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피사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035
추천수 :
503
글자수 :
347,599

작성
17.02.26 00:00
조회
190
추천
9
글자
11쪽

벽(4-2)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으아아악 튀어~”


다급한 남근의 외침. 마트 안쪽에 있던 제길과 고등학생은 그의 목소리가 난 입구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그들 역시 그 경악할 모습에 동시에 소리쳤다.


“으아아악!!!”


그들이 도망갈 곳은 없다. 24마트는 불행하게도 입구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고로 그들의 상태는 독안에 갇힌 쥐의 꼴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제가 그래서 아까 빨리 도망치자고 했잖아요! 이 아저씨 땜에 내 인생 종쳤네!”


“시끄러 새꺄. 네가 병신같이 돈통을 건드려서 이리 된 것인데 그 죄를 누구한테 뒤집어 씌어!”


그들은 티격태격 하면서도 어느새 한 곳에 모였다. 그 세 사람 뿐 만 아니라 그들을 중심으로 좀비들도 모여들고 있다.


“하 진짜 돌아 버리겠네. 이제 어쩌지?”


그 때 제길이 식료품을 챙기느라 잠시 바지에 넣어 두었던 식칼을 꺼내 들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저기 정육코너 안쪽으로 냉장실이 하나 있어요. 우선은 그 곳으로 피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을 듯 합니다.”


제길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그들의 앞 쪽으로 다가오던 좀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촤아악~


좀비의 목구멍을 자비 없이 그어 버리자 목에서 시뻘건 피가 분출하며 싱싱한 녹황색 채소 위로 뿌려졌다.


“진짜 저 찌질이가 어떻게 저리 갑자기 터프 해졌지...”


제길의 거침없는 칼 질. 남근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옛말에 사람이 너무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 는 말이 있는데 혹시 제길도 죽을 때가 된 건가 싶다.


“하긴 지금 누굴 걱정해...그래 어디 한 번 와 봐! 개새끼들아!”


남근도 제길의 뒤를 이어 배트를 휘두르며 나아가고 그 뒤로 오이며, 토마토며 호박까지 손에 잡히는 것들은 일단 집어 던지고 보는 고등학생만이 자리에 멈춰 서서 방어한다. 하지만 그 것들로는 다가오는 좀비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충분히 훌륭한 무기인 골프채를 휘두르자니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아 진짜 돌아 버리겠네!!! 아저씨들 저 두고 가지 마요!!! 야 이 게이 새끼들아!!!”


그 때 눈에 들어서는 신박한 아이템.


‘겨울에 웬 수박?’


그는 그제서야 멈춰서 있던 몸을 움직여 세 걸음 앞으로 나아가 수박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힘껏 다가오는 좀비의 머리통에 그것을 투척했다.


콰직~


산산 조각이 나는 무언가. 깨진 게 머리통인지, 머리통에 깨어진 수박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두 가지 모두 아작이나 바닥을 적셨다.


“하하 헤드 샷!!! 와봐 이 좀비 새끼들아!”


그 때 고등학생의 목덜미를 강하게 잡아당기는 남자. 그는 그대로 고등학생을 끌고 정육코너 안 쪽의 냉장고를 향해 달렸다.


“개죽음 당하고 싶냐?”


고립된 고딩을 냉장실까지 끌고 온 존재는 다름 아닌 남근이었다.


“아재...고...고마워요.”


“닥치고 빨리 안으로 들어와. 문 닫게!!!”


남근이 냉장실 안으로 들어오고 그 뒤를 고등학생이 따라 들어섬과 동시에 세차게 냉장실 문을 닫아 버리는 제길이었다.


쾅~쾅~쾅~


뒤늦게 두 사람을 쫓아 온 좀비들이 문이 부셔지도록 두들겨 댄다.


“일단 순간의 위기는 모면한 것 같은데...어으...그나저나 뭐야...여기 왜 이렇게 추워? 전력 끊긴 거 아니었어?”


“정전을 대비해서 자체적으로 전력이 공급되는 곳인가 봐요...”


불행하게도 그들이 들어선 냉장실안은 마트 전체의 전력 공급과는 별개로 작동되는 것이었다.


“와 진짜 배수의 진이네...앞엔 좀비가 있고 안 엔...”


그 때 냉장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신음 소리. 그것은 분명 좀비들이 내는 소리였다.


“이런, 안에도 좀비가 있나 봐요...”


