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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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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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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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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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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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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범인을 보았다

DUMMY

9.



세종은 오세주의 스마트폰을 풀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오세주의 신분증이 서재에 있었기에 간단한 신분확인용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었다.


[네, 고객님 잠금장치가 원격으로 풀리셨습니다. 통화가 끝난 후 잠시 후에 다시 이용해보시면 됩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네~고객님께 행복한 서비스를 드리는 상담사 XXX였습니다~]


상담사의 말대로, 스마트폰 잠금이 풀렸다.


“하여간, 요즘 시대가 좋아진 건지, 위험해진 건지······”


세종은 콧방귀를 뀌면서 창 밖을 내다봤다.

전에 말한대로, 자원구 신부와 같은 소속으로 보이는 검은 사제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벤을 타고 와서는 축사 내부를 깨끗이 청소하고 있었다.

세종은 축사가 보이는 2층 응접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세주의 휴대폰을 뒤지기 시작했다.


‘친구가 얼마나 없으면 연락처에 죄다 업계 사람들뿐이냐?’


저장된 연락처가 30개쯤 정도 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소름이 끼치는 건, 연락처에 돌아가신 부모님의 번호는 전부 삭제되어있었단 점이다.


“······쓰레기 새끼.”


세종은 오세주의 그런 점이 싫었다. 어릴 때부터 줄곧 느꼈다.

『상태창』에서 본 오세주의 성향은 ‘질서/악’

오세주는 그런 놈이다.

소름 끼칠 정도로 계산적이고 철저히 자신만의 질서를 따르는 사람.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가 교통사고로 죽었을 때도 슬퍼하기는커녕, 환불할 수 있는 강아지용품들을 구분하고 있는 놈이었다.


그래도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땐 조금은 다를 줄 알았다.

세종이 삼일장을 치루는 동안, 오세주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미룰 수 없는 일정들이라며 얼굴 한 번 내비치지 않았다. 평소엔 나타나지도 않던 친인척들도 얼굴을 비추러 찾아왔는데, 오직 오세주만이 해외를 돌고 있었다.


세종은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오세주의 휴대폰을 톺아봤다.

그렇지만 인터넷기록이나 앱사용 기록 등에서도 유의미한 정보는 없었다.

단지 소설창작과 방송업무와 관련된 기록뿐이었다.


‘이게 사람 휴대폰 맞아? 혹시 다른 스마트폰이 또 있다거나 하는 건가?’


커피를 홀짝였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오세주의 사진갤러리를 열어봤다.

풍경을 찍은 사진들은 꽤 있었다. 해외여행을 나가 찍은 듯한 사진들도 꽤 있다.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사진들 중엔, 어느 산에서 찍은 듯한 사진도 있었다.

산속에 거대한 굴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기이한 짐승이 서있었다.


“······이게 뭐지?”


명확한 형체는 알 수 없지만, 고양이과 맹수 같은······그러니까 호랑이 같은 짐승이 찍혀있었다.

피부가 붉다.


“호랑이?”


그 순간, 또 다시 불길한 정보창이 떴다.


[‘오세종’은 ‘오세주’의 스마트폰에서 ‘붉은 범’을 발견했다!]

[‘붉은 범’의 『혼돈 파편』 1/4]


오세주의 사진을 면밀히 살펴봤지만 짐승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워낙 멀리서 찍히기도 했거니와, 털이 없이 붉은 피부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어디서 찍은 거지? 산속인 건 분명한데, 위치를 전혀 모르겠네.”


어쩌면 오세주의 행방과 관계가 있을까?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또 다른 기이한 사건이 음지에서 도사리고 있단 것이다.

세종의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검은 사제들은 청소가 끝났는지 세종을 찾아왔다.


“형제님, 축사를 한 번 확인해보시죠.”

“아, 넵.”


그들을 따라서 축사에 들어가보니, 토템이 있는 장소가 깨끗하게 치워졌다. 바닥에 그려진 붉은 오망성도 온데간데없었다.


“와, 정말 감쪽같네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아, 커피라도 한 잔씩 하고 가시죠.”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검은 사제들은 서로 눈빛을 보곤 미소를 지었다.



****



세종은 검은 사제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와 물을 끓인다.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축사를 정화해준 사제님들을 위해서라도 세종은 섬세한 손길로 믹스커피를 탔다.

