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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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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26,560
추천수 :
361
글자수 :
490,035

작성
22.06.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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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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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40. 이상한 섬. 13

DUMMY

40. 이상한 섬. 13



하늘에선 천둥이 치더니 숲을 한번 뒤흔들었다.

병연은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에 집중했다. 어느새 다가온 어둠의 장벽이 모습은 흐리게 만들진 몰라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놈의 움직임은 더욱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끼릭”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0.1초 내 방아쇠가 당겨지면 공이치기가 탄환을 때린다.’


병연은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탕”


총알은 병연의 심장을 살짝 비켜갔다.


‘남은 총알은 3발’


“끼릭”


병연은 다시 재빨리 몸을 비틀었다.


“탕”


총알은 번번이 병연을 빗겨갔다.


‘2발’


“잔재주라도 부리는 모양이군. 하지만 여자도 구할 수 있는지 어디한번 볼까?”


왕거미는 병연에게 겨누었던 총구를 거두어 지수에게 겨누었다.


“자기야 ~ 왜 그래? 응?”

“가만히 있어”

“무, 무섭게 왜 그러는 거야?”

“네 목숨은 저놈에게 달렸어.”


왕거미는 총부리를 지수의 관자놀이에 바짝 대면서 이쪽을 향해 소리쳤다.


“자. 이제 어떻게 할 텐가? 이래도 포기하지 않을 건가?”


병연은 난감했다. 총알이 없어 왕거미를 쏠 수도, 여자를 구 할 수도 없었다.


“그만둬. 이제 그만 여자를 놔줘”

“무릎 꿇어. 그리고 손을 머리에 얹어”


병연은 팔에 총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는 문반장을 바라보았다. 문반장은 혼신을 다하여 두 다리로 버티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몸의 무게중심을 잃고 있었다.


‘빌어먹을’


병연은 천천히 무릎을 꿇으면서 머리위로 손을 얹으려 하고 있었다.


바로 이 순간,

지수는 구두 뒤 굽으로 왕거미의 발등을 인정사정없이 세게 밟았다.


“이익”


왕거미는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엄청난 통증에 소리를 질렀다.


“아악”


그리고는 통증에 숙여지는 왕거미의 얼굴을 뒤통수로 힘껏 들이 받았다. 그 바람에 왕거미는 코피가 터지면서 뒤로 나자빠졌다. 지수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왕거미 목에 걸린 목걸이를 잡아채면서 어디론가 달아났다.


병연은 왕거미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때려 눕히려고 움직이려는 찰나,

왕거미는 다시 몸을 일으켜 총을 들었다. 그때 문반장이 난사를 해댔다.


“탕, 탕, 탕, 탕”


하지만 왕거미를 맞히진 못했다. 위협을 느낀 왕거미는 대응하지 않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병연은 왕거미를 더 이상 쫒지 않았다. 도망 가봐야 어차피 섬 안인데다 문반장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장님, 괜찮으세요?”

“으... 괜, 괜찮아. 놈은? 놈은 어디로...갔어?”

“반장님은 지금 괜찮지 않습니다. 총을 맞았지 않습니까? 다쳤단 말입니다.”

“상, 상관... 없어. 빨리 놈이나 찾아”

“젠장”



왕거미도 이작은 섬에서 몸을 숨길 곳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비바람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한 왕거미는 급히 김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응, 거의 도착했어.”

“그럼 섬 뒤쪽으로 와. 선착장이 있는 교회 쪽은 짭새들이 있어.”

“알았어.”

“참! 원장에게 부탁은 해놨지?”

“당연하지. 공해상에서 픽업하기로 했어.”






곱창 집에서 혜지와 마주앉은 교찬은 짜증이 밀려왔다.

소주 몇 잔에 맛이 갔는지, 아님 주사를 부리는지 알 수는 없으나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사람을 툭툭 치며 지루한 자신의 이야기를 쉼 없이 반복적으로 말하는 통에 두통이 밀려올 지경이었다.


“그래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이거야. 알간?”

“아... 네...”

“너 내 얘기 똑바로 듣고 있어?”

“듣, 듣고 있습니다.”

“그래? 말해봐. 내가 뭐라고 했는지”

“가, 가출한 게 아니고 독립심을 기르기 위해 자취를 하고 있으며, 또... 또...”

“야! 꼴통이냐?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아, 맞다. 이번 봄에 의대에 진학한다고 했습니다.”

“그게 다야? 이런.... 썅...”

“또... 음... 성질이 지랄 같아서...”

