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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님의 서재입니다.

상태창으로 귀신이 보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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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수 :
12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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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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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축사의 귀신 -1

DUMMY

3.



“으아아악, 아저씨! 아저씨!”


세종은 옆집 아저씨네 집까지 달음박질 쳤다. 말이 옆집이지, 뛰어서 5분은 걸린 것 같다.

철문을 연신 두드리는데 옆집 누렁이가 꼬리만 치며 구경하고 있었다.

이윽고, 소음에 깨어난 옆집 아저씨가 문을 비비며 문을 열어준다.


“세주여? 이 밤중에 무슨 일인겨?!”

“태구 아저씨! 축, 축, 축사에!”

“축사에?”

“······”

“뭔데?! 응?!”


세종은 자신이 귀신을 봤다고 말할 수 없었다.

여태껏 귀신을 봤다고 말해서 믿어준 사람은 어머니와 무당을 만나보길 권했던 옆집 할머니뿐이었다.

게다가 다 큰 성인이 한밤 중에 귀신을 봤다고 뛰어오면 얼마나 우습게 보겠어.


“그, 그게. 축사에······돼지 두 마리가 죽어있었어요. 돼지들은 엄청 울어대고.”


그래서 돼지 시체 두 구를 본 것만 말하자, 옆집 아저씨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에잉······또 죽었구만.”


꽤나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또 죽다뇨?”

“응? 세주야 무슨 소리하는 거냐? 취했냐?”


옆집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인다.


“돼지역병 때문이잖아?”

“네?”

“윽, 술냄새. 술 많이 묵었네.”


옆집 아저씨는 세종이 술을 마시고 헛소리 하는 걸로 본 듯했다.

돼지역병?

처음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미 오세주도 알고 있던 공공연한 사실인 모양이었다.


“아, 그렇죠. 돼지역병······그거 때문에 죽었나봐요.”

“일단 시체를 치우자. 병들어 죽은 시체를 축사에 둘 순 없응께 가서 마스크 쓰고 오더라고.”


덕분에 세종은 한밤 중에 축사로 들어가 옆집 아저씨와 함께 무거운 돼지 성체 두 구를 치웠다.

다행이도, 돼지 사체를 치우는 동안에는 귀신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으론, 돼지 사체가 너무 무거워서 귀신을 신경쓰지 못한 점도 있었다.


끙끙거리며 트럭에 시체 두 구를 올린 후, 옆집 아저씨는 미리 구비해둔 알코올 소독기를 세종에게 뿌렸다. 세종은 빙글빙글 돌며 온몸 구석구석 소독했다.

반대로 세종이 옆집 아저씨에게 뿌려줄 때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 무곡군에 돌고 있는 돼지역병이 뭐랬죠?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열병?”


슬쩍 떠보려는 질문이었는데 옆집 아저씨가 고개를 내젓는다.


“몰러.”


옆집 아저씨는 장갑을 벗어 쓰레기통에 넣으며 말한다.


“낸들 아나. 군청도 모르고 수의사들도 모른다는디. 증상도 없는데 워낙 지독해가꼬 눈뜨고 일어나면 두 마리씩 죽어 나자빠져있으니······참말로 문제여.”

“······”


세종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땐 돼지축사를 운영하는 재미가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정성껏 관리한 축사에 돼지역병이 돌고 있다니.


“혹시 사람에게도 옮는 건 아니겠죠?”

“동네사람 초상 치룬 일이 없으니 괜찮지 않겠냐!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렇게 알코올 뿌리고 있는 거 아니여?”


시골사람 특유의 긍정적이고도 맹목적인 반응이다.


“그래도 걱정이 많이 되네요. 공기전염이면 사람에게도 전염될 텐데.”

“도시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말어! 조만간 다 해결될 거니께.”

“방역이라도 오나요?”

“방역? 아서라! 그보다 좋은 게 온다.”


옆집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활짝 웃었다. 참으로 의미심장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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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세종은 TV를 보거나, 세주가 준비해둔 듯한 서재에 들어가 책을 읽기도 했다.

작업용 컴퓨터는 성능이 꽤 괜찮았다. 하지만 게임을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

‘이거 뭐, 찝찝해서 게임이나 할 수 있겠어?’


의문의 돼지역병은 현재진행형이었다. 하루 아침이면 돼지가 픽픽 쓰러져나갔다. 날이 밝으면 옆집 아저씨와 인부들이 돼지를 트럭에 실어 어디론가로 가져갔다.

어쩌면 돼지축사에 있는 귀신 때문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저거저거, 아직도 있네.”


세종은 축사 문 밖에서 귀신의 동향을 살펴보곤 했다.