그들은 긴장감을 끌어 올린다. 동시에 각자의 손에 들린 무기에 힘을 잔뜩 쥔다. 그리고는 안에서 들려오는 무언가의 정체를 향해 다가서며 그것의 존재를 확인한다.


“크어어어”


마트 유니폼을 입고 있는 남자. 그는 한 쪽 팔이 떨어져 나간 모습으로 비틀되며 그들에게 다가 온다. 역시 냉장실 안 쪽의 소음의 정체는 영락없는 좀비였다.


퍽~퍽~


야구배트와 골프채가 동시에 남자의 머리를 가격한다. 바닥은 남자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로 물들고 냉장실 온도보다 따뜻한 그의 피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형님들 이런 걸 배수의 진이라고 하죠? 아까 말하려고 했는데 좀비새끼 때문에...”



3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들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냉장실이라는 제길의 말에 무작정 들어 왔는데 아무래도 이곳은 냉동실인 것 같다. 특히나 한 참 멋 부린다고 교복 마이 하나 걸치고 나온 생 양아치 고등학생은 금방이라도 졸도할 것 같은 표정으로 제길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낸다. 불과 얼마 전까지 존경한다며 스승으로 모시겠다며 온 갓 아부를 떨던 녀석인데 말 이다.


“아오...그 다리 병신 아저씨. 패딩....그 패딩이 너무도 그립다...”


그 때 남근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제길에게 손짓했다.


“이판사판! 식칼 줘봐.”


제길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식칼을 건넨다. 남근은 칼을 받음과 동시에 조금 전 자신들이 처치했던 마트 직원의 사체로 다가갔다.


“밑 져야 본 전인데. 우리 한 번 시도 해보자.”


말을 마침과 동시에 식칼로 마트직원의 복부에 칼을 꽂고는 그대로 배를 갈라 버리는 남근이었다.


“이런 미친!!! 뭐...뭐하는 거... 우에엑~”


비위가 약한 고등학생. 좀비의 머리가 터지는 장면까지는 어떻게든 참을만했지만 피 분수와 함께 출현한 뱃속 여러 장기들의 모습은 그의 인내심에 강한 압박을 가하며 무너뜨렸다.


“내가 웬만한 좀비영화를 다 보면서 인상이 남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이게 현실에서도 통할 런지는 모르겠다...”


남근은 배를 가르며 나온 내장들을 집어 자신의 옷에 묻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정도 피로 자신의 옷이 물들자 다른 장기를 꺼내 제길에게 던졌다.


“너 저것들 동태 눈깔 봤지? 어차피 저 새끼들은 시력은 안 좋을 거야. 그래서 후각으로 서로를 알아본다고 그러더라고...물론 팩트는 아니고 영화에서 나온 설정이지만...그런데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제길은 자신의 발 앞에 떨어진 마트직원의 구불구불한 소장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얼어 죽을 바엔...모 아니면 도 군요. 그래요 한 번 해보죠...”


잠시 후 결심이 섰는지 그것을 집어 자신의 겉옷을 문지른다.


“미쳤나봐 이 사람들...안 돼...난 도저히...우에엑...”


겨우 속을 진정하며 정신을 차리던 고등학생. 제길의 행동에 또 다시 신물을 내 뱉으며 주저앉고 만다. 그런데 정신 못 차리는 그의 손에 재미난 물건이 하나 들려 있음을 발견하는 두 형이다.


“야 고딩 그건 그렇고 너 아까부터 손에 쥐고 있는 그 오이는 뭐냐?”


한 차례 더 위액을 쏟아낸 고등학생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겨우 말을 잇는다.


“허...허억...뭐긴 뭐에요. 아저씨가 재료 챙기라고 했는데 안 챙겨서 이거라도 들고 온 거죠. 안 가져오면 또 겁나게 뭐라 할까봐...”


“아 진짜 이 새끼를 어떡하지? 많고 많은 채소 중 왜 하필 오이냐? 네가 무슨 록커야? 하루 오이 두 쪽 먹고 scream~~하게?”


그의 손에 들린 오이를 보며 비아냥대는 남근이었다. 사실 조금 전 고등학생의 말에 조금은 감동을 받은 그였지만 속마음을 감추기로 한다. 어차피 이제 와서 손에 들린 오이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됐고요. 어차피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형들 이름이나 압시다. 전 고삐리가 아니라 고성기입니다. 성기라는 떳떳한 이름이 있다구요...전 고삐리가 아닌 고성기입니다!!! 특히 아저씨!!!”


