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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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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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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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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3쪽

243화 오고 감은 같아야 한다

DUMMY

243화 오고 감은 같아야 한다


“밤새 의정부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들었다. 또한 육조며 조정 신료가 있는 곳이라면 이번 일로 논의가 끊임이 없었다고 하니 참으로 나라의 홍복이다.”


가볍게 인사치레를 입에 담은 나는 곧장 준비된 자세를 갖추고 언제든 나설 태도로 있는 영의정 홍서봉에게 물었다.


“그러면 듣도록 하겠다. 그대가 먼저 나설 것인가?”

“그러합니다. 소신이 먼저 나서 들은 것을 종합하고, 그 일차적인 결과를 아뢰고자 합니다.”


일차적이라는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결과라고 자신 있게 논하는 말에 나는 놀람과 기대를 동시에 품었다.


“고하라.”

“먼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의정부에서 의견을 모으니 각각 의견은 다 다르되 또한 그 모두가 일리가 있었습니다. 흠흠.”


말을 시작한 홍서봉은 긴장한 듯 한 차례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모두 하나로 하는 것은 난항이었습니다. 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이 일을 묵과하면 사방에 다시 환심을 사며 모두의 아군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있었고, 반대로 이 일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아야 이 나라가 어디에도 싸우는 손을 빌려주지 않을 것을 알아 안전할 거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방관이 득이 된다?”

“상께서 두고 보는 일이 가하지 않다고 여기심은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이 또한 그럴듯하여 버릴 말은 아니었습니다.”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아주 부정할 수는 없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않는 것이기에 나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재촉했다.


“그것으로 끝은 아니겠지.”

“그러합니다. 다음으로 법으로 만드는 일은 나중에 행동을 함에 있어서 타국을 설득하는 일에 도움이 되며, 앞으로 있을 지침이 된다며 그 이득을 조목조목 논한 자도 있었습니다.”


홍서봉의 시선이 한순간 어느 곳을 향했는데, 눈만 움직여서 확인하니 거기에는 이조판서 정온이 있었다.


아마도 예측이긴 하나 그에 대해 가장 강하고 길게 논한 것이 그이지 않을까 싶었다.


“반대로 급한 법은 옥죄이며 그저 변명에 불과하니 의미가 없으며, 차라리 나라 사정이며 관계를 논함이 옳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홍서봉이 예조판서 김상헌을 향하여 아주 잠깐 시선을 주는 게 보인다.


이것 전에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저러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저 김상헌과 정온이 어지간히 했나 싶었다.


“이런 여러 의견 가운데 의정부에서는 몇 가지 전제를 모두가 알 필요가 있다 여겼습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나는 이번 일이 간단하지 않으니, 그것은 이 일이 비단 한 가지 일이 아니라 여러 일이 엮여서 복잡해진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과연. 같이 발생하였다고 같은 일이 아니며, 같은 나무로 만들었다고 하여 기둥과 대들보가 같지는 않은 법이다.”

“상께서 이르신 대로입니다.”


일의 시작을 거슬러 따지면 회답사와 그 회답사가 자신을 대신하여 잠시 머물도록 요청했다는 다이묘의 일이다.


그 이후에는 항왜들이 경고하여 나선 일이 있으며, 또 그다음에는 제물포에 찾아온 명나라 환관 장화의 일이다.


여기서 장화의 일은 우리에게 장소 청하는 일과 일본에 병사 청하는 일이 섞여 있으니 이 일은 그가 말한 것처럼 여러 일이 엮여 있었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하며, 학문도 하늘 천(天)으로 시작함이 바람직합니다.”

“매사에 순서가 있음을 말하고자 함은 알겠다. 영의정은 지금 이 모든 일을 나누어서 차례로 처결하고자 하는데, 허면 무엇이 가장 먼저인가?”

