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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님의 서재입니다.

개같은 꼴통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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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귀풀9
작품등록일 :
2022.05.11 12:34
최근연재일 :
2022.07.31 18:00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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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7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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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0,035

작성
22.06.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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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새로운 시작. 14

DUMMY

55. 새로운 시작 14




칠성은 캔 맥주를 거품이 튀기도록 거칠게 땄다.

컴퓨터 화면에는 자신이 찾던 채팅방이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시계를 확인해보니 정각 자정이었다.


의자가 휘청거릴 정도로 몸을 뒤로 한번 재끼더니 곧바로 몸을 세웠다. 그리고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셔댔다.


칠성의 시선은 다시 벽에 고정된 괘종시계였다. 연이어 오버랩 된 모니터의 디지털 시간도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칠성은 시선을 다시 모니터로 돌려 채팅방을 찾기 시작했다.


드디어 찾은 채팅방,


칠성은 성급히 [들어가기]를 눌렀다.


- 안녕하세요.

- 아... 또 오셨네요.

- 기다렸어요.

- 저를요? 왜요?

- 전 느낌을 중시하죠. 뭔가 통한다고 할까요?

- 그럴 리 없어요. 전 항상 혼자거든요.

- 알아요.

- 어떻게 안다는 거죠?

- 하늘을 거울삼아 당신을 비춰보고 있거든요.

- 네? 재미있으신 분이군요. 그럼 제가 밤마다 뭘 하는지도 맞춰보세요.

- 글쎄요. 음... 채팅?

- 그거 말고요.

- 그럼 운동?

- 비슷해요. 조금씩 거리를 늘려야하는데 잘 안돼요.

- 이상한 운동이군요? 도움이 필요한가요?

- 네, 아주 많이요.

- 뭘 도와드릴까요?

- 응원이요. 제가 무사히 시계탑에 오를 수 있도록 응원 부탁해요.

- 시계탑?

- 모르시겠지만 저에겐 중요한 일이에요.

- 아하, 그 중요한 일을 제가 옆에서 도우면 안 될까요?

- 안돼요. 혼자 해야만 해요.

- 대화한지도 벌써 여러 번인데 만나볼 수 있을까요?

- .............. 미안해요. 운동 나가야겠어요. 안녕.


여자가 채팅방에서 도망치듯 나가버리자 칠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불현 듯 화가 났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화가 났다.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주머니 속 호두알이 으깨지도록 움켜쥐었다.


“빠그닥...”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급기야 모니터를 책상 아래로 집어 던져 버렸다.


‘젠장...’


김빠진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던 칠성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안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장롱 속에 숨겨둔 개인금고를 열었다.


금고 속에서 투명한 액체가 든 유리병을 꺼내 손수건에 약품을 묻히고 다시 넣어두었다.

이어 장갑을 끼고 손수건은 바지주머니에 넣었다.


칠성은 이 과정에서 만족스러웠는지 얼굴이 밝아졌다.


문을 열고 밖을 주시했다. 복도 끝을 따라 창들의 불빛은 간헐적으로 새어나오고 있었는데 이에 개의치 않고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향했다.


저층일수록 나이든 사람이 많이 살고 있으며 문밖으로 휠체어를 세워두기도 한다.


보통은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데 아직까지 구식을 선호하는 나이롱환자들이 간혹 있어서 그들의 휠체어를 잠시 빌리기로 했다.


휠체어를 밀며 다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여자가 사는 11층을 누르고 반사된 유리를 통해 자신의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었다. 마치 소개팅을 나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윽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여자가 사는 1111호 앞에 멈춰 섰다.


불은 꺼져있었다. 칠성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초저녁,


여자가 실망한 듯 돌아설 때 곁눈질로 봐두었던 비밀번호를 눌렀다.


“띠리링”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칠성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섰다.


방은 두 개,


첫 번째 어두운 방문을 열었을 때 뚱뚱한 여자가 요란하게 코를 골고 있었다.

방문을 닫고 두 번째 방문을 열었다. 숨소리조차 사랑스러운 여자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칠성은 침대 맡에 있는 스탠드를 켰다.


여자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스탠드를 끌어당겼다. 그러자 불그스름한 등에 눈이 부시는지 여자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며 말했다.


“으음.... 한솔이니?”

“아니, 누굴까?”


굵직한 남자의 음성이 들리자 여자의 눈은 커졌다.


“누, 누구세요?”

“그러길레 내가 커피한잔 하자고 했을 때 좋다고 했으면 이렇게 번거롭지 않잖아”


칠성은 불빛 안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여자는 비명을 지르려고 입을 벌렸다.


“캬아....웁웁...”


칠성은 재빨리 약을 묻혀온 손수건으로 여자의 입을 틀어막았다.

몸부림치던 여자는 몇 초 뒤 정신을 잃었고 칠성은 여자를 두 팔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무게감 있는 발걸음으로 거실을 지나 현관문 앞에 멈춰 섰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예민한 중년부부가 문밖에서 서성였다.


