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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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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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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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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7,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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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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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미치거나 죽거나(2)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주방 안으로 들어 온 견종 새퍼트 두 마리. 그들은 코를 연신 킁킁 거리며 거리를 좁혀 왔지만, 제길에게 이를 드러내며 빠르게 달려들진 않고 있다.


‘뭐...뭐지?’


제길은 그들의 행동에 의아해하며 주변 동태를 살폈고 그들이 후에 보인 행동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때 두 마리 중 덩치가 더 큰 수컷이 갑자기 짖으며 달려 든 방향. 그 곳은 제길이 아닌 밥솥 안으로 주걱질을 하고 있는 민혁이 서 있는 방향이었다.


“컹!컹!컹!”


목 부위 가죽이 완전히 뜯겨 나가 뼈가 드러난 새퍼트. 그것은 네 발로 바닥을 힘껏 차오르더니 싱크대 위로 올라 밥통으로 향했다.


쿵~


개와 충돌한 밥통. 30인분의 밥은 족히 담고 있을 커다란 밥통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바람에 밥솥 뚜겅이 열리며 안에 들어 있던 현미밥이 바닥으로 쏟아져 나와 바닥을 덮었다.


“컹컹컹!”


그 와 동시에 다른 개 한 마리가 바닥에 널 부러진 밥알들을 향해 힘차게 달려들었고 두 마리 중 누구하나 할 것 없이 게걸스럽게 그것들을 주워 먹기 시작했다.


“크르르..,크르르..”


제길은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처음 그들을 마주했을 때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고 그 도주의 끝, 코너에 몰린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로 달려들었던 그것들이었는데 그들은 현재 제길은 안중에도 없이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오는 현미밥을 걸신들린 듯 주워 먹고 있으니 말 이다.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지?’


그 모습에 잠시 얼이 빠졌던 제길이 순간 정신을 차렸다. 어찌됐든 지금 상황은 그에게 큰 행운인 셈. 이제는 정말 운이 다했다 생각했는데 예상치도 못한 밥통 속 현미의 출현으로 또 다시 생명을 연장할 기회를 얻었으니 정말 운이 좋다고 봐야 했다.


‘좀비가 밥을 먹는다고? 이건 어느 좀비 영화를 봐도 나오지 않던 장면이야...’


그는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지만 몸은 이미 천천히 움직여 식당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었다. 좀비 개들은 밥을 먹는데 정신이 팔려 그를 거들떠도 안 보고 있다. 그것은 정말 큰 행운이자 기회였다. 밥을 먹는 개들의 모습으로 말미암아 제길은 한 가지 생각에 도달한다. 밥솥을 열면서 김과 함께 새어나간 밥 향기를 맡고 이 곳까지 이들이 찾아 들었구나라고.


‘좀비가 되었어도 역시 개 코는 개 코구나...’


그가 개들의 눈치를 보며 발걸음을 옮긴 끝에 마침내 식당으로 나가는 문에 다다랐다. 천천히 손잡이를 잡아 문을 밀어 조용히 그곳을 빠져 나가려는 찰나. 같은 말을 반복하며 밥 푸는 시늉을 하던 민혁이 갑자기 모든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는 그의 시선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진 밥솥으로 향했다.


“지...어...어...으....으으....”


그가 지금 보이는 행동. 그것은 분명히 일반 좀비들과 달랐다. 바닥에 엎어진 밥솥을 바라보는 그의 눈, 입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 그것이 점점 고조되는가 싶더니 마침내 주방을 쩌렁쩌렁 울리듯 커다란 목소리로 변모한다.


“크아아아!!!”


그 커다란 소음에 제길은 반사적으로 두 귀를 막았고 그 바람에 손에 든 단도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민혁의 행동, 그것은 인간의 감정으로 표현하자면 분명히 분노였다. 그의 주걱을 쥐고 있던 손이 완전히 멈췄고, 대신 여성 허리 사이즈에 해당했던 굵은 다리가 급격히 이동하여 바닥에 떨어진 현미밥을 걸신들린 듯 쳐먹고 있던 두 마리의 좀비개 중 한 마리를 세차게 걷어차 버렸다.


