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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으로 귀신이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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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854
추천수 :
36
글자수 :
123,237

작성
20.11.1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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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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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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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범을 보았다 -2

DUMMY

11.



집에 도착한 세종은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수도꼭지를 끝까지 틀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게 만든다.


“기분 나쁜 노친네들. 왜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 거야? 응?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거칠게 세수를 한다. 하지만 불쾌감이 쉽게 씻겨 나가지 않는다.


“수상해. 마을사람들이 단체로 뭔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한숨을 내쉰 세종은 멍하니 흘러내려가는 물을 바라본다. 가끔 머리 식힐 땐 흐르는 물을 보면 이성이 돌아오곤 했다.


“후우, 냉철해지자. 무례한 노인들보다 발생한 사건들을 분석하는 데 집중해야 돼.”


세종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거울을 봤다. 물때가 낀 거울 속 오세종은 분노와 두려움이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었다. 감옥에서 실컷 본 모습이고, 더 이상 그런 얼굴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짝!

쌔게 자신의 두 뺨을 때린 세종은 심호흡을 했다.


“오케이! 난 괜찮아!”


그리곤 세종은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본다.


『상태창 : 오세종』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닫기】

이성 : 45

정신력 : 0

믿음 : 50

상태 : 《자기기만》

성향 : 중립/선

특수능력 : 《삼라만상을 보는 눈》

[보유 혼돈파편 : ‘축사의 귀신 – 2/3’, ‘붉은 범 – 1/4’]


세종은 몇 가지 걸리는 부분들이 있었다

축사의 귀신을 맞닥뜨렸을 때, 이성수치가 감소했다. 게다가 이성수치가 ‘30’이 되었을 때 혼절하기도 했다.

이 수치가 극적으로 변한 적이 없어서 체감하지 못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눈치챘다.


‘이성수치'란 건 정신적인 체력바 같은 거겠지. 초현실적인 사건과 조우했을 때 깎이는 거 같고, 푹 쉬면 다시 늘어나는 거 같다.

그리고 『혼돈파편』······

이건 좀처럼 감이 안 잡힌다. 전부 달성하면 뭔가 보상이라도 있을까?

주목해야 할 점은, 오세종의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고, ‘붉은 범’과 관련된 혼돈파편을 하나 얻었다는 점이다.


“대체 뭐에 쓰는 거지······게다가 얻으면 뭐해? 이걸 어디에 활용할 수가 있나?”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돌연 새로운 정보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혼돈파편’ 수집보상 – ‘혼돈의 기록’]

[‘광기의 무곡군’이 집필됩니다!]


“뭐, 뭐야?!”


그 순간 세종은 자신의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걸 깨달았다. 멋대로 두 발이 움직이더니 서재로 향하기 시작했다.


“모, 몸이 멋대로 움직여! 이게 뭐야?!”


세종이 질겁하는 사이, 몸뚱이는 제멋대로 오세주의 작업용 노트북을 찾아냈다.


“노트북이 서재에 있었어······?”


감탄하기도 전에, 세종의 몸은 자동적으로 노트북을 펼치더니, 걸려있는 비밀번호를 능숙하게 풀고 워드를 열었다.


“지, 지금 내가 소설을 쓰고 있는 건가?”


세종의 몸은 마리오네트처럼 외부의 정보를 기술하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속도였다.

손가락은 분당 1,000타는 웃돌 속도로 움직였고, 키보드를 때리는 소리는 M1928 톰슨 기관총의 총성을 연상케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순식간에 소설의 전반부를 기술한 후였다.


“이, 이걸 내가 쓴 건가?”


세종은 놀라서 모니터를 바라봤다. 찬찬히 읽어보자 더욱 놀라운 문장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익숙한 무체기도 했다.


“······내가 썼지만 마치 오세주가 쓴 거 같네. 아니지. 내가 쓰진 않았지.”


세종은 흥미롭게 소설을 읽어봤다.

‘무곡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다. 다만, 완성된 분량이 아니었다. 전반부를 거쳐 축사에서 귀신을 퇴치한 이야기가 나왔고, 몇 시간 전에 목격한 서낭당 나무의 화재까지 서술되어 있었다.

세종은 눈치챘다.


“혼돈파편을 전부 채우면······이 소설도 완성된다는 건가? 그럼 이게 그 보상이야?”