『??? : ???』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펼치기】

상태 : 《죽음》

성향 : 중립/중립

특수능력 : 《원한》


귀신의 『상태창』은 여전히 축사 안에 있었다. 옆집 아저씨와 인부들이 돼지 사체를 치울 때, 등 뒤에 들러붙어 이동하기도 했다.

세종은 오싹했다.


‘그날밤, 돼지 사체를 치울 때 귀신이 안 보였던 것도 내 등 뒤에 들러붙었던 탓 아니야?!’


골치 아픈 건, 때때론 옆집 아저씨의 성화에 못 이겨 돼지축사로 들어가야 할 때가 있다는 점이었다.

그럴 때면 귀신의 『상태창』은 세종을 졸졸 쫓아다녔다.


‘절대 아는 척하면 안 돼. 귀신들은 자신이 보인단 걸 알면 끝까지 들러붙는다!’


세종은 악착같이 모르는 척 연기했다. 덕분에 축사 작업을 돕고 나면 땀이 등을 전부 적셨고, 밤중에도 생각이나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덕분에 쌍둥이 형에 대한 원망만 커졌다.


‘······혹시 오세주 이 자식! 축사에 귀신이 나오는 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골치 아픈 일 떠넘기려고 내게 부탁한 건가?’


하지만 고작 그 정도의 일 때문에 자신의 ‘대역’을 해달라고 할 것 같진 않았다.

축사의 귀신과 쌍둥이 형의 정체모를 계략에 시달리기를 며칠이었다.


하루는, 간신히 잠에 들었는데 굉음이 멀리서 들렸다. 꽹과리나 징 같은 소리였다.

어릴 적, 처음 발작을 일으켰던 시장이 떠올라서 끊임없이 뒤척였다.



다음날.

피곤하고 개운하지 않은 아침이었다. 격렬하게 뒤척인 탓인지 얇은 이불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이상한 꿈을 꿨네.’


세종은 굿판을 구경하는 꿈을 꾼 것 같았다.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누군가 울부짖는 것 같기도 하고, 엉거주춤 폴짝 뛰며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했다.

이불을 주워 올리고 부엌으로 가 커피포트에 물을 올렸다.

아침햇살이 따갑다. 하품이 나왔다.


“에이 씨······기분 나빠. 뭔 꿈을 꿔도 굿판을 벌이는 꿈을 꿔?”


졸린 눈으로 콘X로스트를 말아먹고 화장실로 가서 씻었다. 수건으로 얼굴과 머리를 동시에 닦는데 또 다시 꽹과리 소리가 들린다.


뭐야, 꿈이 아니었어?

세주는 대충 후리스를 걸치고 집밖으로 나왔다. 자세히 보니 도로 위에 풍물단 같은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가고 있었다.

웬일인지 동네 노인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어서 기괴하기 짝이 없다. 무슨 피리 부는 사나이와 어린애들도 아니고.

세주는 도로 옆에 멀뚱히 서서 구경하고 있던 옆집 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저씨, 저 사람들 뭐예요?”

“워매, 깜짝이야! 주둥이에 거품이 그대로야!”


만져보니 면도 크림 같다.


“면도 크림인가봐요.”

“잘 닦고 다녀. 뾰루지 나.”


옆집 아저씨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내젓다가 말한다.


“무당패여.”

“네? 무당이요?”

“그랴. 이장 님이 동네 사람들 돈 걷어다가 용한 무당을 불렀지.”

“무당을 왜 부른대요.”

“영험한 굿이면 돼지역병도 다 나을 거여.”


어젯밤에 기대하라고 한 말이 고작 무당을 부르는 거였나?

세종은 허벅지를 벅벅 긁는다.


“그럼 방역을 해야지 뭔 무당이래요.”

“예끼 이놈아, 방역을 부르면 어찌되는지 알아?”

“어떻게 되는데요.”

“축사란 축사마다 돼지 잡아다 땅에 묻는 거야. 그럼 축사란 축사마다 텅텅 비고 쥐꼬리만한 보상만 나오는겨.”


그래도 그렇지, 돼지역병에 무슨 무당을 불러?

세종은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무당패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선두에 선 무당은 피처럼 붉은 철릭을 입고 빙글빙글 돌고 있고, 흰 한복을 입은 패거리가 장구와 꽹과리를 치는데 심취하고 있다.

무당의 키가 엄청 커서 신들린 백설공주와 흰옷의 난쟁이들이 락밴드를 결성한 것 같다. 저러고 돌아다니니 잠결에 깨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세종은 굿판에 대해 안 좋은 기억들 때문에 거북함을 느꼈다.



무당패는 마을을 돌며 축사마다 들어가 굿을 벌였다. 옆집 아저씨네 축사는 새벽에 이미 끝났고, 이번엔 세종의 축사 차례였다.


