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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얌몬

프로N잡러가 이세계 N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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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얌몬
작품등록일 :
2020.05.11 11:06
최근연재일 :
2020.06.17 23:43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722
추천수 :
99
글자수 :
61,711

작성
20.05.30 17:18
조회
21
추천
4
글자
9쪽

12. 그녀는 대대로 마녀의 피를 이어왔다.

DUMMY

12. 그녀는 대대로 마녀의 피를 이어왔다.


할머니의 어머니도, 그 어머니도, 그 어머니도, 마녀였다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유전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세계의 말로 따르자면, 대대로 영혼의 각인이 이어진다고 하더라.


잘 이해가 안가는 개념이지만, 여신도 만난 내가 못 믿을 것도 없다 싶었다. 게다가 실제로 내 할머니라잖아.


그녀의 마법적인 힘은 이미 몇 차례 목격하기도 했고 말이다.


외딴 시골인 남작령이라, 따로 상주하고 있는 마법사가 없다고 했다. 보통은 작은 영지라도 한명정도는 있다며. 이 곳 영지의 마법사는 너무 외딴 곳이라 다들 싫어하고, 결국에 도망가버린다고.. 슬픈얘기였다.


하여튼 그런 영지이니 만큼, 마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일은 주로 마녀인 할머니가 대신하고는 했다. 때로는 마법사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할머니가 있어 더 낫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영혼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신비한 힘은, 마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진짜 ‘신비’에 가까운 힘이었다.


아마 오늘도, 생일선물이라고 하신만큼 새로운 신비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스물, 하고 올라오는 기대를 억누르며 창 밖을 바라봤다.


그녀는 영주성 외성의, 그중에서도 외곽에서 살고 있었다. 남편도 없는데 내성에 살아 뭐하냐며, 자연과 가까운 쪽이 좋다고.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에 아예 숲으로 나가지는 않으셨다만, 덕분에 나가 사시는 걸 말리지는 못했다고 들었다.


외성에서도 외곽인지라, 마차로 이동해도 그 거리가 꽤 되었다. 내성을 벗어나 외성을 지나며 활기찬 거리를 보고 있자니, 역시 사람사는 곳이구나 싶다.


10년을 살았다지만, 아직도 어색함이 남아있다. 좀 더 활동적으로 움직였다면 다르겠지만, 그 10년에 움직이지도 못하는 갓난아기시절과 어린 후계자로서 내성에 갇다시피 산 세월들이다.


익숙해지기에는, 조금 어려운 환경이였다. 물론 기사인 외할아버지라던가, 마녀인 할머니를 볼때는 확실히 이세계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달라질거다.


“도착했습니다, 도련님.”


“그래, 안부선물 잘 챙겨서 따라와.”


“예.”


난 마차 문을 열고 스스로 내렸다. 고비라는 10살을 넘기면, 평민도, 그와 상관없는 귀족도 좀 더 자유롭게 풀어주기 시작한다. 그 일례로 성인의 동행없이 호위만을 데리고 할머니 집에 올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심장박동을 빠르게 했다. 이제서야 스타트 라인에 섰다. 드디어 차원보수라는 의뢰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내기 위한 능력과, 그 능력을 어떤식으로 개발해야 되는지도 조금 알았다. 해나가고, 해낼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게 늘어난 거다.


다시 예전처럼 나를 키우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다. 그 사실이 나를 계속 고양감에 차게했다.


"기분이 굉장히 좋아보이십니다?"


내 기색을 살피는 건 누구보다 빠른 마리가 물어왔다. 그 날에 저절로 입가 근처를 더듬었다. 표정관리를 잘 한다고 했는데, 그게 드러낫나.


"뭐, 오랜만의 외출이니까."


적당히 둘러대자,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마리. 평소 내가 내성에 갇혀 있는 걸 얼마나 답답해 하는 지 알기 때문에 쉽게 납득한다.


"그리고 모처럼 할머님도 보러왔잖아."


