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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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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046
추천수 :
503
글자수 :
347,599

작성
17.03.16 00:01
조회
233
추천
5
글자
11쪽

어제의 동료는 오늘의 적이다(1)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제길의 계획은 성공적인 것이었다. 삼십육계 줄행랑은 본래의 계획이었고 그 계획 속에 철저하게 계산된 네 사람의 체형과 쳬력까지 계산해서 판단을 내렸다. 우선 장로 이 치한. 연로한 나이 탓에 제길 보다 당연히 체력이 떨어지고 동작이 둔하다. 두 여인, 그들이 장로보다 젊다 해도 평소 운동으로 체력을 다져 온 제길을 따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마지막 근육 돼지 민혁. 거대한 덩치와 근육 때문에 빠르게 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다. 아 이래서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하나 보다.


“거기 안서! 고 제기일!”


한 계단 한 계단 빠르게 내려가는 제길을 결코 자신의 스피드로 따라 잡을 수 없을 거라 판단한 그가 튼튼한 하체를 이용해 계단 하나를 통째로 뛰어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쿵~


한 층당 22개의 계단. 11개씩 분리된 그 계단 층을 한 번에 뛰어 내리며 쫓아오는 민혁. 제길의 입장에선 변수 중에 변수였다.


“거기 서라고!”


“미쳤냐? 내가 서게. 서면 어떻게 될지 뻔한데! 형이라면 서겠냐고!”


무섭게 계단을 내려오는 민혁. 뒤통수를 맞았음에도 여전히 민혁을 형이라 부르는 제길은 빠른 몸동작을 이용해 잡히지 않고 교회 1층 정문에 도달했다. 유리로 된 이중구조의 문, 그 문은 처음 그러했듯 굳게 잠겨 있었다. 절대 혼자서는 열릴 리 없는 문. 그러나 지금 이 문이 열리려 한다. 제길이 그리하려고 하고 있으니...


“잠깐만...제길아...진짜 이야기 좀 하자...”


숨을 헐떡이며 1층에 뒤늦게 도착한 민혁. 그가 정문을 향해 다가오며 제길을 불렀다.


덜컥~


이중으로 된 유리 문중 안 쪽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제길. 그 모습에 당황한 민혁이 빠르게 정문으로 헐레벌떡 다가왔다.


“워!워!워워어, 멈춰!!! 더 이상 다가오면 이 문 진짜 열어 버릴 거야!”


제길은 남아 있는 유리문 위에 있는 잠근 장치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으로는 안으로 들어오려고 발버둥 치는 수많은 좀비와 대치하고 있는 제길. 그의 안 편으로는 역시 제길의 목숨을 위협해 오는 존재가 있다. 한 때는 피를 나눈 형제만큼 좋은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말 이다.


“진짜 제길아. 그러지 말자. 네가 뭔가 큰 오해를 하는 것 같은데 말 야. 메시아님이..아니 장로님이 너한테 그런 건 너를 해하려고 그런게 아냐...”


“웃기지마! 해치는 게 아님 뭔데? 형도 이미 알고 있었던 거잖아! 내가 평소 호기심 많은 거 알고 일부러 그걸 자극했고 이용한거 아냐? 그게 아님 어떻게 그들이 딱 타이밍 맞게 예배당으로 올 수가 있어 짜여 놓은 각본처럼!”


민혁은 제길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를 달랜다. 그러면서 한 발 한 발 앞으로 다가왔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진짜 열어 버린다고!”


제길은 민혁의 행동에 경계하며 문을 잠그고 있는 잠금 스위치의 반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문의 덜컹거림이 심해지며 좀비들의 발악도 거세진다.


“아..알았어!!! 제길아 진짜 진정하자. 문은 제발 좀... 진짜 겁만 주려고 한 거야. 네가 우리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 단지...시험 하려고 한거라고...너 계속 이러면 형이 진짜 섭섭하다...”


“됐고, 난 이미 실망이야. 민혁이 형이 나한테 이런 짓을 할거 라 곤 상상도 못했다. 역시 세상에 믿을 사람 없다더니...진짜 실망이다. 다시는 보지 않았음 좋겠어 우린 끝이야...”