무당은 땀을 흠뻑 흘려 옷이 젖어 있었다. 눅눅하고 시큼한 냄새가 소매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무당이 자신의 축사에 발을 들이는 게 영 께름칙 했으나, 눈가를 검게 칠하고 돼지머리를 지게로 짊어 맨 무당의 카리스마가 범상치 않아 막을 수 없었다.


“잠시 실례하지.”


키가 큰 무당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에 축사 안으로 들어왔다. 세종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뒤에서 감시했다.

돼지축사의 중앙통로에 무당이 서서 돼지가 가득 들어찬 칸마다 생쌀인지 소금인지 모를 것을 뿌려댔다.


“아씨, 저런 거 뿌리면 돼지가 주워 먹을 텐데. 뭔 짓을 한 줄 알고.”


세종은 내심 불만이 가득했지만 워낙 정성스러운 의식이었기에 방해할 수 없었다.

무당의 조수들은 바닥에 붉은 천을 깔고 탁상을 세팅했다. 위패와 돼지목이 올라가 있다.

이윽고, 무당은 영문을 모를 단어를 내뱉더니 작은 방울이 달린 딸랑이를 마구 흔들며 춤을 춘다.


광기의 도가니였다.

조수들은 또 다시 악기를 치며 따라 흥얼거리며 도취된다. 어느새 동네 노인들이 따라 들어와 두 손을 비비며 간절히 기도를 드린다.

세종은 이 모든 광경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굿이란 게 뭘까, 어째서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 저토록 열중할 수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 종교인들, 모든 재액을 굿으로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무당과 노인들은 간혹 소름 돋게 무섭다.

되려 저들의 간절한 염원이 불길한 기운을 유도할 것만 같다. 불길한 기운은 세종의 걱정과 염려를 먹고 자라, 이윽고 페이스허거처럼 갈빗대를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으, 진짜 난 굿은 질색이야.”


세종은 닭살이 돋는 팔을 쓰다듬는다. 그러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우욱······!!”


세종은 입을 틀어막고 축사 밖으로 뛰쳐나갔다. 굿판의 광기가 과거의 기억을 헤집고 있었다.

세종은 가슴을 두드리며 평정심을 되찾으려 했다. 발작은 일어나지 않아도 메스꺼움은 어쩔 수 없었다.


“더 이상은 못 보겠어. 그냥 돌아가서 쉴래. 굿이 끝나면 알아서 정리하고 돌아가겠지.”


세종은 여름날의 개처럼 혀를 내빼고 헥헥거리면서, 애써 괜찮은 척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던 그때.

별안간 축사 안쪽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연이어 누군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렸다.


“무당님-!!”


뭐야, 무슨 일이야?


세종은 몸을 돌려 축사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거리거나 아이고 아이고 탄식 중인 노인들을 피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하려 했다.


“이런 X팔······”


세종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축사 한 가운데에서 굿을 벌이던 무당이 입에 흰 거품을 문 채 쓰러져있었다. 작두를 타고 있던 발에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무당패는 기절한 무당의 머리를 받치고 깨우려 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세종은 급하게 스마트폰으로 ‘119’버튼을 누르며, 무당의 상태창을 살피려던 차였다.

그때, 의문의 상태창이 다시 보였다.


『??? : ???』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펼치기】

상태 : 《죽음》, 《분노》

성향 : 중립/중립

특수능력 : 《원한》


축사의 귀신이었다.

그러나 저번과는 사뭇 달랐다. 상태창에서 보이듯, 《분노》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세종이 홀린 듯 상태창이 떠있는 방향을 쳐다본다.

그러자 그에 응답하듯, 축사의 천장에 늘어진 전등들이 일제히 점멸하기 시작했다.


빛과 어둠이 교차된다. 노인들이 겁에 질려 달아나고, 무당패가 쓰러진 무당을 축사 밖으로 끌어내고 있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 사이, 축사 한 가운데에 서있는 『그녀』를 발견한 건 오직 세종뿐이었다.

돼지우리 가운데에 한 여자가 서있었다. 옷은 좀 더러웠고 날씨에 안 맞는 회색 니트 베스트를 입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굿이 한참이던 때엔 저런 여자는 없었다. 무당패도 아니고, 마을주민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눈이 없었으니까.


세종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오세종’은 ‘축사의 귀신’을 목격했다!]

[혼돈 파편 : 1/4]


작가의말

다음부턴 예약을 확실하게 해놔야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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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중단과 그 이유 20.12.15 40 0 -
공지 프롤로그 삭제 + 8화 내용추가 20.11.17 95 0 -
22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20.12.04 46 1 13쪽
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9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5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3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2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4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0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2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5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9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8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0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8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6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4 0 12쪽
»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4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7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1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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