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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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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
작품등록일 :
2020.11.07 16:18
최근연재일 :
2020.12.04 06: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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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6
글자수 :
123,237

작성
20.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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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대악마 -3

DUMMY

19.



지혜의 왕이라 불리는 솔로몬은 72마리의 대악마들을 봉인했다고 한다. 지옥의 군세를 부리며 강력한 권능을 가진 대악마들에 대한 기록은 악마학(demonology)으로 불리며 르네상스 시절 광범위하게 전승되었다.

그 중 62번째 악마의 이름은 발락(Valac)으로, 지옥의 30개 군단을 거느리고 있으며, 두 개의 붉은 목을 가진 용 위에 올라탄 소년, 혹은 천사의 모습으로 현신한다고 한다.

발락은 파충류를 지배하고 그들의 시야를 공유하며, 사납고 난폭하여 자신의 숭배자들조차 사냥감으로 보는 악마다.


원구는 제단에 쌓아 올린 뱀의 사체가 30마리며, 상징벡터를 통해 발락임을 확신했다. 그러고보면 이상하게 숲에 뱀이 많기도 했다.

원구는 어째서 고위 대악마 중 하나가 한국에서 나타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만약 세종의 아니었다면 이름을 파악하지 못해 그대로 대악마의 놀잇감으로 희롱당하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발락임을 알아냈고, 게임의 균형은 바뀌었다.


“······킥킥킥, 이렇게 빨리 알아낼 줄이야. 제법 대단하구나 사제여."


발락은 자신의 진명이 들통나자, 맥도 추지 못하고 원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원구는 십자가 묵주를 높이 들어올리며 발락을 노려본다.


“네 악행을 고해라 더러운 악마야.”

“킥킥킥······내가 너 따위에게 말할 것 같느냐?”

“대답해라!”

“크아아악-!!”


원구가 십자가 묵주를 들이대자 발락의 피부가 타들어가며 비명을 질렀다. 그 악취란 실로 대단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따위를 고열로 녹일 때 날 법한 해로운 냄새였다. 그리고 발락이 고통 속에서 내지르는 비명소리에 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발락은 맹렬히 저항했다. 그러나 등 뒤, 벽에 걸린 십자가 때문에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완전히 고립된 발락은 자신이 함정에 빠졌단 걸 깨달았다. 역십자가에 성수를 뿌리고 바로 세워 임시방편이기는 해도 악마를 고문하기엔 충분했다.

발락은 특히나 인내심이 약한 편이었다. 다른 고위 대악마들에 비해 원초적이고 다소 지능이 부족한 탓이었다.

기다림은 발락의 숙적이었고, 필연적인 약점이었다.

고문이 얼마 시작되지도 않아 발락은 애타는 소리를 내며 빈다.


“고작 7명 밖에 잡아먹지 않았다! 너희가 본 나의 숭배자들이 전부다!”

“고작 7명? 사람의 명줄이 파리 목숨인 줄 아느냐!”

“크아아악-!!”


발락은 원구가 접근할 때마다 피부가 끓어오른다. 고통에 몸을 배배 꼬던 발락이 혀를 축 내밀고 죽어가는 소리로 애원한다.


“내가 졌다! 너희가 나보다 강하다! 사냥제를 포기할테니 제발 여기서 내보내다오!”

“그럴 수 없지. 풀어주면 또 다시 날뛸 게 분명해.”

“62위계의 대악마 발락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다! 내보내준다면 누구도 헤치지 않고 굴로 돌아가 500년간 숨어지내겠다!”

“······흠.”


원구는 고민하고 있었다. 발락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잘만 구슬리면 500년은 개뿔, 잠시 몸을 숨기고 힘을 키워 다시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때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세종이 끼어들었다.


“악마가 하는 약속을 어떻게 믿어요? 500년은커녕 50분 후에 다시 나올 걸요.”

“크아아악, 닥쳐라 인간놈!”


발락이 세종을 노려본다. 하지만 세종은 발락이 자신을 해코지할 수 없는 위치란 걸 알고 있었다.


“뭘 쳐다봐? 벌거숭이두더지쥐 같은 게.”


원구는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억류해둘 순 없어요. 대악마를 소멸시키는 건 불가능합니다.”

“네? 진짜요?”

“솔로몬조차 대악마들을 봉인하는데 그쳤습니다. 제 신념이 무뎌지는 순간 발락은 절 해칠 거예요.”

“거참,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군요.”

“비슷하죠.”


코 앞에서 악담을 나누던 원구가 결심한 듯 발락에게 말한다.


“네 이름 발락을 걸고 주님께 맹세해라. 누구도 해치지 않고, 제물도 받아먹지 않으며 1000년을 잠들어 있어라.”

“1000년? 어처구니가 없군!”

“그래?”


원구는 기도문을 읊는 소리를 높인다. 발락의 피부가 녹아내려 바닥에 떨어진다. 몸에서 흘러내린 더러운 액체가 떨어지자 바닥장판에 구멍이 뚫린다.