"뭐.. 도련님이 전 남작부인을 많이 좋아하시죠."


"멋진 분이니까."


떠오르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띄워진다. 안부 겸 준비한 선물을 챙긴 마리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긴다. 외곽에 지어진, 주위와 조금 어긋나는 듯 잘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저택이 우리를 반겨준다.


이미 대문을 지나 내렸기 때문에 보이는 건 멋지게 조각 된 현관문이었다.


보초도 없는 현관문이 참 그녀답다고 느끼며 문고리르 잡아 부딪혔다.


쿵쿵, 하는 문소를 내고는 문고리에서 손을 떼자,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륵, 하고 문이 저절로 열린다.


그 문을 밀고 들어가자 홀이 보인다. 당연하게도,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언제봐도 신기하네, 이 문은."


"그러니까."


우리 집에도 하나 두고싶지만, 불가능하단다.


홀에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과, 양쪽으로 복도가 나있고, 홀 정중앙 너머에 커다란, 일반적인 저택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거대한 문이 있었다.


우리는 망설임없이 홀을 가로질러 정중앙의 거대한 문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똑, 똑.


"할머니, 귀여운 손자 왔습니다."


귀여운, 이라는 단어에 표정이 안좋아지는 마리를 내버려두고, 다시 스스로 혼자 열리는 문 앞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풋풋한 풀냄새와 사람을 차분하게 만드는 듯한 좋은 향이 났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어지러진 것처럼 가득 차있으면서도, 기묘하게 제자리에 정리 된 듯한 느낌을 주는 책과 식물, 용도를 알기힘든 잡동산이가 있었다.


매번 보아도 적응이 안되는 광경에 헛웃음을 흘리며 구경하게 된다.


"어서오렴. '귀여운' 손자."


놀리 듯 악센트를 주며 들리는 말투는, 귀족의 습관을 따르면서도 독특한 울림을 주고 있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해가자, 그 곳은 실외와 연결되어 있는 온실의 모습을 띄고있었다. 그 가운데, 햇빛이 따사롭게 비추는 곳에 테이블을 두고, 차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중년의 여성이 보였다.


잘 못 얘기한 게 아니다. 그녀는 누가보아도, 내 어머니와 몇 살 더 많아보이는 모습을 하고있었다. 마녀의 특징 중 하나였다. 괜히 '마녀'라는 명사가 따로 붙은 게 아니듯, 그들은 그들만의 고요한 특성이 있었다.


눈이 자연스럽게 반달모양으로 접혔다. 예쁘게 잡힌 미소는 그 어떤 환대보다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법이었다.


"보고 싶었어요, 할머니."


안쪽부터 사르르 풀리는 기분을 받아들이며, 내 눈도 곱게 접혔다. 다가가 두 팔을 벌리자, 살포시 안아주는 품에 절로 따스함을 느낀다.


마녀라서일까, 그녀라서일까, 태어나서 자라온 환경이 그래서 그런지, 나는 쉽게 마음을 놓지 않는데, 할머니 앞에서는 절로 무장해제가 되버린다. 내가 그녀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그걸 아는지, 누구보다도 내게 자애롭다.


덕분에 자주 보지 못하더라도, 나와 할머니의 관계는 언제나 사이좋음 최고치를 갱신한다.


"나도란다. 마리도 안녕 반갑구나. 어서 앉으렴."


"네, 반갑습니다. 헤데아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편하게 하래도. 마리의 고집은 여전하구나."


"제 말도 귓등으로 안들어요. 할머니. 포기하시면 편합니다."


"저런, 저런.. 우리 이레딘이가 고생이 많구나."


"그...으..! 차,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자리를 잡으며 도란도란 나누는 대화에 마리의 입술이 불편한 마음을 내보이 듯 튀어나왔다. 어른보다도 일처리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마리의 소소한 단점을 꼽자면, 아직 어려서 종종 표정관리가 안된다는 점일까.


