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무적 13
문기의 비 협조로 도시 내에서 비무대회를 열지 못하게 된지라 도시 밖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다행히 동광시 근처엔 딱 알맞은 장소가 있었다. 마치 두부의 한가운데를 숟가락으로 푹 뜬것처럼 광활한 평지 한가운데가 푹 꺼진 분지는 어째서 평원 한가운데에 이런곳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고 다만 옜날부터 매태호라는 이름으로 불리는걸로 봐서 호수였었을거라고 짐작만 할뿐이었다.
푹 꺼진 중심부에 비무대를 설치하면 분지의 가장자리 끝에서도 비무대가 한눈에 보이는게 비무대회를 열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게다가 그 크기란 수만명을 수용할수 있을 정도니 분지를 둘러본 비무대 전문 건설업자는 비무대회를 열기엔 최고의 장소라고 감탄하며 즉시 일을 시작했다. 튼튼한 비무대를 이틀만에 뚝딱 건설하고 바로 비무대회를 열었다.
갑작스레 비무대회가 열린다고 하자 준비를 못한 무인들의 항의가 줄을 이었으나 개최위원회의 실무를 맡고있는 호화단은 항의를 깨끗이 무시한채 급조된 계획대로 비무대회를 강행했다. 적산도 검화가 오고나서야 비무대회가 열릴줄 알았는데 갑작스레 개최를 해버리자 어리둥절 하면서도 비무대가 한눈에 잘보이는 귀빈석으로 초대를 받아 문기와 함께 향했다. 사람들은 빙화의 미모에 눈이 휘둥그레해진채 멍하니 빙화만을 바라보았다.
“네놈이 왜 뿌듯해 하는건데?”
“훗 내 마누라가 잘났으니까 그렇지.”
의기양양하게 걸어가는 적산을 문기가 못마땅한 시선으로 비아냥 거리자 적산은 당당하게 가슴을 쭉 내밀며 말했다. 그 모습에 문기가 이걸 한 대 때려 말어? 고민할 때 귀빈석에서 소견이 어슬렁 어슬렁 기어나오더니 적산을 향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왔냐?”
“어라? 넌 한동안 안보이던데 어디갔다왔냐?”
소견을 보고 적산이 묻자 소견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설래설래 저었다.
“에휴 양쪽에서 사람 피곤하게 하니 내가 살것나…”
“뭔소리여?”
뜬금없는 소견의 말에 적산이 어리둥절한 시선으로 소견을 바라볼 때 귀빈석의 천막에서 나무 몽둥이가 쌔액!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와 함께 날라오더니 소견의 뒤통수에 작렬했다. 빡! 하는 박터지는 소리와 함께 소견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뒤통수를 부여잡고 끙끙거렸고 적산은 반가운 표정으로 귀빈석 안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천막안은 푹신한 의자와 각종 차와 간식거리가 싾여있었고 배분이 높은 무인들과 무림에서 힘좀 쓰는 단체들의 장들이 삼삼오오모여 한담을 나누고 있다가 호기심 섞인 시선으로 적산을 바라보다 뒤따라 들어온 빙화의 미모에 감탄사를 흘렸다. 적산은 푹신한 의자도 마다한체 구석 땅바닥에 퍼질러 앉은채 술과 안주를 홀짝거리는 시꺼멓게 때가 탄 누더기를 걸친 노인을 발견하곤 다가가며 말했다.
“앗! 왕초할배! 나가 죽은줄 알았는데 용케 살아있네?”
“낄낄 악담을 해라 요녀석아.”
적산의 말에 노인은 화를내기는커녕 낄낄거리며 병채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 마누라 인사해 이쪽은 내친구 소견이 사부이자 개방 방주인 왕초할배야.”
빙화가 적산의 곁에 다가오자 적산은 빙화를 소개시켰다. 빙화는 슬쩍 노인을 바라보곤 깍듯이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고 노인은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정중하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본인은 개방의 방주를 맡고있는 취걸개 취견이라 하오.”
“어라? 왕초할배 어울리지 않게 웬 예의를 차려 그것도 우리 마누라 한테.”
“낄낄 요것아 배분으로 따지면 나보다 빙존 설성룡의 의발전인인 빙화소저가 나보다 높다.”
