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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좀만이 님의 서재입니다.

데스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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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좀만이
작품등록일 :
2015.06.18 16:15
최근연재일 :
2015.07.20 07:0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987
추천수 :
41
글자수 :
69,304

작성
15.06.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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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치매걸린 드래곤

DUMMY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이와 코지는 드래곤의 둥지로 떠날 채비를 했다. 술로 곤죽이 된 아리엘이 깨어나질 않기를 바라면서 은밀히 출발했다. 크락서스에게 부탁을 하던, 싸우던지 뭐든 하기로 생각한 것이다. 나중에 아리엘이 자기는 왜 빼고 갔냐고 살인적인 마법을 퍼붓겠지만 살아 돌아 올 가능성은 희박했기에 그것만은 안심이 되었다. 찰스와 버핏 아저씨에게 아리엘과 마을 사람들을 부탁한 뒤 드래곤 둥지로 이어져 있는 오솔길로 빠르게 이동했다.


데스벨리에서 크락서스의 둥지로 가는 길은 이 오솔길 하나였는데 일 년에 한번씩 공물을 바칠 때만 이용했다. 걸어서 이동하면 나흘 정도 걸리고 피글렛을 타면 하루가 꼬박 걸렸다. 70만의 사람들이 사는 데스벨리보다 훨씬 광활한 영토를 드래곤 한마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둥지로 가는 코스는 높은 교목지대, 관목지대, 평야지대로 나뉘어졌다. 갈수록 나무의 높이가 낮아졌는데 바깥에서 봤을때는 높은 교목들이 빽빽하게 가로막고 있어 안을 볼 수가 없는 지형이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악마의 숲이라 부르며 무서워했다. 조이와 코지는 이 악마의 숲을 지나는 길이었다.


코지는 멀리서 고기타는 냄새를 맡고 조이를 불러 세웠다. 피글렛을 나무에 묶어놓고 조용히 냄새의 진원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는 30여 마리의 오크들이 불을 피우며 고기를 태우고 있었다. 오크 부족끼리 전쟁을 벌인듯 주위에는 오크들의 시체가 널 부러져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매년 공물을 바치러가는 이 길은 그 동안 몬스터가 없었다. 몬스터들도 크락서스의 공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저 오크들은 자신의 종족들이 씨가 마르게 될지 모르는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조이와 코지는 오크들을 피해 돌아가기로 했다. 조이가 피글렛을 타려고 하는 중 코지가 몸을 날렸다.


"조심해!"


"쿵!"


트롤이 나무로 조이를 찍으려 했던 것이다. 조이는 코지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일격을 피했지만 조이의 피글렛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아니 오크들도 모자라서 이제는 트롤이라니..!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생각 할 시간조차 없었다. 세 마리의 트롤들이 나무 몸통을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코지는 칼을 뽑아 트롤들에게 달려들었고 조이는 남아 있는 피글렛을 챙겨 나무 뒤로 숨었다.


트롤은 보통 성인남자 3명의 힘을 가지고 있다. 크기는 3~5 미터 사이이고 보통 나무를 뽑아 휘두르거나 바위를 던지는데 데스벨리의 노련한 사냥꾼들도 다섯은 모여야 트롤 사냥을 했다. 몸은 둔하지만 트롤의 공격에 적중하면 즉사하기 때문이다.


몬스터 사냥에 이골이 난 코지도 이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어서 몸을 낮추며 휘두르는 나무를 피할 기회를 엿봤다. 코지의 앞에 있던 트롤이 나무를 찍었다. 코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트롤의 가랑이 사이로 굴러 들어가 양쪽 아킬레스건을 찔렀다. 트롤은 쓰러졌고 다른 트롤들이 어물 쩡 하는 사이 코지는 또 다시 다른 트롤의 가랑이 사이로 튀어 들어가 똑같이 아킬레스건을 잘랐다.


트롤을 상대하다보면 까다로운 것이 엄청난 재생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지는 영리하게 재생력이 비교적 약한 아킬레스건과 다리 관절부분을 타격하며 눈 깜짝 할 시간에 두 마리의 트롤을 무력화시켰다.


한편 조이는 나무 뒤에 숨어 그 광경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저 놈은 몸을 굴리는 일을 시켜야겠다. 마을에 돌아가면 트롤 몇 마리를 잡아다가 코지랑 싸우게 하는 검투 장을 만들어야지. 그럼 엄청난 세수확보가 가능할거야!'


조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사이 오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트롤들이 휘두르는 나무 소리를 듣고 몰려온 것이었다.


두 마리의 트롤을 무력화시키긴 했지만 트롤들의 아킬레스건은 재생 중이었고 조금 있으면 다시 일어날 기세였다. 코지는 트롤들과 오크들 사이에 끼인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야 코지 양옆을 왔다 갔다 해!!"


조이가 외쳤고 코지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이내 조이의 말뜻을 알아챘는지 머뭇거리고 있는 오크들 무리로 돌진하여 한 마리의 오크를 찌르고 트롤에게 돌아와 다리를 공격했다. 상황을 엿보던 오크들은 코지가 공격하고 빠지자 흥분하여 트롤들 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사이 쓰러져있던 두 마리의 트롤들이 다시 일어나 오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트롤과 오크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코지는 대충 양쪽 몬스터들을 약 올리고 트롤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와 조이에게 갔다. 몬스터들은 서로 싸우는데 집중한 나머지 코지를 잊기로 한다. 트롤들과 오크들의 이유없는 싸움을 보며 조이와 코지는 피글렛을 같이 타고 유유히 빠져나왔다.