“여보, 무슨 소리 못 들었어?”

“고양이 소리겠지. 얼른 문 닫고 들어와요.”


문밖이 다시 잠잠해지자 칠성은 현관문을 열고 미리 가져온 휠체어에 여자를 앉혔다.

여자의 몸 위에 두꺼운 외투를 포개고 여자 방에서 가져온 털실로 짠 모자를 푹 눌러 씌웠다.


그리고 유유히 휠체어를 밀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칠성은 1층을 누를까하다가 2층을 눌렀다.


동작센서가 달린 등이 켜지면 차안에서 대기 중이던 형사들이 눈여겨 볼 것이 분명했다.

2층에서 내린 후 반대방향의 복도 끝에서 엘리베이터를 다시 탄 후 1층에 내렸다.


주차장으로 온 칠성은 적당한 차를 물색한 다음 주머니에서 꺼낸 만능키로 차문을 열었다.

곧이어 여자를 트럭 짐칸에 태운 후 덮개를 덮었다.


트럭에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은 칠성은 룸미러를 조정했다. 그러면서 짐칸에 실린 여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붓하게 커피한잔 해야지? 키키킥”





“뭐라고요? 도난차량?”


경비전화를 끊은 병연은 맥이 풀렸다. 어쩐지 쉽게 간다고 했다.


노숙자가 목격한 차량이 도난차량이니 또다시 원점이다. 물론 도난지점의 CCTV를 확인하면 범인의 윤곽이, 김칠성의 얼굴이 찍혀있을지도 모르지만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다.


용의주도한 놈이 흔적을 남겼을 리 없다.


“이제 어떻게 하죠?”


병연은 허서장에게 물었다.


“음... 목격자가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탐문수사라도 해야 할까요?”

“탐문수사?”

“네, 검안서에는 사망추정시각이 이틀정도라고 했으니 행적을 추적해보면 뭐라도 나오지 않을까요? 가령, 만난사람이라든가...”

“생각안해본건 아니네만... 반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허서장은 문반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때 컵라면에 얼굴을 묻고 있던 문반장이 컵라면을 내려놓으면서 소매로 입을 닦으면서 말했다.


“소용없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들 머릿속에는 김칠성이 말고는 다른 용의자를 염두 해 두지 않고 있잖소.”

“그거야... 간접적인 증거나 정황상으로는 틀림없으니까요. 반장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습니까?”

“그래서 하는 말이오. 차라리 그놈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는 것이 빠를 것이오.”

“머릿속에 들어가다니요?”

“만약, 서장님이 김칠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소?”

“놈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군요. 글쎄요. 24시간 감시당하고 있다는 건 놈도 알고 있을 테고...”


문반장은 누런 봉투를 탁상위에 내려놓으면서 말을 이었다


“한번 보시오”

“이게 뭡니까?”


허서장은 누런 봉투 안에서 서류를 꺼내보았다.


“이건 김칠성의 진료기록이 아닙니까?”

“그렇소. 놈은 심각한 소시오 패스 환자요.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양심의 가책 따윈 전혀 없소.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편이오.”

“이건 언제 알아보셨습니까?”

“놈은 독산동에서 줄곧 한 소녀를 지켜보았소. 소녀를 보면서 가학적 재미를 상상했겠지.

조형사, 놈이 고딩일 때 고양이를 태워 죽인 적이 있다고 했지?”

“네 맞습니다.”


병연은 문반장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말했다.


“그것 말고도 또 있네. 볼펜으로 같은 반 친구의 한쪽 눈을 실명하게 만들었더군. 그때 놈의 아버지가 거액의 합의금으로 일단락된 일이지만 내가 조사한 바로는 놈은 정신병자야”

“놈에게 아버지가 있습니까?”


병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놈에게도 아버지가 있었네.”

“이상하군요? 요전에 김실장 때문에 조사를 했었거든요. 그땐 없었거든요. 팀장님 맞죠?”


진료기록지를 살펴보던 최팀장이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그땐 놈의 어머니만 있었거든요. 고양이 사건 때문에 취재한 기자의 말로는 오래전에 이혼해서 왕래가 없다는...”

“맞네. 하지만 왕래가 없었다는 것을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다라고 오인한 것이네.”

“그래서 하시고픈 이야기가 뭡니까?”


듣고 있던 허서장이 다시 물었다.

김칠성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방법이라도 있단 말인가?


“놈은 중독자요. 살인을 통해서 쾌락을 느끼지. 따라서 아무리 24시간 감시를 해도 놈은 어떻게 해서라도 살인을 저지를 놈이란 것이오. 문제는 그것이 언제냐 하는 것이오. 그렇기 때문에 놈보다 다음 타겟의 희생자를 먼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오.”

“음....”


허서장은 턱을 매만졌다. 그러다가 전화기를 들어 다급히 숫자버튼을 눌렀다.


“별일 없는가?”

“거시기, 아직은 잠잠한디요?”