“나참. 언제는 그런거 따졌다고. 그냥 편하게 며느리라 생각해. 마누라! 마누라도 배분따위 따지면 안돼! 어르신은 어르신이야.”
적산의 말에 화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취걸개에게 다시 허리를 숙이며 포권을 취했다.
“소녀 설화린이라 하옵니다.”
“낄낄 우리 적산이 마누라 하난 잘얻었군.”
취견의 말에 적산이 자랑스레 웃어제쳤다.
“우하하 누구 마누란데!”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웃는 적산을 보고 한숨을 내쉰 문기는 취견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어르신.”
“응? 문기구나. 노땅들이랑 한판 했다면서?”
“그야 시장으로서…”
“낄낄 잘했다. 똑똑하지도 않으면서 별 어줍잖은 계책이나 쓰는 저 한심한 양반들 덕분에 고생이 심하지?”
취견의 말에 곳곳에서 불편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적산이 개방의 방주와 친분이 있을줄은 몰랐다. 적산에게 접근하여 아니 그보다는 빙화에게 말이라도 한마디 붙여보고 싶었으나 취걸개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이상 가까이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배분상으로도 한 배분 위의 선배이고 섣불리 다가섰다간 망신이란 망신을 다 당할수 있었다. 실제로 취걸개 덕분에 망신을 당한 몇몇 인사들은 조용히 천막에서 사라졌다. 중천 삼대 정보조직중 하나인 개방 답게 뒤가 구린 비리들 뿐만 아니라 온갖 부끄러운 일을 어렸을적부터 지금까지 죄다 알고 있는 취걸개이기에 섣불리 나섰다간 본전도 못건지는걸 잘 알고있었다.
“오오! 이거 이거 빙화가 따라주는 술이라! 크하하 천국이구나.”
“어허! 빙화라니! 며느리라고 불러.”
“그렇지! 우리 적산이 부인이니까 곧 내 며느리구나! 껄껄 거 좋다.”
취견옆에 퍼질러 앉은 적산은 곧 취견과 함께 술대작을 시작했다. 적산의 맞은편에 다소곳이 앉은 빙화가 적산과 취견의 술잔에 술을 따르며 안주를 챙겼다. 그 모습에 천막안의 사람들은 무지 부러워 하는 눈으로 취견을 바라보았다.
“우헤헤 난 우리 마누라가 따라주는 술은 물론 차도 마신다고 매일 매일.”
“예끼! 이놈아 이 늙은이 앞에서 염장 지르냐?”
“어떻게 알았어? 부러워 죽겠지? 우하하!”
문기는 적산과 취견에게서 살짝 떨어진 곳세 서서 다른사람들처럼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때 소견이 뒤통수를 문지르며 문기에게로 다가왔다.
“끄응… 내가 이러니 살것냐.”
“쯔쯔 여전히 맞고 사냐?”
“에휴… 대체 적산 저놈은 어떻게 우리 사부랑 저리 잘 지내지?”
“뭐 둘다 성격 특이하잖아 끼리끼리 논다고…”
“딱! 딱!”
문기와 소견은 동시에 뒤통수를 부여잡고 주저 앉았다. 그런 그들의 귀로 적산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함께 취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들린다 요것들아.”
툴툴거리는 문기와 소견을 무시하고는 술을 마실 때 몇몇 사람들이 적산에게로 다가왔다. 취걸개는 다가오는 이들을 보고는 적산에게 말했다.
“마침 잘됐군. 내 소개해주지 이쪽은 금가장 장주 금적산이고 이쪽은 소림의 땡중 정각이랑 무당의 말코도사 태극검 장소기, 그리고 이쪽은…”
“아미타불. 소승은 소림의 정각이라 합니다.”
“무량수불. 빈도는 무당의 장소기라고 합니다.”
취걸개릐 소개에 적산은 일어서서 일일이 고개숙여 인사했다. 다들 구파의 장로급 인물들이자 쟁쟁한 무명을 날리는 적산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인물들이다. 구파의 사람들은 적산이 포권이 아닌 그저 고개숙여 인사하자 살짝 당황하면서도 미소로 화답했다. 화린과의 상견례도 끝나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눌 때 징소리가 나며 비무대 위에 한 남자가 올라섰다.
“안녕하시오! 본인은 패천맹의 맹주직을 맡고있는 거력패도 양만기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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