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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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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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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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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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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5. 새로운 시작. 4

DUMMY

45. 새로운 시작. 4



병연은 텅 빈 방안에 냉기가 돌자 보일러 온도를 높였다.

며칠 후면 3월이 되지만 아직까지 방바닥은 얼음장 같았다.

아니, 그것은 방바닥이 아니라 자신의 심장인지도 모르겠다.


가방을 내려놓고 아버지 영정사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먼 길을 갔다 온 아들이 인사차 큰절을 하려고 초에 불을 붙이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라이터가 보이지 않았다. 전에 사용하고 분명히 옆에 둔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혹시 사진을 올려둔 장식장 옆, 장롱 밑으로 굴러 떨어졌나 싶어서 엎드린 채 손전등으로 비춰보았다.


그때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아버지의 낡은 지갑이 거기에 있었다. 병연은 먼지가 잔뜩 낀 지갑을 열어보았다. 빛바랜 주민등록증과 복권, 그리고 진료 영수증...


‘진료 영수증?’


이게 뭘까?


병원은 구로대학병원, 진료과목은 내과, 복통에 따른 약 처방은 의사 김칠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이미 김칠성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복통이 있어서 진료를 받았다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복통은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타고난 강골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 흔한 감기한번 걸린 적 없으셨다. 게다가 팔 힘이 워낙 세서 병연이 단 한 번도 팔씨름을 이겨 본적이 없었다.


딱 한번만 제외하곤 말이다.


언젠가 자존심이 상해서 ‘설거지 내기’ 팔씨름 한판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군 생활 내내 적수가 없을 정도로 팔 힘이 셌었는데 나이 든 아버지를 이기질 못하니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공평해야 되니까 팔목을 잡고 해주겠다며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러나 병연은 한사코 거부를 하며 정정당당하게 겨룰 것을 요구했다.


결과는 뻔했다. 그날 세 번 연속으로 지자 화가 난 병연은 입을 다물었다.

불러도 모른척했고 밥을 먹으며 질문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다.


“사내놈이 그딴 일로 삐져? 그럼 다시 도전하면 되잖아?”

“싫어”

“이번에는 왼손으로 해보는 건 어때? 그걸로 다시하면 되잖아.”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왼손은 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연이가 알기엔 적어도 아버지는 오른손잡이이니까,


“좋아, 대신 봐주기 없기야?”

“물론이지”


다행히 왼손으로 했을 땐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그런지 가까스로 이겼다. 통쾌한 기분은 이루 말 할 수없이 좋았다. 하지만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버지가 일부러 져 준 것을 알았다.


어느 날, 20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기도를 하려던 90킬로그램의 뚱뚱한 남자를 한손으로 들어 올리는 것 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왼손으로,


어쩌면 김칠성에게 거짓진료를 받으면서 반문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다 죽인거지?’ 라고 말이다.




이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병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하나가 환한 미소를 하고 서 있었다. 오전에 본청에서 봤는데 또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녀의 방문은 의외였다.


“어서 와”

“혼자 쉬고 있는데 내가 방해한 거 아니야?”

“아니, 마침 저녁 먹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잘됐다.”

“어머, 그래? 난 아무준비도 못해왔는데? 어쩌지?”

“나가서 장봐오면 되지 뭐. 뭐 먹을래? 삼겹살 먹을까?”

“그래, 간만에 몸에 고기냄새 배게 해 보자. 호호”


두 사람은 근처 대형마트에 들렀다. 카트를 끌면서 무엇을 담을지 말하는 대신 하나는 병연에게 팔짱을 끼며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순직하셨단 말 왜 안했어?”

“아... 그거... 네가 신경 쓰일까봐 그랬지. 미안해”

“나 이제 알 것 같아. 네가 왜 그토록 범인을 잡으려고 몰두하는지...”

“이해해줘서 고마워”

“고마운 게 어딨어? 당연한 거지. 그리고 우리아빠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

내 마음 알지?”

“그럼...”





깜깜한 복도를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바닥을 스치는 발소리조차 숨죽이며 엉거주춤 나아가고 있었다.


외래진료실이 있는 병동은 입원실이 있는 병동과는 달리 시간이 되면 모든 것을 걸어 잠그고 엄격히 출입을 통제했다.


휴대폰으로 손전등을 대신하고 있었지만 무서운 건 어둠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들키는 것이었다. 이따금씩 경비원 아저씨가 순찰을 돌고 있는데 들통이라도 난다면 큰일이 날것이 분명했다.


