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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으로 귀신이 보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840
추천수 :
36
글자수 :
123,237

작성
20.11.1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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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7화. 엑소시스트 -2

DUMMY

7.



축사 내부는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 돼지들도 울지 않았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원구는 축사 내부를 쓱 훑어본다. 그의 눈에는 아무런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함께 안으로 들어간 세종은 처음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원구가 두리번거리는 사이 축사 끝에 정체불명의 상태창이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걸 봤다.


‘역시 귀신이 아직 축사 안에 있다.’


세종은 긴장이 됐다. 자신을 죽일 뻔한 귀신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공포를 일깨운다.


‘젠장, 오세주 너였어야 했어.’


그 사이, 원구는 아타셰케이스를열어 퇴마도구들을 꺼내 정렬하기 시작했다.

개중엔 소금통이 있었다. 원구는 열려있는 축사의 문 주위에 소금으로 선을 긋는다.

세종이 묻는다.


“뭘 하고 있는 거예요?”

“소금입니다. 문의 경계에 쳐놓으면 귀신은 도망칠 순 없어도 우리들의 퇴로는 확보되죠.”


원구는 성경책을 꺼내더니 몇 장을 북북 찢어 성수를 적신 후 옷 틈새마다 쑤셔 넣었고, 금색 자수가 된 긴 영대(목도리를 닮은 가톨릭 의복)를 둘렀다.

이제야 좀 제대로 된 구마사제처럼 보였다.


“오, 좀 멋있네요.”

“쉿.”


원구는 쓸데없는 말을 하는 세종에게 눈치를 주곤, 녹음기를 꺼내 전원을 켰다.


“202X년 X월 XX일. 무곡군의 돼지축사. 제보를 받아 악령이 들린 축사를 정화하기 위한 장엄구마(莊嚴驅魔)를 시작합니다.”


원구는 목에 걸고 있던 나무십자가를 꺼내 손에 쥔다.


“구마자 사제 자원구, 참관인 오세주. 오세주 씨는 출입구 쪽에서 대답만 하세요.”

“아, 알았어요.”

“토템을 발견한 장소가 어디죠?”

“축사 안쪽이요.”


세종은 원구에게 한 칸 더 갈 것을 지시한다. 원구는 십자가를 한 손에 들고 축사 바닥을 뒤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린 짚단을 발로 걷어내며, 돼지우리 안쪽을 샅샅이 뒤지다, 정체불명의 물체가 신발에 닿았다.


“여기 있다.”


원구는 바닥에 깔린 짚단을 전부 우리 밖으로 내던지기 시작했다. 돼지들은 겁에 질려 우리 가장자리로 피해 있었다.

그렇게 바닥을 전부 파헤치자, 아주 작은 물체가 나타났다.

하얗고 플라스틱 몇 개 겹쳐놓은 듯한 물체. 그런데 그 주위에 붉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뭔가 그려져 있군······’


원구는 토템 주위의 짚단을 전부 드러냈다.

그러자 붉은 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토템을 중심으로, 거대한 오망성이 그려져 있었다.


‘악취······심한 악취가 난다.’


원구는 코를 막는다. 심각한 시취(屍臭)가 토템과 붉은 오망성 그림 주위에서 난다.

전형적인 악마숭배의 흔적이다.


‘악마숭배자가 무슨 의도로 이런 시골의 돼지축사에 토템을 설치한 거지? 설치했다면 언제?’


원구는 조심스럽게 토템에 접근한다. 결국 괴현상의 근원은 이 토템이다. 그 앞에서 원구는 성가를 불렀고, 후에 기도문을 읊으며 축사를 드린다.


“성 미카엘 대천사시여, 싸움 중에 있는 저희를 보호하시고, 사탄의 악의와 간계에 대한 저희의 보호자가 되소서······”


원구가 토템의 앞에서 기도를 드릴 때였다. 출구 쪽에서 그 진귀한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세종의 눈에 상태창이 보였다.

원구의 것이 아니었다.


『??? : ???』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펼치기】

상태 : 《죽음》, 《분노》

성향 : 중립/중립

특수능력 : 《원한》


[‘??? : ???’이 형체를 드러냅니다!]


귀신의 상태창이다.


“원구 신부님!”

“무슨 일입니까?”

“나타났어요. 귀신이 나타났어요!”

“······없는데요?”


원구는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 것도 없다. 되려 방해하지 말란 것처럼 손가락을 입술에 붙이고 있다.

