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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으로 귀신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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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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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7
추천수 :
36
글자수 :
123,237

작성
20.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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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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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DUMMY

22.



인간뼈 토템.

그 섬뜩한 단어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 세종은 인간의 악의에 치를 떨었다.


“말도 안 돼. 그렇다면 그때 그 토템은······사람의 뼈였다고요?”


싸늘한 공기가 흘렀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시계의 초침소리와 옆집에서 컹컹하고 누렁이가 짖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원구는 조용히 담배를 입에 물었고, 세종은 기분이 나빠 입을 가리고 주위를 서성였다.

삶의 기저가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축사에서 나타난 귀신. 회색 니트 베스트에 갈색 롱치마. 실종된 여성 중 한 명의 인상착의와 동일했군요.”


이제야 퍼즐조각처럼 흩어진 힌트가 한데 붙는 느낌이었다.

원구는 간직하고 있던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확인된 토템에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실종자들의 사진입니다.”


세종이 사진을 넘겨본다. 전부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이었다.

그중, 한 명의 인상착의가 자신이 축사에서 본 귀신과 일치했다.

범인은 사람들을 희생시켜 토템을 만들어 무곡군에 설치하고 있고, 그 토템이 또 다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세종이 원구에게 물었다.


“원구 신부님은 왜 범인이 토템을 심는다고 생각해요?”


원구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대답한다.


“목적 없는 저주는 없지요. 단순히 무곡군이 몰락하길 바라거나, 이로 인해 이득을 얻는 사람이 있겠죠.”


어쩌면 정체불명의 돼지역병, 대악마 발락의 활동도 그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세종은 원구의 상태창을 살펴봤다.


[풀어야 할 비밀 : 2/3]


여전히 비밀이 남아있다. 처음엔 이 비밀을 풀면 ‘인간뼈 토템’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을 줄 알았지만, 그와는 별개의 비밀처럼 보인다.


‘아마도 이 비밀은······원구 신부님의 개인사인가보네.’


세종은 원구의 과거까지 캐내고 싶진 않았기에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세종은 지갑에 넣어둔 그 명함을 꺼내 원구에게 전달한다.


“그때 말했던 그 《토템제작》스킬을 가진 남자의 명함이예요.”

“······”


원구는 명함을 받아 이것저것 확인한다.


“이 사람이 바로······”

“‘인간뼈 토템’을 그 사람이 만들었을 겁니다. 《토템제작》스킬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원구는 손가락을 튕긴다.


“그렇군요. 전도활동을 빌미로 검은 벤을 타고 다니면서 무곡군에 심었군요.”


원구의 두 눈이 빛난다.

그렇게 쫓아헤매던 연쇄실종사건과 인간뼈 토템의 범인의 행적이 밝혀졌다.

그러던 그때, 원구가 갑자기 명함을 찢는다. 깜짝 놀란 세종이 원구에게서 찢어진 명함을 빼앗는다.


“으악?! 갑자기 무슨 짓이예요!”


원구는 뻔뻔하게 말한다.


“······범인이 누군지 알려줘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건 당신 일이 아닙니다.”

“이제와서 갑자기 무슨 말이예요?”

“이 남자를 쫓는 건 위험한 일입니다. 민간인인 당신까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원구의 배신에 세종은 화가 났다.


“장난쳐요?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내 능력이 필요할 텐데요?”

“당신의 능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당신은 소설가죠. 수사는 전담수사팀이 맡는 게 맞아요.”

“난 유리값도 받아야 돼요.”


세종과 원구가 서로를 노려본다.

원구의 입장에선, 세종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물론 자신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에 관심이 갈 수도 있겠지만, 구태여 위험한 사건에 발을 내미는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단순한 소설가로서의 호기심 내지는 호승심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세종은 원구에게 아직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다.

자신이 사실 오세주가 아니란 것을.


만약 무곡군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 간에 깊은 연관성이 있다면,

자취를 감춘 쌍둥이 형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아내고자 했다.

오세주가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거나, 아니면 휩쓸렸단 게 되니까.

하지만 세종은 자신의 비밀을 차마 말할 수 없었기에, 두 사람의 실랑이는 계속 이어졌다.

옆집 누렁이가 연신 짖고 있단 걸 깨닫기 직전까지.


컹컹!

컹컹컹-!!


“뭐야! 말다툼 중에 왜 이리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거야?!”

“우리가 지금 말다툼 하는 겁니까? 의견충돌일 뿐입니다.”

“그게 그거죠!”


금방 조용해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누렁이는 시간이 지나도록 멈추지 않고 계속 짖었다.

세종은 눈치가 이상하단 걸 깨달았다.


‘누렁이는 애지간한 일엔 짖지 않을 텐데?’


그 순간, 세주는 써늘한 기분이 들었다.

사냥제의 밤 동안, 누렁이는 세종의 일행에게 무언가 알리기 위해 짖곤 했다.


