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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sy의 소설들

탐정 얀 트로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네이시
작품등록일 :
2018.02.28 19:48
최근연재일 :
2019.07.08 23:34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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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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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글자수 :
129,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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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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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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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4)

DUMMY

탐정 얀 트로닉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2. 친구 (4)


에이레네는 처음에는 말없이 내 옆에서 걸었지만, 의문을 언제까지나 억누를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조심스럽게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마법사 협회에 가겠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습니다.”

“이 길은 마법사 협회로 가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요.”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짙은 눈썹은 그녀가 담은 호기심의 부피만큼 들려져 있었다. 나는 미미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작은 미소였지만, 아마 그녀는 알아보았을 것이다. 내가 답했다.


“아니지는 않습니다. 모든 길은 결국 통하니까.”

“돌아간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잠깐 들렀다 갈 곳이 있긴 하지요.”

“어딜요?”

“이 길로 가면 뭐가 있는진 아시잖습니까?”


에이레네는 잠깐 앞을 돌아보았다. 우리는 대로에 서 있었고, 이곳은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바삐 걸어가는 어른, 갑자기 뛰는 아이, 나귀 등에 짐을 싣고 느긋하게 걸어가는 노인, 사람들로 가득한 길 위에서 솜씨 좋게 사람들을 피해 가는 짐마차. 우리가 서 있었기 때문에 몇 사람들이 우리를 피해 지나갔다. 에이레네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럼블버즈가 있죠.”

“그럼 이제 어디 가는지 아시겠군요.”


에이레네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주 약간만. 그녀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였다가 말했다.


“얀 트로닉 탐정 사무소 럼블버즈 지부가 필요해진 건가요?”


그녀의 어조는 순수했고 빈정거리는 기색도 전혀 없었지만,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셈이죠.”

“당장은 마법사 협회에 가야 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은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나는 그저 어깨만 으쓱해 주었다. 에이레네는 살짝 미소지은 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럼블버즈가 보였다. 다른 많은 건물들도 마찬가지지만 럼블버즈 역시 저녁과 아침의 모습이 사뭇 달랐다.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 낮게 깔린 햇살을 받은 이 주점은 고요하고 엄숙해 보였다.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으며 안에서는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았다. 단단하게 닫힌 출입문에는 다음과 같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준비 중. 15시 오픈.’


물론 나는 시계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이 15시가 아니라는 것은 시계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시계를 보는 대신 에이레네를 보았다. 그녀는 열쇠를 꺼내 출입문을 열고 있었다.


작고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잠금쇠가 풀렸다. 에이레네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일레인을 불렀다.


“일어났어요? 우리 왔어요.”


창문이 모두 닫혀 있었던 데다 불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는 어두웠다. 닫힌 창문 틈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안을 겨우 밝혀줄 뿐이었다. 밝기가 충분하진 않았지만, 테이블에 부딪히지 않고 창문으로 걸어가 창문을 열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했고, 펍 내부가 제법 밝아졌다.


“맘대로 여길 오픈시키지 말라구.”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 너머 안쪽 방에서부터 나온 사람은 일레인이었다. 그녀는 아주 활기차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방금 일어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팔을 깍지 껴 기지개를 켰다.


“오늘은 늦게 열 생각이란 말이야.”


그녀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있었지만, 내 얼굴을 보고는 약간 진지해졌다.


“무슨 일이 있어?”

“아침은 먹었어?”


내가 물었다. 일레인은 눈을 찡그렸다.


“아침은 왜?”

“먹고 나서 듣는 게 나을 텐데.”


일레인은 나를 쳐다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소릴 듣고 아침이 잘 먹히겠다. 무슨 일인데?”

“음.”


나는 잠깐 고민하고 말했다.


“나쁜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그냥 나쁜 소식이 두 가지인 거 아냐?”

“그렇게도 말하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걸 보면 정말 나쁜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상대가 너니까 장담할 수가 없겠네.”

“그래서, 뭐부터 들을래?”

“고르는 의미가 있어? 순서대로 말해봐.”

“그래.”


나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마일즈가 실종됐어.”


일레인은 잠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눈을 두 번 깜빡였고, 눈썹을 아주 약간 찡그렸다가 폈다. 고개를 기울이고 나를 보았다가 고개를 다시 바로 세웠다.


“······마일즈?”

“마일즈. 내가 도움을 줬던.”


나는 ‘일레인이 만나보라고 했던’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레인은 그렇게 받아들인 듯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침착함이 사라졌다.


“실종이 됐다고? 언제? 걔를 만나러 가기 전에? 아니면 만났는데 그 후에?”

“만났었어. 그 후에 나를 돕겠다고 나섰는데, 돌아오지 않았다더군.”

“음.”


일레인은 입술 끝을 깨물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그녀가 문득 물었다.


“나쁜 소식이 하나 더 있다는 건 뭐야?”

