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갓수저 프롤로그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프롤로그.
신께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라고 하면 무슨 소원을 빌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도록 해달라고 빌까. 아니면 지구를 살만큼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빌까.
아마 대한민국에서 성인으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무엇을 빌어야하는지 알 것이다.
건강도 물론 좋다. 하지만 돈없는 건강이 과연 좋은 것일까.
그래. 대한민국에서는 역시 돈이 최고지.
늙어도 돈이 있으면 떵떵거리며 살 수 있고, 돈이 있으면 사람들이 절대 무시 못하니까.
건강이 안 좋아서 골골거리며 침대 생활을 하면 돈이 무슨 의미냐고?
모르는 소리!
돈이 많으면 수족처럼 부릴 사람을 구할 수 있고, 돈이 많으면 아파도 자식들이 무시 못한다.
하지만 건강하고 땡전 한푼 없으면 노숙자처럼 살아야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남에게 무시받는 것은 그렇다 치자. 물론 그것도 화가 나는 일이지만 자식 새끼들도 돈없으면 부모를 무시한다.
지금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데도 자식 새끼들 셋 다 하는 말이 가관이다. 뭐? 빚이 더 많은 거 아니냐고? 병원비 낼 돈이 아깝다고?
구급차에 실려와서 며칠 입원하지도 않았는데 그게 아까워? 에라이, 썩을 놈들아. 40년을 네놈들 때문에 노예처럼 일만 했는데 그게 지금 할 말이냐!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평균수명이 250살이라고 하고, 나랑 동년배들도 전부 100살은 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돈이 많으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아예 죽지 않을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그런데 너희들 대학보내고 시집, 장가 보낸다고 고생만 하다가 70살에 뒈지게 생겼다.
내 건강을 먼저 챙겼다면 최소한 30년은 더 살 수 있었는데 너희들에게 들어간 돈 때문에 이꼴이 됐다. 안타까워하지는 못할망정...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가 이꼴을 보자고 그렇게 고생을 했던가.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개무시 당할 때도 버텼고, 40대에 애가 셋이 되면서 주말없이 투잡을 뛸 때도 버텼다.
효도를 바란 것도 아니었다. 용돈 한번 달라고 한적이 없으니까.
그저 자식들을 위해 고생한 걸 인정받는 것이면 족했다.
죽기 전에 쓸쓸하게 죽지 않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그런데 죽기 직전이 되니 모든 게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늦고 말았다.
‘70년 평생에 진짜 내 인생은 단 하루도 없었구나.’
마음 편하게 여행을 간 적도 없고, 마음 편하게 먹고 싶은 것을 먹은 적도 없다. 첫 연애였고, 잘 몰라서 그냥 아내에게 다 맞춰주었다. 자신이 원하는 곳은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먹는다는 행위는 그저 생존을 위한 것일뿐이었다.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입어도 나는 항상 인터넷에서 싸구려만 사입었다. 그마저도 입을 게 도저히 없어서 산 것일뿐이다.
[그래. 무슨 소원을 빌 것이냐? 조금 전 생각했던 자식들의 부(富)냐?]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자식들의 부를 빌지 않겠습니다.’
자식들이 빚 이야기만 하지 않았어도, 입원비가 아깝다는 말만 하지 않았어도 자식들의 부를 빌었을지도 모른다.
[말해라. 단 한 가지. 그 어떤 소원도 들어줄 테니.]
‘혹시 저말고 이런 기회를 얻은 사람도 있나요?’
[물론이다. 100만 명 중 한 명이 작은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너처럼 큰 선물을 받게 되는 경우는 1,000만 명 중 한명이다. 운이 아주 좋은 것이지.]
‘뒈질 때가 되니 그래도 운이 트이네요.’
[허허, 녀석. 그래서 싫으냐?]
‘아뇨. 죽을 때가 되어서라도 운이 트여서 너무 좋습니다. 저의 소원은...’
[잘 들었다. 네 소원이 이루어졌다.]
[회귀합니다.]
[인생 2회 차를 시작합니다.]
[갓수저가 되셨습니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