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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좀만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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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좀만이
작품등록일 :
2015.06.18 16:15
최근연재일 :
2015.07.20 07:02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975
추천수 :
41
글자수 :
69,304

작성
15.07.10 02:19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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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임사체험(臨死體驗)

DUMMY

조이는 긴 터널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기억이 자신의 심장이 꺼내어지는 것을 보고 있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이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지금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 아니 육신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까는 조온나 아팠는데..'


터널을 통과하자 암흑이 찾아왔다. 이렇게 완전한 암흑은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이내 아늑해졌다. 살아생전 느끼지 못했던 완전한 평화를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조이는 '뭐여 이게 다여? 나는 영원히 이렇게 지내는 거여?' 이렇게 생각하자 다시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조이는 빛을 원했다. 그러자 온 세상이 빛으로 변했다.


"호오~?"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변하는 모양이었다. 조이는 이제 이곳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그러자 상상도 못할 거대한 덩어리가 다가왔다. 조이는 그 덩어리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조이는 모든 것의 생애를 느낄 수 있었다. 과거, 미래, 현재가 합쳐져 모든 것이 하나였다.


조이는 자신의 인생을 찾아보았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방금 전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가 있었다. 고통, 슬픔이 느껴지거나 특별히 기쁘거나 즐겁지도 않았다. 그냥 하나의 현상으로 다가왔다.


조이는 평소에 궁금해 했던 어머니의 인생을 찾아보았고 친아버지가 인생도 접해봤다. 이 모든 것은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는데 시간이란 개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조이가 이리저리 이 세계를 탐색하던 중 하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궁금한 것이 있나요? 방문자여."


한 여인이 조이의 옆에 서 있었다.


"어.. 엄마?"


조이가 방금 살펴본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그 여인은 피식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그러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그럼 당신은 누구죠?"


"당신이 있던 세상에서 가끔은 신이라고 불리우는 존재입니다. 여기서는 이것과 하나죠."


"..음.. 그럼 제가 죽은 건가요?"


"죽음이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그림자의 세계에서 실체의 세계에 온겁니다."


"그렇군.. 난 죽었나보네..;; 음 실체의 세계라.. 아..에.. 그럼.. 이곳은..말하자면 4차원 세계군요? 0차원은 점이고 그 점이 모여서 1차원의 선이 되고 선이 모여서 2차원의 면, 면이 모여서 3차원의 입체가 되는 거잖아요?.. 4차원은..음..입체가 모여야 4차원이 되니까 입체가 모일 수 있는 장치인 시간이 필요한 거군요!? 하하하!! 역시 저런 모양이었어!!"


인간은 불완전 4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 4차원의 특징인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불완전한 4차원 세계라는 것이다.


"옛날 책에서 누군가가 현 세상은 이데아의 그림자라고 했던데 그 말이 사실이었군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입체인 우리의 모습이 2차원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듯이 우리도 4차원의 그림자였군요!"


"맞습니다."


지적 욕구가 강한 조이는 또 다시 흥분하며 물어보았다.


"그럼 우리는 어떤 형태로 4차원 세계의 그림자인가요?"


"순간의 잔상입니다. 당신이 살던 세계는 순간의 세계입니다. 0.001초 전의 과거도, 0.001초 후의 미래도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만이 당신의 실재를 말해 줄 수 있으며 이 순간순간들이 합쳐진 것이 이 세계입니다."


"아.. 그렇군요! 만약 제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걸어간다면 이 세계에서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똥 모양으로 나오겠군요. 캬캬캬캬! 그리고 코지가 내가 지나간 길을 가로질러 걸어간다면 크로스 된 똥 모양이 되는 거고요.ㅋㅋ 아 이렇게 하나가 되는 거였어.ㅋㅋ"


"더 궁금하신 점은 없으신가요?"


"엄청 많은데 지금은 이걸로 만족 해야겠어요.ㅎ"


"그럼 이제 우리와 하나가 되시겠습니까?"


조이는 당황했다. 죽으면 반드시 오는 코스인 것 같았는데 자신의 의사를 묻고 있었다.


"죽은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게 의사를 물어보시나요?"


"아니요. 저 쪽 세계에서 당신은 선택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 난 내 심장이 꺼내지는 것 까지 봤는데..?'


조이는 죽기 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의아해했다.


"이곳은 시간의 지배를 받지 않지만 당신은 아직 이곳의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자꾸 물어봐서 죄송한데 여기에 남으면 저 쪽 세계보다 좋은 게 뭐죠?"

감자 한 알을 살 때도 꼬치꼬치 캐묻는 조이였다. 확실히 알아보고 결정 내려야했다.


"그림자의 삶이 아니라 실체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순간의 자신만이 아니라 과거, 미래를 모두 가진 진실된 존재로 살게 됩니다."


"음.."


