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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도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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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빽티스트
작품등록일 :
2017.01.31 18:26
최근연재일 :
2017.04.22 00:04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051
추천수 :
503
글자수 :
347,599

작성
17.03.01 01:35
조회
158
추천
8
글자
12쪽

벽(5)

2017년 정유년 2월 1일 00:00시 연재 시작 합니다.




DUMMY

#1


대화 상대가 생겼다. 3일 동안 옥상 밑을 내려다보며 말동무를 찾았지만 대화라고는 신음 소리밖에 낼지 모르는 살아있는 시체들만 들끓는 이 노량진에서 말 이다. 게다가 이 남자,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면이 강했던 남자친구 상용과는 완전 다른 스타일이다. 물론 자신보다 연하이고 외모 자체가 아이돌 같이 미소년틱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우와. 누나 진짜 힘들었겠다. 진짜 존경스럽다 이 누나...”


옆으로 길게 뻗은 쌍꺼풀 없는 두 눈이 그녀의 이야기에 반응할 때는 동그랗게 떠지며 그 맑은 눈동자를 드러내는 데 금방이라도 그곳에 빠져 헤엄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숙해다.


‘이래서 효범이 효범이 하는 구나...’


여자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아는 듯한 연하남. 지금 이야기들을 상용에게 했다면 그는 어떠한 반응을 보였을까?


“하여튼...숙해야. 지금 내가 봤을 때 이 문제는...”


그리고 끝마무리는 이러할 게 뻔하다.


“넌 그냥 오빠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하등 문제가 없어.”


그러한 자신의 성격 때문에 둘 사이가 틀어진지도 모른 채 말 이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이 분위기 속에서도 숙해는 결코 손에 쥔 총칼에 힘을 빼지 않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선 귀신 보다 사람이 무섭기 때문이다.


“누나 요새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을 것 같은데 피곤하지 않으세요? 제가 보초 설 테니 좀 주무세요.”


“그...그래도 될까?”


3일 동안 한 시간도 채 자지 못한 그녀. 자신의 무기로 좀비화 된 사람들을 해치우긴 했지만 이들이 다시 살아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문제였고, 제 아무리 따뜻한 겨울이라도 겨울 밤 사방이 뚫린 옥상에서 찬바람을 맞는다는 것은 결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판정을 번복한다. 이대로 잠에 들었다가는 이 남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아냐 난 괜찮아. 효범이 너는 좀 잤어?”


효범은 숙해의 말에 이빨이 다 드러나도록 활짝 웃는다.


“네 누나! 전 그동안 이곳보다 훨씬 안전한 곳에서 지냈거든요.”


그런데 그 순간 숙해는 화들짝 놀랐다. 틈새 하나 없는 고른 이, 맑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처럼 새하얀 이. 분명히 라미네이트를 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빨성형이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정말 놀란 건 다른 곳에 있었다. 그의 가지런한 이빨들. 그 많은 이빨 중아래 쪽 송곳니 근처에 껴 있는 이 물질. 그것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어?... 그래? 어디서 지냈길래 거긴 안전했던 거야?”


숙해의 질문에 조금 전 밝은 웃음이 급격하게 사라지며 우울해지는 얼굴. 그는 어느새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어쩌면 천상 배우가 어울리지도 모르는 남자다.


“네...저와 함께 해준 그 사람들 덕분에 저는 안전했어요...그리고 그곳은 여전히 안전해요 이곳보다 훨씬 따뜻하고 사람들도 있고...”


“아직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고?”


숙해는 효범의 말에 크게 놀랐다. 살아있는 효범을 만난 것도 놀라운데 아직도 생존자가 있다는 사실이 그랬다.


“거기가 어딘데?”


“4층 강의실C요. 학원이 갑자기 난장판이 되면서 벽에 붙어있던 사물함이 넘어지면서 길이 막혔어요. 그런데 운 좋게도 그 틈으로 사람 한 명이 지나 갈 수 있는 틈이 생겨서 그 녀석들은 그곳에 접근할 수 없었어요.”


효범의 말은 숙해에게 크나큰 위로로 작용됐다. 그리고 그녀의 속은 타오른다. 생명연장에 대한 희망으로. 역시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다.


“가자. 거기로...”


숙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철조망을 넘어 옥상 문으로 나아간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효범. 어느새 눈물을 거두고 하얀 이가 도드라지게 웃고 있는 것이 누가 봐도 살인적인 미소다.


#2


“으아아악!!!”


문이 열림과 동시에 소리치며 방망이를 휘두르려던 남근. 급하게 그 것을 거두어들이며 입을 닫았다.


