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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좀만이 님의 서재입니다.

데스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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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좀만이
작품등록일 :
2015.06.18 16:15
최근연재일 :
2015.07.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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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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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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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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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창녀의 자식

DUMMY

전직 의사였던 찰스는 데스벨리에 의사가 거의 없음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의사 양성을 위해 메디컬 아카데미를 예전부터 운영해왔다. 이 메디컬 아카데미를 이제 막 졸업한 18회 수석 졸업생 알버트는 데스벨리가 헌법으로 무상의료를 표방하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 이제 막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필 자기가 병원을 개업할 때 무상의료라니..!


알버트는 어렸을 때 어머니와 함께 데스벨리로 도망쳐왔다. 코레아에 살 때 아버지가 암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셨는데 의료비가 없던 알버트 네 집에서는 돈을 빌려야만했다. 코레아에서는 민생을 파탄시키는 대부업체들이 판을 쳤다. 신문의 1면에 매번 광고를 달만큼 합법화되었고 정부는 방관하기만 했다. 알버트가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로 대부 업체들의 규제는 줄고 법은 그들 편을 들어줬다.


학교에서 우등생이었던 알버트는 역사수업시간에 과거 나라들이 병들고 멸망하기 전에는 하나같이 고리대금업이 기승을 부렸다는 것을 배워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코레아는 그것을 막기는 커녕 고리대금업을 합법화 시키고 주선해주는 느낌까지 들었다.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없는 대부분의 서민들은 갑자기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대부업체에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다. 알버트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알버트네 어머니도 각 종 광고로 누구나 알고 누구나 아주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30일 무이자를 자랑하는 코레아의 대표 고리대금업체 러시앤골드에 연락을 해서 돈을 빌렸다. 하루 만에 돈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당장 진료에 필요한 돈은 천 만원인데 신용이 낮아 250만원 밖에 빌릴 수가 없었다. 이에 러시앤골드 상담원은 매우 친절하게도 다른 대부업체 산과머니, 현다이 캐피탈, 로떼 캐피탈도 소개 시켜줬고 결국 어떻게든 서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려는 대부업체들의 훈훈한 협동 서비스로 1250만원을 빌릴 수가 있었다.


간암 1기인 알버트의 아버지의 생존율은 높았다. 하지만 딸랑 1250만원 밖에 없는 돈으로는 치료를 계속 이어나갈 수는 없었다. 매달 걷어가는 국민 의료 보험비는 어디에 쓰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알버트의 어머니는 낮에는 식당 보조 일을 하고 밤에는 룸쌀롱에서 몸을 팔기까지 했으나 살인적인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했고 급기야 룸쌀롱 사장의 중계로 사채중의 사채라고 불리우는 조폭들의 돈까지 끌어다 썼다. 하지만 결국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알버트의 아버지는 죽고 말았다.


아버지의 장례식 날 조차 문제가 많았다. 창녀의 집이라 욕하며 장례식에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 오는 사람들도 어머니를 보고 쓰레기를 보듯 했다. 어린 알버트도 학교에서 창녀의 자식이라고 따돌림 당하고 있던 터라 어머니가 돈을 구하려고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머니를 욕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 누구라도 병에 걸려 병원비가 필요했다면 가족 중에 창녀가 생기지 않을 만큼 부자는 없어 보였다.


장례식 마지막 날에는 조폭들이 들이닥쳐 난동을 부리고 조의금도 갈취해갔다. 그래서 장례식비도 다 계산하지도 못한 채 도망치듯 쫓겨나왔다. 아버지는 죽고 나서도 돈에 쫒겨 다녔다. 아버지의 시신만을 겨우 끌어다와 알버트와 어머니는 맨손으로 몇 일 동안 야산에 돌무덤을 만들었다. 손가락이 부르트고 찢어지고 손톱이 빠져도 불평할 수가 없었다. 이 야산조차도 주인이 있기 때문에 들키기 전에 빨리 만들어야했던 것이다. 세상에는 그들의 것이라고는 빚밖에 없었다.