얼마나 대단한 믹스커피냐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오산이다. 물의 용량과 온도가 큰 차이를 낸다.


긴 시간동안 원룸에 틀어박혀 살다보니 믹스커피의 황금비율을 알아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칠맛을 더해주는 꽃소금을 조금 넣는다. 마치 분식집 라면집에서 설탕을 넣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심혈을 기울여 탄 믹스커피를 대령하니, 검은 사제들은 무릎을 탁 치며 그 맛에 감탄했다.


“오? 뭐가 이렇게 맛있지?”

“오오······이 커피 이름이 뭡니까?”


세종은 흡족스러워 미소를 짓는다.


“그냥 믹스커피입니다. 원하시면 한 잔 더 타드리죠.”


검은 사제들은 껄껄 웃는다. 제법 호감을 산 듯했다. 세종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자원구 신부에 대해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커피 마시는 김에, 혹시 질문 좀 해도 괜찮겠습니까?”

“음, 맛있는 커피 얻어마시는데 그 정도야 뭘. 어떤 게 궁금하십니까?”

“자원구 신부님은 몇 살이십니까?”

“저희도 잘 모릅니다. 저희는 원구 신부님을 보조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제가 말을 덧붙인다.


“곧 서른이라고 하지 않았나? 아마 서른 언저리일 걸요? 젊으시지요.”

“아하······제 또래시군요.”

“젊으시지만 훌륭한 구마사제십니다. 사탄과 악령에게 시험 받는 이들을 구제하시는 일을 하시지요. 저희는 그런 분과 함께 봉사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은근히 원구를 띄워주는 걸 보니 원구의 서품이 더 높은 듯했다.


“아하······그럼 여러분도 혹시 구마사제십니까?”


검은 사제들은 서로를 보곤 너털웃음을 짓는다.


“저흰 아닙니다. 자원구 신부님을 지원하는 봉사자들이지요.”


대답한 검은 사제 옆의 다른 사제가 말을 덧붙인다.


“교황청은 구마사제란 건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자원구 신부님과 저희의 존재도 모두 비공식······이해하시지요?”

“아, 넵. 밖에서 입 조심하겠습니다······그런데 제 축사에 설치된 토템이랑 붉은 오망성은 대체 뭐였죠?”


이걸 물어보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처음부터 물어보면 대답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사제들은 고민 끝에 대답한다.


“이미 많은 걸 알고 계시니 알려드리는 겁니다? 붉은 오망성은 ‘악마숭배’의 표시입니다.”

“악마······요?”


심상치 않은 이름이 언급됐다.


“저희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정확한 건 오직 자원구 신부님께서만 알고 계시지요.”

“악마숭배라······”


갑자기 으슥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게 진짜 존재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악마를 숭배하는 사이비는 좀 무섭다.

악마를 섬기는 미친 놈이 축사에 몰래 들어와 설치했단 뜻이니까.


“악마에 관한 건 전부 비밀입니다. 어차피 세간에선 믿어주지 않을 말이지만요.”


검은 사제들이 키득거렸다. 틀린 말도 아니다. 검은 사제들과 사탄숭배에 대해 말을 꺼내봤자 시시한 농담으로 보일 것이다.

세종도 어이가 없어서 웃는다.

터무니 없는 일에 휘말린 자신이 우스웠다.


“저도 참 운이 없네요. 하필이면 악마라니······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운이 없는 건 토템으로 그치지 않았다.

돌연, 창 밖에서 돌이 날아오더니 유리창이 깨졌다.


“으악!”


세종은 화들짝 놀라 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날아온 돌이 바닥을 굴러다닌다.

검은 사제들과 세종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밖을 내다본다.


“저 사람들······뭐야?”


세종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얼어붙는다.

시골길 위에 검은 벤 차량 한 대가 서있었다. 그 주위엔 웬 아줌마들이 피켓을 들고 확성기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귀의 종들아! 주님께서 너희를 심판하실 것이다! 불신자는 지옥에서 마귀와 함께 불타실 것이고! 마귀를 섬기는 걸 그만두고 주님의 품에 안겨라!”


검은 사제들이 날아온 돌을 집어 들고 깨진 유리창 앞으로 다가온다. 그러자 그 아줌마들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진다.


“이단들이다! 성모를 모시는 우상숭배자들아! 굿을 벌인 것으로 모자라 처녀를 숭배하느냐!”


세종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사람들은 또 뭔데······아.”


