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무적 7
문기와 소견이 눈에 살기를 띄우며 적산에게 다가갈때 끼익 하는 마찰음과 함께 설화린이 쟁반에 다기를 들고 접객실 안으로 들어섰다.
“앗 마누라! 얘들이 나 갈아마신데!”
적산은 화린을 반기며 고자질 하듯 외쳤고 화린은 무심한 눈길로 둘을 쳐다보았다. 후다닥 제 자리로 돌아가 딴청을 피우고 있는 둘을 바라본 화린은 탁자에 다기를 내려놓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쟁반을 반으로 쪼개더니 두손으로 비벼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그리도 다시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피우는 둘을 스윽 바라본후 적산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곤 밖으로 나갔다.
“으음… 저거 건드리면 갈아버리겠다는 뜻이겠지?”
“…진짜 한다면 할걸 아마?”
“캬캬캬 우리 마누라 참 대단하지? 네놈들은 우리 마누라 발끝에도 못미쳐!”
“네네 대단한 마누… 아니 형수님 둬서 참 좋으시겠수.”
“빌어먹을놈…”
세명은 찻잔에 차를 따라 한모금씩 마시면서 이런저런 서로에 대한 험담을 나눌때 문득 소견이 적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근데 너 혼인식은 안하냐?”
“혼인식?”
“그럼 그냥 이대로 은근슬쩍 넘어갈려고?”
“아니 그게 음…”
소견은 머뭇거리를 적산을 어처구니 없다는듯이 쳐다봤다.
“마! 혼인식한다하면 하객이 줄을 설텐데 뭐가 문제야?”
“그게… 나도 한번 말은 해봤는데 쩝 아직 때가아니라나?”
“뭔 때? 용한 점쟁이한테 길일이라도 받았데냐?”
“나도 모르지뭐… 우리 마누라가 싫다는데 강요할수도 없고 게다가…”
“게다가?”
“뭔가… 문화적 차이가 엄청나다.”
“뭔소리여 문화적 차이라니?”
소견의 반문에 적산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니놈이 못봐서 그래. 일주일전에 울 마누라가 청림이를 울린일이 있었거든 그래서 사과하고 애 달래라고 하니까 뭐라고 한줄 아냐?”
“아하! 그거 나도 보고받았다. 눈깔을 뽑아서 구슬로 만들어 귓구녕에 박아버린다고 했다면서? 그거 때문에 빙화소… 아니 형수님이 무림인 분류목록에서 금촉급으로 분류됐다.”
“금촉급이 뭔데?”
“목적이 있어 지정한 인원이외 절대 접근금지 접촉금지 뭐 한마디로 성질 더럽고 무공도 쎄니까 건들여서 피보지 말란 소리지.”
“크크 그렇게 오해할만 하긴 하지.”
“오해?”
“에휴… 말도마라 지금도 그렇지만 그 이쁜 얼굴이 무표정에 변화없는 목소리로 그런 험악한 소리를 하는데 누가 배겨나겠냐? 청림이 그때 혼절해버렸다. 근데 나중에 넌지시 물어보니까 빙궁에센 다들 그렇게 한댄다.”
“…뭐야 그 소리는? 빙궁에선 애 달랠때 그런 협박을 한다는 거냐?”
“그렇다니깐! 자기 딴에는 달랜다고 한 소린데 애가 혼절하니까 미안한지 그때부터 쭉 같이 돌아다닌다.”
“허허 참 빙궁이란데가 그렇게 과격한 곳인줄은 몰랐구만…”
“게다가 울 마누라 사부라는 놈은 무슨 생각인지 사람은 일단 맞아봐야 본성이 나온다고 일단 패고 보라고 가르쳤으니 원…”
“에? 잠깐? 일단 패고보라니? 그럼 내가 맞은것도?”
“그래, 그래도 다행히 여자와 애는 때리지 말라고 가르쳤더라. 그리고 남편은 하늘같이 모셔야 한다고 해서 나한테는 손도 안대고 그 말 들으니까 참 다행스럽더군.”
“그럼 나는! 난 계속 맞으면서 생활해야 한다고?”
“뭐 나만 안때리면 돼니까 내 알바 아나지.”
“너 이자식…”
소견은 적산을 보며 부들부들 분노에 떨었다. 자기는 안전하니까 딴놈들은 어찌돼든 상관없다는 저 태연자약한 모습 이가 부득부득 갈렸을나 어떻게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예전같았으면 속 시원하게 한 대 후려치기라고 하겠지만 이제는 때리지도 못하고 이만 갈뿐이었다.
“아 참! 잊을뻔 했다!”
“뭘!”
심사가 안좋으니 나오는 소리도 곱지가 않다. 소견은 빽 하니 적산을 노려보았고 적산은 빙글빙글 능글맞게 웃으면서 히죽거렸다.
“너 온김에 좀 보태라.”
“뭐를?”
“내 혼인식 축의금이랑 결혼자금.”
잠시 무슨말인지 이해를 못하던 소견은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크와악! 니가 인간이냐! 거지한테서 돈을 뜯을려고! 벼룩도 양심이 있다! 이 벼룩만도 못한 인간아!”
“어라? 나 벼룩만도 못한놈이야?”
적삼은 가증스럽게도 그 누구도 속지않을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거지한테 동냥은 못해줄 망정 돈을 뜯어먹을려고 그러다니!”
“벼룩만도 못한놈이라… 흐음... 그럼 우리 마누라는 벼룩만도 못한놈이랑 혼인한게 돼는구만…”
납득이 간다는 듯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는 적산의 태도에 소견은 아차! 싶었다.
“아니 저기…”
“뭐 방금 그 발언은 그냥 넘어갈수가 없구만… 울 마누라 한테 가서 말해야 겠어.”
적산은 은근슬쩍 일어나 나갈려는 자세를 취했고 소견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채 부들부들 떨면서 적산을 노려보는데 문기가 결정적인 한마디를 했다.
“그냥 개값 물었다고 생각해라 나도 안준다고 버티다가 지옥을 경험했다.”
문기의 진심어린 충고에 결국 이번 일을 위해 준비해온 전재산 은자 세냥을 탈탈 털어 고이 같다 바치고 말았다.
“크흑 내돈… 그돈이 어떤 돈인데… 거지가 무슨 임무 수행금이냐며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돈을 악착같이 받아서 모으고 모은 돈인데…”
“뭐… 팔자려니 생각해라 저놈을 친구라고 사귄 순간 이미 우리 인생은 쫑난거야…”
적산이 소견에게서 받은 은자 세냥을 들고는 흥얼거리며 마누라 준다고 쪼르르 달려나간후 이를 갈며 처절하게 울부짖는 소견에게 문기는 자조어린 위로를 건넬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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