“당연히 회답사에 대한 처우가 먼저입니다. 다만 그 일을 정하기 전에 말씀드리고자 하는 일이 더 있으니 아룀을 허락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허한다.”


내 말이 떨어지니 홍서봉은 직접 말을 이어가는 대신 옆으로 슬쩍 눈짓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사람이 나서서 말을 내니, 그는 좌의정 이성구였다.


의외라는 생각도 잠시, 이성구가 곧 말을 내니 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일찍이 소신은 청나라에 사절로 갈 적에 사람을 구하는 일에 득을 얻기 위해 철원에 발걸음하여 그 사정을 물은 일이 있습니다.”

“기억하고 있다.”


더불어서 그가 여러모로 처신에 좀 문제가 있어 세자와 여러 일이 있었음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말은 굳이 할 필요가 없으니, 나는 그 말만 하고 그를 보았다.


이에 이성구는 다시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이렇듯 사람이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무엇으로 바꿀지, 내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헌데 이번에 머리를 맞대어 궁리하던 중 참으로 민망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민망하다?”

“예,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전하, 조선은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무엇을 모른다는 말인가?”


어림짐작은 하나 이런 것을 확실하게 들어야 하는 법.


그 점을 단단히 생각하며 물으니 이성구는 곧 짐작과 비슷한 말을 입에 담았다.


“조선은 청나라에 대해 알지 못하며, 명나라에 대해 알지 못하고, 일본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단순히 그들이 어떠한 자들이며 어디에 사는지가 아니라, 당장 그들이 속에 품은 사정이며 사세가 어찌 흘러가는지 알지 못합니다.”

“드러난 바나 전해진 바는 있으나 그 자세함은 모른다?”

“그러합니다. 동네에서 동네로 넘어가도 사람이 여행을 하였다고 치며, 그 풍습이며 생각이 다릅니다. 때로는 그 쓰는 말이나 사는 방식이 다르기도 하니 멀리 바다를 건너고 말을 달려도 여러 날을 가야하는 나라들은 어떻겠습니까?”

“그대의 말이, 아니 의정부에서 생각한 것은 실로 타당하다.”


이성구가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니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번 일이며 항왜 출신들이 모여 외치는 일에 여러 생각을 하며, 그 생각은 크게 치달아 불안을 얻게 합니다.”

“모르니 결정하기 어렵고 혼란하다. 그 말은 알겠다. 허면 그 해결책은 생각하였는가?”

“그러합니다. 이는 우의정 최명길이 낸 것이며 또한 한 가지 전제도 그가 생각하였으니, 그가 직접 이름이 가하다 하겠습니다.”


머리를 맞대었다고는 하지만 먼저 말을 낸 사람은 각별한 법.


아마도 그자가 최명길인가 싶어 그에게 시선을 주니 그는 곧 읍하며 말했다.


“전하, 이번 일에 소신들은 먼저 그 틀을 정함에 있어서 한 가지 조건을 두었습니다.”

“조건?”

“그러합니다. 그것은 바로 이 정하는 일들은 만세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만세 불변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의 근원 되는 마음들, 곧 수오지심이니 하는 사단과 같은 것뿐이니 당연하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하여 소신들은 이번에 간하는 모든 것에 수정하는 기한을 두고자 합니다.”


수정하는 기한을 두고자 한다.


나쁘지 않다.


정하기는 하되, 그 정함을 절대적으로 여기지 않는다.


내가 바라던 바와도 맞닿아 있으니 실로 좋았다.


“그대들이 말한 것을 들어 종합하니 그것은 셋이다. 하나는 일을 하나로 보지 말 것이며, 하나는 사방을 알아야 할 것이며, 남은 하나는 이 모든 것이 불변하지 않을 방책이라 여기지 않을 것이다.”


정승들이 차례로 이른 말들을 정리하여 말한 나는 세 사람을 차례로 보며 물었다.


“이것이 맞는가?”

“상께서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다.”


홍서봉이 대표로 대답하니 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려 최명길을 보며 물었다.