용의 둥지로 가는 도중에는 조공 중에 잠시 쉬었다가는 임시 베이스 캠프가 있는데 피글렛을 타고 반나절 거리에 있었지만 몬스터 출몰이 많고 도중에 코지가 하프의 잠이 들게 하는 솜놀루스에 걸려 잠을 자는 통에 다음 날 도착하게 되었다. 만약 조이가 마법에 걸리지 않는 체질이 아니었다면 하프의 성노예가 되어 죽을 때까지 정력을 바칠 뻔했다.


베이스캠프 입구에 들어서자 여기저기 고기타는 냄새가 났다. 목책으로 둘러싸인 캠프 곳곳은 한 바탕 전쟁이라도 벌였는지 허물어져 있었고 각종 몬스터들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캠프 한복판에는 검은 로브를 입은 중년의 아저씨가 트롤의 팔 덩어리를 바베큐 돌리듯이 쇠꼬챙이에 껴서 모닥불 위로 돌리고 있었다.


조이와 코지는 피글렛에서 내려 그 중년의 아저씨에게 걸어갔다. 그때 갑자기 캠프 구조물 뒤에서 검은 복면을 한 사내가 장검을 들고 기습을 해왔다. 코지는 재빨리 칼을 꺼내 검은 복면인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는지 뒤로 몇 걸음이나 밀려났다. 데스벨리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운 무골인 코지를 밀어낸 복면인의 신위는 그만큼 대단했다. 코지가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복면인에게 뛰어들어 공격했다. 코지의 검술은 기세가 대단했지만 복면인은 코지의 공격을 모두 빗겨 내거나 피해버렸다.


몇 십 합의 대결이 계속되면서 코지는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복면인의 보법은 특히나 뛰어났는데 일정한 보폭이 없이 들쭉날쭉하여 코지를 당혹케 했다. 공격을 할 때마다 허탕만 치고 그때마다 헛점을 노리고 복면인의 칼이 들어왔다. 결국 중심을 잃은 코지가 복면인의 발에 옆구리를 차이고 바닥에 얼굴을 쳐 박았다. 코지는 모래를 쳐 먹고서 칼을 다시 주워들며 괴성을 질렀다.


"아오~~ 빡쳐!!"


칼의 검신에서는 푸른 검기가 맺히더니 코지가 미친 듯이 휘둘러댔다.

검은 복면인은 뒤로 한번 훅 피하더니


"이 미친 넘이 싸가지 없게 스승님 앞에서 검기를 드러내?"


칼 옆면으로 코지의 머리를 후려쳐버렸다.


"땅~"


속이 비어있는 것이 더 맑은 소리가 난다고 하지 않았는가? 코지의 머리에서 이 세상 가장 맑은 둔 탁음 소리가 나며 코지는 잠시 정신을 잃어야했다.


검은 복면인은 조이의 양아버지이자 데스벨리 최초의 영주 칼 드로고이고 트롤고기를 요리중인 중년 아저씨는 아리엘의 양아버지인 엉터리 마법사 메로프였다.


"아니 아버지는 공물을 옮겨야 할 이 중요한 시기에 어딜 돌아다니는 겁니까? 베이스캠프는 왜 이 꼴로 만들어놨어요?"


"내가 일부로 베이스 캠프를 부셔놨겠냐? 아니 근데 이 눔이 몇 달 만에 아부지를 보고 그딴 말 밖에 못하냐?"


"지금 공물도 없이 드래곤한테 가는 길인데 아버지한테 문안인사 드리게 생겼냐고요~"


"이 싸가지 없는 넘이!"


부자의 상봉이 격정적으로 흐르던 중 메로프가 껴들었다.


"허허 그만들하고 우리가 마을을 떠나 잠적한 건 드래곤이랑도 관련이 있어. 니들이 오는 길에 몬스터들의 행동이 어땠니?"


"...확실히 이상했어요. 공물을 이송하는 이 길은 몬스터들이 건들지 못하는 길인데"


"뭔가 통제를 벗어났다고 생각지 않니?"


"...!"


"우리는 지난 10년간 크락서스의 행동을 관찰해왔다. 예측할 수 없는 행동 패턴에 조이 니가 가장 잘 알겠지만 조공을 할 때마다 보이는 심한 감정기복..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비행 중에 싸는 똥. 여기저기 문헌을 찾아봤지만 드래곤이 똥을 쌌다는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지.. 하지만 어느 날 칼과 노후에 대해 계획을 세울겸 우연히 이 책을 보고 확신 할 수 있었다."


메로프가 귀중한 물건을 다루듯이 조심스레 안쪽 주머니에서 책을 꺼내 조이에게 건네주었다.


조이는 떨리는 마음으로 책 겉표지에 써 있는 제목을 읽었다.

<노인들의 치매 견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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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임사체험(臨死體驗) 15.07.10 71 2 9쪽
9 복수의 화신 아리엘 15.07.09 64 2 9쪽
8 카르만의 죽음 15.07.09 84 2 8쪽
7 카르만의 심장 이식 수술 15.06.25 121 3 9쪽
6 네크로멘서 리치 카르만 15.06.19 86 2 6쪽
5 드래곤 벽에 똥칠하고 죽다. 15.06.19 85 2 7쪽
4 분노의 아리엘 15.06.18 97 2 4쪽
» 치매걸린 드래곤 15.06.18 96 2 9쪽
2 저 빌어먹을 드래곤만 없으면 15.06.18 205 2 14쪽
1 데스벨리의 역사 15.06.18 30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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