참 매력적인 말이었다. 실체의 삶이란 어떤 삶인지 살아보고 싶었다. 나는 과연 이곳의 그림자로써만 움직이며 살아왔던 것일까? 그리고 지금 심장이 없는 자신의 몸으로 다시 돌아가 얼마나 더 고통스런 삶이 조이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조이는 지금 뇌는 없지만서도 엄청난 속도로 머리를 굴려대다가 뭔가 결심한 듯이 말했다.


"저는 지금까지 2차원의 그림자를 보며 제가 실체인지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저도 그림자고 이곳에 실체가 있네요. 만약에 이곳에서도 모르는 5차원 같은 더 고차원이 있다면 이곳의 삶도 그림자가 아닐까요?


"......! 그건...우리도 알 수 없습니다."


단 한 점 흐트러짐 없던 여인이 처음으로 당황했다.


"그림자의 삶이란 게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 거 같아요. 이곳에 나의 미래가 정해져 있다해도 상관없어요. 나는 미래를 모르거든요. 그래서 매 순간을 고민하고 선택하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여기서는 나라는 사람의 행동이 이렇게 시작해서 저렇게 끝났구나는 알 수 있어도 나의 성격과 순간순간의 감정까지 알 수는 없어요. 저쪽 세계에는 이것들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거든요.ㅎ 마치 제가 제 그림자를 보고 다음 행동은 하게 만들 수 있어도 이 그림자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그림자가 자기가 그림자인 줄 모르고 그의 삶에 충실하다면 그게 그 그림자 나름의 진실 된 삶이 아닐까요?"


여인이 조이의 물음에 미소를 지었다. 조이는 말을 이어갔다.


"이곳에 남게 된다면 더 높은 차원이 있는지 이곳도 그림자는 아닌가를 연구하며 지내고 싶었는데... 지금은 아닌 거 같아요. 아직 저 쪽 삶에 미련이 많거든요.ㅎㅎ 언젠가는 다시 오겠지만 일단은 저 쪽 삶에 최선을 다하고 오겠습니다. 기다려 주실 거죠?ㅎ"


"얼마든지 기다리겠습니다. 우리에게 시간은 문제되지 않으니까요."


"저.. 근데 가기 전에 뭐 하나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 지금까지 인간이 세운 왕국들의 흥망 성쇠를 한번 보고 싶은데.."


"남은 시간 동안에 보고 가도 좋습니다. 단 미래는 볼 수 없습니다."


"헤헤.. 감사합니다."


조이는 냉큼 덩어리로 날아가 인류의 역사를 한번 훑고 왔다.


"그리고 선물 하나 드리겠습니다."


"예?"


조이는 놀랐다. 이 일말의 사적인 감정이 없어보이던 여인이 선물이라니..


"사실 우리는 모든 섭리를 알고 인간들이 말하는 신적인 존재라 자부하며 지냈습니다. 우리의 완벽함을 거스르며 또 다른 가능성을 선물해 주었군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는 망자는 처음입니다. 이게 당신만의 특별한 능력 일지도 모르겠군요."


여인이 잠시 멈칫 하더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조이가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였지만 결코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포근했다. 자신도 모르게 평생 하고 싶던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엄마..!!"


"그래.. 내 아들 많이 컸구나..!"


"히잉 엄마 ㅠㅠ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엉? 잉잉 ㅠㅠ 나 여기서 살래~~ 안 갈래 취소해줘잉 ㅠㅠ"


"엄마는 항상 여기 있으니 천천히 다녀오려무나 우리 애기~"


"앙앙!! 시져시져 난 여기 있을 꺼얌!! 난 엄마랑 여기서 천년만년 살꺼야잉! 여기서 엄마랑 밥도 지어먹고 소풍도 가고 엄마 무릅 베게하면서 읽어주는 동화책도.."


조이가 아까 지나왔던 터널이 만들어지며 30살 애기 조이를 짜증난다는 듯이 거칠게 집어 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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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몽고반점 김사장의 일기 15.07.16 50 2 4쪽
17 교육제도와 주 3일제 15.07.16 113 3 6쪽
16 신(新)데스벨리 15.07.16 35 1 5쪽
15 마학의 정석 15.07.13 42 3 7쪽
14 교역로 확보 15.07.13 54 3 10쪽
13 최초의 인류 15.07.12 137 2 6쪽
12 헌법제정 15.07.12 102 2 9쪽
11 부활 15.07.10 69 2 5쪽
» 임사체험(臨死體驗) 15.07.10 71 2 9쪽
9 복수의 화신 아리엘 15.07.09 64 2 9쪽
8 카르만의 죽음 15.07.09 83 2 8쪽
7 카르만의 심장 이식 수술 15.06.25 120 3 9쪽
6 네크로멘서 리치 카르만 15.06.19 85 2 6쪽
5 드래곤 벽에 똥칠하고 죽다. 15.06.19 84 2 7쪽
4 분노의 아리엘 15.06.18 96 2 4쪽
3 치매걸린 드래곤 15.06.18 95 2 9쪽
2 저 빌어먹을 드래곤만 없으면 15.06.18 205 2 14쪽
1 데스벨리의 역사 15.06.18 30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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