순간 남근은 고등학생의 이름을 보고 멍하니 그의 얼굴을 터져 보다가 빵 터지고 만다.


“푸학~ 성기? 너 그이름 진짜냐? 성기? 하 이자식 이름으로 웃기는 재주가 있네. 넌 그 이름이 아주 떳떳한가봐 난 쪽팔려서 공개 안할 이름인 것 같은데? 야 너 혹시 여자들이 너 이름만 불러도 빳빳해지는 거 아냐. 네 이름이랑 같은 그 곳이?”


남근의 이어지는 비아냥에 순간 화가 난 고등학생이 따지듯 물었다.


“하여간 말 겁나 많아...그럼 아저씨 이름은 뭔데요?”


남근은 순간 웃던 얼굴을 빠르게 정색시키더니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사내 남, 뿌리 근, 남근이다. 뿌리 깊은 남자가 되라는 의미로 우리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야.”


“남근? 푸아아악~~~남근이래!!! 아놔!!!”


체감온도 영하 10도. 세 사람은 예기치 못한 통성명에 배꼽 빠지게 웃고 있다.


“남근? 성기? 아 진짜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름 조합이야? 그것도 이 살얼음판에서...푸하하...”


평소 같았음 그렇게 웃기지 않을 헤프닝이지만 그들은 더더욱 소리 내어 웃었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지 않던가? 앤돌핀이 솟아나며 자체적으로 몸에 열을 발산 시키는 그들. 복이라면 복이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순간에 그들은 이 사태가 발발한 지 10일 만에 박장대소 하고 있었다.


어쩌면 열흘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이렇게 배꼽 빠지도록 웃은 게 진짜 언제 였을까? 지금에 비하면 훨씬 행복했던 지난날의 일상들. 그 속에서도 이렇게 웃어 본 적이 없는 세 사람이었다. 학업이며 일이며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했던 그 때는 지금처럼 웃을 일이 없었는데. 그 때보다 훨씬 힘들고 말 그대로 지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의 웃음이라...이래서 사람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이 나오는 가 보다.


“자...이제 가볼까? 행여나 이 방법이 안 통하더라도 원망하기 없기다.”


냉장실 앞에 선 남근. 문손잡이에 손을 갖다 대고는 두 사람에게 말한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제길이 남근의 귀 바로 뒤에서 속삭이듯 말한다.


“만약 잘못 되면 좀비가 돼서 남근 씨 남근 잘근잘근 씹어 주면 되니깐 너무 염려 마요.”


제길의 말에 소름이 돋는 남근이었다.


‘이 놈은 도대체 정체가 뭐지? 웃으면서 말하니까 더 무섭잖아...’


남근은 손에 잡힌 손잡이를 있는 힘껏 잡아당긴다. 동시에 문이 열리며 밖에서 그들을 뜯어 먹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던 좀비들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한다.


“으아아악!!!”


냉장실은 그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잠시 후 그 곳엔 좀비들의 신음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 세 사람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피사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미치거나 죽거나(2) 17.03.24 102 3 17쪽
39 미치거나 죽거나(1) +1 17.03.22 198 5 14쪽
38 어제의 동료는 오늘의 적이다(4) 17.03.19 193 4 15쪽
37 어제의 동료는 오늘의 적이다(3) 17.03.18 201 4 12쪽
36 어제의 동료는 오늘의 적이다(2) 17.03.17 203 4 15쪽
35 어제의 동료는 오늘의 적이다(1) 17.03.16 233 5 11쪽
34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5) 17.03.15 193 6 15쪽
33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4) 17.03.12 172 7 16쪽
32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3) 17.03.11 169 7 15쪽
31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2) 17.03.09 143 7 13쪽
30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1) 17.03.08 145 8 15쪽
29 산 넘어 산(5) +3 17.03.07 156 8 15쪽
28 산 넘어 산(4) 17.03.05 146 9 12쪽
27 산 넘어 산(3) 17.03.04 210 8 14쪽
26 산 넘어 산(2) 17.03.03 161 9 14쪽
25 산 넘어 산(1) 17.03.02 233 9 12쪽
24 벽(5) 17.03.01 158 8 12쪽
» 벽(4-2) 17.02.26 191 9 11쪽
22 벽(4-1) +3 17.02.25 182 9 8쪽
21 벽(3) +1 17.02.23 273 8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