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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금가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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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8.10.10 03:18
최근연재일 :
2008.10.10 03:18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437,961
추천수 :
503
글자수 :
106,300

작성
08.09.2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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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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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7쪽

금가무적 18

DUMMY

“훗 예선에서 탈락한 개방의 후개께서 이 야심한 시각에 어쩐 일로 날 보자고 한 겁니까?”

팽진욱은 거만한 표정으로 소견을 바라보았다. 청가장에서 본선 출전을 축하하는 연회가 벌어진지라 기분 좋게 취하던 팽진욱은 소견이 찾아왔다는 말에 기분 좋게 만남에 응했다. 소견은 비위를 거스르는 팽진욱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다 말했다.

“너, 그 계약서 없었던 걸로 해라.”

“훗. 웃기는군요. 아무런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와 하는 말이 계약을 파기해라?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겁니까?”

“명령이든 뭐든 일이 커지게 생겼어.”

“흥. 할 말이 그것뿐이면 난 가 보겠습니다.”

팽진욱은 더는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렸다. 소견은 그런 팽진욱의 등을 노려보며 말했다.

“빙궁주님께서 지금 이곳 동광시로 오고 있다는 말이다. 제법 잔머리 굴리는 너니까 이게 무슨 뜻인지는 잘 알겠지? 빙궁주님이 홀로 움직일 리 없고 당연히 빙궁의 주력도 같이 이곳으로 오고 있을 거다.”

소견의 말에 우뚝 걸음을 멈춘 팽진욱은 홱 몸을 돌려 소견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호오, 잘됐군요.”

“뭐?”

잘못하다간 빙궁과의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는 마당에 잘됐다는 팽진욱의 말에 소견이 반문하자 팽진욱의 미소가 짙어졌다.

“빙궁주께서 아무리 전력을 다해 달려온다 해도 내일까지 도착하기는 무리일 테니 빙궁은 그저 혼인 지참금으로 딱이겠군요.”

“……뭔 소리여?”

소견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중얼거리자 팽진욱은 경멸 섞인 표정으로 소견을 향해 말했다.

“훗, 계약서를 잘 안 읽어 본 모양이군요. 계약서에는 분명히 금가장의 다른 인원과의 비무 시 그 대체 인원이 비무에 패할 경우에는 비무의 승자가 금가장의 모든 권리를 양도받을 수 있으며 빙화 설화린 소저와의 혼약 또한 없던 일로 만든다고 나와 있습니다.”

“근데 그게 왜?”

소견이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묻자 팽진욱의 시선엔 한층 더 경멸이 섞였다.

“빙화 소저는 금적산 본인이 아닌 금가장의 장주와 태중혼약한 몸, 계약서에는 금가장의 모든 권리를 우승자에게 넘긴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승자는 자동적으로 금가장의 장주로서 빙화 소저와의 혼인 또한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팽진욱의 말에 소견은 사람이 아닌, 미쳐도 제대로 미친놈을 보는 눈길로 팽진욱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하면 그런 계산이 나오냐?”

빙화가 그걸 납득할 리도 없고 납득한다 해도 선조의 유시를 지키며 살아온 빙궁주가 날로 먹으려는 걸 두고 볼 리 없었다. 거리가 멀다면 상관없지만 두 세력이 딱 마주쳐 수틀리면 일단 죽여 놓고 생각하는 빙궁 사람들 특성상 칼부림은 당연하게 벌어진다.

“너 위에선 이 사실을 알고 있냐? 아니 당연히 모르고 있겠지. 내가 보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훗, 상관없습니다. 사실 우승자가 누가 됐든 다들 명문의 후예들. 빙화 소저에게는 걸맞은 배필이지요.”

“아무나 상관없다고? 너, 대체 그렇게 적산이를 싫어하는 이유가 뭐냐?”