컹컹!

컹컹컹컹-!!

컹컹컹컹컹컹컹컹컹-!!


뭔가 이상하다.

직감일 뿐이지만, 직감에도 근거라는 게 있는 법이다.


“······무슨 일이 있나?”


세종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원구도 누렁이가 짖는 소리에 의아함을 느낀다.


“도둑이라도 든 거 아닙니까? 사납게 짖어대는데.”


그때 세종은 귀신에 홀린 듯 집을 뛰쳐나간다. 원구는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런, 젠장!”


원구는 뒤늦게 세종을 뒤쫓아 뛰쳐나간다. 세종은 발빠르게 뛰면서 자신이 느낀 섬뜩함이 가짜길 바란다.


“아니야, 아닐 거야!”


세종은 옆집 아저씨네 대문을 마구 두드린다. 원구는 그 짧은 거리도 숨이 차 가볍게 헐떡였다.

누렁이는 연신 짖으면서도 익숙한 세종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꼬리를 흔든다.


“끼잉······낑.”


마치 세주에게 도움을 청하는 듯, 간절한 소리를 냈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안 돼.”


세종 높지 않은 담장을 뛰어넘었다. 그러자 숨을 내쉬던 원구가 탄식한다.


“혼자 뛰어넘기입니까?!”

“기다려요! 문 열어줄 테니!”


세종은 원구가 들어올 수 있도록 대문을 열어준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마당을 지나, 집 문을 두드린다. 내부는 조용했다. 혹시나 싶어 당겨보니 닫혀있지 않던 문이 열린다.


“······”

“······”


세종과 원구는 서로 눈을 마주치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간다.


“아저씨······안에 있어요?”

“죄송합니다, 실례 좀 하겠습니다.”


안쪽은 불길한 적막함이 흐르고 있었다. 혹시나 아직 자고 있는 게 아닐까? 그만큼 지치고 피곤한 밤이지 않았는가?


“아저씨, 안에 있어요? 배 안 고프세요? 읍내에 가서 쟁반짜장 살게요. 탕수육도 사드릴 테니까.”


세종은 잔뜩 긴장한 채, 집에서 옆집 아저씨를 찾는다.

부엌에도 거실에도 없다. 2개의 방문은 열려 있었는데,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닫혀있는 건 안쪽 안방뿐이었다.

이상하게 좀도둑이 된 것처럼, 세종과 원구는 발소리를 죽인 채 안쪽 안방의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문 앞에 서자, 악취가 느껴졌다. 돼지들의 분뇨 냄새 같기도 하고, 물비린내 같기도 했다. 시큼하면서도 쿰쿰한 냄새에 원구가 세종을 붙잡았다.


“쉿······”


원구는 문을 열어보기 전에 귀를 문에 대봤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원구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젠 정말 열어보는 수 밖에.

세종은 마른 침을 삼키고 문 손잡이를 돌렸다.

철컥. 문이 열렸다.

안쪽 안방의 문을 살며시 밀자 경첩이 삐걱이며 스산한 소리를 낸다. 안에는 옆집 아저씨가 있었다.


“아, 아저씨······?”


세종의 얼굴이 점차 하얗게 질렸다. 옆집 아저씨는 안쪽 안방에 있었다. 그러나 발견된 모습은 상상하기 싫은 형태였다. 불가능할 정도로 사지가 뒤틀린 채, 고통에 가득 찬 표정의 사체로 발견되었다.


“으······으아아아악?!”


옆집 아저씨의 기이한 형체를 발견한 순간, 세종은 비명을 지르고 뒤로 물러섰다.


“세종 씨, 침착해요. 침착!”

“끄아아아아악-!!”


원구는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진 세종의 앞을 가로막아 시야를 차단시켰다. 세종이 본 옆집 아저씨의 마지막 모습은, 허공을 향해 뻗어진 옆집 아저씨의 손끝이었다.


[‘오세종’과 ‘자원구’는 끔찍한 몰골의 시신을 발견했다!]



****



사건이 벌어졌던 밭에선 커다란 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이 여기저기 찍혀있었다.

어쩌면 정말 호랑이가 있었던 걸지도 모를만큼 사방에 찍혀있었다. 그렇지만 발자국만으로 호랑이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다.

의심스러운 증거는 싹다 채취하는 중이었다. 장형사는 호랑이에 대한 의혹은 잠시 잊기로 했다.

장형사는 민가에 집중했다. 난장판이 된 마당과 반쯤 박살난 마루. 조작의 흔적이 남은 수상한 제단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봐, 여기 지문 있잖아. 십자가에 찍힌 지문 전부 채취해.”


장형사는 알고 있다는 듯 눈을 흘기는 감식반 대원 앞에서 팔짱을 끼고 생각에 빠진다.


