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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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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849
추천수 :
36
글자수 :
123,237

작성
2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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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4화. 붉은 범 -2

DUMMY

14.



‘최고신앙교회’는 춘천시에 있다. 몇 차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욕을 먹은 것과는 별개로, 교회의 규모는 계속 성장해 큰 건물을 쌓아올렸다.

장형사는 ‘최고신앙교회’ 앞에 섰다.

대단한 규모의 교회였다. 13층 높이였고 입구 앞에는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것인지 커다란 지구본 모양의 금속 조형물이 설치되어있었다.


“이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꽤나 자부심이 크겠군.”


불교신자였던 장형사로선 낯선 분위기였다. 조용하고 반복적인 리듬감이 있는 사찰과는 달리, 가용에너지가 넘쳐나는 느낌이었다.


‘지역뉴스로는 사이비로 유명하던데······겉만 봐선 전혀 모르겠구만.’


타 종교에 대한 지속적인 테러행위, 젊은 신도들을 수련회 명목으로 감금, 담임목사에 대한 신격화 등등······

워낙 연관된 사건이 많다보니 내부로 진입하는 게 꺼려졌다. 호랑이소굴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장형사는 경비실을 찾아갔다. 교회의 경비는 경찰뱃지를 보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


“CCTV확인이요? 하······”


전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는지 경찰이란 소리에 질색한다. 장형사는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절도사건이 있어서요. 잡범이 지갑을 훔쳤는데 이 근처를 서성인 거 같아서.”

“에~, 저장장치가 한달 치 밖에 없어요.”

“한달 치면 충분합니다. 조회 좀 하겠습니다.”

“······기다려봐요. 위에 사람들에게 한 번 물어볼 테니까.”


경비는 새초롬한 눈빛으로 한 번 흘겨보고는 유선전화로 어딘가에 연락을 했다. 그리곤 몇 번의 응답을 하고 나선 수화기를 내려놨다.


“들어오세요. 보여주라네.”

“협조 감사합니다.”


장형사는 고개를 꾸벅이며 제법 넓은 경비실 안으로 들어갔다. 모니터가 여러 대 있었고, 그 안에도 수많은 CCTV 영상이 보이고 있었다.


“바쁘니까 저 옆에 있는 컴퓨터를 알아서 돌려보쇼.”


경비는 그렇게 말하곤 장형사가 다른 행동을 하는지 계속 힐끔힐끔 지켜봤다.


‘CCTV 조회는 허락해도 뭘 찾는지 감시하란 지시가 있었군.’


떨떠름한 대우에 기분이 나쁘면서도, 장형사는 CCTV데이터를 살펴본다.

1층 출입구를 전부 확인하니 역시나 실종된 여성의 모습이 확인됐다.

실종여성은 이른 오전, 예배가 시작되기도 전에 교회를 몰래 들어왔다.

문제는 교회에 찾아온 건 확인이 됐는데, 나간 게 발견되지 않았다.


‘역시 최고신앙교회를 들렀구만. 그런데 왜? 이 기자양반은 왜 여기까지 와서 지방교회를 들른 걸까?’


개신교도여서 예배를 들른 걸까? 하지만 역시 취재차 방문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최고신앙교회에서 취재활동을 마치고 밖으로 나와야 할 텐데. 출입구에선 나타나질 않았어······’


장형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추리를 해보았다.


그녀의 직업은 기자였다.

└벌써 두 달째 실종된 상태다.

└마지막 행적은 춘천터미널에서 최고신앙교회로 이동했다.

└그녀의 지인과 친지 중에선 춘천시에 연고가 있는 이가 없다.

└그렇다면 취재차 방문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일 이후로 행적이 묘연하다.

└최고신앙교회이 수상하다.


장형사는 관자놀이에서 손을 뗀다.


‘실종여성은 최고신앙교회와 관련돼 민감한 취재를 하러 왔다. 그리고 당일, 교회에 잠입했지만 걸리고 만 거지. 그로 인해 변고를 당한 거라면 집단적으로 은폐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장형사는 주위를 둘러본다. 여전히 경비가 수상한 행동을 하는지 감시하고 있었다.