세종은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지금 당신 바로 옆에 서있어요. 거기서 벗어나야 돼요!”

“뭐요?”


그때였다.

원구는 자신이 입에서 김이 나오는 걸 봤다. 일대의 기온이 뚝 떨어진 것 마냥 추웠고, 바로 뒤에서 불온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진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내 뒤에 있군.’


원구는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바로 코앞에 눈이 없는 여자가 서있었다.


“요!@$!!#%!#%!@#%@#!제”


귀가 아플 만큼 끔찍한 음성이었다.


“!@$%!게!@$!님!@%!@%신!”


귀신은 손을 뻗어 원구를 붙잡으려고 했다. 원구는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그 손길을 피하지만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오세주가 본 게 맞았어. 귀신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감지한 거야.’


그 사이, 한쪽 코에서 따뜻한 감각이 주르륵 흐르는 걸 느꼈다. 성수와 성서로 몸을 지켜도 귀신의 원혼이 몸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오망성의 영향인가? 전혀 먹히지 않네. 위험한데.’


원구가 돼지축사 벽까지 내몰렸다. 손을 뻗는 귀신이, 원구에게 닿기 직전이었다.

순간 세종이 보온병을 열고 성수를 끼얹는다.


“!#!@#%!@#@#!@*$@-!!


귀신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친다. 벽에 내몰린 원구는 코피를 한 손으로 닦으며 십자가를 들어올린다.

원구는 기이한 외국어로 된 기도문을 읊기 시작했다. 귀신이 고통스러워 하는 사이, 한쪽 손을 내밀어 귀신의 머리에 얹는다.


“!@$@!%!%!#%!#려!@$!!”


그 끔직한 굉음이 축사에 울려퍼진다.


“윽, 귀가······!”


세종은 정신이 찢겨져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 : ???’가 사람의 것이 아닌 비명소리를 지릅니다!]

[이성수치 피해 -15]

[‘오세종’의 현재 이성수치 : 45]


세종은 자신의 ‘이성수치’가 깎이는 정보창을 봤다. 하지만 또 다른 변화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귀신의 울음소리는 없던 정신병도 유발할 것처럼 징그러웠고, 동시에 온몸에 힘이 빠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원구는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평온한 얼굴로 귀신에게 축복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려살”


귀신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원구의 손에도 기이한 발진이 나타났다. 저주의 영향이 접촉면을 타고 팔목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원구는 아예 나무십자가를 귀신의 이마에 맞대며 말을 걸었다.


“불쌍한 영혼아. 얼마나 고통스럽고 원망스러웠느냐. 주께서 널 찾으시니 증오를 풀고 천사들의 안내를 받아라.”

“······”


일순간, 귀신이 비명을 멈췄다. 끔찍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고, 사람의 모습으로 눈물을 흘렸다.


“신부님······제발 살려주세요······”


여자의 목소리였다.

원구는 그녀에게 기도를 드리며 성호를 긋는다.


“널 죽이고 고문한 자가 누구냐.”

“······거인입니다.”


여자가 대답하고 있었다. 세종은 그 놀라운 광경을 똑똑히 지켜봤다.

원구는 고개를 끄덕인다.


“주의 이름으로 복수하겠다. 이제 하느님의 품을 찾아가거라.”


그 순간 희미한 빛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졌다. 원구는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고 영혼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세종은 자리를 뜰 수 없을 만큼 신성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순간,


“응?”


별로 기분 좋지 않은 정보창이 나타났다.


[축사가 정화되었습니다!]

[『혼돈 파편』 획득!]

[‘축사의 귀신’ 『혼돈 파편』 : 2/3]



구마의식이 끝나자, 안간힘을 써도 뽑지 못하던 토템이 이미 부러진 채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원구는 목에 감고 있던 영대를 풀어 토템을 감쌌다. 짐을 정리하는 건 세종의 몫이었다.

두 사람이 입구에 뿌려둔 소금을 통과해 축사의 입구 밖으로 나오자, 환한 가을햇살이 반기고 있었다.

세종은 긴장이 탁 풀려 바닥에 주저앉는다.


“오세주 씨, 다친 데 없이 괜찮아요?”

“코피나 마저 닦아요.”

“아, 코피가 나고 있었네.”


세종은 스스로 일어나 무릎을 털었다. 원구는 손등으로 흐른 코피를 닦는다.


“이제 다 끝난 겁니까?”


세종이 물었다.


“뒷정리는 해야겠지만 더 이상 귀신이 나타나진 않을 겁니다.”


