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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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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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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43
추천수 :
503
글자수 :
347,599

작성
17.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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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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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어제의 동료는 오늘의 적이다(3)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재개발 사업이 진행 되다가 엎어진 공터. 이곳엔 작은 언덕이 하나 생겨났다. 언덕은 주혁을 도우려다 좀비에게 물려 생명을 잃은 대머리 중년의 영원한 안식처였다. 하늘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라도 하는 듯 하얀 눈발을 날려댔고 주변은 어둑어둑했다.


‘아저씨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기도 합니다...’


주혁은 무덤 앞에 무릎을 끓고 앉아 희생자를 추모하는 중이다. 그 때 건물 쪽에서 들려오는 실랑이. 그는 기도를 하며 감고 있던 눈을 지그시 떠 그 곳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식량을 줄 수 없다니!”


5살 난 꼬마아이의 아버지, 그가 남근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남자의 흥분에 전혀 반응하지 않은 채 손에 든 야구 방망이의 피를 닦아낼 뿐이었다.


“이제 와서 왜 그러는데?”


하지만 남근은 남자를 투명 인간 취급하며 어떠한 대꾸도 없이 휘파람을 불어댈 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남자가 남근의 옆에 있는 장바구니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는 빠르게 안에 든 라면봉지로 손을 뻗는다. 그 순간 남자의 움직임에 빠르게 반응하며 방망이 끝을 남자의 턱에 겨눈 남근은 매섭게 뜬 눈으로 딸아이의 아버지인 남자를 향해 경고했다.


“손모가지 날아갈래? 내려놓을래?”


남자에게 경고하는 그의 눈빛으로 보아 단순한 경고는 아니었다. 내려놓지 않으면 정말로 말을 뱉은 대로 행할 필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주혁이 기도를 하다가말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아니 글쎄 이 작자가 식량을 나누지 않겠다며 떼를 쓰고 있네...”


주혁은 장바구니를 옆에 끼고 방망이로 위협하고 있는 남근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남근 씨. 왜 그래요...뭐 화난 일 있어요? ”


“됐고, 시발 너도 잘 들어. 똑 같은 말 또 반복하게 하지 말고. 이 식량은 안 나눈다. 배고프면 니네들이 직접 다녀와.”


남근이 지금 하는 말들이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 주혁. 그는 어떻게든 그를 설득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근 씨. 우리 지금 이렇게 패를 나눌 때가 아니에요. 이럴 때 일수록 똘똘 뭉쳐야...”


그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남근이 격양된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뭐? 똘똘 뭉친다고? 시발 말 잘했다. 그런데 너희들 아까 어떻게 했어? 내가 대머리 대갈통 까려고 하니까 뭐? 먼저 편을 나눈 건 너네들 아니냐! 그런데 이제 와서 뭐,사람 새끼 취급도 안할 때는 언제고... 꺼져. 좋은 말로 할 때.”


남근의 말을 들은 남자. 그도 그의 불손한 태도에 참고 있던 분노가 폭발한 듯 했다.


“그럼 입장 바꿔서 당신이나 당신 주변 사람이 그들에게 물렸을 때 그렇게 냉정하게 할 수 있어? 저 아저씨 우리와 이곳에서 함께 지낸 동료 였어. 가족이나 다름없었다고...”


그 순간 남근이 방망이로 건물 벽을 세차게 후려치며 흥분을 폭발 시켰다.


“시발! 시발! 개 시발!!!진짜 개 같네!”


방망이와 벽이 충돌하며 일어난 소음에 철문 뒤에 서 있는 좀비들이 반응하며 더욱 거세게 철문을 두드린다.


“나 공과 사는 구별하는 놈이야. 어디서 개차반 취급이야 시발...내가 왜 혼자 돌아 온 것 같아? 내가 왜 이 많은 짐을 두고 혼자 온 것 같냐고! 그래 같이 갔던 새끼들...그 새끼들이 물렸어...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냐고?”


남근은 순간 말을 멈추고 방망이를 바닥에 세차게 내려치고는 두 사람을 쳐다본다. 눈동자를 깜빡이지 않고 뚫어지게 둘을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점점 충혈 되며 촉촉해져 온다.


“내가...나라도...여기 남아있는 당신들이라도 살리려고...그 숱한 역경을 헤쳐 왔는데....너네 새끼들은 나를...흑....흑...”