“야! 내가 너 땜에 퇴근도 못하고 도둑고양이처럼 이 난리를 쳐야 되겠냐?”


혜지는 허리를 숙여 복도 끝에 있는 내과진료실까지 더듬거리면서 걸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차피 퇴근 후에 할 일이 없었다. 그럴 바에야 그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단둘이 서로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필이 통한다면 적당한 선에서 스킨쉽 정도는 허락할 용의가 있었다.


하지만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할 것이라고 믿었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금방 후회가 되었다.

다리가 떨리고 작은 발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만일, 들키더라도 신입과의 은밀한 밀회 정도는 소문이 나더라도 감내 할 자신이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걸 더 바라는 것 일수도 있겠지만, 사문서 유출이나 절도는 그야말로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


“선배, 내과진료실이 이렇게나 많은데 어디가 김칠성선생 사무실이에요?”


교찬은 일렬로 나열된 여러 개의 사무실에 불빛을 비추면서 말했다.


“야! 허리 숙여,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이렇게 캄캄한데 몸을 안 숙인다고 막 들키고 그런 거 아니잖아요?”

“대가리 숙이라면 숙여, 처 맞기 전에...”


혜지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자 교찬은 마지못해 몸을 구부렸다.

앞서가는 교찬은 구부정한 걸음이었지만 뒤따라가는 혜지는 거의 오리걸음이었다.


“대체 어디까지 가야되는 거 에요?”

“문 옆에 작은 명판이 있을 거야. 거길 확인해봐.”


복도 끝에서 두 번째 사무실,

거기에 작은 명판에 김칠성이라고 적혀있었다.


“찾았어요. 바로 여기에요”

“쉿! 비켜봐”


혜지는 문고리를 지그시 눌러보았다. 역시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예상했다는 듯 도어락의 뚜껑을 밀어 올렸다. 그리고 비밀번호를 빠르게 입력했다.


[띠리링.]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섰다.


“대단한데요?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아낸 거 에요?”

“우리 여자들끼리는 통하는 게 있어. 여기 진료실 간호사에게 부탁을 했지.

대신 내가 아끼는 립스틱을 주기로 했지만 말이야...”

“저런, 미안해서 어쩌죠?”

“어쩌긴... 술 한 잔 사면되지.”


사무실은 여느 진료실처럼 단촐 했다. 책상과 의자, 그리고 듀얼모니터를 갖춘 컴퓨터가 전부였고 특이한 점은 옷걸이에 하얀 의사가운 상의와 검은색 우의가 걸려있었다.


“알았어요. 우선 컴퓨터를 켜서 파일을 열어봐요.”


전원을 넣고 부팅을 하자 암호를 입력하라는 대화상자가 떴다.

혜지는 이것은 예상 못했는지 당황하는 눈치였다.


“왜요? 암호 몰라요?”

“이런 우라질, 왜 암호는 걸어놓고 지랄이야?”


교찬은 책상위에 놓인 메모지를 뒤져 보기도 하고 자판을 뒤집어 뭔가 힌트가 될 만한 것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건질만한 것이 없었다.


“틀렸어. 그만 나가”


혜지는 들키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잠깐만요...”

“뭔데?”

“이건 뭐죠?”


교찬이 가리키는 것은 책상달력에 끼워진 한 장의 명함이었다.


[여체 수목원 010 - **** - 6666]


“그냥 명함이잖아?”

“나도 알아요. 그냥... 뭐랄까? 수목원이란 곳이 왠지 김칠성선생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교찬은 무심코 암호입력란에 전화번호끝자리인 ‘6666’을 쳐 넣었다.

그랬더니 어이없게도 화면이 열렸다.


“대박...”


혜지는 벌어진 입을 하고서 빠르게 약품 사용내역서를 검색했다. 역시나 한 폴더 안에 일목요연하게 날짜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지난 3년간의 사용처를 인쇄하고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 인쇄되어 나오는 자료를 집어 들고는 뒤로 감추며 말했다.


“이제 말해줘야지?”

“뭘요?”

“내가 도와주면 이게 왜 필요한지 설명해준다고 했잖아?”

“나중에 이야기 해줄게요.”

“안 돼. 지금 말해”

“자료 이리 줘요”


교찬이는 혜지가 뒷춤에 숨긴 자료를 뺏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러나 혜지는 순순히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처음부터 김칠성선생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상했지만 몰래 사무실로 들어와 자료까지 빼내려한 것은 더욱 이상했다.