‘그럼 실종여성은 어떻게 됐을까? 아직도 교회 안에? 그게 아니면 외부로 빼돌려졌나?'


만약 아직 교회 밖으로 이동하지 않았다면 수사영장을 받아 교회 내부를 수색하면 된다.

납치되어 외부로 이동했다면, 반드시 차량을 이용했을 것이다.


“경비 아저씨. 여기 주차기록도 따로 있습니까?”

“그런 기록은 없어요. CCTV만 있지.”


장형사는 끔찍한 노가다의 기운을 느꼈다. 하지만 경찰수사는 육체적인 싸움이란 걸 모르는 짬밥이 아니었다.

그래도 하기 싫은 건 마찬가지였다.


“아이고······그럼 주차장 CCTV 좀 확인하겠습니다.”

“뭐, 그러시지요.”


장형사는 주차장 CCTV영상기록이 저장된 폴더를 열었다.



****



세종이 정신을 차렸을 땐 수풀 위에 엎드려 있었다. 뺨과 손등 위로 기어다니는 개미를 털어내고, 몸을 일으키는데 온몸에서 격통이 느껴진다.


“크흐윽······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세종은 온몸을 짚어본다. 다행이 큰 부상 없이 타박상만 보였다. 기억을 되감아보니 붉은 범에게 공격을 받았고, 차가 뒤집어졌던 것 같다.

그때 세종은 원심력에 의해 깨진 유리창 밖으로 튕겨져 나간 것이다.


“어디 부러지거나 깨진 곳은 없는 거 같은데······”


세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말 다행이도 바위나 나무에 처박히지 않고 연한 흙 위를 구른 모양이었다.

코와 입 속에 들어간 흙들을 뱉고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원구 신부와 옆집 아저씨는 보이지 않았다.


“다들······무사해? 다친 곳은 없어?!”


소리를 질렀지만 메아리만 칠 뿐이었다.


“다들 무사한 거야? 어디에 있지? 내 말 안 들려?!”


세종은 눈을 부릅뜨고 상태창을 통해 모두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야에 닿는 곳엔 상태창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구나. 나 혼자 낙오된 건가?’


제법 멀리 날아갔거나, 차량이 더 먼 곳까지 굴러갔을 가능성이 있었다.

세종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의 뺨을 쌔게 후린다.


“정신 차려! 나쁜 생각은 하지 말자. 분명 모두 무사할 거야. 다행이도 경사면이 길 뿐이지 가파르진 않아. 오히려 그 호랑이가 문제인데······”


여긴 아직 붉은 범의 서식지다.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세종은 붉은 범이 쫓아오기 전에 어서 동료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제발 무사해. 아무도 다치지 말고. 내가 금방 찾아갈 테니까!’


세종은 조심스럽게 경사면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덩굴을 붙들고 뿌리를 밟아가며 이동했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는데, 아이나 다를까 뒤집어진 원구의 경차가 보였다.


“찾았다! 역시 가까운 곳에 있었어!”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뛰어내려가다가 바닥을 구르기도 했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모두가 무사할까?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세종은 뒤집어진 차량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바닥에 붙였다.


“어?”


차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고 핏자국이나 어떤 흔적이 발견된 건 아니었다.


“후······그래, 차라리 시체가 발견된 것보단 낫긴 한데. 다들 어디로 사라진 거지?”


재수가 없다면 세종처럼 차에서 튕겨져 나간 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상태창』으로 수색하는 수 밖에 없겠네······”


세종은 상태창을 보는 눈으로 주위를 살피며 일대를 수색했다. 갈수록 날은 어두워지고, 밤에 움직이는 야생동물들이 깨어나 활동하기 시작했다.


“으, 깜짝이야!”


세종의 발치로 뱀 한 마리가 빠르게 지나갔다.


“어지간히 사람 발길이 안 닿는 곳이구나. 어서 신부님이랑 아저씨를 찾아야 하는데······슬슬 추워.”


이대로 있다간 붉은 범은 커녕, 산속에서 조난당해 죽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세종은 오들오들 떨면서 풀숲을 통과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어디선가 북인지 장구인지 모를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이런 곳에 사람이 사나?”