아버지를 이렇게 떠나보내고 알버트네 삶은 더욱 힘겨워졌다. 낮에는 법원에서, 밤에는 조폭들이 그들을 괴롭혔다. 원래 집이 없이 월세로 살던 알버트네는 동산 압류가 들어와 법원에서 압류 딱지를 붙이고 3차에 걸친 경매 끝에 중고 상인들이 다 가져가버렸다. 대부업체들의 뒤처리를 법원에서 해주고 있는 현실이 기가 막혔다. 결국 알버트가 집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라고는 연필 한 자루가 전부였다.


그 후로 알버트는 어머니가 다니는 업소에서 생활했다. 더 이상 학교를 다닐 형편이 되지 못했다. 대신 업소에서 허드렛일을 했지만 알버트는 틈틈이 공부를 했다. 어린나이지만 자신만큼은 돈을 벌어 떵떵거리고 살겠다고 다짐을 했고 알버트가 부자가 될 가능성은 희박했지만 그나마 유일한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져갔다. 이미 빚이 많은 어머니는 이 지방 저 지방으로 물건처럼 팔려 다녔고 그럴 때마다 알버트도 객지생활을 버텨내야 했다. 어느 동네를 가더라도 아이들은 창녀의 자식이라고 돌을 던지며 놀려댔고 알버트는 어머니가 원망스러웠다.


물건 취급을 받던 어머니는 결국 몸져누웠고 업주는 어머니에게 돈 값을 못 한다며 매일 폭행을 했다. 알버트도 함께 맞았음이 당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버트가 머리를 잘 못 맞아 하루 종일 기절한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는 알버트를 병원에도 못 보내고 옆에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알버트가 정신을 차렸고 어머니는 알버트를 대리고 도망쳐 나왔다.


이들이 갈 곳은 데스벨리 밖에 없었다. 데스벨리에 대해서 갖가지 나쁜 소문들이 돌았지만 거지들 사이에서는 다른 소문이 들렸다. 먹고 살기는 힘들어도 살만한 곳이라고. 알버트와 어머니는 데스벨리로 향했다. 어머니는 굶는 일이 잦았지만 알버트는 절대 굶기지 않았다. 알버트가 먹을 식량이 떨어지면 매춘을 했다. 그때마다 알버트는 어머니를 증오했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몸을 덜 팔기 위해 굶었다.


여러 우여곡절 속에 인간 사냥꾼들을 피해 알버트와 어머니는 데스벨리에 도착했고 고된 여정을 굶어가며 견뎌낸 어머니의 몸 상태는 위독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찰스가 진료를 보러 왔고 이것이 스승 찰스와 제자 알버트와의 첫 만남이었다. 알버트의 어머니는 영양실조 상태인데 결핵까지 걸려 있었다. 꾸준히 잘 먹고 영양 균형만 맞으면 죽을병은 아니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어머니의 생명의 불꽃은 꺼져가고 있었다. 찰스가 알버트에게 어머니와 마지막 대화를 나누라고 자리를 마련해줬다.


“죽어버려! 이 창녀야!!”


알버트는 이렇게 외치고 뛰쳐나갔다. 이것이 어머니가 알버트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알버트가 나중에 돌아와 어머니를 불러봤지만 어머니는 대답 할 수 없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다음 진료를 보러 가려는 찰스에게 알버트가 달려와 코레아에서 유일하게 가져온 연필을 들면서 무릎 꿇고 말했다.


“선생님..!! 저 좀 대려가 주세요..!! 심부름이든 뭐든 할게요!! 의사가 되어서 떼돈을 벌겠습니다!! 부자가 되어서 두 배, 세 배로 갚을게요..!! 제발 데려가 주세요!!”