“크르르르....”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렁 대는 좀비들. 허나 문 앞에 서 있던 그들을 그냥 냅두고 지나친다. 개중엔 코를 킁킁대며 의심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좀비들은 세 사람을 물거나 공격하지 않고 냉장실 안쪽으로 들어가 신음했다.


“으흐흐...통한다!!!”


이것은 누가 뭐래도 영화 매니아이자, 영화감독이 꿈인 백 남근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덕분에 냉장실 밖으로 무사히 탈출했다.


“빨리 가요! 이제!”


구사일생의 순간을 경험한 성기는 빠르게 마트 밖으로 달렸다.


“잠깐!”


하지만 남근은 그런 그를 멈춰 세운 채 손가락으로 야채 코너를 가리켰다.


“그래도 할 건 하고 가야지...”


성기는 그런 남근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고는 못마땅해 하며 옆에 있던 제길에게 무언의 암시를 날린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않아요?’


하지만 그는 성기의 편을 들어 주지 않았다. 생명의 은인이 남근의 의견을 따르는 게 좋겠다는 무언의 답변이기도 했다.


“끄으으...”


양배추며 오이, 당근. 거기에 두 손엔 겨울에 재배되었다는 수박까지. 성기는 몹시도 못마땅한 얼굴로 마트에서 나왔다. 마음은 가볍게 양 손은 무겁게 말 이다.


“아니 스승님. 아무리 좀비들이 우리 존재를 눈치 못 챈다 해도 이건 아니지 않아요?”


분명한 건 고등학생 성기군은 매우 변덕스러운 성격을 소유한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식칼을 멋지게 휘두르며 좀비를 때려잡던 제길을 스승이라 부르던 그가 조금 전까지 도 그의 의견을 수렵하지 않고 반응하던, 그러나 그의 목숨을 살린 생명의 은인인 남근으로 스승을 교체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이해 할 수 없겠지. 하지만 며칠 후에 먹을 게 떨어지면 깨달을 거야. 아! 저 형님은 내가 헤아릴 수 없는 깊은 뜻을 가진 분. 선구자적인 존재라고...”


장바구니 두 통 손잡이를 야구 방망이에 건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남근이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성기의 말에 답했다.


“그래 남근 씨 말이 맞아. 되도록 한 번 내려 왔을 때 가득 챙겨 가야지. 그게 우리가 구출 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는 방법 일 거야.”


“흥! 스승님 같이 가요.”


제길의 말에 콧방귀를 끼며 남근에게 달려가는 성기. 날 짐승과 들짐승 사이에서 요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던 동화 속 박쥐, 어쩌면 성기의 지금 행동은 결론적으로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동굴에 숨어 버린 그것과 무엇이 다를 고?


그렇게 왔던 길을 돌아가던 세 사람. 순간 걸음을 멈춰 선다. T비전 독서실을 끼고 방향을 틀면서 나타난 골목. 그 곳엔 그들이 처음 이 골목에 들어와 주차장에 숨었을 때 무리를 지어 어딘가로 향해가던 좀비 무리들이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을 포함해 더 많은 좀비들이 멈춰 서서는 아예 길목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거 어쩌죠? 아무리 우리의 존재를 눈치 못 챈다지만 저걸 뚫고 가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는 데..”


“뭘 어째? 길이 여기뿐 이냐? 뒤로 돌자. back~"


앞장섰던 남근이 돌아서 그 뒷길로 방향을 틀자 제길도 그의 뒤를 따른다. 하지만 고등학생 성기만이 그 자리에 서 있다.


“뭐해? 안가? 너 우리 좀비위장이 영원히 먹일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이 피 굳어서 냄새 날아가면 저 자식들이 개떼처럼 몰려들걸. 뭐 그리 되고 싶음 거기 서 있던가.”


겁을 주는 남근이지만 그럼에도 바닥에 달라붙은 성기의 발은 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시발 진짜 뭐하냐니까!”


성기의 행동에 버럭 화를 내는 남근. 그 바람에 골목을 가득 채우고 서 있던 좀비 무리들 중 몇이 소리에 반응하여 성기를 향해 이빨을 드러낸다.


“그 쪽엔 개...개...아...씨...모르겠다.”


발걸음을 떼지 않던 성기는 다가오는 좀비를 피해 두 사람이 향한 길목으로 들어섰다. 처음 그들이 뚫고 왔던 길보다 가파른 언덕. 어깨며 팔에 들린 짐들 때문에 쉽게 숨이 차오른다.


