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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은 꼴통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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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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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0,035

작성
22.06.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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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 새로운 시작. 10

DUMMY

51. 새로운 시작. 10




취조실에 묵묵히 앉아있는 칠성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긴장된 얼굴이거나 초조함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아니라 평온했다. 마치 낚시꾼이 커피한잔을 하면서 느긋하게 수면위로 찌가 오르길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빠그닥...”


칠성의 바지춤이 꿈틀하면서 호두알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저 소리 좀 안내면 안 되나? 지겨워...”


김형사가 몸서리친다는 듯 몸을 떨며 말하자


“말리지 말드라고잉? 저 개노무시키를 씹어 먹을란께...” 라고 박형사는 웃통을 벗어 던지면서 말했다.


하지만 아무도 말리는 기색이 없자 헛기침을 하고는 벗어던진 옷을 다시 주워 입었다.

취조실 내부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대형유리를 통해 칠성을 보고 있던 허서장은 턱을 매만지고 있었다.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

“이해가 안갑니다. 놈의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놈이 연쇄살인범이라면 뭐라도 나와야 정상인데 너무나도 깨끗합니다.”


최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정황상 놈이 범인인 것은 확실하지 않습니까?”


병연은 다소 흥분된 어조로 허서장에게 말했다.


“약품유출 말인가? 그 걸로는 어림없네. 놈을 엮으려면 확실한 물증이 필요해.”

“또 있습니다.”

“뭔가?”

“납치 및 살해기도”

“약해, 미끼작전을 펼친 것은 놈의 은신처, 예를 들어 거주가 아닌 살인의 장소를 파악해서 물증인 유기된 시체와 사용된 흉기를 찾기 위함 이었지. 그런데 그렇게 깨끗할 줄은 미처 몰랐어.”

“그렇다면 제가 추궁해 보겠습니다. 놈의 자백이 더해지면 되지 않을까요?”

“가능하지. 놈의 자백과 그동안 유기한 시체를 찾아낸다면...”

“그리고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구속영장을 신청하잔 말인가?”

“네”

“알았네. 최팀장은 담당검사에게 전해줄 서류를 꾸며주게”


최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때 연락을 받고 달려온 문반장이 도착했다.


“미끼작전에 걸려들었단 말이지?”

“어서 오세요. 추운데 밖에서 고생했습니다. 작전은 성공했는데 별다른 소득이 없습니다.”


허서장이 턱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의도한 그림이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심 중입니다. 반장님만 밖에서 헛고생을 했나봅니다. 혹시나 했었는데 역시나 칵테일 바였습니다.”

“놈이 왜 그곳을 배회했는지는 알아냈소.”

“정말입니까? 이유가 뭡니까?”

“또 다른 희생자를 물색하고 있었던 모양이오. 목격자도 있소. 조금 모자란 아이이긴 하지만...”

“음... 역시 놈은 모든 양상을 바꾸었네요.”

“그게 무슨 말이오?”

“여태까지의 양상대로라면 병원과 관련된 20대초반여성이 대상자인데 김형사의 경우, 그리고 주택가 골목을 배회하면서 찾은 또 다른 희생대상자는 공통점이 없으므로 한마디로 무작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친놈...”

“조형사가 취조실로 들어갔으니 일단은 지켜봅시다.”



취조실에 들어선 병연은 두 다리를 탁상위로 올려놓은 상태로 삐딱하게 앉아있는 칠성을 노려보았다.


“다리 내려”


칠성은 대꾸 없이 그냥 피식하고 웃었다.


“다리내리라고 이 개자식아”


병연은 크게 소리 지르지 않았다. 다만 그의 얼굴에 바짝 다가가서 조용히 속삭였다.

칠성은 재미있다는 듯 또 한 번 피식 웃으며 다리를 탁상위에서 내려놓았다.


“재미있냐? 넌 이제 빛도 없는 골방에서 평생 썩을 텐데?”

“그래? 무슨 죄로?”

“연쇄살인죄... 기타 등등... 잘 생각해봐.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난 아무 짓도 안했는데?”

“이쯤에서 자백 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 동생처럼 골로 가는 수가 있어.”


동생이라는 말에 칠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동생이라니? 무슨 말이야?”

“네 동생 말이야. 김구성... 너처럼 야부리 까다가 내손에 골로 갔지.”

“내 동생을 죽였단 말이야?”


얼음장 같은 놈의 심장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왜? 이제 좀 분노가 끓어오르나? 당장에 날 죽이고 싶지? 말해봐. 그 잘난 너의 메스로 내 몸을 찢어놓고 싶지? 응?”


칠성은 병연을 노려보면서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러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키키킥, 시도는 좋았어. 다시 말하지만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이 새끼가 바른대로 말하지 못해? 그럼 네가 담당하고 있는 약품유출은 어떻게 된 거지?

그동안 희생된 여자들에게서 검출된 숙시닐콜린과 독거미를 살해할 때 사용된 염화칼륨은 어떻게 된 거냐고 이 사이코 새끼야.”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뭐라고? 이게 죽을라고...”