“우상, 아직 그대가 내었다는 해결책을 듣지 못하였다.”

“무릇 교환하는 것들에는 가치가 맞아야 하며, 그 나누는 것은 동등해야 합니다. 강약과 별개로 그리하지 않으면 누구든 불만을 품기 마련이니, 이를 근간 삼아 대책을 논하였습니다.”


교환과 동등이라.


“조금 더 자세히, 구체적으로 이르라.”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저들이 우리에게 군사를 보내어 머물게 할 수 있다면 우리도 그럴 수 있어야 하며, 사람을 거하게 하고자 하면 우리도 그럴 수 있어야 합니다.”

“호오.”


흥미롭다.


“그러니 저들이 요청한 회답사는 머무르게 하는 것이 이치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우리 조선 이미 시마바라라 부른 곳을 빌려 사람을 보내었고, 군사 역시 조금이나마 보내었습니다. 여기에 통신사들을 보내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사절이 머무르는 일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철원에 있는 이들 역시 그러하고 심양에 있는 이들 역시 그러하다. 그대들은 그 예를 선례로 삼을 생각인가?”


청나라에 가 있는 세자를 비롯한 외조 사람들과 철원에 있는 청나라 사람들을 언급하니 최명길은 금세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합니다. 상께서 이르신 것처럼 그 일이 실로 훌륭한 전례라 하겠습니다. 일본에도 이러한 사실을 내어 말하여 국내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조선 바다에 접하는 이들을 어느 정도 제한함이 옳다 여깁니다. 또한-.”


또한이라 말한 최명길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이라 하듯 어조를 강하게 바꾸어 말을 이었다.


“이러한 이들에 대한 벌이며 처벌이며 규범은 전에 청나라 사람 사행 감찰 제조 굴마훈의 일을 전례와 모범으로 삼음이 마땅하다고 여깁니다. 이곳은 조선이며, 조선에 있으면 조선의 법을 따라야 합니다.”

“훌륭하다.”


진심으로 입에서 경탄을 내어 칭찬한 나는 곧 현실을 입에 담았다.


“회답사는 바로 할 수 있으며, 지금 동래에 있다는 이도 용납할 수 있다. 이미 그 정도는 보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는 지난하고 오랜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멀다고, 길다고 하여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옳은 말이다. 허면 명나라에게는, 불란국이나 화란과 같은 이들에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세 나라를 한 번에 싸잡아 물으니 최명길은 어떠한 거부감도 보이지 않고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조선은 속국이 아닙니다. 한때 번국이며 상국이었다고 한들, 지금 상국이며 번국이라고 한들 그 하는 일에 차별이나 차등을 둠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최명길이 내는 말을 들은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다른 말을 논하고 싶은 이가 있는가 하여 살핀 것인데, 딱히 말을 낼 생각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나는 구태여 입을 열어 물었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그 기본 이치며 규범으로 삼기에는 의정부에서 이른 것이 참으로 옳다고 여긴다. 허나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며 좋다고 생각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나쁘거나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니 다른 생각이 있는 이가 있다면 그자는 두려워 말고 나서라. 그것이 진정 사대부다운 일이다.”


소리 내어 물으나 신료들은 잠잠했다.


“정녕 없는가?”

“이미 소신들은 필요한 말을 전하였고, 그 전한 말에 대한 논의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상께서 이르신 것처럼 불이 꺼지지 않은 것은 의정부만이 아니니, 소신들은 당장은 어떤 이견도 없나이다.”

“이판이 하는 말이 옳습니다. 소신들은 의정부에서 논한 일에 대해 들었으며, 지금 당장은 그른 것이 없다고 여깁니다.”


이조판서 정온에 이어 예조판서 김상헌이 나서서 말하니 다른 신료들 역시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그들을 지지했다.


“소신들 역시 그른 것이 없다고 여깁니다.”