“끄아아아아악-!!”

“다시 말한다 발락! 1000년간 봉인되기로 약속해라!”

“싫다-!!”

“그럼 계속하지! 늙어죽을 때까지도 할 수 있다!”

“캬아아악-!!”


발락은 큰 눈으로 원구와 세종, 곽태구를 번갈아본다.

두려움의 기색이 없다.

완전한 패배다.

발락은 이를 갈면서 고개를 떨군다.


“알았다, 알았다! 주께 맹세한다! 나 발락은 1000년간 무곡굴에 숨어 절식하고 긴 잠에 빠지겠다!”

“지금부터 당장!”

“크아악, 알았다. 이 간사한 인간놈아!”


발락은 원구가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을 속셈이었다.

그러나 쉽게 간파당하자, 억울한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분해되었다. 몸이 녹아내리고 뼈가 부스러진다. 그와 동시에 끔찍한 악취가 났다.


“크윽······하수구 냄새보다 역하네.”


세종은 코를 막고 고개를 돌렸다. 끔찍한 악취와 함께 연기가 된 발락은 원구를 지나쳐 하늘로 사라졌다.

이윽고,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세종은 눈이 따갑도록 눈부신 아침해를 봤다.


[‘붉은 범’ 발락은 진명이 들통나 무곡굴에 봉인되었다!]

[혼돈파편 획득!]

[‘붉은 범’ 혼돈파편 : 4/4]


“······정보창이 떴다.”


세종은 정보창을 눈으로 보고 나서야 안도감이 들었다.

원구는 세종의 옆에 다가오더니 퀭한 얼굴로 담배에 불을 붙인다.


“······하루가 꼬박 지났군요.”


원구의 말대로 해가 뜨고 있었다. 하늘빛이 푸르스름해지고 금빛 해가 솟구치고 있었다. 추운 공기에 풀잎에 앉은 서리에 반사되어 오색으로 번쩍였다.


“살아남은 게 어딥니까. 다친 곳은 없죠?”

“보다시피. 그냥 죽을 정도로 졸립니다.”


세종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선가 클리셰처럼 맑고 청아한 새소리가 들리니 졸음이 쏟아졌다.

안개가 걷히고 드러난 광경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여태 뛰어다니던 땅 위는 산을 밀어서 만든 밭 위였다.

산짐승에게 갈갈이 찢겨죽은 노인들의 사체가 널부러져있었다.


“와히드, 너도 저렇게 당했느냐? 아아, 네 가족들한테 이걸 어떻게 이야기 한단 말이야. 시체도 못 찾았는디······”


옆집 아저씨는 훌쩍였다. 누렁이는 그런 아저씨를 달래려고 손등을 연신 핥고 있었다.

뒤에서 보고 있던 세종은 옆집 아저씨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달랜다.


“아저씨는 최선을 다하셨어요. 와히드란 분도 알고 계실 거예요.”

“아이고, 세주야······”

“맞습니다.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주님께선 전부 알고 계실 겁니다.”


원구 또한 상심한 옆집 아저씨를 위로한다. 옆집 아저씨는 소매로 눈물을 닦는다.


“나 하나 때문에 두 사람까지 휘말리게 해서 미안허요. 그런 주제에 위로나 받으면 면목이 없응께 빨리 기운을 차려야 하지 않것소.”


옆집 아저씨는 원구에게 다가오더니 두 손을 붙잡고 부탁한다.


“신부님, 와히드와 죽은 사람들을 위해 기도 해주실 수 있나유?”


옆집 아저씨는 비록 마을의 노인들에게 끝까지 외지인 취급을 받았지만, 전부 용서한듯 보였다.

원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지요. 함께 기도합시다.”


원구는 정성스럽게 십자성호를 긋는다. 그가 희생당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드릴 때, 세종은 어설프게 그 옆에서 따라 기도드리는 흉내를 냈다.


[‘붉은 범’ 에피소드 완료!]



****



강력계에 근무하다 보면 심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고 한다. 니체의 말처럼,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은 그 싸움 속에서 자신 또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된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자신을 들여다보게 될 거다. 너도 조심해라. 난 이미 늦었거든.”


어렵게 시험을 쳐서 형사가 됐더니, 돈독한 사수였던 양반이 강간범을 때려죽이고 한 말이었다.

장형사는 이제야 그의 말이 조금씩 이해가 갔다. 처음엔 강력범죄자들을 체포해 검찰에 넘기면 자신의 소임을 다한 거라 생각했다. 법의 심판으로 악인에게 죄값을 물리는 게 정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감옥에 갔던 이들이 풀려나게 되고, 몇 번이고 재차 중범죄를 저지르는 악인들을 보면서 장형사는 법에 따라 범인들을 수사하는 게 옳은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악’이 너무 많다.