퍼어억~


그의 발차기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민혁의 발에 걷어차인 개가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쳐 바닥에 널 부러졌다. 개는 비틀 거리며 바로 일어서긴 했지만 네 다리 중 앞 다리 하나가 부러졌는지 흐물흐물 거렸다. 하지만 이상한 행동을 보인 그 개도 좀비는 좀비였다. 고통을 느끼지 않는 점. 다리가 부러졌음에도 그것은 자신을 걷어찬 민혁을 향해 힘차게 달려들었고 그대로 그의 주걱을 들고 있던 오른 팔을 물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른 개 한 마리도 여유롭게 밥을 주워 먹을 때가 아니라 인지했다. 자신의 남편 개를 걷어찬 민혁을 적으로 간주한 것이다. 밥을 먹던 행동을 멈추고 그 것 역시 민혁에게 달려든다.


“크르르!!!”


달려든 개는 그대로 민혁의 허벅지 안쪽에 자리 잡고 있던 사타구니를 힘차게 물어 뜯어 버렸다.


주방 안은 생각지도 못했던 싸움판이 벌어졌다. 좀비 개들과 민혁의 사투. 그 모습은 제길에겐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만나왔던 수많은 좀비들. 아무런 생각도, 어떤 계획도 없이 오로지 살아있는 사람이나 생물을 물어뜯을 줄만 알았던 그들. 그런데 지금 주방 안에 있는 존재들은 분명히 그들과 달랐다. 민혁은 비록 같은 말을 반복하지만 사람일 때 쓰던 말을 내 뱉고 그 때의 습관이나 행동패턴을 보이고 두 마리의 좀비 개는 사람보다 뛰어난 후각으로 좀비로 위장한 제길을 찾아 내 그를 위협했다. 그 뿐 아니라 사람이 먹는 혹은 살아 있을 때나 먹었을 밥을 게걸스럽게 쳐 먹는 모습. 그것이 어찌 좀비가 할 행동이라 말 할 수 있을까?


‘이들은 어떻게 살아 있을 때의 습관들을 기억하고 있는 거지?’


그들의 싸움에 자신의 호기심을 더해 지켜보던 제길. 그 때 그가 서 있던 문으로 식당 안에 있던 좀비들이 몰려들었다. 조금 전 민혁이 내지른 고함 때문이었다. 제길은 그들을 피해 주방 구석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주방 안은 밀려들어 온 좀비들이 그닥 넓진 않은 주방을 가득 채웠다.


“크아아악!!!”


그 때 민혁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화가 단단히 뻗친 모양이었다. 고함침과 동시에 그의 팔을 물고 있던 좀비 개를 다른 팔로 붙잡아 떼더니 그대로 허리를 꺾어 던져 버렸다. 또 다시 벽으로 날아간 수컷 개는 이번에는 벽에 머리를 세게 박았다. 그리고 그 개는 더 이상 일어서지 못했다. 입 밖으로 혀를 길게 내밀며 그대로 즉사해 버린 탓이었다.


민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하체를 꽉 물고 늘어지던 암컷 역시 두 팔로 머리를 붙잡은 채로 그대로 힘을 가해 머리를 부셔 버린 것. 그의 힘은 엄청난 것이었고 그는 분명히 분노를 자신의 강한 힘으로 표출하고 있었다. 민혁의 분노가 제길을 괴롭혔던 두 마리의 좀비 개를 순식간에 골로 보내 버리며 그를 위기의 순간에서 구한 셈이었다. 구원의 형태는 달랐지만 그가 제길에게 약속했던 말을 지킨셈이기도 했다.


질량보전의 법칙.


