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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갓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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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스
작품등록일 :
2023.11.13 16:05
최근연재일 :
2023.11.29 15:49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5,436
추천수 :
610
글자수 :
98,371

작성
23.11.25 19:05
조회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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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8쪽

오늘부터 갓수저 14화

DUMMY

14화.




강혁은 당당한 걸음으로 집무실을 들어오는 여성을 보았다.

40대 후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30대 초중반으로 보였다.

‘했네, 했어.’

강혁은 피식 웃었다.

미백 크림뿐 아니라 주름 개선 크림까지 발라서 15살 정도 어려보였다.

강혁은 두 크림을 동시에 발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초등학생이 아무리 많아도 양자역할에 통달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그런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미백 크림이든 주름 개선 크림이든 재료의 효능을 워낙 업그레이드 시켜놓은 터라 미백을 발라도 주름 개선 효과가 약하지만 따라왔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걸 알기에 강혁은 시너지 효과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고작 서너살, 많아도 5살 정도 더 어려보이는 것이니까.

효과를 조금 떨어뜨릴까하다가 그러지 않은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그 서너살 차이 때문에 더욱 열광했다. 고작 6만원에 6억으로도 가질 수 없는 젊음을 누릴 수 있으니 열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다른 크림보다 양도 2배나 많고 가격도 저렴하니 미친 듯이 가입자가 늘었고, 강혁과 이수빈이 예상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크림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지금 들어오는 부회장도 크림을 발랐으니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부회장이 다가오자 강혁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가 손을 내밀자 부회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한국에서는 보통 나이가 많은 사람이 먼저 악수를 청한다. 재계에서는 매출 높은 사람이 장땡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경우라면 부회장이 먼저 손을 내밀고 악수를 청하는 게 맞다.

하지만 강혁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강혁입니다.”

“뉴클레오 부회장 서경희예요.”

“저를 많이 보고 싶으셨다고요?”

“수는 손님 대접을 이렇게 하나보죠?”

“손님이라면 달랐겠죠. 손님이기를 원하십니까?”

강혁이 씨익 웃으면서 말하자 서경희는 살짝 당황했다.

여기서 손님이기를 원한다고 대답하면 사업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못할 것이다.

“호호호. 제가 좀 예민했네요. 앉을까요?”

“그러시죠.”

강혁은 무뚝뚝한 음성으로 대답하고는 상석에 앉았다.

“제가 좀 바쁩니다. 용건부터 말해보시죠.”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이 성격이 너무 급하시네요.”

“시간은 돈입니다.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이 시간 아까운줄 모르시는군요.”

강혁의 말에 서경희는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강혁의 나이가 몇 살인지 서경희는 안다.

조카뻘인 강혁이 눈 시퍼렇게 뜨고 말하니 배알이 뒤틀렸다.

강혁은 애써 참고 있는 서경희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서경희의 속을 살살 긁었다.

“이런. 제가 10분 후면 퇴근을 해야해서요. 시간이 별로 없네요.”

“퇴근 시간 전에 오라고 해서 중요한 일도 다 미루고 왔는데 점심 식사 전에 퇴근을 하신다고요?”

“모르셨나보군요. 저희 회사는 원래 주 4일제입니다. 오늘은 간단히 처리할 일이 있어서 오전만 일하는데 모르셨나봅니다? 제가 수의 진짜 주인이라는 걸 알아내실 정도로 뛰어난 분이라 알고 계신줄 알았는데 말이죠.”

강혁이 느긋한 표정으로 상체를 소파에 묻었다. 그리고는 팔짱을 끼며 다리를 꼬았다.

서경희는 강혁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서 부들부들 떨었다. 이건 명백한 무시였다.

사실, 그녀는 지금 많이 참고 있는 중이다. 비슷한 규모의 기업이라도 반말에 막말도 서슴지 않았을 것이다.

수처럼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라면 욕설에 뺨까지 때려야 정상이다. 그녀는 재계에서 사이코로 소문이 자자한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서경희는 그럴 수가 없었다. 언성을 높이는 순간 싸움은 불리해진다.

“좋아요. 바쁘다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얼마면 되죠?”

“수를 인수하시겠다는 겁니까?”

“네. 얼마면 되나요?”

강혁은 당돌한 표정으로 말하는 서경희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잠시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천 조면 넘기죠.”

