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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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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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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237

작성
20.11.1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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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화. 복선 -1

DUMMY

8.



[여보세요?]


오세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낮고 굵은 목소리였다.


“······전화 받은 분은 누구시죠?”

[춘천경찰서 박준호 경장입니다.]


경찰?

오세주 이 자식이 무슨 사고라도 친 건가?

세종은 순간 과거의 사건이 떠올랐다. 오세주의 살인사건······또 다시 그 악몽이 재현되는가 싶어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연락처를 보니 오세주 씨 동생분 되십니까?]

“그렇습니다만.”

[아, 이거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군요.]


경찰은 헛기침을 하면서 말을 한다.


[음, 형님 분 소유의 차량이 완전 불탄 채 발견됐습니다. 휴대폰은 현장에 남아있었습니다.]

“네?

[오해하지 마세요. 차량 내부나 그 근처에선 어떠한 시신도 발견되지 않았으니까요.]


이게 무슨 소리지? 오세주의 차는 왜 불타?

세종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박준호 경장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형제 분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오세종이라고 합니다.”

[동생 분께선 혹시 형제 분하고 연락이 되십니까? 차량 소유주께서 차량 전소의 경위를 설명하셔야 되는데.]

“아······”


세종은 그 순간 정신이 바짝 들었다. 오세주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 순 없어도, 지금은 오세주가 자신이었다.

만약 여기서 이상하게 행동한다면 불필요한 스캔들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감지했다.


“연락은 모르겠고, 형은 지금 무곡군에 있는 집에 있을 겁니다.”

[무곡군이요?]

“예. 휴가 차 내려갔습니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데 마침 가지고 계셨군요.”

[아아, 그럼 오세주 씨에겐 아무 일 없는 겁니까?]

“네, 멀쩡합니다. 휴대폰을 못 찾기에 제가 혹시나 전화 걸어본 겁니다.”


과연 속을까?

구태여 파고들면 수상한 점이 많은 변명이었다.


[······]


잠깐의 침묵 후, 박준호 경장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하하, 정말 다행입니다. 다치신 곳은 없나요?]

“그냥 좀 탈진증세가 좀 있어서 푹 쉬고 있는 거 같습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래도 형님 분 차량이 어째서 전소됐는지 춘천경찰서로 출석하셔서 설명해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그대로 방치하면 교통법규에 위반되거든요?]

“차마 그럴 경향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해합니다. 서에 찾아오셔서 증언해주시면 잃어버린 휴대폰도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네. 제가 따로 연락해서 춘천경찰서에 찾아가보라고 전하겠습니다.”

[협조 감사합니다!]

“네, 수고하세요.”


세종은 전화를 끊었다. 절묘하다면 절묘한 타이밍에 경찰이 받은 셈이었다.


‘오세주 이 자식 대체 어디서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세종은 스트레스가 치밀었다.

무슨 흉계라도 꾸미고 있는 건가? 도로 위에서 차량이 전소됐다면 오세주에게도 무슨 변이 생긴 건가?


“대체 밖에서 뭘하고 돌아다녀서 차에 불까지 지른 거야? 오세주!”


세종은 기분이 나빠도 오세주의 상태창을 열어본다.


『상태창 : ‘쌍둥이 형’ 오세주』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펼치기】

상태 : 《정상》

성향 : 질서/악

특수능력 : 《완벽한 플롯》

[중요인물 이해도 0/4]

[풀어야 할 비밀 : 5/5]


“하, 멀쩡히 살아있구만.”


오세주의 『상태창』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오히려 전엔 보지 못했던 [풀어야 할 비밀]이 5개나 추가되어있었다.


“뻔뻔한 놈. 역시 뭔가 꾸미고 있구나. 너 때문에 나는 경찰서까지 들어가게 생겼어. 하, 씨X······진짜 죽어버려. 그냥 진짜 죽어버리라고.”


세종이 벽에 기대서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전부 다 들었는지, 원구가 기웃거렸다.


“굉장히 불결하고 폭력적인 언어가 들리는군요. 무슨 일입니까?”

“신부님은 몰라도 됩니다. 제 개인사니까요.”

“사정은 모르겠지만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실 바랍니다.”


원구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세주는 의아해한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더 머물 필요가 없지요. 커피는 잘 마셨습니다.”

“쉬다 가셔도 되는데.”

“눈치도 없이 오래 머무는 성격이 아닙니다.”


세종은 원구가 쫓고 있다는 사건이 떠올랐다.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는 몰라도 그는 토템을 찾아 다니는 듯하다.


“사건을 쫓고 있다고 했죠. 그 토템 때문입니까?”

