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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풍선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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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3.02 15:47
최근연재일 :
2017.04.26 13:32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5,108
추천수 :
72
글자수 :
136,228

작성
17.03.28 08:46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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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목숨 바쳐 승부에 임할 것을 맹세 합니다(4)

DUMMY

경택은 허공에 떠 있는 계단의 끝자락을 잡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부러진 한 쪽 다리 때문에 좀처럼 계단을 붙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계단 끝을 향해 몸을 날리며 안간 힘을 쓰던 그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엉망이 된 자신의 몸을 둘러 본다.


“하하하...이 정도까지 몸이 망가 졌는데 몰랐단 말 야? 이 지긋지긋한 무 통증. 지금 이 순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 행운인지 불행인지 감이 안 오는군.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데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나는 뭐지.....”


그는 지쳤는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계단의 끝자락에 머물러 있다.


‘휴...난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달려 든거지? 목숨 구해준 상대에게 버림받는 다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구나.’


텅빈 공간. 그 곳을 홀로 채우고 있는 경택. 그 현실에 씁쓸함이 몰려오는 그였다. 그렇게 바닥에 누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던 그 때. 그의 귀로 들려오는 선명한 소리들.


“???”


허공에 떠 있는 계단의 저 편에서 들려오는 소리. 경택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의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두 눈의 초점을 집중해 바라 본 그 곳.


콸콸콸~~~


계단의 뒤 쪽 공간. 그 곳에선 생각지도 못하게 물이 쏟아져 내려오고 있었다.


쿠르르르르~


그 와 동시에 벽면 중 한 곳이 천천히 열리며 그 곳에서도 물이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물은 경택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주변을 메워갔다.



“민아 학생!!! 민아 학생!!!”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며 민아를 쫓아오고 있는 남자. 그의 입에서는 단내와 함께 거친 숨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아니 무슨 날다람쥐도 아니고 생각보다 발걸음이 빠르네? 그건 그렇고... 이 계단 생각보다 되게 깊잖아? 어디까지 내려가야 되는 거야... 후욱 후욱’


그가 잠시 허리를 굽혀 숨을 고르고 있을 무렵 그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발소리가 계단통로를 울린다.


“에이 씨...”


승완은 다른 이의 발소리가 달갑지 않았는지 서둘러 다시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승완 보다 늦게 출발한 효빈. 하지만 그는 온전하지 못한 오른다리 탓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소리 죽인 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한 사람. 은종과 하람에게 정의를 내새웠던 자칭 고수 정기였다.


‘아 저 아저씨 진짜 겁나게 느리네. 좀 빨리 좀 가라 가! 여기서 멈춰서 있기엔 괜히 눈치 보이는 데...’


정기는 충분히 속도를 내 효빈을 따라 잡을 수 있었지만 그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줄인 채 효빈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기가 속도를 내지 않는 이유.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내가 괜히 나서서 나한테 돌아오는 것이 뭐지? 구해줘 봐야 저 염치없는 하람 계집애처럼 나올 거 아냐? 그리고 어차피 이 친구를 구해 봐야 백억 상금의 경쟁자 밖에 더 돼?’


그 것이 정기의 진심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눈앞에서는 정의를 논했지만 사실 본연의 모습엔 남을 돕고자 하는 정의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이다. 그렇게 숨을 죽인 채 효빈과의 거리를 의도적으로 벌리던 정기가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계단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여기서 대충 시간이나 떼우다가 사람들 오면 같이 부축해서 가면 끝! 부족한 잠이나 보충해볼까나...”


정기는 그렇게 계단에 걸터앉아 몸을 기대고는 두 눈을 감았다.




“으!!!! 어쩌죠. 오빠...죄송해요.”


민아는 눈시울을 붉히며 경택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의 두 눈은 진심으로 경택 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있었다.


“오빠는 제게 도움을 줬는데... 으아앙.”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 경택은 그런 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살포시 그녀를 안아 달랬다.


“괜찮아... 민아야. 울지 마. 여기 와준 것만으로도 오빠는 큰 힘이 돼...”


그 때 계단 끝자락에 도달한 또 다른 사람. 개량한복 차림의 승완은 계단 끝에 서서 경택과 민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자식이 끝 까지...아 진짜 내 인내심의 한계 도달이다.’


그 모습에 얼굴이 새빨개진 승완이 계단에서 뛰어 내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내 그렇게 경고 했건만 그렇게 나서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넌 내 경고를 개 똥씹으로 들었냐!”


승완이 무릎까지 차오른 물살을 가르며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아? 도사 아저씨. 와 주셨군요. 가..감사 합니다.”


민아의 어깨에 기대 겨우 서 있는 경택이 승완을 향해 반가움을 표시 했다.


“지금 한가하게 인사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 데...우선 이 곳을 빠져 나가자고!”


승완이 서둘러 다가와 경택을 부축하자 민아는 그 모습에 덩달아 감사를 표시했다.


“아저씨 감사 합니다. 아저씨 덕분에 우리 경택 오빠를...”


승완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지만 그는 이내 표정을 변환하며 애써 웃음 지었다.


‘우리 경택 오빠라고? 이런 젠장. 요즘 것들은 뭐가 이리 빨라? 우리라니? 니들이 무슨 사이 길래 우리야. 민아 야 너와 우리여야 하는 사람은 저 오지랖이 아니라...바로...’