소견은 알 수 없단 표정으로 팽진욱을 바라보았다. 우승을 노리는 거면 빙화에게 반해서 그러는 거라고 이해라도 하지, 그 누가 돼도 상관없다는 태도는 대체 팽진욱의 목적이 뭔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흥! 당연히 하층민 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고귀한 핏줄을 넘본 그 버러지만도 못한 작자를 응징하기 위해서지요.”

“……하아?”

“흥! 명문가의 혈통도 아니고 가진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하루하루 먹고사는 그런 쓰레기 같은 자가 빙화 소저와 같은 고귀한 혈통의 여인과 혼인한다는 것 자체가 명문가에 대한 모독이자 치욕스러운 일입니다.”

“……하아?”

“물론 제가 혈통과 가문을 따지긴 하지만 그게 저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비록 비천한 핏줄일지라도 가진바 능력이나 실력이 있다면 충분히 대우받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금적산이란 작자는 아무것도 없더군요. 뭐, 있다면 당신 같은 인물을 친구로 둔 것? 훗, 하긴 당신도 개방의 후개가 아닌 일개 무부였다면 이렇게 절 만나 존대를 받기는커녕 무례하게 군 죄로 즉시 가문의 뇌옥에 가둬 버렸을 것입니다.”

팽진욱의 말에 소견은 화를 낼 기운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적산에 관해서라면 구구절절 옳은 소리고 팽진욱의 말을 듣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인지라 발끈하기도 뭐했다. 소견은 힘 빠진 표정으로 팽진욱을 바라보다 말했다.

“에휴, 나도 모르겠다. 어쨌건 난 우리 사부한테 보고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하지만 각오해라. 세상이 네 생각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빙궁과 전쟁이 벌어지면 그 발생원인은 바로 너라는 걸.”

“훗! 빙궁 같은 명문대파가 금적산 같은 비천한 자를 보호하기 위해 중천의 정도 무림과 일전을 불사할 것 같습니까? 빙궁도 금적산의 행태를 알면 정도 무림과 연을 맺는 걸 오히려 반길 것입니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이었다.

소견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사부를 만나기 위해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혈통을 따지고 가문을 따지는 이들은 말로선 아무것도 해결이 나지 않는다. 그들 눈에 가문과 혈통이 없는 사람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한낱 소, 돼지와 같은 짐승으로 보일 뿐이었다. 사람은 짐승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귀엽다고 쓰다듬어 주거나 시끄럽다고 발로 찰뿐이지.


연회장으로 쪼르르 달려가 취걸개에게 빙궁의 소식을 보고하자 한창 술에 취해 껄껄거리던 취걸개는 화들짝 놀라며 연회장에 모여 있는 정도 무림의 수장들과 대책을 논의하려 했다. 하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오히려 뒤따라 들어온 팽진욱의 우승자는 빙화는 물론 빙궁의 전력까지 고스란히 차지할 수 있다.

빙궁주도 사실 선조의 유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따랐을 뿐 실제론 일개 평민에게 초절정을 넘어선 고수를 잃어버리긴 싫을 거다.

당연히 일개 평민보다 정도 무림의 명문 정파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 내심 오히려 반길 거다. 빙궁주와 대화를 통해 설득하면 못 이기는 척 넘어올 거라는 등 화려한 말발에 혹해 넘어갔다.

취걸개는 길길이 날뛰었으나 수장들은 오히려 취걸개를 모른 척 외면해 버렸다.

일반적인 사항이면 취걸개에게 붙잡힌 약점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이 취걸개의 말을 따랐을 테지만 무림의 세력 판도가 변할 수 있는 일이기에 앞뒤 가릴 수 없었다.

그 모습에 취걸개는 대노한 채 연회장을 뛰쳐나갔고 소견은 벌써부터 빙궁을 누가 가지고, 가지지 못한 조직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수장들을 한심한 듯 바라보았다.

현 빙궁주가 빙화의 사부라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빙화의 인격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을 건 자명한 일. 빙궁주에게 계약서를 들이밀면 무조건 주먹부터 날아올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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