에선 콧노래가 흘러나오고 그의 양 손은 거침없이 은종을 향해 쏟아진다.


"즐기는 자를 누가 이길 수 있으랴?"


정기는 지금 완전히 상황을 즐기고 있다. 그 결과 처음에는 양 손으로 정기의 주먹을 피하고 막던 은종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기의 주먹은 그의 방어막을 뚫고 얼굴로 파고 들어 마침 내 은종의 인중이라는 급소를 정통으로 가격하는 상황까지 이른다.


“커어어......”


피투성이가 된 은종의 얼굴. 그 모습을 위에서 바라보는 정기의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다.


"피할 수 없음 즐겨라. 너 예전에 나한테 쳐 맞을 때 기억하지? 내가 웃으라고 하면 넌 얻어 터지면서도 헤헤 거렸자나. 다시 그 때의 모습들을 재현 해보는 거야. 추억 팔이 감성 팔이도 할 겸...OK?"


상황극에 너무 몰입한 탓이 었을까? 정기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런 개새끼야. 우리 오빠한테서 떨어져!!!”


정기에게 복부를 걷어차여 구석에 완벽하게 찌그러졌던 하람의 부활을 말 이다. 그녀는 자신의 신발을 벗어 손에 쥐고는 그 날카로운 구두 굽으로 정기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아아악!!! 이런 미친년이...”


날카로운 그녀의 구두 굽이 두 어차례 정기의 뒤통수에 꽂혔고 그 고통에 당황한 정기가 몸을 돌려 그녀로부터 날아드는 공격들을 방어 했다. 하지만 이미 정기의 공격에 넉다운이 된 은종은 그녀가 만들어 준 반격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못한 채 바닥에 누워 신음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


“아아악!!!”


여성의 비명 소리가 숲으로 울려 퍼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자에게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던 정기의 주먹이 사정없이 그녀의 가녀린 몸둥이를 자신의 주먹이라는 사비를 털어 자비없이 두들기고 있는 것 이다.


“아 오씨. 야 이 미친년아! 너 땜에 내 대갈 통 빵꾸 났잖아!”


정신이 혼미해져 초점이 없어진 그녀. 하지만 흥분한 정기는 그런 그녀에게 여전히 주먹질을 해대며 분풀이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정기의 등짝으로 전해지는 타격감. 뒤를 돌아보니 은종이 간신히 몸을 일으켜 몽둥이를 든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캬 이 놈 패기 보소.진짜 성장하긴 성장 했다. 박 은종.”


미소를 짓던 정기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고는 전광석화의 움직임으로 은종의 복부에 발길질을 날렸다. 그리고는 재 빠르게 바닥에 떨어진 하람의 구두를 집어 또 다시 은종의 상체로 올라 탔다.


“키는 예전부터 내가 너보다 컸다 아이가? 네가 아무리 자라봐야 넌 그냥 내 눈에 자라.”


정기가 오른 손에 구두를 든 채로 은종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미소 지었다.그의 두 눈동자는 은종의 이마에 선명하게 새겨진 가로 흉터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 그러고 보니 여기다 이렇게 세로로 쭉 그으면 십자가 모양 완성이네? 아이고 우리 예수님. 우리 불쌍한 은종이를 위해 제가 기도 합니다.”


구두를 쥔 채 허리를 숙여 은종의 얼굴로 다가 오는 정기. 그가 조용히 은종의 귀에 대고 속삭 였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이거 맞지? 내 비록 종교는 없지만 너의 저승길를 애도하는 기도 정도는 할 수 있다. 나무 애무타불 관음보살.”


혓바닥을 내밀어 은종의 귀를 살짝 핥고는 그대로 날카로운 구두 굽으로 은종의 이마를 후벼 판다.



이윽고 숲 속에 울려 퍼지는 남자의 절규.


"으아아악"


그리고 그 비명소리에 반응하는 숲 속 내 또 다른 존재. 그 존재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음에 심기가 불편 했는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크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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