나와 죽이 잘 맞는 할머니는 이렇게 마리를 곤란하게 만드는데 한 몫 해주고는 했다. 평소 내가 잡혀사는 걸 잘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았는데도 보이시나 보다.


자리에 앉자, 찻주전자가 떠오르며 준비해두신 듯한 찾잔에 찻물이 따라졌다. 마리는 이 대화가 싫은 듯 바로 차를 들이킨다.


서로를 마주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린 할머니와 나도 조용히 차를 들이켰다. 웃은게 들키면 갈 때 바가지를 긁힐테니 티는 내지 말아야지.


"어떠니? 입에 맞니?"


"네, 물론이죠. 언제나 최고입니다, 할머니."


"향이 아주 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마리는 보며 그녀는 아, 하고 잊은 것이 있는 듯 손가락을 까닥였다.


"아참참, 마리는 좀 더 단 걸 좋아했지. 설탕을 넣어주마."


"그.. 감사합니다, 헤데아님."


손가락의 움직임에 저쪽 구석의 병안에서 각진 네모의 설탕조각이 빠져나와 마리의 찾잔에 들어간다. 나는 저절로 할머니를 쳐다보았는데, 그녀는 눈을 접어 희미하게 웃을 뿐이었다.


저건...


마리는 설탕을 티스푼으로 녹이고는 다시 차를 마신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단 맛이 마음에 든 듯했다. 다행이긴 한데..


"아 참, 헤데아님, 도련님이 준비하신 선물이.."


뒤늦게 기억난 듯 마리가 안부선물을 챙기려 했지만, 말도 채 끝내지 못하고 몸이 의자등에 기대어졌다. 고개가 스르륵 꺽인다.


"... ..."


할머니의 입에서 해석되지 않는 언어가 흘러나온다. 빛무리가 모여 마리의 눈과, 귀에 머물렀다. 아마도 잠이 들어도 뭔가 보지도 듣지도 못학 만드는 신비 같았다. 네리를 의식한 것 같았다.


신비가 깃든, 우주와 같은 반짝이는 별무리를 담은 눈동자가 나를 마주하자, 나는 눈을 피했다.


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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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나는 이 말도 안되는 기능에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3 20.06.17 21 4 7쪽
18 17.그 때 현재의 눈에 처음보는 물건이 보였다. 20.06.17 9 1 7쪽
17 16."혼자만 인사하다니, 치사하다구. 마리는." 20.06.13 10 2 8쪽
16 15. "네? 3일이요?" 20.06.06 17 2 8쪽
15 14.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이었다. 20.06.06 16 2 7쪽
14 13. 정말이지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20.06.02 19 3 8쪽
» 12. 그녀는 대대로 마녀의 피를 이어왔다. +1 20.05.30 22 4 9쪽
12 11. 남작가의 가신들은 감탄했다 20.05.22 27 6 7쪽
11 10. 네리는 오래 나와있지 않았다. +1 20.05.21 23 5 8쪽
10 09. 악단이 좀 더 신나는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1 20.05.20 28 5 7쪽
9 08.자그마치 영지의 후계자였다 20.05.19 34 7 7쪽
8 07.머릿속에 억지로 꾸겨넣어지는 지식이 있었다. 20.05.18 35 5 8쪽
7 06. 이레딘의 검술은 맞았다. 20.05.16 37 6 8쪽
6 05.간만에 남작가의 아침이 부산스러웠다. +3 20.05.14 51 6 8쪽
5 04. 미친놈은 달려와 칼부터 휘둘렀다. 20.05.12 51 4 8쪽
4 03."받아들이겠습니다. 그 일." 20.05.12 63 7 11쪽
3 02.그녀의 말은 믿게 만드는 어떤 힘이 있었다. 20.05.11 68 9 7쪽
2 01. 오랜만의 과음이었다. 20.05.11 86 11 7쪽
1 프롤로그 +2 20.05.11 106 10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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