하지만 제길은 안심하긴 일렀다. 이 법칙을 빌려 설명하자면 제길을 위협하던 두 마리의 존재는 사라졌지만 그 빈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를 채울 대상은 주방에 들어 온 좀비들? 아니었다.


“크아아아!”


좀비 민혁,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듯 했다. 물론 좀비에게 이성이라는 게 존재할리 만무하지만 그는 분명히 그것을 잃은 것이 분명하다. 살아생전 절대로 좀비의 머리를 부수지 않겠다던 약속. 그 약속을 해지됐다. 지금 그는 양 팔을 휘두르며 팔이며 주먹이 닿는 모든 것들을 때려 부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고함을 듣고 안으로 들어선 좀비, 한 때는 공시생이었던 그들은 머리로 날아드는 해머 같은 주먹에 수박 통 으깨지듯 머리통이 부셔졌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지 않으면 위험...’


그 순간 민혁의 주먹을 맞고 제길에게 날아드는 좀비의 파편. 저것과 충돌한다면 최소 타박상은 불가피 했다.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날아드는 파편은 피했지만 그 바람에 바닥과 심하게 충돌했고 갈비뼈 언저리에서 심한 통증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주저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아픔을 느끼는 순간도 사치일 만큼 위급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몸을 날린 방향이 운 좋게도 식당으로 나갈 수 있는 문 앞이다. 서둘러 몸을 일으킨 그는 잽싸게 문을 통과했다.


콰직~


그의 뒤로 들려오는 무언가 일그러지는 소리. 흥분한 민혁은 이제는 좀비고 물건이고 가리지 않는 모양이다. 손에 닿는 모든 것들은 완전히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며 그의 흥분도는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크아아아!!!”


민혁으로 부터 벗어난 제길은 1층 로비로 나와 교회를 빠져 나왔다. 교회 정문 밖에는 비니를 쓴 앙상한 모습의 과일가게 아저씨가 여전히 서 있었지만 그는 지난 번처럼 그에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아직은 제길의 몸에 묻어 있는 좀비의 내장과 피가 그들로 하여금 동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어서였다. 그는 큰 길을 향해 무작정 뛰어 나왔고 교회 건너편 단층 건물로 이동했다. 교회를 진입하기 전 자신을 총으로 엄호하며 뒤를 봐줬던 경찰의 생사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으로 가던 그의 발걸음은 도로 한 복판에서 갑자기 멈췄다. 그가 처음 경찰이 있는 건물로 달렸을 때 그 곳은 분명히 셔터가 내려와 굳게 닫혀 안으로의 진입이 불가했던 건물이었는데 지금은 그 입구가 완전히 부서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는 이미 좀비들로부터 물어 뜯겨 죽었거나 좀비가 되어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 제길은 자리에 서서 잠시 생각했다. 이젠 어디로 가야 할지 목적지를 분명하게 해야 했기 때문이다. 민혁이 형도 죽었고, 다시 공터를 행해 가야하나 싶었지만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잠에서 깨기 전 자신을 원망하던 숙해 였다.


“그래 숙해에게 가자!”


하지만 이 난장판이 된 상황. 숙해를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을까? 그녀의 자취방? 학원? 살아는 있을까? 많은 생각들이 교차 했지만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그녀가 어딘가에서 잘 살아 있기만을 바랄 수밖에.


숙해를 배제한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디로 가야지 비교적 안전할라나...”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제길은 제 빨리 머릿속에서 질문에 대한 결론을 도출했다.


‘경찰서다!’


목적지는 정해졌다. 노량진 역 근처에 있는 동작 경찰서. 그곳으로 가보기로 한 것이다. 평소 국민의 치안을 위해 힘쓰는 그들에게는 분명 민간인에게는 없는 무기가 있다. 경찰서로 판단이 선 그의 다리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경찰서 방향을 향해 경사진 도로를 무작정 뛰기 시작해서 20m가량을 움직였을 무렵 그의 눈에 들어 온 건 버스 주차장에 멀쩡하게 서 있는 마을버스 12번이었다.


