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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은 꼴통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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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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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72
추천수 :
361
글자수 :
490,035

작성
22.06.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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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6. 새로운 시작. 15

DUMMY

56. 새로운 시작. 15



트럭은 어느 고급 빌라촌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 관심 받지 못한 모과나무의 가지가 높다란 담장 밖으로 뻗어있는 빌라 앞에 정차한 칠성은 전용 차고문을 향해 리모콘을 눌렀다.


”기이이익...“


담쟁이 넝쿨이 장발처럼 늘어져있는 셔터가 아가리를 벌렸다.


천천히 트럭을 후진으로 박은 칠성은 차고문이 내려간 후에도 시동을 끄지 않고 있었다.

칠성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운전대위로 손가락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이윽고 차문을 열고 나오더니


트럭 뒤에 기절해있는 여자를 안고 거실로 직통으로 뚫린 계단을 올랐다.


거실에는 각종 의학 서적이 꽂힌 책장과 년도 별로 정리된 와인이 갈색 수납함에,

그리고 자동으로 켜진 은은한 조명이 주인 없는 공간을 비추고 있었다.


칠성은 의학서적중 가장 두꺼운 응급의학책을 여자를 받쳐 든 손으로 힘겹게 조금 빼냈다.


그러자 ‘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책장과 와인 수납함이 갈라지면서 아래로 통하는 새로운 통로가 펼쳐졌다.


아래에는 드레스룸처럼 생긴 방과 실험실 같은 더러운 방이 나타났는데 어느 방에서건 피비린내가 났다.


칠성은 시험관에 인체의 장기가 든 실험실 같은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책상앞에 있는 붉은등을 켜고 여자를 딱딱한 금속성 베드에 뉘였다.


“조금만 기다려 곧 파티를 준비 할 테니까...”





병연은 박형사의 은색차량 뒤로 급정거했다.

서둘러 차를 박차고 나온 병연은 박형사의 차창을 성급히 두드렸다.


“웨메 ~ 무슨일인단께?”


박형사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별일 없죠?”

“당근이제. 제깐놈이 별 수 있단가? 요로코롬 딱 버티고 있는데...”


박형사는 주먹을 쥐어 가슴을 탁탁 치며 말했다.


“어느 집입니까?”


병연은 아파트 101동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 짝에 반짝거리는 베란다 있제? 바로 거기구먼... 크리스마스 지난지가 언젠데 혼자 염병 떨고 있구먼...”


칠성의 집은 한눈에도 알아볼 만큼 크리스마스 장식 전구로 화려하게 장식해 놓았다.

병연은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새벽 1시 40분,


놈은 집안을 환하게 밝혀놓고 뭘 하고 있는 걸까? 아무래도 올라가 봐야할 것 같았다.

놈이 무얼 하고 있는지, 얌전하게 있는 것인지 확인차원에서라도...


“올라가보고 오겠습니다.”

“왐마, 한잔 걸치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풀어볼 작정인감?”

“그게 아니라 놈이 얌전히 있는지 확인만 할 겁니다. 참! 봉인된 관에 시체를 넣은 놈을 찾았습니다.”

“으잉? 그럼 사건종결 아닌감?”

“아닙니다. 놈은 단순히 돈을 받고 심부름한 노숙자였습니다. 암튼 갔다 오겠습니다.”


병연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13층의 긴 복도에서 불 꺼진 창들 사이로 칠성의 집이 보일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텅 빈 기분, 그리고 속은 느낌.


어둠속에서 작은 불빛이 보이면 시선은 그 불빛에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어둠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은 불빛이 없을 때 보다 더 알아차리기 힘들다.


놈의 현관문에 가만히 귀를 갖다 대어보았다.

인기척이 없다.

불을 켜놓고 자는 걸까? 눈을 감고 다시 소리에 집중했다.


‘사라락’

‘붕 ~’


바퀴벌레가 거실을 횡단하여 기어가는 소리, 날벌레가 창문틀에서 날갯짓하는 소리만 들렸다.

놈의 숨소리 혹은 심장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병연은 총을 꺼내 도어락을 조준했다. 그러다가 곧바로 다시 총을 집어넣었다.


세상모르고 잠든 아파트가 놀라기를 바라지 않았다. 방법은 하나, 옥상에서 가스관을 타고 놈의 베란다로 뛰어 내리는 것.


병연은 주저없이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다.


몸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부는 옥상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렸다.

하지만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옥상의 난간을 잡고 몸을 늘어뜨렸다. 15층 베란다의 철재난간을 향해 손을 놓았다.

번지점프를 하는 것보다 더 아찔한 심정이지만 두려움은 이미 벗어 던졌다.