이것이 알버트의 과거였다. 알버트는 의사가 되어 돈을 벌기위해 미친 듯이 공부했다. 알버트의 공부에 대한 의지와 성과는 찰스도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 찰스의 메디컬 아카데미 교육과정 6년간 알버트는 단 한 번도 수석을 놓치지 않았고 특히 결핵에 관한 의료 지식은 찰스를 포함한 그 누구보다 전문가였다. 결국 알버트는 수석으로 아카데미를 졸업하게 되었고 이제 개업한다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전문직 중 상위권인 의사로 부자가 되고 부자 집 여자와 결혼하여 결코 거지가 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 알버트의 일생의 꿈이었다. 그래서 가난한 집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이제 병원 개업을 하고 부자 집 여성과 슬슬 선을 볼 준비를 하던 중 이었다.


하지만 무상의료라니..! 돈이 지상최고의 가치라는 진리를 어린나이부터 몸소 겪은 알버트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니 데스벨리의 저 미친 영주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이 무상의료의 예산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나는 얼마나 손해를 보며 진료를 해야 하는가? 갖가지 생각을 해봤지만 영주가 의사들과 함께 망하자는 심보가 아니고서는 이런 정책을 펼칠 수가 없었다.


신데스벨리가 건설되고 추첨을 통해 병원 자리를 무료로 임대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은 개업 신청은 해놓고 나중에 국민 투표에 제의해 저 미친 정책을 폐지하리라 마음먹었다. 얼마 안가 국민들도 의료비 세금이 많아지면 반드시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버트는 개업을 했고 수석졸업을 한 알버트의 소문을 듣고 환자들은 넘쳐났다. 진료비는 환자들의 영수증을 동사무소에 제출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나라에서 값을 치뤘다. 원래 받아야하는 진료비의 70%만을 지급 받아서 알버트는 속이 쓰렸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수입을 정산을 해보니 원래 무상의료 전에 알버트가 개업을 하면 예상되었던 수입을 훨씬 뛰어넘어 있었다. 돈 없어서 병원에 오지 못하던 사람들이 병원을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나라에서 의료비를 대신 지급해주니 아프면 바로바로 병원에 왔다.


알버트는 오늘 구(舊)데스벨리로 외진을 다녀왔다. 데스벨리는 이제 신(新)데스벨리의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신(新)데스벨리와 구(舊)데스벨리로 나뉘었다. 구(舊)데스벨리는 이제 새로운 이주민의 정착 준비 공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알버트가 외진을 가는 길에 동네 주민들의 따뜻한 인사를 받았다. 무료진료를 하면서(물론 알버트에게는 무료가 아니지만) 사람들이 의사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뀜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에는 돈을 잘 번다는 부러움과 시기, 거리감이 느껴졌었는데 요즘에는 수입이 더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의사들도 이런 대우에 꽤나 만족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고 의사 선상님, 어디 가십니까?”


“예. 구(舊)데스벨리에 새로운 이주민들 외진 갑니다.”


“또 좋은 일 하러 가시는 구만유~ 가시는 길에 이거 좀 드시구 가시와유~”


“아니 선상님, 박씨네 보다 우리 집꺼가 더 맛 나유~. 이거 가져 가셔유~”


“저는 구(舊)데스벨리까지 태워다 드릴게유. 좋은 일하는데 저두 한 몫 거들어야쥬~”


알버트가 살아오면서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 봤을까? 창녀의 자식이라 돌팔매질 당해왔던 알버트는 새삼 감동을 느끼는 날이었다. 알버트는 그렇게 주민들이 만들어준 감동과 새참거리를 잔뜩 끌어안고 동네 농부의 마차에 앉아 구(舊)데스벨리로 향했다.