“신료들의 의견을 모두 조율하였으니 그 완전한 해답은 아니라도 받아들일 것입니다.”

“상께서는 부디 살피어 이 일을 진행하게 하소서.”


다소 미심쩍은 면은 있어도 일단 따르겠다는 말도 있으니 아무래도 더는 물을 필요가 없겠다 싶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법안에는 이르지 못했고 법도며 규범에 불과한 일이며, 확정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심긴 이상, 그리고 이제 자리에 앉아서 천리를 살핀다는 것의 허상을 조선이 알게 된 것으로 지금은 만족한다.


이만하면 충분하며, 기대 이상이다.


“모름지기 배움의 시작은 모름을 인정하는 것이니 오늘 의정부에서 낸 말들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의정부에서 올린 의견을 받아들이겠으니 경들은 가장 먼저 사방에 보낼 사람과 구성을 궁리하라. 그리고 여러 일 가운데 당장 가능한 일을 먼저 해결하고자 한다.”


잠시 가슴께에서 올라오는 만족감을 음미한 나는 대소신료들을 보며 선포했다.


“오늘 중으로 회답사와 자리를 만들라. 그의 거취와 다른 문제를 아울러 이르겠다.”


작가의말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kkatnip님, pang1923님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후원하신 기대에 응해 더욱 좋은 글을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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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246화 소년의 마음은 +3 23.06.08 360 24 13쪽
246 245화 윗사람과 거리는 적당한 게 좋다 +2 23.06.07 347 23 12쪽
245 244화 어린 친왕 +2 23.06.06 387 21 12쪽
» 243화 오고 감은 같아야 한다 +4 23.06.05 370 25 13쪽
243 242화 왕의 옆, 신하의 위 +2 23.06.04 368 21 13쪽
242 241화 오래가지 못 할 일 +3 23.06.03 358 25 12쪽
241 240화 이가 없는 입술 +2 23.06.02 377 22 13쪽
240 239화 정할 수 없는 괴로움 +2 23.06.01 373 23 15쪽
239 238화 거기서 거기다 +1 23.05.31 367 26 13쪽
238 237화 사람의 생각은 +1 23.05.30 378 25 15쪽
237 236화 한 해로 한 해를 감당치 못하면 그 다음을 기약하기 어렵다 23.05.29 373 24 13쪽
236 235화 원숭이와 너구리 +4 23.05.28 391 24 16쪽
235 234화 동향 사람 +2 23.05.27 367 21 14쪽
234 233화 조선에 정년은 없다 +3 23.05.26 382 22 13쪽
233 232화 표명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1 23.05.25 354 25 15쪽
232 231화 남는 자의 고민 +2 23.05.24 357 21 13쪽
231 230화 머무는 객, 떠나는 객 23.05.23 379 19 12쪽
230 229화 어렵다고 하여 멈출 수는 없다 +1 23.05.22 383 18 14쪽
229 228화 소문은 자극적이다 23.05.21 385 20 15쪽
228 227화 복록의 약조 +2 23.05.20 368 21 18쪽
227 226화 불은 모든 것을 태우고서야 잦아든다 +2 23.05.19 367 19 13쪽
226 225화 불씨는 작다 +4 23.05.18 375 20 16쪽
225 224화 장작을 모으는 법 +1 23.05.17 390 16 15쪽
224 223화 천하가 여기에 있다 +2 23.05.16 400 19 11쪽
223 222화 바라는 것은 23.05.15 399 23 12쪽
222 221화 배부른 사람은 모른다 +1 23.05.14 407 21 13쪽
221 220화 선택이 가능하다면 사람은 고른다 +2 23.05.13 410 20 13쪽
220 219화 전쟁은 도박이다 +1 23.05.12 449 21 12쪽
219 218화 타협과 양보는 때때로 일방적이다 +2 23.05.11 435 22 13쪽
218 217화 청개구리 +1 23.05.10 425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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