차오르는 격분을 참지 못한 걸까? 남근은 몽둥이도 내팽개치고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상황에 서로를 바라보는 주혁과 남자.


“나..남근 씨. 진정해요...우선은 진정하고...죄송해요.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주혁은 흐느끼는 남근에게 다가와 어깨를 토닥였다.


“당신은 진짜 나한테 그럼 안 돼...내가 당신 목숨을 몇 번이나 살린 줄 알아?”


주혁은 아이처럼 펑펑 울음을 터뜨린 남근을 감싸 안았다.


“네네...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있어요. 남근 씨 그러니 너무 슬퍼 말아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주혁은 울음이 터진 남근을 품에 더 깊게 안아 토닥인다.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마음으로. 하지만 주혁은 알지 못했다. 그의 품에 안긴 남근의 표정엔 미소가 띄어져 있었다는 것을.


#2


“크어어어...”


온 몸을 비틀며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여인. 하지만 허벅지가 잘려나가 부실해진 다리 탓인지 그녀는 완전히 일어서지 못하고 넘어진다.


“크으으...”


그녀는 죽기 전 의지의 한국인이었을까? 또 다시 몸을 비틀며 일어서려 한다. 하지만 상체의 무게를 버티기엔 나약해져 버린 다리 탓에 또 다시 바닥과 키스한다. 그러기를 몇 차례. 좀비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판단 능력이 있는 그녀였다. 그것이 불가능하다 판단했는지 일어섬을 포기하고 바닥을 기어서 숙해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안 돼 오지마!!!”


숙해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좀비여인을 쳐다보며 뒤에서는 미친 듯이 팔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슥~삭 슥~삭


사람은 역시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하나보다. 조금 전까지는 아무리 비벼대도 잘 안 되던 그것이 코앞에 위기의 상황을 마련해 주니까 잘된다. 마치 시험을 바로 앞에 두고 벼락치기를 할 때 집중력이 향상 되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 상황은 시험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자칫 하다간 생명을 잃기 때문이다.


“제발!! 제발 끊어져라!!!”


그녀는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입으로 내뱉으며 다가오는 좀비의 움직임을 하나도 빠짐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고, 수차례 칼침을 맞으며 끊어진 근육 탓에 앞으로 잘 다가오지도 못하는 그녀. 이런 위기의 상황을 만든 효범이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저 여인을 저 꼴로 만든 것에 감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크어어어...”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 이 공간은 좁디좁은 공간이다. 좀비가 제 아무리 굼벵이 속도로 기어 온다 한 들 조금만 더 오면 그녀의 몸통을 물어뜯을 수 있는 거리라 말 이다.


“으아악!”


그녀는 캐비넷에서 처음 탈출할 때처럼 두 발을 가슴 쪽으로 끌어 모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다리를 몸통 바깥으로 밀어내며 힘차게 뻗었다.


퍼억~


다가오던 좀비의 머리통에 정통으로 들어간 발.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걸어오던 좀비여인의 머리가 옆으로 45도 기울어졌다. 아마도 머리의 무게를 버티고 섰던 목 뼈 중 일부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지 불쾌한 신음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전진한다. 마치 내 사전엔 후진이란 없다고 외치듯이 말이다.


“오지마!!!”


숙해는 두려웠다. 지금 그녀는 몹시도 공포감에 사로 잡혀 있다. 보통 사람이 엄청난 위기에 빠지면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한다. 얼어 버리거나 미친 듯이 발버둥치거나.


“오지 말라고!!! 꺄아악!”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온 갓 비명과 드롭킥을 날리는 숙해. 그녀는 후자였다. 그저 생각 없이 목표를 향해 다가오는 좀비여인. 앞서 언급했듯이 그녀에겐 후진은 없었고 그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사정없이 발차기를 날리는 숙해는 발버둥 쳤다.


“크어...어어...으...”


목이 훌러덩 뒤로 넘어간 여인. 완전히 목뼈가 부러진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여인은 포기를 모른다.


딱~딱~딱~


숙해를 향해 계속해서 윗니와 아랫니를 사정없이 부딪치며 이가는 소리를 내는 여인. 하지만 숙해는 이제 조금은 안도감이 든다. 머리가 완전히 꺾인 그녀는 자신의 등 짝을 잘근잘근 씹고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야 돼...제발...’