“오 대박...”


그는 그것을 보자 왠지 반가웠다. 평소 자주 타고 다녔던 친숙한 것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버스가 만약 온전한 상태로 있다면 도보로 경찰서까지 향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게 자신을 그곳까지 데려갈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버스 앞문으로 다가선 제길. 다행히 문은 열려 있다. 열려진 문틈으로 고개를 빼곰이 내밀어 안을 살핀다. 천만 다행으로 안에는 아무도 없다.


“오케이 됐어!”


그는 빠르게 버스로 올라 운전석을 살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건 버스를 움직일 수 있는 키가 존재해야 했다.


“빙고!”


다행히 키는 꽂혀 있다. 아마도 갑작스레 벌어진 난장판에 버스 기사 아저씨는 키를 챙겨 도망갈 생각을 못한 모양이다. 키는 온전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제길은 운전석에 착석 했다. 그리고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 지그시 그것을 밟았다.


“음 좋아...”


키를 눌러 옆으로 돌린다.


“부우웅...부우웅...”


다행히 시동이 걸린다. 그 위급한 순간 아저씨는 키를 챙기진 않았지만 시동은 제대로 OFF로 두고 나갔나 보다. 배터리 체크 완료, 기름 상태도 양호하다. 하지만 여기서 안심하긴 이르다. 문제는 지금 부터였다. 제길은 비록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대형 버스 면허도 아니었고 이렇게 큰 버스를 운전해 본 경험이라곤 단 한 번도 없다. 행여나 서투르게 운전하다가 사람이라도 치는 날엔 어쩌지 라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버스 전면 유리 앞에 펼쳐진 풍경. 그것을 확인하지 한 시름 놓는다.


“그치...살아 있는 사람은 없지...”


버스 전면 유리 앞으로 30미터 정도의 거리를 듬성듬성 메우고 있는 존재들은 대부분 좀비다. 아니 전부다 좀비다. 그러므로 설사 서툰 운전으로 그들을 친다 해도 그렇게 큰 양심의 가책은 느낄 필요가 없다.


“후우...가 볼까...”


그는 마지막으로 안전벨트를 맨다. 출발 기어를 넣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그 발을 악셀 위에 올린다. 그리고 그 것을 힘차게 밟자 버스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경사진 도로라 버스속도는 쉽게 탄력이 붙으며 그 거대한 덩치를 빠르게 이동 시킨다.


“간다!!!”


네 바퀴를 굴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버스. 잠시 후 그의 앞을 가로 막는 좀비들이 다가오는 버스의 소음에 반응하며 다가온다. 하지만 퍽 소리와 함께 옆으로 튕겨져 나가는 좀비. 버스는 거대한 덩치를 앞세워 도로를 막고 있는 좀비들을 거침없이 밀어버렸다. 한 사람...두 사람...세 사람... 경찰서를 향해 나아가는 버스는 멈추지 않는다. 불도저의 정신을 발휘하며 거침없이 나아가는 버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제길이 저도 모를 쾌감에 빠진다.


그리고 그 쾌감은 한 발 나아가 쾌락으로 바뀌고 악셀을 밟고 있는 그의 발에 힘을 더욱 싣게 만든다.


퍼~퍼버벅!!!


벌써 열구가 넘는 사체를 짓밟았다. 그럼에도 버스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제 버스는 자신이 다니던 학원 근처까지 왔고 좌회전 신호만 받으면 곧 동작 경찰서에 다다른다.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만난 로또 버스는 안전하게 그를 목적지까지 데려갈 것 같다.