“뭐야?”

“아니, 바빠서 지금까지 모태솔로라고...”

“그렇지. 그러므로 넌 행운아다... 이거야.”

“왜, 왜요?”

“왜긴... 나한테 간택 당했으니까...”

“무슨 말...?”

“됐고, 궁금한 거 있음 물어봐. 오늘 이 선배가 시원하게 대답해줄테니까”

“정말요?”

“당연하지. 자. 어서”


혜지는 턱을 괴며 사랑스런 눈빛으로 교찬을 바라보았다.

이 남자가 자신에 대해 무얼 궁금해 하는지 그게 더 궁금했다.

취미? 취향? 설마 사이즈?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혜지의 눈빛이 부담스러운 교찬은 더듬거리며 이렇게 물었다.


“혹시... 김칠성 선생에 대해 잘 아세요?”

“김칠성 내과전문의 말이야?”

“네”


뜬금없이 주제를 벗어난 질문에 당황한 혜지는 자신도 모르게 엄습해오는 복잡한 심경에 흑단 같은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너 혹시... 게이야?”

“네에?”

“아니지?”

“하핫, 게이라뇨. 당연히 아니죠. 점심때 구내식당에서 봤는데... 뭐랄까? 굉장히 예민하고 날카롭다? 선배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때서야 혜지의 눈빛은 다시 부드러워졌다.


“좀 괴팍하긴 하지. 간호사들 사이에선 변태로 통해.”

“왜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 29세 여성 환자의 대장에 있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 있던 날, 마취를 하고 난후 음흉한 눈으로 환자의 몸을 만지더라는 거야.“

“간호사들이 있는데서요?”

“그렇다니까, 더 웃기는 건,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아름답지 않아?‘ 이렇게 말했다는 거야“

“정말 변태로군요.”

“또 궁금한 건?”

“혹시 김칠성 선생에게 찾아오는 사람은 없던가요?”

“글쎄... 내가 응급실에만 있어서... 아, 한사람 있었어.”

“그래요? 누구였어요?”

“가만, 김칠성 선생에게 돈이라도 뜯겼어? 왜 자꾸 그 사람 이야기만 하는 거야?

나에 대해선 궁금한 게 없어?”


하루에 두 번 씩이나 정강이를 까인 여자에게 남자가 과연 궁금할 게 있을까?

혜지는 큰 눈망울을 굴리며 물었지만 교찬에겐 관심 밖의 일이었다.

교찬은 소주한잔을 들이키면서 창밖의 풍경에 눈을 돌렸다. 혜지가 안달이 난 표정으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지만 마음에도 없는 형식적인 멘트는 날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매정하게 ’난 너에게 관심 없어‘ 라고 말해버린다면 상처를 줄 것이 뻔했다.



그때, 곱창집 앞을 지나가는 김칠성이 눈에 들어왔다. 녀석의 왼편엔 낯익은 여자가 팔짱을 끼고 있었는데 무척이나 행복한 얼굴이었다.


‘어? 어디서 봤더라?’


교찬이 목을 빼고 이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혜지는 심술이 났는지 테이블 아래로 정강이를 냅다 걷어찼다.


“퍽”


“으악”


“지금 날 무시 하는 거야? 나에 대해선 궁금한 게 없냐고 묻고 있잖아.”

“그, 그게 아니고, 밖에 김칠성 선생이...”

“뭐?”


고개를 든 혜지의 눈에도 창에 비친 밖의 도로변에서 택시를 잡으려는 김칠성을 볼 수 있었다. 그 옆의 여자는 약간 술기운이 도는 지 붉은 얼굴로 미소 짓고 있었다.


“재는 2병동의 박미진 선생 아냐?”

“네에?”


그때서야 낯익은 얼굴이 누구인지 떠올랐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김칠성의 식판을 엉덩이로 친 장본인이 아닌가?

그땐 여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어째서 지금은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걸까?


“잰, 내 1년 후배야. 쑥맥 인 줄 알았는데 이제 봤더니 아닌가보네?”

“그렇군요... 음...”

“왜? 부러워?”

“네?”

“일로와, 우리 러브샷 한 번 때리자”

“러브...샷?”


혜지는 술잔을 들어 반강제로 교찬의 목을 휘감아 버렸다. 그 바람에 교찬의 얼굴은 혜지의 풍성한 가슴에 묻혀 버렸다.


‘욱’


그래서일까? 빠르게 술기운이 오르는 것 같고 심장 뛰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

혜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건배를 외쳤다.