병연은 탁상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쳤다.


“쿵”


그 바람에 탁상은 갈라지면서 일부분이 패여 버렸다. 병연이 취조하는 모습을 밖에서 대형유리로 지켜보던 직원들은 깜짝 놀라며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조형사, 그만해”


허서장이 만류하고 나섰다.


“이런 녀석은 재판이고 뭐고 그냥 죽여야 해요.”


병연이 칠성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최팀장과 박형사가 몸을 잡고 진정시켰다.


“그만두지 못해?”


이때 보다 못한 허서장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때서야 병연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좋아, 한 가지만 묻자”


병연은 숨을 크게 한번 쉬었다. 녀석에게 죄책감이란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 한번만이라도 정직한 대답을 해주길 바랐다. 그럼 적어도 고통스럽게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뭔데?”

“조방기 경정, 네가 죽였지?”


칠성은 지그시 입가에 미소를 지우다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키키킥, 키키킥...”

“왜 웃는 거지?”

“질문이 웃기지 않아? 내가 죽이지 않았다고 하면? 믿을 거야? 그러고 보니 네가 그 짭새 아들이겠군. 맞지? 성의를 생각해서 힌트는 주지. 어느 날 그 짭새가 진료를 보러왔더군.

대뜸 말하길, ‘네가 다 죽인거지?’ 라고 하길 래, 증거 있냐고 물었지.

그랬더니 USB를 내 보이던데? 키키킥... 난 진즉에 그것이 공갈이었음을 알았지.

다시 말하지만 난 선량한 시민이야. 그냥 풀어주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야.”


칠성은 이렇게 말하면서 바지춤에서 호두알을 굴렸다.


“빠그닥...”


3년 전 칠성의 병적증세는 심해졌다. 일종의 금단현상인데 가학적 쾌락을 즐기던 행위를 잠시 멈춤으로써 심리적으로 불안하게 됐다. 계속해서 일탈을 즐길 경우 짭새들이 냄새를 맡을 테니까,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것은 칠성이 살아 숨 쉬는 유일한 이유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대상을 바꾸고 은밀하게 즐겼다.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듯한 행동은 더는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찾아온 짭새는 마치 모든 걸 안다는 듯 겁을 주고 진료실을 나갔다.

더군다나 증거라는 명분으로 내민 USB는 간담을 서늘하기에 충분했다. 왜냐하면 칠성이 여자를 살해하고 난 뒤, 예쁘게 화장하고 솜털까지 제거한 다음 전리품으로 사진을 찍어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사진을 담아둔 USB가 사라졌음을 알았다.

미친 듯이 집안을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을 포기할 즈음에 그가 그렇게 찾아왔다.

칠성은 금단현상으로 오는 심리적 불안감과 조방기 경정의 압박이 더해져 강박적 히스테리는 더욱 심해졌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를 제거하기로,


그를 폐건물로 유인하고 제거한 다음 증거물인 USB를 탈취하기로...

그런데 막상 탈취한 USB에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빈껍데기였다.

빌어먹을...





하경은 도떼기시장 같은 교실에 앉아있으려니 두통이 밀려왔다. 전부터 약간의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있었는데 왁자지껄한 소음한가운데에 있으니 한꺼번에 밀려드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교실 밖에서 하나언니와 상담중이고 아이들은 그새를 참지 못하고 재잘거리고 있었다.

조금 전 선생님이 하경을 세워놓고 전학생 소개를 할 때 비웃던 남학생이 있었는데 속으로 점찍어 두었다. 앞으로 자신의 비위를 거슬리게 한다거나 까불거리면 가만두지 않을 작정이었다.

짝은 말수가 별로 없었다. 하경이 ‘안녕’ 이라고 인사를 하자 곁눈질로 고개만 끄덕였다.

자신을 짝으로서 탐탁지 않게 여기더라도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난 홍하경. 넌?“

“.......“


하경이 재차 통성명을 시도하였지만 녀석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대신 지우개로 박박 밀어 책상위의 낙서를 지우려하고 있었다.


“안 들려?“

“황...수돌...“


녀석은 지워지지도 않는 낙서에 시선을 고정한 채 느리게 대답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박박 밀었는지 녀석의 책상 위에는 이미 지우개떼로 가득했다.

녀석이 그토록 지우려고 하는 책상위에는 볼펜으로 삐뚤하게 ‘멍청이’라고 쓰여 있었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 근데 넌 원래 말이 없어?“

“그냥...“


이때 점찍어둔 녀석이랑 기생충처럼 붙어 다니는 녀석이 다가왔다.