끼이이이익~~~


하지만 그 순간 제길은 밟고 있던 악셀에서 급하게 발을 떼며 더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춰서는 버스. 그는 그 충격으로 몸이 앞으로 튕겨지지만 출발 전 어깨에 두른 생명 벨트가 재빠르게 그를 붙들어 세웠다. 그가 브레이크를 서둘러 밟은 이유는 단순했다. 좌회전을 받아 큰 도로로 나가야 하는 이 도로의 끝엔 자동차들이 어지러이 모여 길을 막고 있었고 그 뒤로는 좀비떼가 우글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본 좀비는 떼도 아니었네...”


#2


전투화의 착용까지 마친 효범은 3층 화장실 세면대 앞에 섰다. 그리고 거울 안을 들여다보며 수도꼭지를 튼다. 얼굴에 묻어 있는 피 얼룩을 닦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면대에 흐르는 물에 두 손을 넣는다.


“룰루라라~”


그의 입에선 콧노래가 흥얼 나오고 피가 깨끗하게 닦인 손을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 댄다. 도자기를 만지듯 조심스러운 그의 손놀림. 조금씩조금씩 손을 이동하며 피로 얼룩진 자신의 얼굴을 닦아낸다.


“고놈... 참 잘생겼네.”


어느 정도 핏기가 제거되자 하얗고 잡티 없는 그의 얼굴이 거울에 비춰지고.


“뭐 이정도면 됐지.”


틀어 놓았던 수도를 막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거울 안을 바라보며 완전히 자아도취에 빠진다.


“이제 가 볼까나~”


화장실을 나선 그는 여전히 콧노래를 흥얼대며 계단 위를 오른다. 비밀의 공간 캐비넷 속에 넣어둔 숙해와 놀아주기 위한 그의 발걸음. 하지만 그 때 그의 경쾌한 스텝을 대놓고 붙잡는 건물 밖의 요란한 소음.


끼이이이이익~


그 소리에 반응한 효범이 3층 강의실 쪽으로 다가간다. 도로 쪽으로 나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기 위함이었다.


“끄어어어...”


강의실 문을 여는 순간 그에게 다가오는 좀비. 안경알의 반이 쪼개져 나간 여학생이다. 하지만 효범은 그 여인에 등장에 전혀 겁먹지 않는다. 그의 손엔 든든한 무기가 들려 있지 않은가?


탕~


한 발의 총성과 함께 머리가 관통당한 좀비는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그 소리에 반응한 강의실 앞 쪽에 남아있던 나머지 좀비 두 마리가 급 우회하여 다가왔다.


탕~ 탕~


하지만 그들 역시 효범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조금 전 좀비와 같은 처지가 되며 머리에 커다란 바람구멍이 난다.


“후~헤드샷!!!”


세 발의 격발된 총알로 형성된 총구의 연기를 입으로 걷어내며 중얼대는 효범. 그는 자신 앞에 쓰러진 좀비의 머리를 발로 밟으며 또 다시 자아도취에 빠졌다.


“하 엄마는 왜 나를 방위로 돌려 가지고...군대 갔으면 지대로 명사수였을 텐데...”


효범은 쓰러진 좀비의 머리를 밟으며 창문 쪽으로 나아갔다. 그 바람에 구멍이 난 머리는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완전히 으깨진다.


“겨울이라 너무 문 닫고 있음 공기 정화가 안 돼 창문 좀 열게 친구들!”


창문 앞으로 다가선 그가 손에 힘을 줘 굳게 닫힌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는 그 틈으로 얼굴을 빼쭉 내밀어 학원 밖을 내다본다.


건물 위에서 바라 본 도로의 풍경. 조금 전 자동차가 낸 브레이크 소리에 모여드는 좀비들. 그 좀비들의 중심엔 15번이라 적혀 있는 초록색 버스가 서 있다. 효범은 그것을 내려다보며 입 꼬리를 살짝 올렸다.


“오! 아직도 생존자가 있었어? 진짜 꿀 잼! 완전 꿀이다 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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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1) 17.03.08 145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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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산 넘어 산(2) 17.03.03 161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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