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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갓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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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스
작품등록일 :
2023.11.13 16:05
최근연재일 :
2023.11.29 15:49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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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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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글자수 :
98,371

작성
23.11.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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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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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9쪽

오늘부터 갓수저 2화

DUMMY

2화.




“청담더원 슈퍼펜트랑 펜트 2개가 아직 안 팔렸다더군요. 그거 3채랑 오늘 당장 거래 가능한 곳들로만 안내해주세요. 10채든, 20채든 상관없습니다. 전액을 바로 현금으로 쏠 겁니다.”

“네? 10채, 20채를 전액 현금으로요?”

“네? 매물이 없나요?”

“아, 아닙니다. 없어도 있습니다!”

“재밌는 분이시네요. 일단 청담더원 3채는 가능하죠?”

“네. 슈퍼펜트랑 펜트 2채 전부 비어있습니다. 금액만 지불하시면 당장 입주하시면 됩니다!”

“펜트가 550억이고, 슈퍼펜트가 750억이죠?”

“네. 수입 하이엔드 가구와 가전까지 전부 포함한 가격입니다. 그냥 몸만 들어가시면 됩니다. 크기고 강남에서 가장 큽니다. 집을 보러 가실까요?”

“아닙니다. 바로 계약부터 하죠.”

“바로 계약부터요? 그러지 마시고 구경 한번 가시죠. 법무사 분도 와야하고...”

“아, 그래요? 몇 분이나 걸리죠?”

“20분이면 올겁니다. 저와 개인적인 친분으로 연결된 분이 아니라 업계에서 상당히 이름있는 법무법인에서 나오는 분이라 신뢰하실 수 있을겁니다.”

“역시 제가 잘 찾아왔네요. 신뢰는 중요하죠. 이번 계약에서 만족스럽다면 추가 계약도 많이 할 겁니다. 대형 빌딩이 있으면 좋은데, 빠르게 거래는 힘들겠죠?”

“대, 대형 빌딩까지 말입니까?”

“네. 참고로 집도, 빌딩도 전부 개인 명의로 할 겁니다. 세금은 얼마가 나오든 상관없습니다. 취득세도 되도록 오늘 냈으면 하고요.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요즘은 전자계약서로 금방 처리가 됩니다. 그 시간조차 기다리기 힘들다면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으면 됩니다. 요즘은 관공서도 사고가 많이 유연해졌거든요. 즉시 처리 서비스를 받고 취득세 바로 납부하시면 됩니다.”

“아, 전자계약서! 역시 좋은 시절이군요.”

“올해로 2년 째죠. 아주 편합니다. 서류도 전부 인터넷으로 전자발급이 한번에 됩니다. 매수인, 매도인만 체크하면 관련해서 한번에 쫙 서류가 발급되죠.”

“좋습니다. 그럼 오늘 거래완료가 가능한 사람이 있다면 싹 다 불러오세요. 건물주인이 직접 와서 깔끔하게 계약해야 합니다. 천억이든, 1조든 사이즈는 상관없으니 전부 불러주세요.”

“이, 일조요?”

“소장님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믿겠습니다.”

“마, 맡겨주십시오. 지금 매물이 넘쳐나서 거래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최대한 사이즈가 큰 물건으로 성사시키겠습니다!”

“24시간 후에는 거래를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1초라도 지나면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니 서둘러주세요.”

“암요, 시간은 금이니 서둘러야죠!”

중개소장이 법무법인을 비롯해 동료 소장에게 연락을 돌렸다.

시간이 아깝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전화 통화를 하며 바삐 움직였다.

강혁은 그런 소장이 마음이 들어서 기분 좋게 뒤를 쫓았다.

빌딩 매물 전부 내놓으라며 윽박지르듯 말하는 걸 들으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복장이 허름해서 무시당할 줄 알았더니 역시 그런 장면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건가.’

내심 그런 상황을 기대한 것인지 아쉬운 표정이었다.

전화를 쭉 돌린 중개소장이 얼른 전화를 끊고 강혁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여기저기 매물 좀 알아본다고 안내에 소홀했습니다.”

“아닙니다. 시간은 금입니다. 매물을 많이 가져오는 게 절 도와주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어느새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고 둘은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올라탔다.

“아, 전자거래가 가능하면 꼭 9시 이후에 거래할 필요는 없겠군요. 그럼 법무사분이 오시면 바로 내려와서 계약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깔끔한 물건을 많이 가져올수록 다음번 기회도 있을 겁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죠?”

“그럼요. 신뢰와 믿음으로 20년 넘게 이 업계에서 버텼습니다. 걱정마십시오. 다른 소장들도 제 성격을 알기 때문에 깔끔한 매물이 아니면 가져오지도 않을 겁니다.”

“20퍼센트 정도 시세보다 잘 쳐줄 생각은 있지만 호구 취급은 사절입니다. 그점도 감안해주세요.”