자세히 보니, 귀신과 접촉할 때 원구의 손에서 돋아나던 발진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다행이네요. 아무도 안 다치고 끝나서. 돼지들도 정체불명의 병 때문에 죽지 않겠죠.”


세종이 한숨을 푹 내쉰다. 그런데 이번엔 원구가 역으로 질문한다.


"그나저나······오세주 씨, 령(靈)을 볼 수 있는 겁니까?”

“네?”

“악령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당신은 귀신이 나타났다고 알려줬어요. 왜 처음부터 말해주지 않았습니까?”

“구태여 설명해줄 필요가 있습니까? 당신과는 상관없잖아요.”

“삐졌습니까? 나 따라해요?”

“저는 뭐 비밀도 없습니까? 제 마음이죠.”

“무료로 퇴마를 받았으면 그 정도는 알려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저 돈 많아요. 얼만지 말해봐요.”

“종교인을 돈으로 사려 하지 마세요. 회개하세요.”

“아, 그래요? 그럼 아무 보상 안 해도 괜찮죠?”

“딱히 고마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커피라도 얻어 마셔야겠습니다.”

“아, 그래요? 믹스커피나 마시고 가세요.”

“좋습니다.”


두 사람은 투닥거리며 자연스럽게 집으로 향한다. 세종은 문을 열다 말고 뒤를 돌아본다.

축사는 조용하다.

돼지들이 멱 따는 소리를 내지도 않았고, 귀신의 흐느낌이 들리지도 않았다.

정말 끝난 거겠지?

하지만 찜찜한 기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귀신을 내쫓았을 때 나타난 정보창이 눈에 아른거린다.


[‘축사의 귀신’ 『혼돈 파편』 : 2/3]


『혼돈 파편』이 뭔진 모르겠지만, 왜 하나가 모자라지?


“왜 그럽니까? 표정이 안 좋은데.”

“아무 것도 아닙니다. 신경 안 써도 돼요.”


세종은 얼버무리며 문을 연다. 안으로 들어간다. 원구는 집 내부를 두리번거리며 감탄한다.


“집이 굉장히 비싸 보이네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형이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아하. 꽤 멋지군요.”

“멋지기만 할 뿐이죠.”


세종은 원구더러 소파에 앉으라 한 후 경고한다.


“아무 것도 건들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요.”


세종은 그렇게 말하면서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그 사이, 원구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꼰 다리를 바꾸며 입을 연다.


“혹시 흡연자십니까?”

“제가요?”

“벽지가 누렇길래. 실례가 안 된다면 담배 좀 펴도 됩니까?”


오세주가 담배를 폈나? 세종은 어깨를 으쓱인다. 어차피 오세주가 멋대로 개조한 집이다.


“피세요. 생명의 은인이신데 그 정도야 뭐.”


세종은 그렇게 말하며 재떨이 대신 작은 접시를 꺼내 놓았다. 원구는 자연스럽게 담뱃불을 붙인다.

믹스커피를 내줄 때쯤, 원구는 또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인다.


“신부님들도 줄담배 핍니까?”

“이상한 오해가 있는데 가톨릭 신부들도 술 담배 할 수 있습니다.”

“적당히 피세요. 냄새 나니까.”


원구가 즐겁고 해로운 흡연타임을 즐기는 동안, 세종은 커피를 한 모금하곤 생각에 잠긴다.

너무 이상한 일에 휘말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역병, 축사의 귀신, 구마사제······


축사에선 이제 귀신이 나타나지 않겠지만, PTSD 스위치가 눌리는 것만 같다.

더 이상 이 동네에는 못 있겠다.

무곡군 사람들이 보내는 이상한 눈치도 싫었고, 끔찍한 경험을 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싫었다.


‘그냥 안 할련다. 서울로 돌아갈래. 오세주는 분명 이 상황을 다 알고 있었을 거야. 날 이용한 거겠지.’


“잠시 전화 좀 하겠습니다.”


세종은 자리에서 벗어나 오세주의 번호를 찾는다. 그리고 통화버튼을 누른다.

잠깐의 시간이 지난 후, 오세주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작가의말

좋은 주말이라 특별연재 때렸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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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으로 귀신이 보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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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중단과 그 이유 20.12.15 40 0 -
공지 프롤로그 삭제 + 8화 내용추가 20.11.17 95 0 -
22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20.12.04 46 1 13쪽
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9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5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3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3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4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0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2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5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9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8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1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8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6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4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5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7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1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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