“야 넌 무슨 십 대가 이리 체력이 딸리냐? 얼굴 땀으로 젖은 거 보소.”


성기의 얼굴은 마치 금방 세수라도 한 것 마냥 땀에 젖어 반짝이고 있다.


“짐 바꿔 들래요? 공기 반 과자 반 들어있는 허풍선들만 잔뜩 들고 어떻게 그런 소리 한데.”


“임마 네가 몰라서 하는 소리야. 삼 십대와 십 대는 뼈 밀도 자체가 달라. 우리는 무리하면 뼈가 나간다고 뼈가!...”


그렇게 투정을 부리며 언덕을 오르던 그 때. 성기의 곁으로 조그만 새끼 개가 다가 온다.


“멍! 멍!”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나가자빠지는 성기.


“뭐야. 왜그래? 이 새끼 개보고 쫄았네? 개 쫄보. 우쭈쭈... 이리와.”


“스...승.아니 아저씨 하지 마요...빨리 돌려보내요.”


성기와는 달리 다가오는 새끼 강아지를 반갑게 맞이하는 남근. 온 몸이 새까만 그 어린 강아지는 사냥견 세퍼트였다.


“왜? 너 진짜 개 공포증 이런 거 있는 거야? 뭘 그리 쫄아. 그나저나 이거 순종이면 값 좀 나가겠네. 제길아 이거 가져갈까?”


“아 좀 그냥 가자 구요. 저 새끼 어미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 놈이 물기라도 하는 날엔...알죠? 샤낭개는 한 번 물면 안 놓는 거...”


자리에서 일어나 성급히 언덕을 오르는 성기. 그런데 그가 얼마 가지 않아 갑자기 자리에서 멈춰 선다. 그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두 사람을 부른다.


“형 들....아무래도 우리 좆 된 거 같은데요...”


성기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새끼 개를 어루만지던 두 사람. 그 들 중 먼저 개를 만지던 남근이 새끼를 손에 들어 품에 안은 채 몸을 일으켜 세운다.


“넌 또 뭐가 그리 좆...”


성기에 이어 그 자리에 멈춰서는 남근. 그는 천천히 바닥에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천천히 야구 배트를 손에 쥐었다. 물론 눈치가 없지 않은 제길 역시 손에 칼자루를 쥐고 사태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으르르릉.”


성기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 새끼의 어미가 등장한 것 이다.그리고 그 개는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오며 거리를 좁혀온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다가오는 존재. 이미 그는 그들을 아군으로 인지하고 있지 않음은 분명하다. 자신의 새끼를 위협하는 적으로 인지했다는 것.


남근이 데려가려던 새끼 세퍼트. 바닥에 내려 둔 그 새끼는 제 어미를 보고 반가운지 언덕을 오른다. 그리고 그 어미의 젖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데


“께에엥~”


어미는 그대로 자신의 새끼의 목을 물어뜯고는 갓길로 던져 버린다. 붉게 충혈 된 두 눈. 이미 보통 개의 상태는 아니다. 광견병에 걸린 미친 개.

날카로운 이빨에 잔뜩 묻어난 피. 그랬다. 새끼 개 어미의 품종은 개 과 동물들 중 빠르고 용맹한 점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종. 그것이 세 사람을 적으로, 아니 자신의 먹잇감으로 인지한 것 이다.


“그래봐야 한 마리 아니냐. 이 방망이로...”


그 때 그 어미개 옆으로 한 마리의 세퍼트,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목의 절반이 물어뜯긴 죽어있어야 할 개가 나란히 섰다.


“진짜 이건 뭐...할 말이 없네. 애들아 튀자!!!”


목숨을 걸고 애써 모은 식량. 그러나 여기서 죽으면 그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그들은 바닥에 그것들을 내팽개치며 젖 먹던 힘까지 끌어 올린다. 최대한 빠르게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르게 달려 그 개로부터 도망치는 것. 그것이 새사람의 공통된 임무였다. 실패 시 다가올 결과는 뻔하다.


“죽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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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3) 17.03.11 170 7 15쪽
31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2) 17.03.09 144 7 13쪽
30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1) 17.03.08 145 8 15쪽
29 산 넘어 산(5) +3 17.03.07 157 8 15쪽
28 산 넘어 산(4) 17.03.05 146 9 12쪽
27 산 넘어 산(3) 17.03.04 211 8 14쪽
26 산 넘어 산(2) 17.03.03 162 9 14쪽
25 산 넘어 산(1) 17.03.02 233 9 12쪽
» 벽(5) 17.03.01 15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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