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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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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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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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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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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1. 이상한 섬. 14

DUMMY

41. 이상한 섬. 14



“콰르르릉”


하늘을 찢는 듯 한 천둥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번쩍하고 벼락이 바다 한가운데를 내리쳤다.

파도는 점점 높아져 그것이 들이닥칠 때마다 멀어져가는 배가 보였다가 다시 안 보였다가를 반복했다.


이때 또 한척의 어선이 병연이 있는 대로 다가왔다.


“웨메 ~ 사람 잡겠네잉”


박형사였다.

박형사는 일렁이는 파도를 타고 접근하면서도 배가 갯바위에 부딪힐까 걱정하는 얼굴이었다.


“와따메 ~ 싸게싸게 타더라고잉? 굼뜨면 배가 박살날지도 모른께”


병연은 문반장을 어렵사리 먼저 배에 태우고 자신은 훌쩍 뛰어 배에 올랐다.


“배가 필요한지 어떻게 알고 온 겁니까?”


병연은 박형사가 키를 잡고 운전하는 걸 신기하게 바라보며 물었다.


“짬밥 아니당가? 왕거미가 도망갈 때 필이 팍 꽂혔당께...”


배는 높은 파도를 맞닥뜨릴 때마다 높이 올랐다가 다시 내려갔다. 마치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이러다가 배가 뒤집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생각은 곧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왜냐하면 배가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앞서간 배의 뒤꽁무니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박형사는 속도를 높였다. 배가 파도를 헤치고 나아갈 때마다 배가 부서질 것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이윽고 왕거미가 탄 배가 손에 잡힐 듯 근접한 거리에 다다랐을 때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탕”


반사적으로 모두들 고개를 숙였다.


“쨍그랑”


왕거미가 쏜 총에 조타실의 앞 유리창이 깨졌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들어 전방을 주시했다. 선수와 선미가 맞닿은 배들 사이로 긴장감이 흘렀다.

저쪽 배에서도 상황을 살피느라 이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빠들 ~ 그만 포기해. 우린 마중 나올 사람도 있고 돌아갈 필요도 없어. 자기들은 돌아갈 기름도 없고 물귀신이 되고 말거야.”


‘김실장? 어디에 있다가 나타난 거지?’


병연은 총알이 다 떨어졌음에 안타까워했다. 그렇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저들도 남은 총알은 한발뿐이니까...


“좋아, 다 같이 물귀신 되는 거야”


문반장이 앞으로 나서며 총을 들었다. 총구는 마구 흔들렸지만 둘 중 하나는 맞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탕, 탕”


그러나 두발 다 빗나갔다. 문반장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파도가 덮쳐 중심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문반장이 휘청거리며 맞힌 것은 배의 기름통이었다.

기름통에 난 구멍에서 검은 기름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 사실을 알 리 없는 왕거미와 김실장은 총알이 빗나간걸 알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낄낄 거리고 웃어댔다.


“문반장, 깜짝 놀랐잖아. 당신 약쟁이 아내는 건강하게 잘 계신가? 요즘은 안보이던걸?”


왕거미는 조롱하듯 소리쳤다. 이에 격분한 문반장이 총알이 떨어진 총의 방아쇠를 미친 듯이 잡아 당겼다.


“이익... 철컥, 철컥, 철컥”


이성을 잃은 문반장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왕거미는 계속해서 빈정거리는 말투로 소리쳤다.


“저런... 총알이 없으신가? 어쩌나? 난 한발 남았는데? 어디에 쏴줄까? 머리에? 다리에?”


병연은 문반장의 굴욕적인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총알이 없다면 맨몸으로라도 부딪힐 수밖에,


병연은 마지막 한발 남은 총알받이가 되기로 했다. 운 좋게 살아남는다면 문반장과 박형사가 자신을 대신해 줄 거라고 믿었다.

병연은 조타실을 나서려고 몸을 움직였다. 그때 박형사가 파란색의 조명탄을 건네주었다.


“조난당했을 때 쓰라고 비치해둔 것이여. 어느 배든 다 있응께...”


병연은 조명탄을 받아들고 문반장 앞에서 빈정거리고 있는 왕거미를 조준했다. 그러다가 곧 총을 거두었다. 쓸 때 쓰더라도 쓸 사람이 써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병연은 선수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문반장을 크게 불렀다.


“문반장님 ~”


그리고 조명탄을 문반장에게 던졌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멋지게 받아낸 문반장은 두 개의 총구가 있는 조명탄을 왕거미에게 겨누었다. 이때 왕거미가 먼저 총을 쏘았다.


“탕”


총알은 문반장의 대퇴부를 관통했다.