구(舊)데스벨리에는 환자가 많았다. 코레아에서 데스벨리로 넘어오면서 다친 사람들도 있었고 병을 안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데스벨리에서는 이들의 진료비도 지급했고 신체적 진료뿐만 아니라 누구나 신데스벨리로 이주하기 전에 6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진료를 보러 다니는 중 결핵 환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알버트가 황급히 뛰어갔다. 환자는 마르텔. 젊은 여성 환자였는데 반쯤 헐벗은 그 행색이 창녀였다. 그 마르텔의 옆에는 알버트가 데스벨리로 넘어 왔을 때 나이보다 더 어려보이는 아이가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의 표정을 지으며 엄마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착 붙어있었다. 알버트는 세상 누구보다 정성으로 그 마르텔을 진료했다. 마치 어머니를 치료하듯이. 그리고 의사 가운을 여인에게 덮어주며 나중에 신데스벨리에 정착하고 힘이 들 때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처음엔 부끄럽기도 하고 경계심이 들었던 마르텔은 알버트의 친절에 부담스러워했지만 자신의 아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는 알버트를 보고 감사해했다.


외진을 갔다 온 첫날 알버트는 찬장에서 먼지가 수북이 쌓인 소주를 꺼냈다. 알버트는 평소에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공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친구들이 시험이 끝나는 날 회포를 풀 겸 술을 먹자고 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알버트는 다만 드물게 혼자 술을 마셨다. 알버트에게 소주란 어쩌다 괴로울 때마다 남 몰래 자신을 위로해주는 그런 존재였다. 오늘은 괴로움 때문에 술을 마시는 날이 아니라 다른 감정으로 술을 먹는 최초의 날이었다.


오늘 여인의 결핵을 진료해주고 알버트는 어머니가 몹시 그리웠다. 어머니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이 떠오를 만큼 그리웠는데 그 만큼이나 어머니가 증오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어머니를 생각하며 소주를 한잔 두잔 마시면서 취기가 어느 정도 돌았을 때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찰스였다.


“아니 교수님, 이 시간에는 무슨 일로..?”


“알버트,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어딨겠나? 개원했다길래 축하차에 한번 와봤네. 사실 개원소식은 한 달 전에 들었는데 일이 너무 바빠서 이제야 왔네. 허허”


알버트는 급히 자신의 평생 은인인 찰스 교수님을 안으로 모셨다.


“허허! 천하의 알버트가 혼자 술을 먹는 사실을 누가 알겠는가?! 졸업식 날, 내가 그렇게 한잔하자부탁해도 도망가던 녀석이.”


“...”


알버트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자 나감세~. 술은 이렇게 숨어서 혼자 먹는 게 아니야.”


알버트는 찰스에게 이끌려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 술판이 차려지고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다.


“자네 개원한지 좀 됐을 텐데. 수입은 괜찮은가?”


“예. 많은 의사들이 무상의료 이후에 수입이 늘어서 놀라고 있습니다.”


“자네 부자 되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는가? 그건 다행이군.”


“저야 지금이 더 좋은 상황인데.. 이런 식으로 간다면 언젠가는 재정이 바닥나지 않을까요?”


“나도 처음에는 그 점을 걱정했는데 처음에 쏟아 부었던 국가 예산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회수되고 있어. 아직 이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 아직도 자금의 여유가 많고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세수도 늘고 있지. 계산을 해보니까 10년 뒤에는 적자 없이 국가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나왔네. 그 보다 빠를 수도 있고.”


“왜 이런 정책들이 가능한 거죠? 코레아에서도 몇몇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이런 정책을 주장하지만 안 될 거란 이유가 백만 가지는 있잖아요?”


“아마 개인 재산 제한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해. 코레아에서는 세금의 주 수입원은 서민들이지만 데스벨리에서는 세금의 대부분이 부자들의 개인 재산세거든. 부자가 세금을 더 내야하는 데 코레아는 재벌들이 모든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고 있지 않나? 그것을 알 방법도 없고. 내가 장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그 세금이 투명하게 쓰인다면 이런 정책들은 하고도 남는 다는 거야. 게다가 우리 젊은 영주는 이런 시도를 하다가 망해도 행복할 거라고 말하고 있고.”


찰스는 거나하게 취해 말을 이어갔다.


“이봐 알버트, 나는 말이야 이미 나이를 먹어서 내 노후를 생각할 때도 되었지만 우리 영주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이런 생각을 갖고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내 노후가 날아가 버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네. 우리 늙은이들에게는 적어도 건강한 젊은이들이만은 남아있지 않겠는가?”