“아이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지금 시장 상황에서 그정도만 해도 너도나도 내놓습니다.”

20퍼센트를 더 쳐주는 게 호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소장이지만 상대가 먼저 제안한 것이기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강혁의 입장에서는 2배를 줘도 호구는 아니다. 쓴만큼 입금이 되니까.

그럼에도 상한선을 언급한 것은 하루종일 많은 거래를 할 텐데, 괜히 더 받겠다고 버티는 사람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까 싶어서다.

버티는 사람은 단호하게 쳐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소장도 긴장을 한다.

강혁은 1회 차 인생을 살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딱 두 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끊고 맺는 걸 잘해야 한다.

공짜가 없다는 걸 알아야 지나친 욕심을 가지지 않고, 그래야 사기꾼의 말도 걸러낼 수 있다.

끊고 맺는 걸 잘해야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든다.

강혁은 그걸 칠십이 다 되어서야 깨달았다.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넓은 복도가 나왔다.

청담더원 건물 안으로 들어설 때도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이 넘쳐흘렀는데, 복도도 고급 대리석으로 쫙 깔려서 화려했다.

“슈퍼펜트의 경우는 지하에 5대 주차 가능한 전용 공간과 거실에 차량을 6대까지 주차할 공간이 있습니다. 집안에 차를 넣으둘 수 있죠. 차량전용 엘리베이터가 다른 세대와 겹치지 않고 단독으로 2대나 쓸 수 있습니다. 전혀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이 타는 엘리베이터도 슈퍼펜트 전용이라 누구의 방해도 없습니다.”

“좋군요.”

“복도도 전부 혼자 쓰실 수 있어서 자전거도 편하게 놔두시면 됩니다.”

강혁은 넓은 복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도 꽤 놀랐지만 겉모습은 태연했다.

‘아마 인생 1회 차 때 이런 곳에 왔다면 속마음을 속이지 못하고 놀라서 호들갑을 떨었겠지. 촌놈처럼. 하긴, 그땐 만원 짜리 한 장 쓰는 것도 벌벌 떨었으니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심장이 두근거리기는 했지만 과거처럼 지갑에서 돈이 나간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슈퍼펜트 층은 실내, 실외에 수영장이 따로 있고, 황토, 옥 등의 사우나 시설, 갤러리룸 등도 다 따로 있습니다.”

“꽤 넓은가보군요.”

“네. 전용면적이 300평이고 실사용면적은 700평이 넘습니다. 단독주택이라도 이정도 사이즈는 서울에서 보기 힘들죠.”

“평수에 비해 저렴하군요.”

“......”

강혁은 한시적으로 풀린 계좌 잔액을 떠올리고는 슈퍼펜트에 대한 짧은 평을 남겼다.

750억을 싸다고 하는 강혁의 말에 중개소장은 마른 침을 삼켰다.

사기꾼이라는 의심은 잠깐 머릿속을 스쳤다가 사라졌다.

나이가 어려보여도 요즘은 젊은 부자가 차고 넘친다.

물론 조단위를 언급한 게 조금 꺼림칙했지만 절대 사기꾼은 아닐 거라 여겼다.

사기꾼은 돈이 많다고 허풍을 떨지 즉석에서 바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지불하더라도 아주 일부만 지불하지 전액을 곧바로 입금하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20년 이상 중개업을 했지만 처음보는 유형이었다.

현관문 앞에 잠시 멈췄다.

일반적인 현관문이 아니었다. 높이와 폭이 기존 현관보다 1.5배 이상은 커보였다.

소장이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리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소장이 문을 열고 들어가려할 때, 강혁이 툭 하고 던지듯 질문했다.

“아, 소장님. 중개수수료가 얼마죠?”

“네? 아, 수수료는 주택은 0.7퍼센트고, 상가건물은 0.9퍼센트입니다. 하지만...”

“1퍼센트로 통일하죠.”

“네?”

“주택, 상가, 빌딩 가리지 않고 1퍼센트 드리겠다고요.”

“......”

중개소장은 0.5퍼센트 수준으로 해주겠다고 말하려했다. 금액이 금액인만큼 조금 깎더라도 거래를 성사시키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거래량이 적은데 이런 귀한 손님을 잃으면 낭패였다.

한데,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최대한 매물을 많이 끌어다달라는 의미로 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아주 신명나게 거래해봅시다.”

“무, 물론이죠! 서울에 있는 부동산은 제가 전부 끌어다오겠습니다!”

“좋습니다, 좋아요. 아주 마음에 듭니다.”

둘 다 진한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같은 웃음이지만 의미하는 바는 전혀 달랐다.

‘오늘 하루 장사로 평생 먹고살 돈을 벌겠구나. 호구, 아니 고객님 감사합니다.’

‘오늘 아주 똥개처럼 발발거리며 일하겠구나. 노예, 아니 아주 유능한 중개소장 같으니 기대해도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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