“악”


문반장은 잠시 무릎을 꿇었지만 다시 힘겹게 일어나서 왕거미에게 조명탄을 겨누었다.


“그래... 약쟁이 우리 아내는 자네를 좀 보자고 하네. 지옥에서...”


문반장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배위로 둥둥 떠다니는 검은 띠가 선명하게 보였다.

기름통에서 흐르는 검은 기름이 배의 바닥에 발목이 잠길 정도로 고였다.

문반장은 주저 없이 총구를 배의 바닥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푸슁”


조명탄은 사선을 그으며 날아가 배의 바닥에 닿는 가 싶더니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일었다.


“콰쾅”


이때 왕거미와 김실장은 화염에 휩싸이면서 배는 산산조각이 났다.

신기하게도 이때만큼은 파도가 잠을 잤고 폭발의 여파로 인해 왕거미의 사지는 흩어져서 바다위에 둥둥 떠다녔다.




여명을 맞이하고 있는 섬은 그 어느 때보다 푸르른 빛으로 가득했다.

지난밤 폭풍이 휩쓸고 간 섬에는 그동안 찌들었던 때와 억압된 삶을 벗겨냄으로써 주민들의 표정 또한 한결 밝아졌다.


교회 뒤 언덕길에 끝없이 펼쳐진 대마초 밭은 조만간 불태워 없애기로 했다.

어차피 불법이고 또다시 물질에 눈이 먼 작자들이 들이닥쳐 섬을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르니까,


교회 앞 선착장에는 천으로 감싼 광신도들의 시체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물론 모든 광신도들이 지난밤의 광기로 죽은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은 목사가 죽자 원래의 주민으로 되돌아가 갈 것을 희망했다. 그래서 예전의 목사는 너그러이 그들을 받아들였다.

시체들 속에는 불에 탄 목사와 사지가 찢긴 왕거미, 그리고 김실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뭐라고 감사의 말을 전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예전의 목사가 흰 수염을 봄바람에 나풀거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젠 목사님이 주민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야 하겠지요.”


허서장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주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요. 그렇게 할 겁니다. 신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주민들을 보살필 겁니다.”

“하하, 목사님이 계시는 한 여긴 일 년 내내 파도가 잔잔 할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이장님?”


허서장이 이장에게로 시선을 옮기면서 말하자,


“그럼요. 당장 오늘부터라도 배를 띄워 고기잡이를 나설 겁니다. 이젠 파도 따윈 없을 거니까요. 하하하” 라고 이장이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나도 따라갈래. 난 어부가 될 거니까”


한 꼬마가 어른들의 말이 정말로 당장 출항한다는 말인 줄 알고 끼어들었다.


“어른들이 말하는 건 그런 파도가 아냐, 이 멍청아”


옆에 있던 다른 꼬마가 비아냥대면서 말했다.


“웃기시네? 못생겨가지고선...”

“뭐? 집에 가서 똥이나 처먹어 쨔샤!”


두 꼬마가 이렇게 옥신각신하자 재희는 꿀밤을 한 대씩 때리면서 말했다.


“저리가지 못해? 이 말썽쟁이들...”


이렇듯 섬은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은 것 같았다. 허서장의 말처럼 섬은 더 이상의 모진풍파를 겪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병연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웃어야 할 날에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 어색했다.


병연은 그 자리를 떠나 한적한 숲길을 걸었다.

그냥 홀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병연은 주머니에서 아버지의 수첩을 꺼내 보았다. 이젠 필요도 없는 왕거미에 관한 내용이 적힌 메모장을 넘기고 나니 그 뒤쪽에 적힌 한 줄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체 수목원에선 알 수 없는 악취가 난다.]


‘이게 무슨 말 일까?’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수목원같이 인공적으로 꾸민 장소를 좋아하지 않았다. ‘자연은 인간의 손길이 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시간을 품고 있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고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다. 때문에 병연은 어릴 적부터 수목원이나 놀이동산대신 험준한 산을 따라다녔다.

헌데 수목원이라니? 여체 수목원은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무슨 생각하나?”


어느새 나타난 허서장이 뒤에서 걸어오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아버지 생각하나?”

“네, 그냥 답답해서요. 서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왕거미 말이냐?”

“네, 왕거미는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정말일까요?”

“음... 자네 심정은 잘 아네. 왕거미가 범인이었으면 했겠지. 자네 못지않게 나도 실망이 커. 하지만 굳이 그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우린 서울로 올라가면 새롭게 시작하게 될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독거미가 체내 염화칼륨 과잉주사로 사망한 건 알고 있지?”

“네, 그래서 왕거미와 김실장을 쫓아 여기까지 왔고요...”