“뭐, 그런 편이죠. 하지만 모르는 편이 나을 겁니다.”

“안 궁금합니다.”

“다행이군요. 조만간 제 동료가 찾아와 축사를 청소해줄 겁니다. 만약 귀신이 사라지지 않거나 또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명함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하세요.”


원구는 그렇게 말하면서 세종에게 악수를 권한다. 세종은 거부하지 않고 원구와 손을 흔들었다.


“두 번 다신 보지 말죠.”

“그래야죠. 오컬트와 얽혀서 좋을 일 없으니.”


원구는 그렇게 말하며 집을 나서려고 할 때였다. 입구 앞에서 주춤하더니 세종에게 말한다.


“축사에서 악령을 상대할 때, 오세주 씨 덕에 살았습니다.”

“뜬금없이?”


세종은 뜻밖의 감사표현에 조금 놀랐다. 원구는 고개를 끄덕인다.


“대범했습니다. 악령에게 성수를 뿌릴 생각을 하다니.”

“돼지 사체도 귀찮은데 사람시체까지 치우고 싶진 않았을 뿐이예요.”

“큭큭. 갑니다.”


원구는 가볍게 웃곤 문밖으로 나갔다.


[자원구 신부는 ‘오세종’의 쿨한 태도를 마음에 들어합니다!]

[중요인물 이해도 : 1/3]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비록 오세주의 선행으로 기억되겠지만 구마사제에게 담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꽤 좋았다.

호감을 산 덕인지, ‘중요인물 이해도’가 상승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래도 기대와는 달리, 조만간 또 만나게 될 거 같군요 신부님.’


‘중요인물 이해도’가 무얼 의미하는지 제대로 알진 못해도, 포인트가 ‘1/3’인 이상, 결국은 다 채우게 되지 않을까?

비단 세종뿐만이 아니라 원구 또한 《육감》을 통해 직감하고 있었다. 원구는 마당을 가로지르면서도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오세주 작가······왠지 또 보게 될 거 같은데. 기분이 쌔한 걸.’


원구는 찝찝해하면서도 경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보고를 해야 했다.



****



이튿날.

세종은 제대로 면도를 하고 옷장에서 오세주의 옷을 꺼내 입었다. 옷장에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는 것처럼, 오세주의 신분증이 함께 있었다.

마치 이 모든 게 오세주의 계획 하에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져 불쾌했다.


‘긴장하지 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직접 확인하긴 해야지.’


세종은 차를 몰고 춘천경찰서로 향했다. 딴짓 하고 있는 순경에게 물어보니 조사과로 안내했다


‘여기가 경찰서 내부구나. 엄청 넓네.’


이른 시간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범죄자도 있었고, 전화를 받으며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는 경찰들도 있었다.

그 중, 전소된 세주의 차량을 맡은 담당인 박준호 경장이 오세주를 알아봤다.


“아, 어쩐지 어디서 봤다 했더니. TV에 나오시는 작가님이셨군요?”

“아, 네. 제 휴대폰 가지고 계신다고요.”


세종은 박준호 경장이랑 악수를 나누고 가벼운 조사를 받았다.

상황을 보아하니 구불구불하고 낭떠러지 옆에 난 도로 위에서 차량이 완전전소된 모양이다.

워낙 인적이 없는 도로라 통행도 없어 2차 사고는 없었고, 근처에서 발견된 건 스마트폰 하나뿐이었다.


“아, 그땐 제가 경황이 없었거든요. 차에서 갑자기 연기가 나더니 금세 불이 붙더군요.”

“많이 당황하셨겠어요. 엄청 비싼 스포츠카던데.”

“수입차라고 안전한 건 아닌 모양입니다. 하마터면 타 죽을 뻔했어요.”

“하하, 그래서 제가 국산차 타는 거 아니겠습니까?”


박준호 경장은 어처구니없는 농담이나 친다. 완벽하게 속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중턱에서 차는 불타기 시작하는데 스마트폰도 어디론가 사라져서 안 보이고, 그래서 걸어서 되돌아오니 집이었습니다. 보험사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번호를 알아야죠 뭐.”

“이해합니다. 원래는 도로 위에 차량을 두고 가시면 과태료를 내셔야 하는데,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니 이번만 봐드립니다.”


박준호 경장은 별 의심도 없이 스마트폰을 내줬다. 세종은 너무 손쉽게 오세주의 스마트폰을 돌려받은 것에 상기됐다.


‘신원 확인 같은 건 제대로 안 하는군. 잘 됐어. 오세주가 사고 직전까지 뭘 했는지 확인해봐야지.’


