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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으로 귀신이 보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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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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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수 :
123,237

작성
20.11.1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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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축사의 귀신 -3

DUMMY

5.



병원 옥상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쌓였고, 환자들이 산책을 할 수 있도록 산책로가 조성되어있었다. 하지만 운동보다는 흡연실을 찾는 관계자들이 더 많았다.

무당이 손을 내밀자 원구가 담배 한 대를 빌려준다.

불까지 붙여주고 나서야 무당은 최근 무곡군의 이슈에 대해 알려줬다. 원구는 전혀 모르는 배경이었다.


“······구제역을 말하는 겁니까?”

“그건 모르지. 병명은 아무도 모른다더군.”


무당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군 단위에 번지고 있는 돼지역병이네. 다른 유행병들이랑 비교하면 피해는 소소한 편이지만 원인도 감염경로도 모른다는 게 공포스럽지.”

“그걸 굿을 치루면 낫습니까?”


원구가 묻자 무당이 되려 질문한다.


“성경에서도 예수가 귀신을 쫓아 병자들을 치유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나?”

“그건 귀신 들린 사람이죠. 귀신 들렸다고 다 병이 걸리는 것도 아니고.”


원구는 담배 한 대를 입에 더 문다. 줄담배가 습관이었다.


“뭣보다, 병에 걸리면 항생제를 맞아야지 뭔 굿이고 기도입니까?”

“자네는 신앙심이 별로 없군.”

“현실적인 편이라더군요.”

“천주교에선 질병의 치유를 어떻게 보는지 모르겠지만, 무당들은 굿으로 병을 낫게 할 수 있지. 자네, 주술의 기능에 대해 아나?”

“대강은 압니다. 제 업이 업인지라.”

“신기하군. 그럼 간단하게만 말해주지. 굿으로 사람이든 짐승이든 병을 치료할 수 있네.”

“무슨 원리입니까?”

“간절히 염원하는 것이지.”


무당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3개 편다.


“굿은 결국 주술의식이야. 그리고 주술은 크게 나눠 3가지로 나뉘지.”

“증식(增殖)과 제액(除厄), 저주······”


원구가 정확하게 알고 있자 무당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대강 안다고 했잖습니까. 뭘 놀라고 그래요.”

“그래, 병을 치료하는 주술은 ‘증식’이라네. 아프지 않기를 강렬하게 ‘염원’하면 건강을 기원할 수 있는 것이지. 문제는······”

“문제는?”

“굿판을 벌이던 그 축사에······강력한 원귀가 굿을 방해하더군. 굿을 중단해야만 했어. 그렇지 않으면 난 그대로 죽었겠지.”

“······원귀를 봤습니까? 어떻게 생겼습니까?”

“봤지, 봤고 말고.”

“젊었습니까?”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아는가?”


무당은 원구의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구는 담배연기를 쭉 빨아들이면서 말했다.


“제가 무곡군에 들어온 이유거든요. 당신이 본 악령이 혹시 이 사진 속 여자들 중 한 명입니까?”


원구는 그렇게 말하면서 사진 몇 장을 무당에게 보여준다. 전부 젊은 여자들 사진이었다.

무당은 천천히 사진을 넘기다, 한 여자의 사진에서 얼음처럼 굳었다.


“어······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이 여자를 봤습니까?”

“그래, 이 여자였어. 눈이 없어서 얼굴은 구분하기 어렵지만, 복장이 똑같군.”


무당이 고른 사진에는 회색 니트 베스트에 갈색 치마를 입고 있는 여자의 사진이 있었다.

원구는 무심한 얼굴로 사진을 돌려받아 사제복 안쪽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그리곤 검지와 엄지로 필터 끝까지 빨아낸 후에 재떨이에 버린다.


“그래서 그 축사는 어디에 있습니까?”



****



마트에서 돌아온 후, 세종은 고기를 구워먹으려다 문뜩 옆집 아저씨가 생각났다.


‘오세주 성격엔 그러지 않겠지만, 그래도 돼지축사를 돌봐주시는데 신경 안 쓰기도 그렇네.’


세종은 옆집 아저씨를 찾으러 옆집으로 향했다.

산골답게 이미 일조량이 줄어들어 어두컴컴했다. 필연적으로 돼지축사를 지나쳐야 해서 무섭기도 했다.

빠르게 뛰어서 옆집에 도착하니, 누렁이는 여전히 꼬리만 살랑살랑 치며 짖지도 않는다.


『옆집 누렁이』

체력 : 60

힘 : 15

성향 : 《유순함》

상태 : 《건강함》, 《과묵함》


어지간히 순한지 짖지도 않는 개인 듯하다.