“맞아, 헌데 과연 그 약이 어디에서 났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왕거미가 납치한 여성들을 제외한 나머지 실종자들은, 그러니까 최근 수도권에서 실종된 20여명의 여성은 서울의 한 병원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유출된 염화칼륨 또한 그 병원으로 의심돼.”

“막연한 추론 아닙니까?”

“자네 김실장, 아니 김구성의 형이 김칠성인 것을 기억하지?”

“네, 기억합니다. 그런데 그게 왜?....”

“쌍둥이형인 김칠성이 그 병원 내과 전문의야.”

“그래요? 충분히 의심해볼만한 상황이군요. 그럼 교찬이에게 잠입수사를 지시했다는 게...?”

“맞아. 아직 연쇄살인범의 실마리는 얻지 못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구. 놈이 곧 네 아버지의 살해범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왕거미가 납치한 여자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그건 걱정할 것 없다. 통영경찰서에서 실종된 여성들을 찾았다고 조금 전에 연락이 왔었다.

누군가 길거리에 버렸는지 아사직전이라고 하더구나. 그만하길 다행이지.”

“정말 잘됐군요. 참! 여체 수목원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여체 수목원? 혹, 자네 아버지 수첩에서 보았나?”

“네, 뒷장에 작은 글씨로 쓰여 있던데요?”

“그 당시 혹시나 해서 방문한 적은 있는데 특별한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네.”

“아... 그랬군요.”


그때 저 멀리 뱃고동 소리를 울리며 여객선이 들어오고 있었다.


“가시죠. 서울 가면 할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여객선은 포말을 일으키며 선착장에 정박했다. 시체를 배에 옮기는 동안 재희는 문반장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처가 깊지 않아서 회복되는데 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 같았다.


이때 잊고 있었던 지수가 초췌한 몰골로 나타났다.

한쪽 팔에는 보물인양 가방을 꼭 안고서,

지난밤, 백년 같았던 시간을 보낸 사람치곤 표정만큼은 밝아 보였다.


“어디에 있었습니까? 당신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하마터면 여기에 두고 갈 뻔 했잖습니까?”


병연이 지수가 배에 오르도록 도우면서 말을 꺼냈다. 지수는 의아한 얼굴로 병연을 다시 한 번 쳐다보면서 말했다.


“말투가 변했네?”

“내가 언제? 그땐 수사 중이었고 지금은 아니니까”

“하긴, 달라 보인다? 좋아 보이고...”

“그래? 그럼 너도 말투 바꿔. 어디에 있었습니까?”


지수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난 뒤 최대한 여성스럽게 말했다.


“박사장을 밀치고 산 쪽으로 정신없이 달렸었는데 다행히 나무위에 집을 하나 발견했어요. 밤새 거기에 있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숙소로 가서 짐을 챙겨 나오는 중이에요.”

“거봐. 달라 보이고, 좋잖아?”

“치...”



여객선은 회귀하는 연어처럼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 자신이 처음 출발했던 그 자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난간에 서서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는 주민들을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들이 기뻐하는 것만큼 오랫동안 끌어온 사건을 말끔히 해결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아버지 영정사진 앞에서 당당히 이렇게 말할 수 있을 텐데...


‘아빠, 이젠 좀 웃어. 늙어 보이잖아. 그리고 그동안 힘들었으니 편히 쉬어. 내걱정말고.’


하지만 의문만 남았다.

왕거미는 정말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을까?

과연 돌아가는 서울에서는 진범을 찾을 수 있을까?


뺨을 스치는 봄바람을 만끽하기에는 아직도 마음은 아련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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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새로운 시작. 1 22.06.16 252 1 15쪽
» 41. 이상한 섬. 14 +2 22.06.15 206 3 12쪽
40 40. 이상한 섬. 13 22.06.14 178 2 12쪽
39 39. 이상한 섬. 12 22.06.13 174 2 12쪽
38 38. 이상한 섬. 11 22.06.12 182 2 12쪽
37 37. 이상한 섬. 10 +2 22.06.11 184 2 13쪽
36 36. 이상한 섬. 9 +1 22.06.10 194 1 12쪽
35 35. 이상한 섬. 8 +4 22.06.09 200 2 12쪽
34 34. 이상한 섬. 7 +2 22.06.08 207 2 13쪽
33 33. 이상한 섬. 6 +2 22.06.07 211 4 13쪽
32 32. 이상한 섬. 5 22.06.06 218 2 12쪽
31 31. 이상한 섬. 4 +2 22.06.05 221 3 13쪽
30 30. 이상한 섬. 3 +2 22.06.04 239 3 12쪽
29 29. 이상한 섬. 2 +2 22.06.03 25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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