알버트는 귀까지 빨개지며 자신의 부만을 생각하고 달려온 자신이 한 없이 부끄럽게 느꼈다.


“사실 이건 자네가 원하던 부자가 되면 전해주려 했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 말해줘야겠네. 자네 아직도 어머니를 원망하고 있는가?”


알버트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찰스는 알버트가 꿈을 이루고서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줄어들었을 때 찰스가 봤던 알버트의 어머니의 임종 모습을 전해주고 싶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오늘 말해줘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네가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자네 소관이네만 자네 어머니는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장 훌륭한 어머니였네... 그때 자네의 어머니 상태는 그때까지 살아있다는 게 기적과도 같았네. 이미 죽었어도 오래전에 죽어야했던 몸으로 자넬 대리고 왔지. 반면에 자넨 건강했지. 데스벨리로 넘어오는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영양결핍 상태인데 자네는 상당히 양호했어.. 자네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네 이름을 부르짖으며 이 두 마디를 남기고 갔네.”


“미안하다. 사랑한다.”


“...!!”


알버트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갑자기 오장 육부에서 끓어오르는 이 활화산의 열은 어떠한 의학적 경험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신체현상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증오가 그의 온몸에서 충돌하며 그의 몸을 뜨겁게 달궜다. 이제 그의 마음을 왜곡시키던 증오는 사라지고 진실만이 남았다. 어머니에게 받은 온몸 세포 하나하나가 그에게 울부짖는 듯했다. 창녀였던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알버트는 오열했다.


찰스는 오열하는 제자를 안아 주었다. 누구나가 자신의 삶에 있어 감당하는 무게가 있겠지만 알버트는 자신에게는 특별한 자식과도 같은 제자였다. 찰스는 자신의 눈에도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을 느끼고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하늘을 보았다. 알버트의 어머니가 임종을 맞이하던 날 밤 찰스는 혼자 술을 먹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오늘과 같이 하늘을 보았었다. 말을 할 수 없는 하늘은 오늘도 그날처럼 어머니의 사랑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밝게 빛났고 슬프도록 아름다웠다.


창녀의 자식, 알버트는 밤새 오열했고 마을 사람들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하지만 들리는 목소리가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의 것임을 알고 마을 사람들은 조용히 눈 감아 주었다.


일 년 뒤,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는 부자 집 딸과의 중매를 마다하고 창녀였던 마르텔과 결혼한다. 훗날 그는 국적을 불문하고 의료의 손길이 절실한 어느 곳이라도 달려가는 전 세계 의사들의 귀감이 되는 ‘밀림의 성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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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녀의 자식 15.07.20 161 1 18쪽
18 몽고반점 김사장의 일기 15.07.16 50 2 4쪽
17 교육제도와 주 3일제 15.07.16 113 3 6쪽
16 신(新)데스벨리 15.07.16 35 1 5쪽
15 마학의 정석 15.07.13 42 3 7쪽
14 교역로 확보 15.07.13 54 3 10쪽
13 최초의 인류 15.07.12 136 2 6쪽
12 헌법제정 15.07.12 102 2 9쪽
11 부활 15.07.10 68 2 5쪽
10 임사체험(臨死體驗) 15.07.10 70 2 9쪽
9 복수의 화신 아리엘 15.07.09 63 2 9쪽
8 카르만의 죽음 15.07.09 83 2 8쪽
7 카르만의 심장 이식 수술 15.06.25 120 3 9쪽
6 네크로멘서 리치 카르만 15.06.19 85 2 6쪽
5 드래곤 벽에 똥칠하고 죽다. 15.06.19 84 2 7쪽
4 분노의 아리엘 15.06.18 96 2 4쪽
3 치매걸린 드래곤 15.06.18 95 2 9쪽
2 저 빌어먹을 드래곤만 없으면 15.06.18 204 2 14쪽
1 데스벨리의 역사 15.06.18 30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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