별 다른 노력 없이도 소설이 자동적으로 써지니 세상 모든 소설가들의 꿈 같은 일이었지만, 그 대가로 기이하고도 괴기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 건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후······정말 피곤한 일들뿐이잖아. 난 소설가도 아닌데 나한테 왜 이래.”


세종은 책상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요새 한숨 쉬는 일이 부쩍 늘었다.

딩동-딩동-.

딩동-딩동-.


“응?”


2층으로 연결된 스피커에서 벨소리가 들린다. 낯선 기능에 뭔가 싶었는데, 현관문 벨을 누를 때 나는 소리였다.


“뭐야, 2층 집엔 이런 기능도 있네. 신기해라.”


세종은 양옥집의 숨겨진 기능에 감탄하면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 순간에도 벨은 여러 차례 다급히 울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세종이 문을 열자 옆집 아저씨가 땀에 흠뻑 젖은 채 있었다.


“세, 세주야! 큰일났다 큰일!”

“네? 무슨 일 때문에 그리 놀라셨어요? 진정하세요!”


세종은 과호흡이 의심되는 옆집 아저씨의 등을 두드린다. 옆집 아저씨는 진정하지 못하고 말을 토해냈다.


“버, 범! 범이 나타났다!”



****



옆집 아저씨는 척 보기에도 정상이 아니었다. 진땀을 뻘뻘 흘렸고 허둥지둥거렸다.


“그, 그러니께 와히드랑 종석이랑 같이 산에 갔는디 범이 나와서 와히드를 물어 갔어!”

“범이라고요?”

“그랴, 범! 범이었어!”


옆집 아저씨는 안색이 창백한 모습으로 자신이 목격한 범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니까 와히드라는 외국인이 끌려갔다고?’


세종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솔직히 객관적으론 말이 안 되는 소리긴 하다. 대한민국에서 호랑이와 같은 유해조수는 사라진지 오래다.

수달이나 삵, 혹은 족제비 같은 작은 육식동물이 먹이사슬의 최상층이란 점이 그렇다.

하지만 세종은 세종의 사진갤러리에서 발견했던 수상한 고양이과 동물의 사진을 봤던 터라, 그의 말을 흘려 들을 수 없었다.


“경찰에 신고는 하셨어요?”

“경찰? 아, 경찰!”

“당황하셔서 그럴 수 있어요. 일단 안에 들어오세요. 커피라도 드릴 테니까 마시면서 한숨 돌리세요. 신고는 제가 할 테니.”

“알았다 세주야. 정말 고맙다!”


세종은 옆집 아저씨를 집에 모신 후에 스마트폰을 들었다. 112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에 어느 여경이 전화를 받는다. 세종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떨고 있는 아저씨를 보며 상황을 전달했다.

접수를 받은 여경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러니까 산에서 호랑이에게 습격을 받으셨다고요? 발견위치가 어디였나요?]

“아저씨! 호랑이를 어디서 봤다고요?”

“무곡굴! 무곡굴에서 봤다!”

“무곡굴에서 보셨다네요.”

[무곡굴이시고, 피해자는 외국인이시고요.]

“네, 빠른 수사 좀 부탁드릴게요. 방금 전에 일어난 일이라 아직 살아있을 수도 있어요.”

[알겠습니다. 신고접수 되셨고, 수사진행상황은 해당번호에 SMS문자메시지로 전송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세종은 전화를 끊었다.

일단 신고는 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될진 장담할 수가 없다. 세종은 옆집 아저씨의 상태창을 힐끔 바라봤다.



『옆집 아저씨 : 곽태구』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닫기】

└이성수치 : 35

└정신력 : 0

└믿음 : 80

상태 : 《공포》, 《죄책감》

성향 : 중립/중립

특수능력 : 《없음》


옆집 아저씨의 이성수치는 벌써 ‘35’였다. 어지간히 낮은 수치다. 만약 ‘기절’이 유발되는 수치가 ‘30’이 맞다면, 옆집 아저씨는 현장에서 기절할 뻔했단 소리지.

세종은 옆집 아저씨의 상태에서 《죄책감》이 눈에 띄었다.


‘와히드 씨를 버리고 온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네.’


“아저씨, 괜찮아요? 와히드 씨는 살아있을 거예요. 너무 걱정마세요.”


하지만 별 위안이 되지 않는지, 옆집 아저씨는 불안에 떨 뿐이었다.

그때 세종의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경찰들이 현장조사를 시작했다는 알림이었다.



****



신고를 받은 경찰들은 멧돼지사냥용 엽총을 하나씩 챙겼다. 그 중 누구도 범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의외로 시골 소재의 경찰서에는 호랑이를 봤다는 신고가 아주 가끔 전해지곤 한다.