어차피 의사의 보조적 역할만 하는 간호사에겐 이 자료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빨리 말해.”

“어서주지 못해?”


교찬은 자료를 뺏으려고 이리저리 손을 휘저었다. 그 과정에서 혜지는 뺏기지 않으려고 뒷걸음질 치다가 책상위에 놓인 필기구 통을 손으로 치는 바람에 통을 엎질렀다.


“팍”


때문에 볼펜, 형광펜, 딱풀, 가위 등이 아래로 떨어져 ‘좌르르’ 하고 바닥에 흩어졌다.


그때, 후레쉬 불빛이 문틈으로 아른거리면서 경비원이 다가왔다


“거기 누구 있어요?”


교찬과 혜지는 마치 정지된 화면처럼 반사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경비원은 사무실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도어락의 잠금장치를 열려고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큰일이었다. 꼼짝없이 들키게 생겼다.


변명의 여지없이 두 사람은 범죄에 연루된 사람으로 오해받게 생겼다.

이까짓 서류가 뭐라고, 혜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기세였다.


서서히 문이 열리면서 물결처럼 일렁이는 불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젠장’


교찬은 황급히 혜지의 촉촉한 입술에다 정열적인 키스를 퍼부었다.

혜지는 마음의 준비도 없이 훅 들어온 키스에 약간은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 튕기고 내숭떨어봐야 남는 것도 없을뿐더러,

잘릴 때 잘리더라도 처음 본 순간부터 가슴 떨리게 했던 남자가 숨이 멎을 정도의 깊고 긴 키스를 해주니,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여한이 없었다.


“어이쿠 머니나,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경비원은 두 사람이 아귀처럼 달라붙어서 키스를 하고 있으니 눈 둘 곳이 없었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비밀연애중인데 아저씨에게 정통으로 들켜버렸네요.”


교찬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휴~ 놀래라. 나 참... 그래도 그렇지... 가만, 안혜지 선생님 아니십니까?”


경비원은 손전등을 두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비추면서 말했다.


“죄송해요... 요즘 연장근무 하느라 연애할 시간이 없어서 그만...”


혜지는 부끄럽다는 듯이 교찬의 품을 파고들었다.


“아, 아닙니다. 젊다는 건 좋은 것 이지요. 그럼 전 이만 갈 테니 하던 거, 마저 하세요.”


경비원은 열었던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휴 ~ ”


교찬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데 혜지는 그런 교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임기응변이야? 아님 진심이야?”

“뭐가요?”

“키스 말이야”


교찬은 혜지의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고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교찬에게 있어서 그녀가 갑작스럽게 여자가 된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이 순간 그녀가 상처받는 것은 더욱 싫었다.


“둘 다”

“뭐, 뭐라고?”

“말했잖아요. 둘 다 라고...”


이렇게 말하면서 교찬은 그녀 손에 쥐고 있던 서류를 잽싸게 뺏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젠 모르겠다. 그녀가 ‘둘 다’ 라는 말에 얼마나 오랫동안 생각에 잠길지,

오로지 중요한 것은 김칠성이가 진범이냐 하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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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 새로운 시작. 7 +2 22.06.22 166 2 12쪽
47 47. 새로운 시작. 6 +2 22.06.21 170 2 13쪽
46 46. 새로운 시작. 5 22.06.20 179 1 13쪽
» 45. 새로운 시작. 4 22.06.19 187 1 12쪽
44 44. 새로운 시작. 3 22.06.18 198 1 13쪽
43 43. 새로운 시작. 2 +2 22.06.17 205 3 13쪽
42 42. 새로운 시작. 1 22.06.16 252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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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이상한 섬. 12 22.06.13 174 2 12쪽
38 38. 이상한 섬. 11 22.06.12 182 2 12쪽
37 37. 이상한 섬. 10 +2 22.06.11 184 2 13쪽
36 36. 이상한 섬. 9 +1 22.06.10 194 1 12쪽
35 35. 이상한 섬. 8 +4 22.06.09 200 2 12쪽
34 34. 이상한 섬. 7 +2 22.06.08 207 2 13쪽
33 33. 이상한 섬. 6 +2 22.06.07 211 4 13쪽
32 32. 이상한 섬. 5 22.06.06 218 2 12쪽
31 31. 이상한 섬. 4 +2 22.06.05 222 3 13쪽
30 30. 이상한 섬. 3 +2 22.06.04 239 3 12쪽
29 29. 이상한 섬. 2 +2 22.06.03 25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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