“알았네. 계속 수고해주게.”

“옛썰!”


전화를 끊은 박형사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고개를 들어 놈의 베란다를 올려다보았다.

아직까지 불이 켜져 있지만 놈도 사람이니 곧 잠들 것으로 생각했다.

박형사는 내려진 차창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김형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배 안 고픈감?”






서장실로 오하나가 들어왔다. 그녀는 먹을 것을 잔뜩 사들고 방문했다.


“야식 좀 드세요.”


병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늦은 시간에 웬일이야?”

“웬일은... 배고플 것 같아서 야식 좀 가져왔지.”


허서장은 반갑게 맞이했다.


“하나는 갈수록 예뻐지네? 하하하”

“어머, 그래요? 호호호”

“청장님은 건강하시고?”

“네, 덕분에 잘 지내고 계세요. 그런데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는지 표정이 안 좋으세요.”

“그래? 언제 시간나면 한번 찾아뵙는다고 전해줘”

“네, 서장님. 그리고 병연이 잠시 좀 빌릴게요.”

“하하하, 얼마든지”


두 사람은 본관 앞에 있는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별은 반짝였고 병연을 바라보고 있는 하나의 눈동자도 반짝였다.


“생각 나?”

“뭐가?”

“경찰학교에 있을 때 말이야. 졸업식전날 여자기숙사 앞에서 이렇게 나란히 앉았었잖아.”

“그랬지.”

“그때 네가 해야 할 중요한 일중 하나가 바로 나라고 했던 거 기억해?”

“그럼. 기억하지.”

“기억하면 됐어. 난 네가 하도 연락이 뜸하길레 잊어버린 줄 알았지.”


하나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병연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대며 말했다.


“절대 그렇지 않아. 넌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에너지이고 나를 숨 쉬게 하는 산소야.

너 없이 어떻게 내가 살아있을 수 있겠어? 자주 연락 못한 건 미안해.

곧 놈을 잡을 수 있을 거야. 놈을 잡고나면 우린 영원히 함께 할 거야. 날 믿지?”

“응, 알았어.”


하나는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참! 하경이 말이야...”

“하경이가 왜?”

“하경이랑 낚시터 할아버지 언제까지 아빠 집에 있게 할 거야?”

“청장님이 많이 불편해 하셔?”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아빠한테 좀 미안해서...”

“당분간 모른 척 해줘. 미안해도 어쩔 수 없어. 갈데없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란 걸 잘 알잖아.”

“알았어. 걱정 마. 그리고 하경이 전학시켰어. 그런데 첫날부터 반 친구와 싸웠지 뭐야.”

“뭐? 하하하 학교생활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뭐라고? 호호호”

“이제 그만 가봐. 늦었다. 시간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던 병연은 교찬이에게 문자가 와 있음을 알았다.


문자의 내용을 확인한 순간,


병연은 짙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새삼 달라질 것도 없는 내용이지만

그때서야 문반장님이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놈의 생각을 읽어야 해’


병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급히 최팀장의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갑자기 어디가?”

“갈 데가 있어. 서장님에겐 나중에 전화한다고 말씀드려줘”


만약에 알코올 중독자가 하루를 격리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금단현상이 일어나고 짜증이 밀려오겠지. 술 생각이 간절한데 누군가 술 냄새를 풍긴다면? 중독자는 목구멍으로 알코올을 넘길 때까지 절대로 잠들지 못할 것이다.


확인해볼 것이다.


형사인줄 모르고 살인을 하려다가 실패한 김칠성이 취조실에서 거의 하루를 보냈는데 과연 편히 잠들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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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 새로운 시작. 9 22.06.24 15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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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 새로운 시작. 4 22.06.19 186 1 12쪽
44 44. 새로운 시작. 3 22.06.18 198 1 13쪽
43 43. 새로운 시작. 2 +2 22.06.17 204 3 13쪽
42 42. 새로운 시작. 1 22.06.16 252 1 15쪽
41 41. 이상한 섬. 14 +2 22.06.15 205 3 12쪽
40 40. 이상한 섬. 13 22.06.14 178 2 12쪽
39 39. 이상한 섬. 12 22.06.13 174 2 12쪽
38 38. 이상한 섬. 11 22.06.12 182 2 12쪽
37 37. 이상한 섬. 10 +2 22.06.11 184 2 13쪽
36 36. 이상한 섬. 9 +1 22.06.10 194 1 12쪽
35 35. 이상한 섬. 8 +4 22.06.09 200 2 12쪽
34 34. 이상한 섬. 7 +2 22.06.08 207 2 13쪽
33 33. 이상한 섬. 6 +2 22.06.07 211 4 13쪽
32 32. 이상한 섬. 5 22.06.06 218 2 12쪽
31 31. 이상한 섬. 4 +2 22.06.05 221 3 13쪽
30 30. 이상한 섬. 3 +2 22.06.04 239 3 12쪽
29 29. 이상한 섬. 2 +2 22.06.03 25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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