“뭐라고요?”

강혁의 말에 서경희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강혁도 따라서 차분히 몸을 일으켰다.

“싸게 드리는 건데 싫으신가보군요.”

“당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제는 반말까지? 하긴, 10조 따리 회사의 부회장이니 개념을 밥 말아먹을 수도 있지.”

“뭐? 야! 너...”

“닥쳐! 여긴 내 회사야.”

“당신, 오늘 실수하는 거야.”

“실수? 하하하하. 실수? 과연 누가 실수한 건지 보자고. 아주 재미가 있겠어.”

강혁은 서경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몸을 돌렸다. 더 이상 대화할 가치가 없었다.

그러자 서경희도 강혁의 뒤통수를 노려보고는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강혁이 책상 앞에 앉자 노크소리가 들렸다.

강혁이 들어오라고 하자 이수빈이 차분히 들어왔다.

“회장님.”

“언성이 좀 높았죠?”

“회장실은 방음이 잘 돼서 웬만한 소리는 밖에 안 들려요. 아무리 사이코라 소문이 난 여자라도 여기까지 와서 깽판을 치지는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네요.”

“덕분에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저는 오히려 좋네요.”

“뉴클레오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 시나리오를 뽑아놓은 게 있어요. 바로 보고서 올릴게요.”

“역시 수빈 씨는 철저하네요. 대체 어디까지 준비를 해놨을지 궁금할 정도예요.”

강혁의 말에 이수빈이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며 강혁은 번득 정신을 차렸다.

‘묻지 말자. 괜히 머리아파질라.’

이수빈이 절대기억력을 가진 것을 떠올린 강혁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괜히 어디까지 준비했는지 물었다가 하루종일 쏟아내면 퇴근도 못한다.

“그럼 오늘은 퇴근할까요?”

“수출 진행은 제가 사장님, 부사장님과 상의를 할까요?”

“네. 그러세요. 신제품 출시 전에만 제가 공장에 가서 작업하고, 다른 부분은 동생들과 상의하세요. 아, 그리고 기업에서 부회장급 이상이 보자고 하면 말해주세요. 오늘 만나보니 확실히 동생들은 힘들겠더군요. 얻는 것도 좀 있고.”

“네, 회장님. 그럼 그 아래는...”

“수빈 씨 선에서 처리하세요. 과감하고, 화끈하게 결정하시고요. 그리고 동생들은 그냥 일을 즐기도록 두죠. 벌써부터 더러운 오물들을 알 필요는 없겠죠.”

“네, 회장님.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실망은요. 지금도 너무 잘해서 좀 쉬엄쉬엄했으면 하는걸요.”

“아닙니다. 아직 많이 부족해요.”

“쉬엄쉬엄해요. 주 4일제니 편하게 여행도 좀 다니고요. 우리 회사는 연차가 24일인 거 아시죠? 첫해부터 바로 적용되고요. 무조건 써야하는겁니다. 몰아서 아예 한달 내내 놀아도 되고요.”

“회장님이 쉬시면 고려해볼게요.”

“저도 물론 팍팍 쓸 겁니다. 아, 그리고 말 나온김에 직원들 휴가 갈 때 쓸 전용기도 좀 알아보세요. 전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 개조해서 쓰면 되겠네요.”

“이미 10대를 신규로 주문했고, 중고로 5대 구매해뒀어요. 비즈니스 석으로 바꾸는 작업은 며칠이면 끝나고요. 요트도 좋은 매물이 나와서 3척 구입했고, 신규로 10척 주문해뒀어요.”

“역시 준비가 되어 있었군요. 임원용으로...”

“그것도 다 준비해뒀어요. 방금 말한건 사원들 용이에요.”

강혁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알아서 다 준비를 해두니 너무 편했다.

‘미친년이 과연 어떤 식으로 공격해올지 궁금하네.’

강혁은 잠시 서경희를 떠올리고는 씨익 웃었다. 그웃음이 어찌나 차가운지 이수빈이 흠칫하고 놀랄 정도였다.

강혁은 집으로 돌아가 이수빈의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작가의말

벌써 토요일 하루가 거의 다 지나가네요.

날이 춥네요. 감기 조심하세요~

댓글, 추천, 선작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 오늘도 감사해요.

선작이랑 추천수 오르는거랑 댓글 보면 괜히 더 힘이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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