세종과 검은 사제들은 집밖으로 나온다. 피켓을 든 아줌마들은 그 기세가 어마어마했다.


“무곡군은 당장 사탄숭배를 그만둬라! 그만둬라!”

“아줌마들. 이 돌 당신들이 던졌죠?”


세종은 아줌마들의 상태창을 열람한다. 그 중 한 사람의 상태창을 눈여겨봤다.


『상태창 : 열성 신도 A』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펼치기】

상태 : 《맹목적인 광신》

성향 : 질서/악

특수능력 : 《행패부리기》, 《도발》

[풀어야 할 비밀 1/1]


다른 광신도들에겐 『풀어야 할 비밀』이 보이지 않는데, 딱 한 명에게만 보인다.

단단히 열이 오른 세종은 그 아줌마에게 다가가 돌을 보여준다.


“아줌마. 이 돌 당신이 던졌어?”


뽀글머리 아줌마는 기세등등하게 침을 튀긴다.


“이 사탄숭배자야! 주님이 두렵지 않느냐! 어디 성자님의 성지에 무당을 불러들여!”

“아줌마가 돌을 던졌냐고 묻잖아요.”


세종은 자신이 세주를 연기하고 있단 걸 완전히 까먹었다. 본래 성격이 튀어나온다.


“성자고 지랄이고 던졌냐고 묻잖아. 야, 대답 안 해?”

“······”


아줌마는 말문이 막혔다. 대답 대신 뒷걸음질 치곤 다른 아줌마들 뒤에 숨는다.

맞구만?

세종의 눈빛이 매서워지자 검은 사제들이 다가서 말렸다.


“형제님, 진정하세요.”

“돌이 날아왔는데 어떻게 진정합니까?”

“냉정하셔야 합니다. 벌써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쯧······”


세종은 독이 바짝 올랐지만 신부님들 때문에 한 번 참기로 했다. 대신, 벤 차량을 몰고 있는 남자에게 눈길이 갔다.


“······”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남자의 덩치가 아주 크다. 벤이니까 교회 차량이겠지. 운전수도 아마 교회 소속일 것이다.

세종은 운전석으로 다가가 창문을 두드린다.


“이봐요. 당신들 어느 교회 소속입니까?”

“······”

“창문 좀 내려봐요. 차 번호 기억해뒀습니다? 4885번.”


그제야 창문이 아주 조금 내려간다. 세종은 운전수의 인상에 살짝 쫄았다.


‘생긴 게 조폭처럼 생겼는데?’


운전수의 눈빛은 살기가 잔뜩 어려있었다. 평범한 교회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다만, 그는 세종과 눈을 마주치더니 살짝 고개를 수그린다.


“죄송합니다. 저희 교인분께서 실례를 범했나 봅니다.”


그러더니 창 틈 사이로 명함을 내민다.


“이 번호로 연락 주시면 유리값 드리겠습니다.”


명함에는 ‘최고신앙교회’라고 쓰여있었다. 이쪽 지역은 잘 모르지만, 명함을 보니 제법 큰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 같다.


“······”


그런데 세종은 그 남자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눈빛 때문일까? 아니면 뒷좌석에 언뜻 보이는 빨간 기름통 때문일까? 살짝 내린 창문 틈새로 휘발유 냄새가 코를 찌른다.


‘왜 뒷좌석에 기름통을 싣고 다니지?’


세종은 슬쩍 운전수의 상태창을 열어본다. 그리고 세종은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상태창 : ‘???’』

【체력상태창 : 펼치기】

【정신상태창 : 펼치기】

상태 : 《보통》

성향 : 혼돈/중립

특수능력 : 《토템제작》

[풀어야 할 비밀 2/2]


《토템제작》?

이 남자다.

세종은 확신했다. 자신의 축사에 토템을 박은 사람은 이 사람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7 트리
    작성일
    20.12.01 20:08
    No. 1

    이때까지 오세주 성향이 혼돈/악이라 되어있었습니다
    이번 화는 질서/악이라고 하네요
    수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 외지
    작성일
    20.12.01 20:43
    No. 2

    오! 감사합니다. 수정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거 같습니다.
    '질서/악'성향이 맞고 이에 맞춰서 수정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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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9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5 1 12쪽
19 19화. 대악마 -3 20.12.01 53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3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4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0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2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5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9 3 13쪽
»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9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1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8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6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4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5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7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1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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