쿠르르르~


그 때였다. 또 다른 벽면 하나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보다 많은 양의 물이 그들을 향해 몰려들어 왔다.


“이거 서둘러야 되겠는데?”


승완이 서서히 열리고 있는 벽면을 바라보다가 이내 허리를 숙였다.


“민아 양 일단 먼저 계단 위로 올라가! 내가 경택 군을 데리고 갈 테니 먼저 올라가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해!”


“하..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빨리 가!!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 못해!”


경택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망설이는 민아. 그녀의 두 눈동자에는 또 다시 눈물이 고여 있었다.


“민아야 아저씨 말 들어! 여기는 승완 아저씨가 알아서 할 테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별일 없을 거니까!”


민아는 울먹이며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승완의 등을 올라타 허공에 떠 있는 계단으로 올라섰다.


“오빠 진짜... 무사 하셔야 되요!!!”


딩동~딩동~


그 순간 세 사람의 손목시계에서 알람 소리가 울렸다.


(제한시간 5분 선착순 레이스 일등 5만점 2등 3만점 나머지...)


“응? 이게 뭔...”


승완은 자신의 손목시계 속 화면을 바라보며 갸우뚱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씩 웃는가 싶더니 이내 민아를 바라보며 상냥하게 말한다.


“민아 양 걱정 하지 마. 승부를 떠나서 경택 군은 내가 확실히 데리고 갈 테니 어서 가서 도움을 청해!”




눈을 감고 잠을 청하고 있던 정기 역시 자신의 손목시계에 울린 알람 소리에 놀라며 잠에서 깼다.


“쓰읍...이게 웬...응? 일등 5만점? 뭐야 새 미션인가? 가만...지금 이 미션 나도 해당 되는 건가? 헐! 이게 웬 횡재냐. 이거 이대로 돌아가면 점수 거저먹는 거 아냐? 역시 사람은 평소 마음을 잘 써야 돼. 남을 도우려 하다 보니 이렇게 좋은 선물도 떨어지잖아?”


그는 히죽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 위로 방향을 튼다. 그리고는 가볍게 두 세 계단 을 올라서는가 싶더니 이내 멈춰 선다.


“잠깐... 그리고 보니 이거 승부잖아? 분명히 처음에 게임 룰을 알려 줄 때 미션에 있어서의 생과 사는 스스로가 책임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기는 그대로 멈춰서 계단 아래쪽을 바라본다.


“이게 웬 찬스냐...흐흐흐.”



벽면이 열리면서 유입된 물 탓인지 수면은 생각보다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무릎에 겨우 닿았던 수면은 어느 새 허벅지를 넘어 허리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승완 아저씨. 가..감사 합니다. 여기에 아저씨가 안 계셨더라면 저는 아마도...”



“죽었겠지. 그 것도 열나게 비참하게... 홀로 말 야.”


경택의 말을 끊으며 뒷말을 대신하는 승완. 그의 표정이 그들의 허리를 감싼 물의 수온만큼이나 차가웠다. 승완은 자신의 허리를 굽혀 경택을 위에 올려 세우고는 힘을 줬다. 경택은 그런 승완에게 감사해 하며 계단 끝자락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 때 밑에서 경택을 바치고 있던 승완이 입을 열어 물었다.


“경...경택 군.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네? 아저씨... 어떤....”


“그러니까...그게...”


순간 허리를 피는 승완. 그의 등에 올라 타 있던 경택이 그대로 중심을 잃고는 물속으로 빠졌다.


“어...어푸푸..아저씨 갑자기...허리를 세우면 어떻게 해요..”


승완은 물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경택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경택 군. 너는 사람의 타고난 운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사주팔자를 보면 천라지망 살이라는 게 있는 데 말야. 지지의 술해 와 진사를 합쳐 천라지망 살이라고 하거든.”


“갑자기... 무슨 사주 이야기를....???”


그는 허우적대며 수면으로 겨우 머리를 꺼내고 있던 경택을 그대로 잡고는 눌러 버렸다. 물에 빠져 괴로워하는 경택. 그의 몸에 굳어 있던 피가 물속에 섞여 수면을 붉게 물들인다. 그렇게 수차례 얼굴을 짓누르며 경택에게 고통을 가하는 승완.


“하늘이 던진 그물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삶. 그 것을 천라지망이라고 하지. 네 녀석 삶이 그래. 네 놈 인생은 허구한 날 발버둥 쳐봐야 덫에 갇힌 쥐새끼 꼴이지.”


승완은 경택의 얼굴을 짓누른 손에 더욱 더 힘을 가하며 말했다.


“ 그 지긋지긋한 인생을 내가 오늘 확실하게 마무리 해 줄께!”


“어푸푸푸...아저씨..도대체 저한테...왜...”


승완의 두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눈과 달리 입 술 꼬리는 위로 올라가 미소까지 지어져 있다.



“그만 두게!! 무슨 짓인가!!!”


그 때 계단 위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남자의 음성에 승완의 행동이 주춤한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그 곳으로 이동했다. 승완의 행동을 멈추게 만든 남자의 목소리. 그 것은 한 쪽 다리를 절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경쟁자 중 가장 연장자인 효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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