“하지만...제길아...그게...”


또 다시 앞으로 걸어 나오려는 민혁. 그를 보며 격양된 목소리를 내 뿜는 제길이다.


“내가 우스워? 진짜 열어 버린다고! 아...설마 내가 이 문 열 깡이 없다고 생각하나보지?”


제길의 마지막 경고. 그는 민혁이 한 발만 더 걸어오면 진짜 문을 열어 버릴 생각이다. 그 것을 인지했는지 민혁이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두 눈을 제길에게 고정하며 뚫어지게 그를 바라봤다.


“아 놔... 진짜...야 고 제길. 네 마음이..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 문 그냥 열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미 열거라고 말했잖아.”


“그러니까 그 문 열자고...그냥...죽자 같이. 야! 이 엿 같은 세상에 내가 너 만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아냐? 난 진짜 너랑 잘해 보려고 그런 거라고...”


“잘해 보려고 했다는 놈이 나를 그렇게 몰아 세워? 그것도 모자라 같이 죽이려 했잖아. 그런데 뭐? 그게 말이나 되는 핑계냐!”


“시발!!! 너 진짜 몇 번을 말하게 하냐. 형이 말했잖아. 그냥 겁만 주려고 한 거라고!”


민혁은 1층 로비가 떠나갈 듯 큰 소리로 답했다. 그리고는 제길을 바라보며 갑작스레 눈물을 보인다.


“형...진심...진짜 모르겠냐...진짜 우리 그러지 말자....응?”


민혁의 눈물. 과거 술자리에서 상용이나 자신이 울먹일 때마다 남자는 아무데서나 우는 것 아니라며 자신을 타이르던 강인하기만 한 줄 알았던 남자의 눈물. 한 번도 본적 없는 민혁의 눈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제길이었다.


“...”


계속되는 민혁의 폭포수 같이 쏟아내는 눈물.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나 리얼한 그 모습에 제길은 잠근 버튼을 잡고 있던 손을 떼었다. 그리고 울고 있는 민혁을 달래기 위해 로비 안으로 들어섰다.


“형 그러니까...아...미치겠네...내가 미안해...”


남자의 눈물에 무너질거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어쩔 줄 몰라 하며 민혁에게 다가가는 제길이었다. 그는 빠르게 민혁에게 다가왔고 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크크크.”


그 순간 민혁이 울음을 그치고는 고개를 숙인 채 낄낄댄다.


“하여튼 쌍용이 새끼나 너나...존나 물러 터졌다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을 감추고 고개를 들어 깔깔깔 웃는 민혁. 제길이 그에게 다가와 간격이 좁혀졌음을 인지한 그가 바지 뒷주머니에 숨겨 두었던 칼을 꺼내며 웃음을 이어갔다. 그 칼은 조금 전 좀비의 피를 묻힌 장로가 들고 있던 칼과 같은 것이었다.


“크크크. 하... 병신들. 진짜 너나 상용이나 병신은 병신이야. 나중에 나랑 돈 거래나 이런 건 하지마라. 크크. 아 그럴 일 없겠구나? 쌍용이는 이미 뒈졌고...너도 여기서 그럴 테니까.”


칼을 꺼내 제길에게로 달려드는 민혁. 그는 비록 달리기는 느렸지만 순간적인 반응력은 폭발 적인 것이었다. 뒤늦게 그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물러서던 제길은 그대로 민혁에게 잡히며 바닥에 엎어졌다. 어느새 제길의 위에 올라타 완전히 그를 제압한 민혁은 위에서 그를 내려다보며 볼 한 쪽을 어루만진다.


“우리 귀여운 제길이. 형이 약속은 지킬게. 내가 너는 반드시 구원해 준다고 했던 약속.”


손에 들린 칼을 제길의 면전으로 가져다 대는 민혁.


“옛 정을 생각해서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빠르게 끝낼 게 먼저 가 있어 천국...”