세종은 오세주의 휴대폰을 켜봤다. 바닥에 굴러 거칠어진 표면에는 잠금패턴이 보인다.


‘······아, 젠장. 얘는 무슨 패턴으로 해놨지?’


세종은 경찰서 복도를 걸으면서 패턴을 풀어보다 결국 실패해서 10분간 잠금이 걸린다.


“이런 젠장.”

“······”


세종은 복도를 통과해서 지나간다. 그런데 그 옆을 지나가던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서 세종을 돌아본다.


“······어디서 봤는데?”


이제 겨우 40대인데 벌써 희끗한 남자였다.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상체가 아주 두꺼웠다.

그는 경찰서 문을 열고 나가는 세종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잠금패턴을 못 푸네?”


장형사는 처음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얼굴이 낯익긴 했는데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박준호 경장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이, 장형사님.”

“잘 지내셨죠, 박경장님. 자료 좀 인계 받으러 왔습니다.”

“여기 있습니다. 리스트도 박스 안에 함께 넣어놨습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장형사는 탁자 아래에 있던 물품박스를 들어올린다. 제법 묵직하다. 장형사는 박스의 물품을 훑어보면서 박경장에게 말을 건다.


“근데 방금 전에 외부인 한 명이 왔다 가지 않았나요?”

“아, 오세주요?”

“오세주?”

“소설가요 소설가. TV에 종종 나오더만요.”

“작가였군요. 그런데 경찰서에는 왜?”

“아아, 저 양반 소유의 차량이 완전 타버렸잖아요.”

“태운 거예요?”

“엔진에 불이 나더래요. 차가 현장에 남아있어서 조사 들어가려는데 알아서 나타나더라고요.”

“흐음.”

“조서만 쓰고 돌려보냈어요.”


장형사는 내심 마음에 걸렸던 걸 질문한다.


“스마트폰도 잃어버렸어요?”

“아, 맞아요. 현장에서 흘렸더군요. 그거 못 찾아서 신고가 늦었답니다.”

“그래요? 참 이상하다.”

“왜 그러세요?”

“자기 스마트폰인데 잠금패턴을 못 맞출 수가 있나?”

“······”


박경장은 어깨를 으쓱인다.


“뭐 틀릴 수 있죠?”

“그렇죠? 에잉, 이거 직업병이라니깐.”


장형사는 웃으면서 자료박스를 들어올린다. 무거워서 어깨가 아래로 축 떨어진다.


“아무튼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예, 장형사님도 『실종사건』 잘 처리하시고요.”


장형사는 자료박스를 들고 복도를 끙끙거리며 걷는다.

그런데 찜찜하기 그지없다.

차가 전소됐는데 신고도 안 하고 있다가 뒤늦게 나타났다? 그런데 자기 스마트폰 패턴을 몰라?


‘에이, 그만 생각해 장일선. 네 사건이나 집중해야지.’


장형사는 강력계 부서로 들어가 자신의 책상 위에 자료박스를 털썩 올려놓는다. 그리곤 정리를 위해 하나씩 꺼낸다.


“후······이중에 누군가 있을까?"


장형사는 답답함에 한숨을 내쉰다. 담당하고 있는 『실종사건』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실종여성은 서울에서 거주하던20대 후반의 여성. 직업은 기자였고 채무는 전혀 없다.

성격도 모나지 않아 원한관계는 없다. 혹시나 스토커에 의한 범죄일까 싶었지만 춘천시 인근 터미널에서 행적이 추가발견 됨에 따라 춘천 쪽으로 수사권한이 이관됐다. 그리고 그 담당은 장형사가 되었다.

장형사는 자료박스에서 마지막으로 찍힌 CCTV 영상을 사진으로 인화한 걸 발견한다. 실종된 시점으로 추정되는 인상착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흰색 니트에······갈색 치마······긴 생머리······”


장형사는 다른 자료들을 확인한다. 마지막 기록을 보니, 어느 교회를 들른 것 같다.


“······여기로 한 번 가봐야겠네.”


장형사는 자료들을 챙기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교회의 주소를 확인했다.


작가의말

 8화 수정 및 내용 보충을 했습니다

수정내용 : 출판사 직원과의 인터뷰 파트 삭제

                +삭제한 만큼 뒷 내용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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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프롤로그 삭제 + 8화 내용추가 20.11.17 96 0 -
22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20.12.04 47 1 13쪽
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9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6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4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3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5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5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4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1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3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6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1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9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9 2 12쪽
» 8화. 복선 -1 20.11.16 79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1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9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7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4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5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8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1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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