그녀는 다시 팔목을 압박하고 있는 헝겊 때기에 온 정신을 쏟는다. 좀비로부터 생명을 구했다 해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선 안심하는 순간 죽는다는 걸 말이다.


슥~삭 슥슥슥~


천이 끊어지든 생명줄이 끊어지든 둘 중 하나는 잘려야 이 지독한 승부는 끝난다. 어찌나 마찰을 줬는지 그녀 기분에는 뭔가 타는 냄새가 나는 듯한 착각도 든다. 그리고 그 냄새가 그녀에겐 응원이 된다.


“너의 의지를 불태워라!”


그녀는 마지막 스퍼트를 낸다. 지금까지도 잘 해왔지만 승부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한 방을 던진 것 이다. 그리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들던 그 때 쿵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리가 캐비넷 본체에 닿는다. 마침내 그녀의 팔목을 압박하고 있던 천이 찢어진 것이었다. you win. 도전자 숙해의 승리였다.


#3


총성을 따라 유비스 학원 밖으로 나온 효범.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동태를 살폈다.


탕~탕~탕~


건물 왼 편 노량진 역 방향에서 들려오는 총성. 그 소리가 몹시도 반가운 그였다. 그는 거리에 좀비들이 어슬렁거림에도 불구하고 노량진 1호선 역을 향해 달렸다. 그의 표정은 기쁨으로 차 있었고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가 30미터 가량을 달리자 신호등이 나왔다. 그곳엔 출장 뷔페가 마련되어 있었다. 음식은 한 가지다. 사람고기, 무장한 군인들. 그들이 수많은 좀비에게 둘러싸여 온 몸이 조각조각 나뉘어지고 있었던 것 이다.


“아주 잔치가 벌어졌네.”


효범은 그런 참혹한 광경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고 그의 걸음은 좀비들의 등장에도 멈추지 않았다.


“어?”


그 때 그의 눈엔 한 사람이 들어왔다. 잔뜩 겁을 먹어 건물 틈새에 몸을 숨긴 무장한 군인이었다. 그를 발견한 효범의 표정이 해 맑아졌다. 그리고 그는 바지 주머니에 숨겨둔 칼을 꺼내 등 뒤로 숨겼다. 좀비들이 식사에 정신이 팔려 그를 방관하고 있던 그 때를 틈타 군인에게로 달려갈 계획이었다. 계획은 실행하라고 있는 법. 바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그였다.


“아저씨! 까꿍!”


좀비에게 온 정신을 쓰고 있던 군인은 효범이 접근하는 것도 몰랐나보다. 갑작스레 자신의 면전으로 다가와 얼굴을 들이미는 효범에 화들짝 놀란 그는 총구를 뻗어 효범의 얼굴에 들이댔다.


“워워워! 진정해요. 진정...전 사람이에요. 사람. 아저씨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군인은 여전히 공포에 질린 눈으로 효범을 경계하는 눈빛을 보냈다.


“다른 군인들은 전멸한 건가요? 남은 건 아저씨 뿐?”


사실 나이 상으로 치면 군인은 기껏해야 이십 대 초반이었고 효범은 군대를 전역하고도 남았을 중반이었다. 물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방위 판정을 받은 그였지만. 그럼에도 군인을 아저씨라 부르는 이유는 외모 상으론 자신이 훨씬 어려 보인다는 그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다른 병력들은 노량진 역 안에서 대기 중입니다. 저희가 선발 조로 나와서 길을 열려고 했는데 순식간에 전멸 했어요...우리가 전해 들은 바 보다 그들은 훨씬 위협적인...”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며 군인을 안심시킨 효범. 그는 대화의 주도권을 완전히 끌고 가며 군인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제가 아저씨를 도와 다른 병력들이 있는 장소까지 안내 할게요. 그 전에 제 부탁 한 가지만 들어 주시겠어요?”


효범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군인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시선을 천천히 이동시켜 군인이 들고 있는 한 가지 물건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보석처럼 반짝였고, 그가 바라 본 물건은 다름 아닌 K2소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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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3) 17.03.11 170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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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산 넘어 산(4) 17.03.05 146 9 12쪽
27 산 넘어 산(3) 17.03.04 210 8 14쪽
26 산 넘어 산(2) 17.03.03 161 9 14쪽
25 산 넘어 산(1) 17.03.02 233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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