‘노인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모인 게 아니야. 동네잔치도 아니고. 이건 뭔가의 종교적인 이유다.’


피해자들의 모임에 어떠한 종교적 색채가 엿보였다. 검게 변색될 정도로 오래된 유해는 왜 십자가에 걸어둔 걸까?

언제부터 걸어둔거지?

시신의 신원은?

현장을 검식할수록 탐탁치 않은 점들이 나오고 있었고, 누군가 정체불명의 생명체와 싸우느라 엽총을 발사한 흔적도 찾을 수 있었다.


“뭐냐 이거? 보통 사건이 아닌 거 같은데.”


장형사는 덕철과 함께 담배를 태웠다. 덕철과는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말이지. 너무 구려. 호랑이가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게다가 종교적인 목적으로 모였다가 피해를 입은 거 같은데, 이 동네사람들이 영 수상쩍어.”

“이거 저희 관할에서 맡을 일이 아닌 거 같아요.”

“그렇지? 우리 몫이 아니지?”

“당연하죠.”


덕철은 담배연기를 뱉으며 말한다.


“날도 어두워져서 현장보존 인원만 남겨두고 철수하라곤 했어요. 선배님은 이제 어쩌시게요?”

“나도 일단 돌아가야지. 실종수사 때문에 집을 너무 오래 비웠어. 아내랑 딸이 엄청 잔소리 할 거야.”


장형사는 아내의 바가지가 걱정됐다. 가뜩이나 위험한 일을 한다고 항상 불안해한다.

최근엔 이래저래 사건사고들을 쫓아다니느라 집에 못간지 오래였다.

이젠 딸의 얼굴을 떠올리면 깜깜할 지경이다.

그때 덕철이 장형사를 바라본다.


“······선배님.”

“왜? 뭐 할 말 있냐?”

“······아닙니다.”

“아씨, 뭐가 아니야.”

“아니라고요.”

“뭐야, 신경 쓰이게. 뭔데!”


장형사가 덕철에게 닥달하고 있을 때였다. 철수하려는 장형사와 덕철에게 누군가 다가왔다.


“당신들 경찰들이오?”


등산복 같은 차림에 머리 가운데가 벗겨진 60대 중후반의 남성이었다.


“그렇습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장형사가 묻자 그 남자는 갑자기 알코올이 담긴 분무기를 마구 뿌려댔다.


“으악?! 당신 뭐야? 뭐하는 거야!”

“알코올! 소독하는 거요 소독!”

“이, 무슨······!”

“나는 여기 이장이오. 요즘 외지인들 위생상태를 믿을 수 있어야지 원.”


분무기를 멋대로 뿌려댄 남성은자신이 ‘이장’이라고 밝히곤 지나친 요구를 해왔다.


“더 이상 밭 헤집고 다니지 말고 조용히 떠나시오.”

“다짜고짜 무슨 말이십니까?”

“마을을 들쑤고 다니지 말고 전부 나가라는 거요. 노인네들 죽는 거야 예삿일도 아니잖소?”


이장이란 양반이 자기네 마을사람들이 죽었는데도 눈 하나 꿈뻑 안 하고, 되려 수사관에게 사건을 묻으라고 대놓고 요구하고 있었다.

장형사는 순간 욱했다.


“이봐요. 안 좋은 사건인 건 맞는데 이웃들이 죽었는데 그런 말이 잘도 나옵니다?”

“어허, 선배님! 참아요 참아!”


덕철이 말리지만 장형사의 힘 때문에 질질 끌린다.

장형사는 이장이란 사람한테 다가와서 손가락질한다.


“예삿일 맞으니까 경찰이 하는 일에 일일이 관여 마십시오 어르신.”

“······”


이장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별안간 휴대폰을 들어올린다. 어느새 전화를 걸었는지, 알 수 없는 전화번호가 찍혀있었다.


“받아보시게.”

“······뭡니까?”

“두 말 말고 받어. 자네가 뭘 해야 할지 알려줄 걸세.”


너무나도 뻔뻔하고 자연스러운 태도여서 장형사는 의심스러우면서도 전화를 받았다. 그리곤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누구쇼.”


스마트폰 너머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 춘천시 강력계 2팀 장길선 경사 맞나? 아니, 지금은 경장인가? 헷갈리는구만.]

“······누구십니까?”


자신을 잘 아는 듯한 목소리에 장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이 절로 나왔다.

전화 너머의 상대는 헛기침을 하며 말한다.


[치안감일세. 내가 누군지 알겠나?]


순간 장형사는 익숙한 목소리임을 떠올렸다.


“처, 청장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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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중단과 그 이유 20.12.15 41 0 -
공지 프롤로그 삭제 + 8화 내용추가 20.11.17 96 0 -
»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20.12.04 47 1 13쪽
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9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5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4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3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4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0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3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5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9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9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1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9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7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4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5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8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1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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