“야, 너희누나 아직도 집안에 틀어박혀서 징징 짜고 있냐?“

“......“

“말을 해, 짜샤. 내가 물어 보잖아”

“......“

“어쭈? 겁대가리 없이... 또 맞고 싶냐?“


녀석의 이름은 공진먹, 생긴 건 늙은 오징어처럼 생겨가지고 하는 짓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만해, 왜 수돌이를 괴롭히고 그래?“


하경이가 한마디 거들자 진먹과 기생충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우헤헤헤, 고새 친해지셨어? 넌 오늘 처음 와서 모르나본데 저 녀석은 반에서 왕따야.

멍청이라고, 이제 알겠어?“

”내가보기에는 너희들이 멍청이 같은데?“

”뭐라고? 계집애 주제에...“

”다시말해봐. 뭐라고 그랬어?“

”계집애라고 그랬다. 왜?“

”우씨... 감히 뒤질라고...“


하경은 진먹의 머리를 휘어잡고 있는 힘껏 귀를 깨물었다.


”우아악“


진먹은 비명을 질러댔다. 너무나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밖에서 상담 중이던 선생님은 놀라서 뛰어 들어왔고 하나언니도 뒤따라 들어왔다.


”그만둬“


선생님은 둘 사이를 뜯어말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하경은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진먹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녀석이 두 번 다시 계집애란 말을 입에 담지 못하게 혼쭐을 낼 작정이었다.


”하경아, 그만해“


하지만 좋아하는 하나언니의 말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하경은 이쯤에서 물고 있던 귀를 놓았다. 녀석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하나언니만 아니었으면 피똥을 쌀 정도로 물고 있을 셈이었다.


”으어엉엉... 귀아파... 엄마... 으어엉...“


진먹이 양호선생님에게 치료를 받으러 가면서 상황이 정리됐다.

하나언니는 선생님에게 사과하면서 방과 후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왜 그랬냐는 질문을 할만도 한데 하나언니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경은 풀이 죽은 수돌을 위로하고 싶어졌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급식을 먹을 때 같이 앉아서 밥을 먹는데 진먹이 귀에다 반창고를 붙이고 나타났다. 녀석은 하경을 째려보면서 지나쳤다.


”이제 널 괴롭히지 못 할 거야.“

”고...마워...“

”고맙긴... 근데 쟤가 네 누나에 대해서 말하던데 무슨 말이야? ... 말해줄 수 있어?“

”누난 집밖을 나가지 못하는 병에 걸렸어. 밖에만 나가면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대.

사람들이 자기만보면 수군거리는 것 같고, 머릿속에서는 목소리도 들린대“

”그걸 쟤가 어떻게 알아?“

”같은 동네에 살거든...“

”그랬구나... 정말 나쁜 애야. 그런 걸로 친구를 괴롭히기나 하고 말이야.“

”......“

”나중에 우리 집에서 놀지 않을래?“

”너희... 집?“

”응, 강아지도 있어. 내 동생인데 이름이 필승이야“

”그래도 돼? 어른들이 싫어 할 텐데...“

”음... 문제없어.“


사실, 싫어할 어른이 한명 있기는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의 본심은 행동과 전혀 다르게 자신을 매우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집에 두고 온 필승이 심심해하지는 않는지 걱정이 되었다.


낚시터 할아버지가 손수 만들어준 개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꼬리를 흔들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털이 날린다는 청장할아버지의 호통에 집안에는 들이지 못하고 정원에 묶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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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새로운 시작. 10 22.06.25 152 2 12쪽
50 50. 새로운 시작. 9 22.06.24 151 1 13쪽
49 49. 새로운 시작. 8 +2 22.06.23 158 1 12쪽
48 48. 새로운 시작. 7 +2 22.06.22 165 2 12쪽
47 47. 새로운 시작. 6 +2 22.06.21 169 2 13쪽
46 46. 새로운 시작. 5 22.06.20 178 1 13쪽
45 45. 새로운 시작. 4 22.06.19 186 1 12쪽
44 44. 새로운 시작. 3 22.06.18 198 1 13쪽
43 43. 새로운 시작. 2 +2 22.06.17 204 3 13쪽
42 42. 새로운 시작. 1 22.06.16 252 1 15쪽
41 41. 이상한 섬. 14 +2 22.06.15 205 3 12쪽
40 40. 이상한 섬. 13 22.06.14 177 2 12쪽
39 39. 이상한 섬. 12 22.06.13 173 2 12쪽
38 38. 이상한 섬. 11 22.06.12 181 2 12쪽
37 37. 이상한 섬. 10 +2 22.06.11 184 2 13쪽
36 36. 이상한 섬. 9 +1 22.06.10 194 1 12쪽
35 35. 이상한 섬. 8 +4 22.06.09 200 2 12쪽
34 34. 이상한 섬. 7 +2 22.06.08 206 2 13쪽
33 33. 이상한 섬. 6 +2 22.06.07 211 4 13쪽
32 32. 이상한 섬. 5 22.06.06 218 2 12쪽
31 31. 이상한 섬. 4 +2 22.06.05 221 3 13쪽
30 30. 이상한 섬. 3 +2 22.06.04 237 3 12쪽
29 29. 이상한 섬. 2 +2 22.06.03 24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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