몸이 떨어지면서 간신히 철재난간을 부여잡은 병연은 벽면의 가스관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도달한 칠성의 아파트 베란다엔 정적이 흘렀다.


놈이 먹고 던져 버린 알루미늄 맥주깡통이 침을 흘리고 있었고 거실 바닥엔 컴퓨터 모니터가 부서져 있었다.


방을 열어보고 화장실을 살펴보았지만 아파트 어디에도 놈은 없었다.


문반장의 말이 맞았다. 어쩌면 놈은 또 다른 살인으로 중독성을 해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병연은 즉시 허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나에게 들었다. 어디로 그렇게 급히 간 건가?”

“김칠성의 아파트입니다. 놈이 사라졌습니다.”

“뭐라고? 거긴 박형사와 김형사가 있지 않은가?”

“놈이 감시망을 피해 사라진 것 같습니다.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듭니다.”

“알았다. 직원들 데리고 갈 테니 기다려”

“네 알겠습니다.”




수영은 시계탑으로 가는 산 입구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녘이라서 더 이상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오늘의 목표라고 생각한 입구까지는 무사히 왔는데 집으로 돌아갈 일이 막막했다.


12시가 되면 가로수의 등이 꺼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손전등의 예비건전지를 가져온다는 것을 깜박했다.


그래서인지 수영은 산 입구의 통나무계단 앞에서 허수아비처럼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다.

몸을 움직이면 깜깜한 어둠속에서 끔찍한 것이 튀어나올 것 만 같았다.


이따금씩 야간 산행을 즐기는, 물론 산이라고 하기 에는 턱없이 낮은 높이일수는 있겠지만 녹지가 적은 이 동네에선 유일한 휴식처이기 때문에 잠을 잊은 어른들이 나타나곤 했다.


그 수다스러운 어른들은 수영에게는 무섭고 끔찍한 존재들이다. 마치 귀에 대고 ‘넌 비겁해. 넌 나쁜 년이야. 걔는 너 땜에 죽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손전등을 비추면 자신에게 향한 비난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빨리 안전지대로 가야해’


수영은 용기를 내기로 했다. 귀를 막고 달렸다.

달빛이, 별빛이 손전등을 대신하길 바라며 집을 향해 정신없이 달렸다.






“아파트에 cctv가 없다니 그게 말이 돼?“

“워낙 오래된 아파트이고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따로 비용을 들여 설치하지 않았답니다.“

“젠장....“


허서장은 허탈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것은 병연도 마찬가지였다.


“놈이 나타날 때까지 여기서 죽치고 앉아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빨리 찾아야해. 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않는가?“


허서장은 거실에 있는 책상에 앉아서 두리번거렸다.

뭔가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건 뭔가?“


모서리가 깨지고 밑부분이 금이 간 모니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화풀이를 한거 같습니다.“

“뭣 때문에? 감시당하고 있어서?“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요?“

“아닐 거요. 놈은 거기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었을 거요. 그게 잘 안 풀렸던 모양이지.“


깨진 모니터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문반장이 입을 열었다.


“뭘 했단 말입니까?“

“낸들 아오? 컴퓨터를 켜봐야 알지”

“음... 최팀장? 모니터를 본체와 연결할 수 있겠나?“


마찬가지로 모니터를 살펴보고 있던 최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요. 화면이 들어올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연결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보게”


최팀장과 병연은 모니터를 책상위로 올려 잭을 연결하고 전원을 넣었다.

다행스럽게도 화면이 켜졌다.


“가만, 채팅창 아닌가?“


허서장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맞습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 것 같습니다.“


병연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무슨 내용인가?“

“그냥 일상적인 내용입니다. 상대는 여자 같습니다.”

“여자?“

“네, 새로운 희생양이 아닐까요?”


놈은 이미 다음 희생양으로 점찍어두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병연은 대화를 나눈 상대가 누군지 알아내려고 대화내용을 몇 번이고 읽어보았다.


하지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음... 상대방이 누군지 알 수 있겠나?“

“대화내용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ip주소를 알아낸다면 상대방의 주소도 알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최팀장이 고개를 흔들며 병연 대신 말했다.


“그럼 본부 사이버 범죄팀에 전화를 넣어. 촌각을 다투는 일이니 서둘러서 오라고 해”

“그럴 필요 없습니다.“

“필요 없다니?“

“요즘은 원격으로 조정이 가능하니 여기까지 올 필요 없다는 겁니다.“

“그래? 잘됐군. 서두르게”

“네, 알겠습니다.“


최팀장은 핸드폰을 꺼내 빠르게 버튼을 눌렀다.

그사이 허서장은 무전기로 박형사를 불렀다.

”치이익... 박형사, 거기 있나?“


박형사는 무전기에서 허서장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뜨끔했다.