그러면 대개 덩치가 큰 멧돼지를 보고 신고했거나, 삵이나 좀 큰 시골고양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물려갔다는데 어디 넘어졌거나 달아난 거겠지.

경찰들은 신고를 받은 무곡굴 근처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초목이 우거져 살펴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자, 어서 살펴보고 내려가자고! 좀 있으면 해 떨어져!”


경찰 중 한 명이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일조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일대를 수색하다 무곡굴에 도달했다. 곽태구와 일행이 미처 버리지 못한 돼지 사체만 뒹굴고 있었고, 야생 뱀들이 그 주위에 어슬렁거리다 사람의 기척을 느끼곤 흩어졌다.


“뭐야, 이 사람들 돼지 사체를 불법투기 하고 있었네요.”

“그러네. 굴에 던져놓고 있었나봐.”


경찰들은 손전등을 들고 무곡굴 앞에 선다. 그리고 찬찬히 굴 안쪽을 비춰본다.

밑이 없는 어둠이 거기에 있었다. 공기조차 빠져 나오지 못하고 아래로 가라 앉는 듯, 동굴 특유의 축축하고 습한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와, 끝이 보이지 않는 거 봐.”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엄청 깊긴 하네.”

“이 정도면 호랑이도 빠져 죽겠다야.”


경찰들은 키득거리며 돌아서서 나왔다. 현장을 수색해보니 외국인 노동자며 호랑이의 서식 흔적 같은 건 없다고 판단했다.

되려 동네주민들의 동물사체 불법투기의 흔적만 발견했을 뿐이었다.



****



그날 밤, 옆집 아저씨 곽태구는 자신의 집에서 키우는 황구의 볼을 만지작거렸다.

황구는 통 짖지 않는 개여서 아무리 말을 걸어도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걸 어째쓰가 누렁아. 와히드가 아직도 집에 안 돌아왔다. 경찰들이 범도 없다 그러고, 와히드가 불법 입국자라서 그냥 도망간 거 같단다.”


누렁이는 그냥 두 눈만 꿈뻑인다. 곽태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다.


“와히드가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는디, 저 먼 고향에 아내랑 아들이 있댄다. 학교 보낸다고 여기 이국땅에 왔다는디 범에게 물려가는 걸 못 구했다! 나도 겁에 질려서 도망쳤다!”


곽태구는 누렁이의 머리를 벅벅 쓰다듬는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거 아녀? 응? 범이 아니라 그냥 살쾡이 아녔을까?”


곽태구는 순간 자신의 트럭이 떠올랐다. 혹시나 싶어서 문 밖에 세워둔 트럭을 보러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좌측 휀다에 커다란 짐승이 할퀸 자국이 남아있었다.


“내 착각이 아니었구만! 진짜였어!”


착각이 아니었다.

범은 분명 존재한다. 어쩌면 무곡군의 전설에 등장하는 ‘신령’이라 불리는 짐승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신령’이 사람을 채간 순간, 곽태구에겐 ‘신령’이 아니라 위험한 ‘들짐승’에 불과했다.

곽태구는 직접 와히드를 구출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누렁아, 아무래도 내가 와히드를 직접 구하러 가봐야겠다!”


곽태구는 자리에서 일어나 집 안방으로 향했다. 장롱과 벽 틈새에 전기모기채와 함께 수렵총이 세워져 있었다.

한동안 꺼내질 않아 먼지가 쌓인 총구를 손으로 쓱 문질러 닦았다.

곽태구는 수렵시즌이 되면 멧돼지나 꿩을 잡으러 나가곤 했다. 원래라면 수렵총을 경찰서에 수납해야 하는 건데, 그쪽도 까먹었는지 연락이 없어서 집에 그대로 있었다.


“그랴, 내가 직접 범을 잡아야겠구만. 와히드는 지 가족을 버리고 도망갈 놈이 아닝께.”


곽태구는 총을 들어 견착을 해본다. 총구가 형광등의 빛을 반사한다.


작가의말

요즘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빵이 먹고 싶어요 초코빵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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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중단과 그 이유 20.12.15 41 0 -
공지 프롤로그 삭제 + 8화 내용추가 20.11.17 96 0 -
22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20.12.04 47 1 13쪽
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9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6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4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3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5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1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3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6 2 12쪽
»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9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9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1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9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7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4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5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8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1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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