“누렁아, 아저씨 어디 갔니?”


헥헥.


“임마, 침만 질질 흘리지 말고 아저씨 어디갔냐니깐.”


헥헥헥-!


“아무튼 아저씬 집에 없단 거지?”


세종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돌아왔다.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으니 어디서 뭐하고 계신지 알 수가 있나.

세종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길은 축사를 지나쳐야만 했다.


“······소름 끼쳐.”


세종은 옆집에 갈 때도 이미 지나쳤지만, 또 한 번 눈에 보이는 축사가 거슬렸다.


“!@#%^#@#살”


기이한 소리를 내던 귀신이 생각났다. 아직도 안구가 없는 눈과 회색 니트 베스트가 선명하다.

세종은 문뜩 『혼돈 파편』을 떠올린다.

대체 자신이 무엇을 보았기에 난생 처음 보는 문자열이 출력된 걸까?

깊은 의문에 빠져있는데,

돌연 돼지들이 울부짖는다.


꾸에에에엑-!!

꾸에에에에엑-!!!


귀가 찢어질 듯 큰 소리에 세종은 순간 귀를 틀어막았다.

또 시작됐다.


“······”


잠시 고민하곤, 세종은 큰 마음을 먹고 축사의 문을 열었다.

돼지역병이 무엇에 의해 발생하는지, 혹시 귀신 때문인지 두 눈으로 보고자 했다.

두려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무지한 채로 모르는 척 지내는 게 더 두려웠다.


끼이이익-


녹슨 쇠가 마찰되는 소리가 길게 난다. 축사 내부에선 습하고 역한 냄새가 풍긴다.


딸깍.


너무 어두워 불을 켜려고 했는데 이젠 아예 전등이 나갔는지 켜지지도 않는다.


“젠장······”


세종은 침을 꿀꺽 삼키며 축사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리곤 스마트폰 불빛을 여기저기 비춰본다.

우리 안에 모여있는 돼지들은 분홍빛 살을 서로 문대고 있다.

의문의 상태창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귀신이 활동하는 상태가 아닌듯 보였다.


“후우, 뭐야. 아무 것도 없는데 왜 울어서 사람을 놀래켜?”


그때 또 한 번 돼지들이 울부짖었다.

꾸에에에에엑-!!


“깜짝이야!”


세종은 소리가 난 우리 쪽으로 불빛을 비춘다. 돼지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세종은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 울타리를 넘어 안으로 들어갔다.


“얘들아, 잠깐만 실례할게?”


돼지들을 밀치고 들어가니 아무 것도 없다. 그냥 평범한 우리 내부다. 볏짚이 두껍게 쌓여 푹신푹신한 바닥만 보인다.


“흐음, 『혼돈 파편』 같은 건 보이지도 않는데······”


세종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돌아가려고 할 때였다. 난데없이 덩치 큰 돼지들이 뛰어와 세종을 치어 쓰러뜨린다.


“으악!”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때 별안간 돼지들이 달려들어 세종의 팔다리를 물었다.


“으악!”


꾸에에에엑-!!

돼지들이 포효한다. 중세유럽에서 방목하던 돼지들에겐 뾰족한 어금니가 남아있었다. 돼지들의 핏속에서 야성이 채 사라지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다.

가뜩이나 역병이 돌아 동족이 픽픽 쓰러지니 돼지들이 받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터였다.


“그래도 그렇지, 이것들이 미쳤나! 감히 주인을 공격해? 맞고 싶어서 환장했지!”


세종은 자신을 공격한 돼지들의 뺨과 머리통을 세게 후려갈겼다.

피부 면적이 넓은 돼지들은 맞을 때 찰싹찰싹 소리가 났다. 맞은 돼지들은 꾸에엑 소리를 내며 세종을 피해 우리 구석으로 피한다.


“이것들이 진짜······나중에 두고 보자. 너네 얼굴 다 기억했어. 전부 쌈장 발라서 쌈 싸먹을 줄 알아.”


세종은 투덜거리며 나자빠진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오세종’은 볏짚 밑에 숨겨진 ‘의문의 물체’를 감지했다!]


“아, 씨! 깜짝이야!”


점프스퀘어 마냥 정보창이 갑자기 나타났다.

세종은 뜬금없이 나타난 정보창에 깜짝 놀라면서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하지만 이내 호기심을 갖는다.


‘이게 무슨 메시지지? 의문의 물체가 축사에 숨겨져있다고?’


세종은 즉시 바닥을 훑어가며 자신의 주위를 살폈다.