“건배”





오색불빛이 반짝이는 황제클럽 앞에 검은 승용차 여러 대가 급정거했다.

이윽고 따치 무리가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고 연장을 챙기느라 부산을 떨었다.

따치의 얼굴은 심각해 보였다. 기필코 결판을 내려는지 비장함마저 엿보였다.


“준비됐습니다. 형님”


흑곰이 자신보다 몸집이 두 배나 작은 따치에게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

따치는 구역을 빼앗긴 치욕스런 날을 곱씹으면서 땅바닥에 침을 퉤하고 뱉었다.


“쳐”


이때 클럽 앞에서 기도를 보고 있던 똘마니들이 따치의 무리가 처 들어온 것을 알리느라

안으로 줄행랑을 쳤다.

클럽을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던 사람들은 연장을 들고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검은 양복의 사람들을 보자 겁을 집어먹고 슬금슬금 피했다.


클럽을 들어온 따치의 무리들은 먼저 시끄러운 음악을 끄고 디제이를 내쫓았다.


“다들 나가”


무대 위에서 춤을 추던 사람들은 놀라서 짐을 챙겨 우르르 입구를 빠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몇몇의 왕거미 똘마니들이 이를 저지하려고 덤벼들었으나 모두 맥없이 쓰러졌다.


“김실장 나오라고 그랫”


따치는 무대 한가운데에 서서 큰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김빠진 콜라처럼 클럽 똘마니들은 눈치만 보고 있었다. 곧이어 나타난 영업부장은

기세에 눌렸는지 잔뜩 움츠린 채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사장님은 지금 안계십니다. 김실장도 마찬가지고요.”

“뭐라고? 두 인간들 어디 갔어?”

“저희들은 전혀 모릅니다. 김실장은 낮에 통영을 내려갔다는 전갈만 받았고요.”


따치는 김실장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번에는 누가 죽든지 결판을 내리라 다짐을 한 터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결투는 다음으로 미뤄야만했다.


“이시간부로 클럽을 포함한 예전의 모든 따치파 구역을 우리가 접수한다. 왕거미나 김실장이 다시 온다고 해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왜냐? 죽일 거니까...”





병연은 섬 뒤쪽에서 배 엔진소리가 점차 접근해 온다는 것을 알았다.


불길한 예감,


벗어날 길 없는 고립된 섬이라고 생각했는데 배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왕거미가 배를 타고 이곳을 벗어난다면 그야말로 황폐한 사막에서 신기루를 쫓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병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왕거미가 배를 타기 전에 붙잡아야한다.

이때 문반장이 자신의 바지춤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는 흰자가 보일정도로 치켜뜬 눈을 하고서 손을 내밀었다. 몸을 일으켜 달라는 것이었다.


‘아, 안 돼... 반장님은 더 이상 무리야’


의식이 가물거리는 문반장은 무서울 정도로 강한 의지력으로 쓰러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었다.

병연은 손을 뻗었다. 차마 그가 해야 할 일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비틀거리는 문반장을 부축하며 배 엔진소리가 들려오는 섬 뒤편으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갯바위가 듬성듬성 늘어진 곳에서 왕거미는 다가온 작은 어선에 몸을 실고 있었다.


배를 몰고 온 자는 어둠을 비추는 불빛 때문에 알아볼 수가 없었다. 왕거미가 배를 타자마자 출발했고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문반장은 부들부들 떨리는 총을 들어 멀어져가는 왕거미를 겨누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거센 바람과 쏟아지는 비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문반장의 몸은 이미 제어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


이대로 포기해야만 하는가?


저 멀리 등대는 왕거미가 탄 배를 배웅이라도 하는 듯이 애타는 남의 속도 모르고 먼 바다까지 바닷길을 훤히 비추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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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이상한 섬. 10 +2 22.06.11 184 2 13쪽
36 36. 이상한 섬. 9 +1 22.06.10 194 1 12쪽
35 35. 이상한 섬. 8 +4 22.06.09 200 2 12쪽
34 34. 이상한 섬. 7 +2 22.06.08 206 2 13쪽
33 33. 이상한 섬. 6 +2 22.06.07 211 4 13쪽
32 32. 이상한 섬. 5 22.06.06 218 2 12쪽
31 31. 이상한 섬. 4 +2 22.06.05 221 3 13쪽
30 30. 이상한 섬. 3 +2 22.06.04 237 3 12쪽
29 29. 이상한 섬. 2 +2 22.06.03 24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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