그러나 법은 정의롭지 못하다.

장형사는 언젠가 자신또한 옛 사수처럼 사고를 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살게 되었다.

‘악’과 마주할 때면 증오스러운 감정이 펄펄 끓었으므로, 필연적인 결과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장형사는 다음날에도 최고신앙교회를 찾아 주차장 CCTV를 돌려봤다.

여전히 경비는 장형사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서도, 장형사는 기어코 영상을 전부 확인했다.


‘낭패다. 아무 것도 없어. 아무 것도 없다고!’


수상한 점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적어도 어떤 연결고리라도 찾아내야 수사영장이 나올 텐데.


‘어떻게든 수상한 건수를 잡아내야 영장을 발부 받을 텐데. 이거야 원, 정말 감쪽 같구만.’


장형사는 내심 최고신앙교회가 실종여성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짬밥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는 물증으로 승부를 보는 직업이다. 아무 것도 찾지 못하면 눈먼 정의에 불과하다.


“수고하십쇼. 고생 많으십니다.”


장형사는 경비에게 수고하라고 인사하면서 자리를 떴다. 하지만 여전히 교회 내부 어딘가에 실종여성과의 연관성이 남아있지 않을까 의심이 들었다.

아쉬움인지, 집착인지 모를 감정으로 교회 주차장 인근을 두리번거릴 때였다.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어이쿠, 죄송합니다.”


키가 족히 190cm는 될법한 거구의 사내였다. 장형사는 사내의 몸집을 보곤 감탄한다.


‘캬······기골이 장대하구만. 3대 몇 칠까?’


겉보기에도 그렇지만, 몸끼리 충돌하는 순간 단단하고 넓은 근육질과 딱딱하고 튼튼한 뼈대를 가진 몸이 느껴졌다.

보통 저런 근육을 가진 사람들은 힘이 장사지.


“······”


사내는 조용히 어깨를 툭툭 털곤 장형사를 바라본다. 장형사는 움찔했다.


‘눈빛에 살기 좀 봐라? 뭐하는 놈이지?’


관상은 과학이라고 한다. 항상 정확한 건 아니지만, 장형사가 보아온 관상 중에 사내 같은 자들이 꽤 있었다.

대개 따라붙는 죄목은 폭행치사, 불법시설 운영, 사기 및 도박, 협박 등등······범죄자가 아니라면 대개 같은 직종의 종사자들이었다.


‘뭐지? 폭력배 인상인데?’


장형사가 똑같이 노려보는데, 의외로 거구의 사내는 고개를 숙였다.


“저도 앞을 못 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아이고, 저야말로 죄송하지요.”


서로 어색하게 목례를 나눴다. 장형사는 멀어지는 사내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스읍, 느낌이 이상한 놈일세.’


사내는 장형사가 쳐다보는 것도 모르는지, 묵묵히 검은 벤으로 걸어가더니 문을 열었다.

장형사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그의 차 번호를 중얼거렸다.


“······4885”


장형사는 그 사내가 웬지 모르게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던 그때, 검은 벤의 문이 ‘탁!’하고 닫힌다. 사내는 손에 망치를 들고 장형사를 바라본다.

그리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묻는다.


“절도범이 누군지는 알아내셨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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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프롤로그 삭제 + 8화 내용추가 20.11.17 96 0 -
22 22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1 20.12.04 46 1 13쪽
21 21화. 자원구 신부 -2 20.12.03 39 1 12쪽
20 20화. 자원구 신부 -1 20.12.02 55 1 12쪽
» 19화. 대악마 -3 20.12.01 54 1 12쪽
18 18화. 대악마 -2 20.11.30 53 1 14쪽
17 17화. 대악마 -1 20.11.27 64 1 12쪽
16 16화. 붉은 범 -4 20.11.25 64 1 12쪽
15 15화. 붉은 범 -3 20.11.24 53 1 14쪽
14 14화. 붉은 범 -2 20.11.24 140 1 11쪽
13 13화. 붉은 범 -1 20.11.23 62 1 11쪽
12 12화. 돌발상황 20.11.20 65 2 12쪽
11 11화. 범을 보았다 -2 20.11.19 90 2 12쪽
10 10화. 범을 보았다 20.11.18 89 3 13쪽
9 9화. 범인을 보았다 +2 20.11.17 79 2 12쪽
8 8화. 복선 -1 20.11.16 78 1 12쪽
7 7화. 엑소시스트 -2 20.11.14 81 1 12쪽
6 6화. 엑소시스트 -1 20.11.13 88 1 13쪽
5 5화. 축사의 귀신 -3 20.11.12 96 2 12쪽
4 4화. 축사의 귀신 -2 20.11.11 94 0 12쪽
3 3화. 축사의 귀신 -1 20.11.11 105 2 12쪽
2 2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138 6 14쪽
1 1화. 나는 상태창이 보인다 +2 20.11.09 210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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