두 손으로 볏짚을 슥슥 훑던 중, 손 끝에 무엇인가가 부딪쳤다.


“찾았다?!”


손가락마디 정도의, 작고 딱딱한 물체가 볏짚 속에 파묻혀있다.

혹시 『혼돈 파편』인가?

의문의 형체를 잡아당겨 뽑으려는데 좀처럼 빠지질 않는다.

볏짚을 파헤치자, 이상하게 생긴 조각이 바닥에 붙어있었다. 조각은 희고 딱딱했는데, 콘크리트나 플라스틱은 아닌 것이 조각조각 이어 붙인 것 같았다.

이상한 점은, 바닥재질과 하나가 된 것처럼 녹아 붙어있었다. 마치 뿌리를 내리듯 바닥이 울퉁불퉁 튀어나온 채 소용돌이 모양으로 휘어져있었다.

그때 세종은 고약한 악취를 맡았다.


“우욱, 이게 뭐야?”


볏짚 아래에 묻혀있던 악취가 올라오고 있었다. 시궁쥐가 푹푹 썩을 때 나는 냄새였다.


“크으윽, 이게 대체 뭐길래 냄새까지 나?”


그 조각이 왜 자신의 축사에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대체 어디서 난 거야? 버섯처럼 바닥에서 자라난 것도 아닌데······혹시 무당 놈들이 심어 놨나?”


세종은 무당들이 의심스러웠다. 괜히 굿을 한다고 내 축사에 이딴 조각을 설치한 거 아니야?


“안되겠어. 이거 단단히 따져야겠네. 연락처를 물어서 항의해야······”


세종은 그렇게 말하면서 스마트폰을 꺼내 잠금화면을 풀고 있을 때 별안간 코피가 흐르더니 스마트폰 액정 위에 떨어졌다.


“응? 웬 코피래.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탓인가?”


세종은 다른 팔로 코 밑을 닦는다. 하지만 코피가 갑자기 쏟아지듯 흐른다.

마치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이, 이게 갑자기 왜 이래?!”


세종은 피가 멈추질 않는단 걸 깨달았다. 그 순간 패닉상태가 찾아왔다.

공포에 대한 반응은 제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어도 몸이 멋대로 반응하기 마련이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음에도 전화를 걸 생각이 들지 않는다. 피가 멈추지 않는다는 극한의 공포에 코를 붙잡고 축사 안에서 날뛸 뿐이었다.


돼지들은 이상한 기운을 눈치챘는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세종에게서 멀어진다.

세종은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걸 느꼈다. 귀에는 백색소음이 심하게 들린다. 몸에는 식은땀이 비오 듯 쏟아져, 이내 흘리는 코피보다도 빠르게 온몸을 적신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세종은 제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피가 너무 흘러 정신이 흐려지고 있었다. 시야도 같이 흐릿한데, 바닥의 조각 위로 누군가가 서있는 게 보였다.


축사의 귀신이다.


세종은 덜덜 떨었다. 여자귀신이 가까이 다가온다. 그녀는 눈이 없는 얼굴로 세종을 가까이서 빤히 쳐다본다.


“허, 허억······허억······”


세종은 두 손으로 코를 틀어막았지만 피가 손가락 사이로 뿜어져 나올 정도로 쏟아졌고, 이내 정신이 흐릿해진다.


“!@#^&#@$^*%$#$%^”


그녀는 세종 앞에서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귀신은 인간의 모든 걸 반대로 행동한다더니, 마치 말을 역재생한 것 같이 들렸다.

무릎을 꿇고 쓰러진 세종은,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에 눈 없는 귀신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너 뭐야. 너가 뭔데 부모님의 유산을 네가 망치려고 해.”


세종은 두 눈을 부릅 뜨고 귀신을 응시했다.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오세종’은 귀신에게 공격을 받았다!]

[이성수치 -25]

[‘오세종’의 현재 이성수치 : 30]


세종은 ‘이성수치’가 ‘30’에 도달하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만약 그때, 축사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인물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세종은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오세주 씨······?”


자원구 신부가 축사 안으로 들어왔다.


작가의말

5화 수정했습니다...

기존의 컨셉이었던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조는 복잡하게 느껴질 거 같아

메인 스토리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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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중단과 그 이유 20.12.15 41 0 -
공지 프롤로그 삭제 + 8화 내용추가 20.11.17 96 0 -
22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20.12.04 46 1 13쪽
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9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5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4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3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4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0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2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5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9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9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1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8 1 13쪽
»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7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4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5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8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1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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