“내가 마일즈를 찾기가 어려울 거 같다는 거야. 한동안. 의뢰를 처리하려면 마법사 협회를 조사해야 할 것 같거든.”

“마법사 협회?”


일레인이 미심쩍게 나를 보았다. 나와 마법사 협회 간의 트러블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에이레네라면, 그다음으로 잘 아는 사람은 일레인이었다. 그녀의 미간에 잔뜩 주름이 잡혔고, 그녀는 손가락으로 미간을 꾹꾹 눌러 주름을 폈다. 그녀가 한숨처럼 말했다.


“마법사라니, 또······. ······아니, 그래. 그래서 마일즈를 누군가 찾아야 한다는 뜻이야?”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지.”


일레인은 내 말뜻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그녀는 날 지긋이 쳐다보다가 말했다.


“이럴 때 너 꽤 짜증 나, 얀.”

“내가 이러는 게 짜증 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곤란하겠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도 포함해서, 짜증 나.”


일레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 그녀의 시선은 에이레네에게 향해 있었다. 다만 그녀의 질문이 에이레네에게 향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럼 에이레네는 마법사 협회에 같이 가는 거야?”

“그럴 생각이지만, 일레인이 움직이는 데 내가 필요하다면 같이 가도 괜찮아요.”


에이레네가 답했다. 일레인은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


“그래야 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이 다 어떻게 된 거야?”


나는 일레인에게 타니아의 의뢰와, 마일즈와, 토미 그랜트 및 그 아버지와, 허버트 병원과 그 지하실과, 마법사 협회에서 브랜던을 보았다는 사람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 듣고 난 일레인이 긴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네가 원하는 건 내가 허버트 병원을 조사해주는 거겠네.”

“할 수 있겠어?”


내 물음에 일레인은 눈썹을 찡그렸다.


“할 수 있느냐가 아니잖아. 해야 하는 거지.”

“보수는 줄게. 많지는 않겠지만.”

“보수라, 좋은 소식이 하나 있긴 했네.”


일레인은 그다지 기쁘지 않은 듯이 말했고, 나도 그냥 어깨만 으쓱했다. 일레인이 덧붙였다.


“그래도 7시 정도에는 여기 문 열어야 해. 아예 닫으면 단골 다 떨어져 나간다고.”

“그 이상 바랄 수는 없겠지.”

“에이레네는 얀과 다녀. 나랑 같이 움직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일레인의 말에 에이레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둘 다 아침은 먹었어?”


일레인이 물었다. 나와 에이레네는 서로를 쳐다보았다가 다시 일레인을 보았다. 대답은 각자 했다.


“어.”

“네.”

“좋아. 그럼 아침은 내 것만 해도 되겠네.”


일레인은 카운터 뒤로 돌아갔다. 프라이팬을 꺼내며 그녀가 말했다.


“잘 먹어야 잘 움직이지.”

“그래, 부탁한다.”

“조심해.”


돌아 나가려는 내게 일레인이 말을 걸었다. 그녀를 돌아보자 그녀는 불 위에 올린 프라이팬을 내려보고 있었다. 나를 보지 않은 채로 그녀가 말했다.


“괜히 마법사 심기 건드리지 말라구.”

“걱정 마, 에이레네가 같이 가니까.”

“에이레네라면 믿을 수 있지.”


일레인이 고개를 들었다. 장난스러운 듯 윙크했지만, 눈동자에는 염려가 담겨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저녁에 보자.”

“그래.”

“저녁에 봐요.”


나와 에이레네는 밖으로 나갔다.



===================


더 빨리 더 많이 쓰고 싶기도 하지만, 현재로선 이 정도가 최선이지 싶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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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탐정 얀 트로닉>에 관하여 (18. 6. 4. 수정) 18.02.28 192 0 -
2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5) 19.07.08 76 2 9쪽
2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4) +2 19.06.16 64 2 7쪽
2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3) +2 19.04.29 54 2 11쪽
1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2) 19.04.01 70 2 13쪽
1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3. 선택 (1) 19.03.11 59 2 13쪽
1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8) 19.02.11 66 2 11쪽
1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7) 19.01.21 58 2 14쪽
1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6) +2 18.12.31 77 2 13쪽
1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5) +2 18.12.03 98 2 14쪽
»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4) +2 18.11.12 64 2 9쪽
1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3) +2 18.10.22 83 2 10쪽
1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2) 18.10.01 88 2 8쪽
10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2. 친구 (1) +2 18.08.06 89 4 11쪽
9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9) +2 18.07.16 83 4 14쪽
8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8) +2 18.06.18 79 3 14쪽
7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7) +2 18.05.27 91 4 11쪽
6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6) +4 18.05.07 117 4 11쪽
5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5) +2 18.04.23 124 6 19쪽
4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4) +2 18.04.09 127 5 15쪽
3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3) +4 18.03.26 165 6 19쪽
2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2) +4 18.03.12 160 6 20쪽
1 3부.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 - 1. 실종자 (1) +2 18.02.28 358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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