세종은 자신도 모르게 그 소리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장구소리는 훌륭한 길잡이였다.

덕분에 세종은 산 속에 숨겨진 사당에 도착했다.


“······뭐지 여긴? 사당?”


기와가 얹혀진 돌담 안에 한칸짜리 한옥이었다. 창호지 안쪽에선 은은한 등불이 빛나고 있었고, 염불을 외는 듯한 중얼거림과 장구소리가 함께 들렸다.

세종은 그 소리가 자신을 이끄는 것처럼 느껴졌다. 온몸에 흙을 묻히고 다가가자 장구소리가 멎었다.


“······”


세종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안쪽에 있던 누군가가 세종의 인기척을 느낀 모양이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허락이 떨어진다.


“오늘 하루가 고된 것 같은데 들어오시게.”

“아아······”


세종은 천천히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삐걱거리며 문이 뽑히듯 열렸다.

그 안에는 거대한 불상과 무수히 많은 촛불. 벽에는 사대천왕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거대한 검은 말이 큰 배경으로 있었다.

익숙한 얼굴의 인물은 신에게 드리는 제단 앞에 앉아있다.


“무슨 일이 있어서 이 늦은 시각에 서낭당을 찾아왔는가?”

“당신은······”


세종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선 누군지 금세 알아차렸다.

돼지역병이 돌기 시작했을 때, 마을을 돌며 굿을 벌이던 무당이었다.

그녀는 전에 보았던 철릭이 아닌, 흰 소복을 입고 쪽머리를 했으며 금비녀가 반짝이고 있었다.

응안.

눈빛이 매서워 눈을 마주치기 어려울 정도였다. 축사에서 굿을 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했지, 직접 마주하니 매의 눈처럼 눈빛이 날렵하고 위압감이 있었다.

세종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무당의 인물상태창을 열어본다.


『상태창 : 무당 ‘김옥변’』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닫기】

└이성수치 : 100

└정신력 : 20

└믿음 : 100

상태 : 《접신》

성향 : 질서/악

특수능력 : 《접신》, 《귀안》

[풀어야 할 비밀 3/3]


‘질서/악······오세주와 같은 성향이다.’


세종은 무당의 성향이 예측이 됐다. 경험상 ‘질서/악’ 성향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했다.


‘그리고 다소 이기적이지······무당도 같은 성향이니 주의하는 편이 좋겠어.’


세종이 빤히 쳐다보고 있자, 무당이 묻는다.


“귀인께선 어쩐 일로 찾아오셨소?”


무당은 외부에서 찾아온 세종을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게다가 꼴이 엉망이니 더더욱 수상한 눈빛으 보낸다.

세종은 급하게 이유를 댔다.


“산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졌거든요.”

“그것 참 큰일이겠군? 산을 탈출하기 위해 걷다 여기까지 왔는가?”

“네. 어서 빨리 이 산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세종은 차마 붉은 범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못했다. 호랑이가 돌아다닌다면 믿을 사람이 전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당 또한 이곳에 있으면 붉은 범에게 공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 함구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당신도 여기 있으면 위험해요. 함께 산을 내려갑시다.”

“우스운 소리를 하는군.”


무당이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나는 신령님을 달래기 위해 밤새 기도를 올릴 것이네. 자네를 도울 시간이 없어.”

“위험해요. 지금 밖에 뭐가 돌아다니는지 알면 당신도 깜짝 놀랄 거예요.”


세종은 무당을 달래려고 했다. 하지만 무당은 끝내 거절한다.


“귀인은 뭔가 착각을 하고 있군. 다시 말하지만 나는 신령님을 진정시키기 위해 제를 지내고 있어.”

“그건 나중에 해도 되잖아요?”

“귀인은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군?”


무당이 세종을 우습다는 눈으로 바라본다.


“제가 끝나기 전까진 그 누구도 산에서 탈출하지 못해. 자네와 함께 온 친구들도 말이지.”

“뭐요?”


세종은 무당의 말에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제(祭)가 끝날 때까지 산에서 탈출하지 못한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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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9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6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4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3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4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 14화. 붉은 범 -2 20.11.24 141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3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5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9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9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1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9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7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4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5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8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1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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