민혁은 천장을 향해 칼을 들어 올렸고, 제길은 히죽대며 자신을 바라보는 민혁을 피해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는 진짜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와장창~


그 때였다. 교회 입구 쪽에서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들렸다. 제길이 반 쯤 열어 둔 유리문. 그리고 그 문을 향해 모여든 좀비들이 유리에 무게를 더하면서 하중에 한계가 온 유리가 부서진 결과였다.


“으어어어어....”


교회 로비로 몰려들어 오는 좀비들. 그것을 확인한 민혁은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제길을 버려둔 채 계단 쪽으로 걸어가며 성급히 소리쳤다.


“자..장로님 큰일 났습니다. 장로 님!!!”


민혁은 제길을 찌르려던 칼도 바닥에 내팽개친 채 빠르게 계단 위로 사라졌다. 반면 여전히 바닥에 누워있는 제길은 등을 바닥에 댄 그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다. 도망쳐야 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만 끝내자.’


포기한 것이었다. 어차피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생명을 연장해봐야 좋은 꼴을 볼 일이 없을 거라 판단이 선 결과였다.


‘숙해야 미안해. 나 살기 바쁘느라 지켜 주지도 못하고...상용이 형 저승에서 볼 면목도 없네...’


그가 지금 이 순간 바라는 건 하나였다. 제발 덜 아프게 죽었으면...하지만 몰려오는 좀비의 숫자로 보아 자신은 뼈끝까지 고통을 경험하며 뜯겨질 처치에 놓인 것이 분명했다.


‘제길...’


“크어어어...”


그들이 다가온다. 이제 곧 해체 작업이 시작 될 것이다. 삶을 포기하며 도망치는 것도 포기한 이 순간. 하지만 막상 그들이 다가오자 두려웠다. 그리고 그는 피어나는 두려움 속에서 평소 알지도 가까이 지내지도 않던 하나의 존재를 향해 애원했다.


“하나님...제발 살려 주세요...저 사실은 죽기 싫어요!!! 제발 하나님...정말 있으시다면...”


그는 두 눈을 꼭 감고 누운 채로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기도했다.


“크어어어...”


그런데 그 순간 제길은 기적이란 단어의 정의에 대해 공감하게 됐다. 그것은 어쩌면 하나님의 존재를 태어나 처음으로 영접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존재 자체가 기적임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좀비들은 바닥에 쓰러진 그를 내버려 둔 채 민혁이 사라진 계단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뭐...뭐지?’


물어뜯길 타이밍이 됐는데도 아무도 자신을 건들이지 않는 상황. 제길은 그들의 의아한 행동에 눈을 떴다. 싱싱한 피가 온 몸에 흐르고 있는 자신을 두고 계단으로 몰려들고 있는 좀비들. 상체를 일으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던 그 때.


‘호...혹시...’


제길의 뇌리를 스쳐가는 장면. 조금 전 사이비 교주가 되어버린 치한이 칼에 묻은 피를 자신의 온 몸에 덕지덕지 발라주던 친절한 기억이 머릿속에 번뜩이는 그였다.


“하핫...뭐야...진짜로 구원 받았네...하...하...하하하!”


제길은 정말로 예기치 못한 구원을 받았다. 이번엔 정말 끝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말 이다.


“진짜 신이 있긴 있나 보네...”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몸에 묻어 있던 피의 상태를 살피고는 민혁이 두고 간 피가 묻어있는 칼을 쳐다보며 성큼 성큼 그것을 향해 걸었다.


“으차.”


허리를 굽혀 그 칼을 집는 제길은 칼을 코앞까지 가져다 대고는 킁킁 댔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했던 그 칼이 이제는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리에 서서 그 칼을 한참을 바라보던 제길이 마침내 걸음을 옮겼다. 장로 이치한과 민혁. 그리고 두 여인이 있을 위층으로 갈 수 있는 계단으로 말 이다. 그리고 지금 그의 머리 속은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눈 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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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1) 17.03.08 145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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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산 넘어 산(4) 17.03.05 14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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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산 넘어 산(2) 17.03.03 161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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