왠지 죄지은 느낌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정말로 성실히 잠복근무에 임했는데도 말이다.

원망은 자연스럽게 사라진 김칠성에게로 향했다.


”처 죽일 놈, 사람을 아주 병신으로 만드는구마잉...“

”빨리 무전이나 받아요.“


김형사가 옆구리를 꼬집으며 말했다. 그러자 박형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무전기를 들었다.


”네, 네 여기 있단께용. 치이익...“

”치이익... 아직 놈이 보이지 않나?“

”아까정부터 쭉 지키고 있었는데 개미새끼 한 마리 안 지나갔단께용. 치이익...“

”치이익... 알았다. 뭔가 보이면 즉시 연락하도록...“

”알았단께용. 오우버. 치이익...“


칠성의 아파트는 단촐 했다. 그 흔한 가전제품이나 식기류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이사전날의 집안풍경 같았다.


“반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병연은 문반장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뭘 말인가?“


놈이 사라진 이때 병연은 문반장의 오랜 경험을 빌리고 싶었다


“조금 전 서장 사무실에서 놈은 중독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랬지”

“그럼 놈이 감시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살인을 하지 않고선 못 배길거라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자네는 그걸 확인해 보고 싶어서 말도 없이 여길 달려온 거 아닌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게 가능한 행동일까요?“

“자네는 소시오패스를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나? 그건 불가능하네. 그냥 살인을 즐기는 미친놈 정도로만 알면 되네.”

“그렇다면 놈은 지금 다음 희생자에게 갔을 수도 있겠군요?”

“내 판단은 그렇다고 보네.”

“그럼 놈의 생각을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요?”

“음... 그건 놈을 면밀히 관찰하는 수밖에 없겠지”



이때 최팀장이 소리쳤다.


“찾았습니다. 채팅을 한 상대방의 주소를 알아냈어요.”

“그래? 어딘가?”


허서장이 다급히 물었다.


“독산동입니다.”

“뭐? 독산동?”


그 순간, 문반장의 뇌리를 스치는 주택이 있었다.

바로 자폐아 동찬이가 훔쳐보고 있던 소녀의 집이 있던 동네가 아닌가?


“그곳은 놈이 배회하던 동네가 아니오?”


문반장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놈이 다음 희생자를 물색하고 있었다고 반장님이 말씀하셨던 그 집 같습니다.”

“서둘러야겠소. 아직 늦지 않았다면 그 소녀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소.”

“그래야겠습니다. 어서가시죠”


병연은 차에 오르면서 급히 따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이씨... 새벽에 전화질 하는 거 재미들렸수? 잠 좀 잡시다.”

“죽을래?”

“아니이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당장에 독산동으로 애들 풀어”

“거긴 또 왜? 범인 잡았잖수?”

“시간 없어. 잔말 말고 서둘러. 만일 일이 잘못되면 널 갈아 마셔 버릴 테니까. 알아서 해”


전화를 끊은 따치는 입을 삐쭉대며 중얼거렸다.


“뭐? 갈아 마셔? 살벌하다 살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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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새로운 시작. 9 22.06.24 151 1 13쪽
49 49. 새로운 시작. 8 +2 22.06.23 158 1 12쪽
48 48. 새로운 시작. 7 +2 22.06.22 166 2 12쪽
47 47. 새로운 시작. 6 +2 22.06.21 170 2 13쪽
46 46. 새로운 시작. 5 22.06.20 179 1 13쪽
45 45. 새로운 시작. 4 22.06.19 186 1 12쪽
44 44. 새로운 시작. 3 22.06.18 198 1 13쪽
43 43. 새로운 시작. 2 +2 22.06.17 204 3 13쪽
42 42. 새로운 시작. 1 22.06.16 252 1 15쪽
41 41. 이상한 섬. 14 +2 22.06.15 205 3 12쪽
40 40. 이상한 섬. 13 22.06.14 178 2 12쪽
39 39. 이상한 섬. 12 22.06.13 174 2 12쪽
38 38. 이상한 섬. 11 22.06.12 182 2 12쪽
37 37. 이상한 섬. 10 +2 22.06.11 184 2 13쪽
36 36. 이상한 섬. 9 +1 22.06.10 194 1 12쪽
35 35. 이상한 섬. 8 +4 22.06.09 200 2 12쪽
34 34. 이상한 섬. 7 +2 22.06.08 207 2 13쪽
33 33. 이상한 섬. 6 +2 22.06.07 211 4 13쪽
32 32. 이상한 섬. 5 22.06.06 218 2 12쪽
31 31. 이상한 섬. 4 +2 22.06.05 221 3 13쪽
30 30. 이상한 섬. 3 +2 22.06.04 239 3 12쪽
29 29. 이상한 섬. 2 +2 22.06.03 24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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